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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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연구성과

2월의 IBS 연구성과

1. 유전자가위 DNA 교정 정확성 높인다

▲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작은 가닥 RNA와 단백질 Cas9로 구성되어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은 혁명이라 불릴만큼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해 생명공학 분야에서 가장 '핫'했던 기술은 바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다. 사이언스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2015년 최고 혁신기술로 꼽았으며, 네이처와 네이처 메소드 역시 이를 중요 실험기법으로 소개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절단해 유전체 교정을 가능하게 하는 RNA 기반의 인공 제한효소다. 긴 DNA 중 절단하고자 하는 목표 염기서열을 찾아가는 작은 RNA와, 실제 DNA를 절단하는 역할을 하는 Cas9 단백질로 구성된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유전자 변이로 생기는 유전병이나 에이즈와 같은 바이러스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도구로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활용범위는 혈우병 유전자 교정 실험부터 GM(유전자변형) 작물까지 빠르게 확대돼 왔으며, 최근에는 영국 정부가 인간 배아의 유전자교정 실험을 최초로 허가하면서 더욱 크게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유전자가위가 잘못 작동해 교정이 필요한 위치가 아닌 엉뚱한 위치를 자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안전한 유전자교정 치료법 개발을 위해서는 유전자가위의 정확성 확보가 큰 과제로 남아 있었다.

이에 IBS 유전체교정 연구단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오작동 여부를 효과적으로 측정해 그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멀티플렉스 다이지놈 시퀀싱(Multiplex Digenome Seq)' 분석법을 개발했다. 유전자가위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선 오작동 가능성이 없는 정확한 유전자가위를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에 개발한 분석법은 정확한 유전자 가위를 만들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인간 세포에서 분리 정제한 유전체 DNA에 11개의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처리한 뒤 전 유전체 시퀀싱* 방식으로 각 유전자가위의 비표적 위치를 분석하고 이를 점수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분석법을 이용하면 여러 개의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들이 각각 목표 유전자만 제대로 교정했는지, 엉뚱한 부분을 잘랐는지를 동시에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마치 점수표처럼, 각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자른 비표적 위치들을 한 눈에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를 활용하면 더욱 정교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만들 수 있다. 분석법으로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해 유전자가위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분석법은 기존 방법으로는 찾기 어려웠던 비표적 위치를 찾아 낼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비표적 위치에 변이를 유발할 가능성을 최소화한 정교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만드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다.

연구진은 지난 해 두 개의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처리한 유전체 DNA에 전 유전체 시퀀싱 방법을 각각 적용해 이들의 표적 위치와 비표적 위치를 밝힌 바 있었다. 이번 연구는 생각을 전환해 한 번의 전 유전체 시퀀싱으로 여러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정확성을 비교하고자 하는데서 출발했다. 김대식 연수연구원은 "기존의 방법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번에 개발한 분석법의 장점은 한 번에 여러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들의 정확성을 비교해 점수화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단장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유전자 교정을 시도하는 데 있어 우리가 개발한 방법이 국제적 표준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유전체 연구 분야 국제 학술지 게놈 리서치(Genome research), (원문보기 링크)에 1월 19일 게재되었다.




2. 음식물이 과도한 면역 반응 억제하는 원리를 밝혀내다

▲ 음식물의 장내 면역반응 억제 원리 모식도

외국 영화를 보면,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땅콩이 든 음식을 먹고 괴로워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특정 음식에 대해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 그 음식은 치명적이다. 흔히는 가벼운 콧물에서부터 심한 경우 호흡 곤란으로 과민성 쇼크를 겪을 수 있다. 우리 몸의 입장에서 음식물은 외부물질이기 때문에 이를 막아내기 위한 면역 시스템이 가동되는 것이다. 그런데, 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식을 먹어도 아무렇지 않은 걸까?

IBS 면역 미생물 공생 연구단은 우리가 매일 외부물질인 음식물을 먹어도 안전하게 소화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연구진은 음식물의 섭취가 소장의 면역 시스템에 작용하여 과민반응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주로 장내 미생물의 소장 내 역할을 규명했던 기존 연구와 달리, 이번 연구는 음식물이 면역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밝혔다는 점에서 새로운 연구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섭취한 음식물에 대해 과민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현상을 '경구 면역 관용'이라 한다. 경구 면역 관용은 음식물을 섭취하거나 기도를 통해 특정 항원이 우리 몸에 유입되었을 때, 과도한 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면역이 억제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작용 덕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식을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음식물이 장의 면역 시스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었다.

연구진은 음식물에 들어있는 항원이 소장 점막의 면역 시스템의 면역 관용을 유도해 과도한 면역 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작용한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연구진은 일반 생쥐와 장내 공생 세균이 없는 무균 생쥐, 장내 공생 세균 및 음식에서 유래한 항원이 없는 무항원 생쥐를 만들어 면역 반응을 비교했다.

