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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논문보다 ‘의미있는’ 연구 해야죠” 게시판 상세보기
제목 “좋은 논문보다 ‘의미있는’ 연구 해야죠”
작성자 전체관리자 등록일 2024-09-13 조회 168
첨부 jpg 파일명 : 신현석 이차원 양자 헤테로구조체 연구단장.jpg 신현석 이차원 양자 헤테로구조체 연구단장.jpg
신현석 이차원 양자 헤테로구조체 연구단장

“좋은 논문보다 ‘의미있는’ 연구 해야죠”

신현석 이차원 양자 헤테로구조체 연구단장

“이차원 양자 헤테로구조체가 대체 뭔가요?” 본격적인 여름이 다가오는 5월 말, 성균관대학교 N센터에서 신현석 이차원 양자 헤테로구조체 연구단장을 만났다. 신 단장은 차세대 반도체 미세공정을 위한 혁신적인 소재를 개발해 온 인물로 2024년 3월 IBS 신규 연구단인 ‘이차원 양자 헤테로구조체 연구단’을 총괄할 단장으로 선임됐다. 인터뷰의 첫 질문은 연구단의 이름을 보자마자 결정할 수 있었다.


양자 현상을 나타내는 이차원 물질을 연구
“그 질문 참 많이 받습니다(웃음). 이차원, 양자(quantum, 量子), 헤테로구조체로 나눠서 설명하면 이해하기 조금 쉬울 것 같아요. 그래핀 같은 이차원 소재를 이용하는데, 서로 다른 이차원 소재가 수직이나 수평으로 쌓여있을 때(이 때 헤테로구조체가 됨) 두 구조체가 결합된 부분에서 다양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특히 우리 연구단은 이 물질들에서 일어나는 양자 현상에 관심이 있어요. 그래서 ‘이차원 양자 헤테로구조체’ 연구단입니다.”

한두 번 받아본 질문이 아닌 듯, 신 단장은 책상 위에 놓여있는 명함 두 장을 손에 집어 들어 설명했다. 서로 다른 디자인을 가진 명함은 각각 다른 이차원 구조체를 뜻했다. 이차원 구조체는 이미 잘 알려진 물질, 그래핀(graphene)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래핀은 2004년 안드레 가임 당시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가 셀로판 테이프를 사용해 흑연에서 분리해 내면서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탄소 원자가 육각형 벌집 모양을 갖고 배치된 형태로 수직으로 추가 구조를 만들지 않은 채 단일 원자층으로 된 구조다. 당연히 두께도 탄소 원자 하나 정도로 얇다. 신 단장은 각 명함이 하나는 그래핀, 하나는 육방정계 질화붕소(hexagonal Boron Nitride, hBN)라며 예를 들었다.

“그래핀을 시작으로 이차원 구조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이 새로운 물질이 대체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는지 연구하기 시작했죠. 그래핀 말고도 또 다른 이차원 구조체가 무엇이 있는지도 찾아 나섰습니다. 우리 연구단에서 현재 집중하고 있는 물질은 육방정계 질화붕소입니다.”

이차원 구조체는 알려진 역사 자체가 길지 않다. 그래핀과 육방정계 질화붕소 외에도 전이금속 칼코겐 화합물이나 흑린, 맥신(Mxene) 같은 물질이 이차원 구조체로 알려졌다. 이들이 가진 성질이나 이 구조체에 변화를 줬을 때 무슨 현상이 일어나는지는 지금도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2008년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부임하면서 처음으로 독립적인 연구실을 꾸리게 됐습니다. 연구를 하면 할수록 남들이 안하는 분야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당시 그래핀을 제외한 다른 이차원 소재는 덜 주목받고 있었어요. 전이금속 칼코겐 화합물이나 육방정계 질화붕소 같은 다른 이차원 소재를 연구했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를 연구하다 보니 재미도 있고 성과도 잘 나왔답니다. 본격적으로 2012년 쯤부터 육방정계 질화붕소 연구를 시작해 2013년에 첫 논문이 나왔었죠.”

2016년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공대 연구팀이 육방정계 질화붕소의 결함에서 단일 광자가 방출된다는 것을 발견한 뒤, 이차원 구조체의 양자 광원에 대한 관심이 시작됐다. 이와 함께 양자 육방정계 질화붕소의 대면적 합성법이나 물성을 연구해 온 신 단장의 연구도 함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육방정계 질화붕소를 양자광원에 응용하는 연구를 수행 중인 대표 연구팀들이 몇몇 있어요. 처음 단일 광자 방출을 발견한 시드니공대는 물론 영국 케임브리지대에도 있죠. 경쟁하기 보다는 조금씩 전공 분야가 달라 서로 협력하는 관계입니다. 예를 들어 저희가 새 구조체를 합성하면 케임브리지대에서 물성을 연구하고 싶으니 구조체를 좀 보내달라고 하죠. 더 나은 성과를 위해 다 함께 손을 잡고 있어요.”


