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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복제인간과 로봇의 이야기, 영화 더 문(2009)

- 과학자가 추천하는 영화, 더 문(Moon) -

인류는 달을 보면서 우주 비행을 꿈꾸기 시작했다. 최신 우주 영화들이 수많은 미지의 행성들을 배경으로 하는 것에 비해, 오히려 익숙한 달을 배경으로 홀로 일하는 과학자를 그렸던 2009년 영화 <더 문>은 더욱 색다르게 다가온다. 오랜 임무를 마치고 가족에게 돌아갈 날만을 기다려온 남자가 사실은 복제인간이고, 자신과 같은 복제인간을 만난다는 설정 또한 새롭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 교정 연구단의 윤재영 연구위원은 복제인간의 이야기를 통해 휴머니즘을 담아낸 이 영화가 과학적으로도 흥미롭게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휴머니즘과 과학의 매력적인 조화


▲ 영화 <더 문>은 복제인간 두 명과 인공지능 로봇 거티가 이끌어가는 휴머니즘이 돋보이는 영화다.

주인공은 자신이 인간인 줄로만 알았던 복제인간 샘 벨과 그를 돕는 것이 프로그램화된 인공지능 로봇 거티, 그리고 샘 벨과 똑같은 복제인간이지만 자신들을 만든 기업에 맞서 달을 탈출하려하는 또 다른 샘 벨이다. 실제 인간 샘 벨의 기억이 주입된 복제인간들은 정체성 혼란과 기억으로 인한 고통에 힘들어한다. 그러나 이들은 황량한 달에서 서로 돕고 의지하며 놀라울 정도로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로봇 거티도 복제인간들을 끝까지 돕는데, 복제인간들을 무책임하게 만들어 이용만 하는 인간들의 모습과 대비된다.  결국 복제인간 중 한 명은 지구로 귀환해 복제인간 생산 기업의 비인간성을 고발한다. 영화는 비인간적인 인간과 인간적인 복제인간의 모습을 대비시키면서, 인간성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서로 다른 복제인간...그리고 기억의 복제

윤 연구위원은 영화 ‘더 문’은 생물학적으로 짚어볼만한 이야기가 많다고 했다.  우선, 영화 속 두 복제인간들은 복제된 개체임에도 불구하고 성격은 상이하다. 똑같은 유전자를 지녔지만, 복제되는 과정에서 유전자 변이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또한, 외부 환경의 미묘한 변화로 인해 두 복제인간이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개체로 발달했을 가능성도 있다. 윤 연구위원은 영화에서 복제인간의 수명이 3년으로 설정된 것에 주목했다. 윤 연구위원은 영화에서 3년을 산 복제인간이 건강하지 못한 이유는 시험관 배양을 인위적으로 촉진시켜 성장과정이 매우 빨라, 발달에 필수적인 요소들이 충족될 충분한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 두 복제인간 샘 벨은 매우 다른 성격으로 서로 충돌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의지하고 돕는 사이가 된다.

로봇을 이용하면 불필요하게 기억을 주입하거나 통제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왜 영화에서는 기업이 로봇이 아닌 인간을 복제해서 사용하는 걸까.  윤 연구위원은 로봇은 인간을 모방하는 기술이지만, 인간 복제는 인간과 똑같은 개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발전된 기술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윤 연구위원은 윤리의 문제만 배제한다면, 인간이 잘 할 수 있는 일은 로봇보다 복제인간에게 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에서와 같이 인간은 동기부여가 되면 창의력이 생겨 스스로 문제 해결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과학적으로 따져볼 만한 또 다른 점은 복제인간에게 인간의 기억을 주입한 것이다.  기억은 유전될 수 없기 때문에 DNA를 통한 복제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억은 유전정보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인 경험에 의해서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뉴런이 분화하여 시냅스가 형성되고, 이들끼리의 네트워크로 기억이 만들어진다. 윤 연구위원은 기억 자체를 후생유전학(epigenetics)적인 최종 산물로 보고, 해당 암호를 해석할 수 있다면, 미래에는 기억의 복제도 기술적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표정을 지닌 인공지능 로봇 거티 

컴퓨터 거티와 같은 인공지능은 수많은 영화에 등장했다. 윤 연구위원은 이제껏 봤던 인공지능 중 최고는 역시 거티라고 답했다. 거티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HAL 9000’과 외관이 비슷하다. 그러나 인간을 배신하는 반전을 갖고 있는 HAL 9000과 달리, 거티는 영화 내내 인간보다 더욱 인간적인 면모를 보인다.

“주인공 샘 벨을 돕는 것이 임무로 프로그램화되어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거티는 놀라울 정도로 인간적이에요.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 샘 벨의 앞길만 생각하니까요. 기억나는 다른 영화 속 인공지능으로는 영화 <아이 로봇>의 써니가 있어요. 처음에는 오류가 있는 유일한 로봇으로 여겨졌지만, 알고 보니 써니 외의 다른 로봇들이 오히려 치명적인 오류가 난 것이었죠. 또 다른 인공지능으로는 영화 의 사만다가 기억에 남네요. 주인공의 연인이 되어주는 운영체제로, 배우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가 매우 사랑스럽죠.”


