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 조민행 연구단장(고려대 화학과 교수) 연구팀은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MPI-Polymer, Mainz) 미샤 본(Mischa Bonn) 교수, 그리고 고려대학교 화학과 곽경원 교수와 함께 ‘합-주파수 생성 분광법 기술을 이용하여 기판의 습윤성을 측정하는 방식‘을 최초로 고안했다.
습윤성(wettability)은 표면이 물에 젖기 쉬운 정도를 나타내는 성질이다. 이는 친수성에 비례하는 반면, 소수성에는 반비례한다. 기판의 친수성을 이해하는 것은 담수화, 코팅제, 수전해질 등 21세기를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여러 산업적 활용을 위해 꼭 필요하다. 지금까지 기판의 습윤성 연구는 주로 거시적 현상 관찰에 그쳤다. 기판 위에 물 한 방울을 떨어뜨리고 물의 접촉각(water contact angle)을 측정하여 습윤성을 파악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표면의 거시적인 특성만 파악할 뿐, 표면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분자 수준에서 정밀하게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본 연구에선 ‘합-주파수 생성 분광법(sum-frequency generation spectroscopy)’을 이용하여 그래핀-물 계면에서 물 분자의 수소결합 구조와 그래핀의 독특한 습윤성을 관찰하여 미시 세계의 습윤성을 측정했다. 합-주파수 생성 분광법은 이차 비선형 분광법(second-order nonlinear spectroscopy)으로 표면에서 수 나노미터 이내에 있는 분자들의 신호만 선택적으로 검출할 수 있는 표면 분석 장치이다. 따라서 미시 세계를 관찰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존의 라만 분광법이나 적외선 분광법과는 달리 그래핀 표면에 있는 물 분자들을 관찰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자체 제작한 합-주파수 생성 분광기를 이용하여, 기판의 친수성을 나타내는 접착에너지(Adhesion energy)를 얻는 데 성공했고, 이 결과는 기존의 물 접촉각 측정을 통해서 얻어낸 접착에너지와 일치함을 보였다. 이를 활용하여 그래핀에 전기장을 가하여 산화 그래핀이 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하였는데, 이러한 과정은 기존에 사용하던 물 접촉각 측정으로는 알 수 없는 내용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합-주파수 생성 분광법이 기판의 습윤 성질을 분자 수준에서 연구하는데 적합한 방법임을 증명한 것이고, 더 나아가 그래핀과 같은 이차원 기능성 물질의 성질 규명에 중요한 연구 도구가 될 것임을 보여준다.
제 1저자인 김은찬 연구원은 “합-주파수 생성 분광법와 물 접촉각에서 얻은 친수성을 나타내는 접촉에너지(Adhesion energy)가 서로 일치하는 결과를 확인했다”라며, “합-주파수 생성 분광법을 통해 기존에는 관찰할 수 없었던 복잡한 시스템의 습윤성을 측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조민행 연구단장은 “합-주파수 분광법을 활용하여 그래핀 뿐만 아니라 산화 그래핀이나 육각형 질화 붕소 같은 다른 이차원 기능성 물질의 미시적 특성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이를 통해 이차원 기능성 물질을 상용화 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캠(Chem, IF = 22.804) 4월 26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