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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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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공학과 김철주 교수님 연구실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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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겨울을 이겨낸 소나무 잎이 다시 찾아온 따스한 봄 햇살에 날아온 봄꽃과 다시 만나는 장면을 표현 하였습니다. 왼 편의 소나무 잎과 차가운 하늘 색상이 겨울의 소나무 잎을 나타낸 것이며 노란색 꽃과 새하얀 색상이 초봄의 풍경을 나타낸 것입니다. 이 노란색 꽃이 마치 바람에 날아 오듯 섞여 들어가는 장면이 힘든 겨울을 이겨낸 소나무가 다시 찾아온 따뜻한 봄과 조우하는 모습이라 여기고 나타내었습니다. 이 장면은 대학원 박사과정 초반에 실험이 계속 안되서 힘들었던 시기에 어느 날 유기 반도체를 합성하다가 우연히 얻었던 현미경 사진입니다. 당시 목표는 깔끔한 필름을 만드는 거였지만 유기 층의 결합 이방성에 의해서 와이어 형태로 자란 걸 확인해서, 사실 당시엔 이 사진을 보며 또 실험을 실패했다는 좌절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러다 사진이 너무 아름다워서 촬영을 해놓고 데이터 파일 속 깊이 저장해놓고 있었습니다. 그 후로 2년이 지났고, 지금은 원하던 연구 결과를 얻고 논문을 작성한 뒤 후속 데이터도 빨리 나오기 시작해서 다음 논문을 준비 중인, 참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이 사진을 다시 보니 참 그땐 정말 힘들었고 아무런 희망도 보이지 않아서 포기하고 싶었는데, 세월이 흐르니 저도 봄을 맞아서 이런 나날을 누리고 있었구나 하는 걸 깨닫고, 이 사진을 힘들게 자신의 삶을 이겨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어서 공모하게 되었습니다. 특이한 점은 이 소나무 잎들은 끊겨 있지 않고 모두 하나로 이어져 있습니다. 잎들 마다 다 자기의 개성을 자랑하지만 끊어질 듯 하면서도 모두가 연결되어서 하나의 큰 꽃처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진을 처음 봤을 땐 노란색 봄 꽃 모양이 바로 눈에 띄지만 계속 들여다 보면 저 거대한 소나무 잎들이 모여서 강인한 아름다움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러한 계절의 변화는 우리의 지금 삶과 닮아 있습니다. 코로나로 지금까지 소중하다 생각하지 못했던, 예를 들어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시던 나날들과 힘들 땐 여행 다니며 새로운 세상을 구경하던 그런 나날이 어느 순간 1년 이상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이 이 힘든 코로나 시대도 우리 모두가 하나되어서 이겨 나가면 언젠간 다시 그립던 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란 희망을 이 사진을 통해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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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