▲ 영화 속 인공지능 로봇 거티에 부착된 화면으로 인간의 감정 상태를 나타내는 표정을 짓는 것이 인상적이다.

윤 연구위원은 이 영화와 함께 보면 좋을 영화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와 오블리비언(2013)을 추천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더 문’에서와 같이 인공지능 로봇 HAL 9000이 등장하고, 오블리비언은 인간의 기억이 주입된 복제인간의 이야기를 그렸다는 점에서 ‘더 문’과 각각 소재가 겹치는 부분이 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인간과 문명의 진화에 관한 철학적 내용을 담고 있고, 오블리비언 또한 인간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윤 연구위원은 인간에 대한 고찰이 담긴 SF영화를 즐기고 싶다면, 이 두 영화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을 바라보는 시선, 올바른 이해가 먼저"

윤 연구위원은 IBS 유전체 교정 연구단에서 생물 체내의 유전체 교정을 통해 유용한 형질을 개발하는 연구자다.  그는 현재 주로 바나나 유전체 교정을 연구중이다. 그의 목표는 당도는 낮지만 저항성이 강한 바나나 종과 맛은 좋지만 저항성이 낮은 종 간의 유전적인 차이를 찾아 병충해와의 관련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윤 연구위원은 맛도 좋으면서 저항성도 높은 바나나 종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상업적으로 재배되던 50~60년 전의 바나나는 지금의 바나나와 맛이 달랐다고 해요. 더 맛있었다고 하는데, 그 당시 병충해 때문에 재배가 불가능하게 되어, 새로운 품종인 '캐번디시(Cavendish)' 종으로 대체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종도 최근 병충해에 취약해져서 문제입니다. 야생에서의 교배가 아닌, 복제만으로 작물을 얻게 되면, 작물은 계속 같은 유전자를 갖는데, 작물을 공격하는 곰팡이들은 계속 빠른 속도로 진화하거든요. 바나나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식량자원이 되었고 그 수요가 많아서, 전통적인 육종 기술로는 맛을 간직한 저항성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 시간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윤 연구위원은 사람들이 복제 인간 영화들을 보고, 유전체 교정과 생명체 복제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쉽게 갖게 될 것을 우려했다. 복제 인간을 비인간적이고 상업적으로만 이용하려 했던 기업이 문제인 것인데, 영화가 유전체 복제 자체에 대한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연구위원은 유전체 교정-생명체 복제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하고, 관련 이슈들에 대해서도 슬기롭게 방안을 모색해나가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윤재영 IBS 유전체 교정 연구단 연구위원은 맛도 좋고 병충해에도 강한 바나나 종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중이다.

“가위나 칼을 나쁜 마음으로 쓰면 살인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이로운 마음으로 쓰면 인류를 발전하게 할 수 있듯이 유전자 가위 기술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이런 기술 연구 자체가 죄악인 것처럼 여기게 하는 일부 시선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요. 기술에 대한 인식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가 잘 되어야 할 거라고 봅니다.”

윤 연구위원은 잘못된 과학적 지식이 만연해지는 경우를 매우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적 이슈에 대해 일어나는 정치적인 마녀사냥은 과학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SNS 에 잘못된 과학적 지식을 바로잡으려는 의견을 많이 피력하는 편이라는 윤 연구위원. 그는 과학기술 관련 이슈에 대해 거시적인 차원에서의 의식 개선도 중요하지만, 우선 개개인의 목소리를 내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과학자로서 끊임없이 과학적 지식을 올바르게 전파하려 노력하는 윤 연구위원의 바람대로, 더 많은 사람들이 과학기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더 문(Moon, 2009)

포스터

감독: 던칸 존스

주연: 샘 락웰(샘 벨 역), 케빈 스페이시(거티 목소리 역), 도미니크 맥엘리곳(테스 벨 역)

줄거리: 아무도 없는 달에서 3년을 살아가다 마주친 기억의 진실!
주인공 샘 벨은 우주비행사로 달 표면의 자원채굴기지에서 3년 계약으로 근무 중이다. 문제는 자신 외에 생명체가 없는 달에서 홀로 일해야 한다는 것. 장거리 통신 위성 고장으로 지구와 실시간 연락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대상이라고는 컴퓨터 거티 뿐이다.
그래도 2주만 지나면 근무 계약 기간이 완료되어, 지구로 귀환할 수 있는 상황.

그는 사랑하는 아내와 그 사이 태어난 딸을 만날 생각에 한껏 기대에 부푼 상태였다. 그러나 어느 날 여인의 환영을 보게 되고, 한 눈을 판 사이 손등에 화상을 입게 된 것도 모자라, 기지 밖에서 기기를 운행하던 중 큰 사고를 당하게 된다. 사고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져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만,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자신이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와 똑같이 생긴 사람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는 충격적인 사실을 받아들이고, 과연 무사히 지구로 귀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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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