그간의 연구에서는 음식물에 들어있는 항원이 아닌, 특정 모델 항원을 실험동물에게 먹이는 방법으로 실험해왔다. 이 경우 사료에 들어있는 다양한 음식물로 인해 정확한 연구가 힘들다는 한계가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음식물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온 장 환경과 음식에 노출된 적이 거의 없는 장 환경을 명확하게 비교하기 위해 무균/무항원 시설이 활용되었다.

실험 결과, 음식 유래 항원에 노출되지 않은 무항원 생쥐의 소장에서 면역 억제 세포인, 말초 조직 유래의 조절 T세포가 다른 생쥐에서보다 현저히 적게 관찰됐다. 조절 T세포는 소장에서 과도한 면역 반응이 진행되지 않도록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특정 항원을 세 가지 종류의 쥐에게 모두 먹인 경우, 무항원 생쥐의 소장 점막에서 다른 생쥐들보다 더 높은 면역 반응이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음식물은 소장 점막에서 말초 조직 유래의 조절 T세포의 수를 늘려, 우리 몸이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추론할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음식물에 들어있는 항원이 소장 내 면역 반응 억제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 결과가 다양한 음식을 처음 먹기 시작하는 유아기에 음식물 알레르기가 많이 발생하고, 성장기를 거치면서 알레르기의 발생 빈도가 낮아지는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본 연구결과를 응용하면 음식물 알레르기를 비롯한 면역 과민 질환에 대한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특히 국내 최초로 구축한 세계적 수준의 무균/무항원 생쥐 실험시설을 활용하여 음식물에서 유래한 항원의 영향력을 밝혀낸 데 의의가 있다. 세계적 수준의 무균/무항원 시설로 사육이 어려운 무항원 생쥐를 확보함으로써, 연구진은 음식 유래 항원의 여부에 따른 면역 반응의 정확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 IF=33.6) 온라인판 1월 29일자에 게재되었다.


3.2차원 반도체 신소재의 구조 및 전기적 특성 규명

▲ 투과전자현미경을 사용하여 결정립계면의 위치, 각도와 원자구조를 관측

IBS 나노구조물리 연구단은 미래 반도체로 소재로 조명 받고 있는 2차원 반도체 물질 이황화몰리브덴의 전기적 특성을 규명하는데 성공하였다. 이황화몰리브덴(MoS2)은 황(S)과 몰리브덴(Mo)이 공유결합한 물질로 나노미터(㎚=10억분의 1m) 미만 두께의 단일층 2차원 초박막(나노박막) 반도체로 구현할 수 있어, 실리콘 반도체를 대체할 미래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전류측정팀, 고해상도 투과전자현미경(HRTEM)팀, 이론계산팀이 각기 전문성을 살려 진행한 집단연구로, MoS2 단일층 나노박막 상 결정립계면의 전기적 특성을 세계 최초로 측정해 낸 데 그 의의가 있다.

연구진은 불활성가스를 채운 글러브박스에서 화학기상증착법(CVD, Chemical Vapor Deposition)으로 MoS2 나노박막을 제작, 여러 결정립계면의 전하이동도를 측정했다. 이후 고해상도 투과전자현미경으로 개별 결정립계면의 각도 및 원자결합구조를 확인, 이를 통해 각각 다른 각도로 틀어진 결정립계면들의 전하이동도를 측정하고 그 이론적 투과장벽높이를 산출해냈다.

그 결과, MoS2 나노박막의 전기저항이 결정립계면에서 훨씬 크게 나왔으며, 특히 계면에 맞닿은 양 결정립의 원자결합구조가 서로 틀어진 각도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MoS2 나노박막의 전하이동도 값은 평균 44cm²/V·s, 최고 132cm²/V·s이었으나, 결정립계면에서는 이보다 훨씬 낮은 최고 16cm²/V·s, 최저 2cm²/V·s로 측정됐다. 특히 결정립계면의 전하이동도는 측정된 최저 각도인 8°에서 최저값(2cm²/V·s)을 보이고, 8°~20° 범위에서는 각도가 높아짐에 따라 증가하다가, 20°~60°(최고) 범위에서는 동일한 최고값(16cm²/V·s)을 나타냈다. 이는 결정립계면의 각도 증가에 따라 투과장벽높이가 낮아져 저항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런 결과를 토대로 결정립계면의 틀어진 각도에 따른 이론적 투과장벽높이를 계산해냈다.

이로써 연구진은 기존 연구결과와 달리 MoS2도 그래핀처럼 결정립계면에서 전하이동도가 저하되며, 그 틀어진 각도가 전하이동도에 영향을 주는 것을 최초로 입증해 보였다. 또한 불활성가스로 MoS2의 산화반응을 최소화함으로써 기존 연구 대비 최대 10배 이상 우수한 전하이동도값을 얻어냈으며, 투과전자현미경을 활용해 신뢰성을 더하였다.

특히 이번 연구방법을 여타 층상구조 반도체 물질에도 적용하여 물질의 특성을 보다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향후 이 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 신소재 반도체 구현의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