신현석 이차원 양자 헤테로구조체 연구단장


이차원 소재의 전주기적 연구가 목표
이차원 소재, 그 중에서도 육방정계 질화붕소를 중심으로 연구해온 신 단장은 IBS 신규 연구단장으로 선임되면서 융합 연구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계획을 전했다. “이차원 양자 헤테로구조체 연구단은 융합 연구단입니다. 물리만 하는 것도, 화학만 하는 것도 아니죠. 제 전공은 재료화학으로 크게 분류하면 화학이지만 다른 분야 연구자들과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IBS는 우리나라 기초과학 수준을 세계 최고로 끌어올리는데 공헌한 연구기관이다. 해당 분야에서 최고로 꼽히는 과학자를 국적과 상관없이 연구단장으로 선임한다. 연구의 자율성을 갖는 만큼 연구단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신 단장 역시 미래 계획을 차분히 세우며 진행하는 중이다.

“양자 관련 기술은 앞으로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분야로 꼽히지만 지금도 계속 연구되는 분야입니다. 양자 물질도 다양하게 찾고 있고요. 다이아몬드 같은 3차원 물질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죠. 우리 연구단의 시작은 양자 현상이 나오는 이차원 구조체를 찾는 겁니다.”

신 단장은 ‘이차원 소재의 전주기 연구’를 연구단의 목표로 삼았다. 양자 현상을 보이는 이차원 소재를 만들고 양자 정보 기술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까지 완성한다는 의미다. 첫 단계는 양자 현상을 보이는 이차원 소재의 전구체를 구상, 설계한다. 전구체는 화합물을 생성하기 위한 출발 물질이다. 산화그래핀을 만들기 위해서는 산화흑연을 먼저 만들어야하는데, 산화흑연은 흑연으로부터 만든다. 즉, 흑연이 바로 전구체다.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물질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전구체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전구체를 토대로 만들어진 이차원 구조체를 대면적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나중에 이 물질을 양자 정보 기술에 활용하려면 반도체에서 리소그래피(Lithography)를 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반도체를 만드는 실리콘 기판은 크기가 클수록 장점이 많아진다. 기판의 크기가 클수록 한 번에 더 많은 칩을 만들 수 있어서다. 양자 정보 기술에서도 마찬가지다. 양자 소재를 크게 만들기 위해선 대면적으로 합성하는 기술이 필수다. 두께가 얇고 유연성이 높은 이차원 소재는 더욱 가치가 크다.
“융합 연구단인만큼 물리 현상을 연구하는 연구자분도 초빙할 계획입니다. 우리가 설계한 이차원 소재가 실제로 어떤 양자 현상을 보이는지 연구할 거예요. 함께 연구하다 보면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겠죠.”

신 단장은 이차원 소재가 양자 정보 기술의 핵심, 단일 광자 방출기(양자 광원, Quantum Emitter)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광자를 양자 정보 기술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광자가 하나씩 방출돼야 한다. 형광등 같은 일반적인 광원에서는 광자가 여러 개가 묶여서 방출되기에 정보를 담기 어렵다. 즉 양자 정보 기술은 광자를 1개씩 내보내는 양자 광원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여기까지 오면 궁극적으로는 이를 이용해 반도체집적회로처럼 양자광집적회로를 만들 겁니다. 이 단계까지 오면 정말 산업계에 이 기술을 내보낼 준비가 되는 거예요. 물론 그 이후에 경제성, 다른 기술과의 호환성 등도 따져야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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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30년 뒤 기술적으로 사회에 공헌하는 연구를 해야
기초과학은 현실과는 다소 떨어져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자연을 향한 호기심이 실제로 인류의 삶에 와닿을 때까지 다소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다수기 때문이다. ‘연구의 마지막 목표는 산업계로 내보낼 준비를 마치는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을 때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학자에게서 나오기 어려운 답변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예전에 모셨던 총장님 한 분이 제게 ‘네이처, 사이언스 논문 쓴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이냐’고 질문하셨어요. 학생 때나 학생을 갓 벗어난 신임 연구자일 때는 좋은 논문을 써서 임팩트 팩터가 높은 저널에 게재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연구자로서 실적이 쌓이면서 계속 그 질문이 머릿속에 남았죠.”

신 단장은 기초과학에서 연구를 시작하더라도 언젠간 사회에 쓰였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현대 사회를 이끌고 있는 첨단 기술은 상용화되기 20~30년 전 기초과학에서 시작됐다. 1930년대 실리콘의 전기적 특성을 연구했던 기초과학이 1960년대 인텔(Intel) 설립으로 이어진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앞으로 10, 20년 뒤에는 IBS에서 했던 연구들이 우리 사회에 공헌하길 바랍니다. 저도 그 한 축을 꼭 담당하고 싶고요.”

이를 위한 첫 단추는 연구단 구성원을 꾸리는 일이 급선무다. 신 단장 역시 현재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에게 어떤 연구자를 원하는지 물었다. “장비보다 중요한 게 사람입니다.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연구자와 함께할 수 있는지 여부가 연구의 성패의 갈림길에 있다고 행각해요.”
신 단장이 특히 강조하는 부분은 ‘오픈 마인드’다. 공동 연구가 많이 필요한 융합 연구의 특성상 꼭 필요한 덕목이다.
“연구단에 올 정도라면 이미 충분히 능력있는 연구자일 겁니다. 당장은 조금 손해보더라도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연구자이길 원해요. 이렇게 팀을 꾸려 10년 후에는 ‘이차원 구조체나 양자 광원은 어디가 잘하냐’는 질문이 왔을 때 곧장 한국 IBS의 신현석 팀이라는 답변이 나오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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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