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를 움직이는 사람들
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 신재원 선임기술원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실시간으로 본다!" IBS의 핵심 연구단 중 하나인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은 나노물질을 디자인하고 합성하는 근본 원리를 탐구하고 나노구조가 화학반응에 미치는 영향 및 반응 메커니즘을 알아내고자 한다. 또한, 반응에 적합한 나노 촉매를 설계하는 기초 원리까지 탐구하는 것이 기본 목적인 연구단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효율 나노 촉매의 표면에서 일어나는 화학 현상을 원자 단위에서 실시간으로 봐야 한다.
KAIST 화학과 건물에서 만난 신재원 선임기술원은 바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전자현미경을 다루는 전문가다. 신 박사는 KAIST 전자현미경연구실에서 이정용 교수의 지도하에 투과전자현미경(TEM, 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y)을 전공했다. 전자현미경 분야를 전공하게 된 계기를 "원자의 위치를 실제 눈으로 본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고 밝힌 그는 전자현미경을 통해 바라본 질서정연함과 완전함의 세계에 매료됐다고 한다.
"세계 최고의 그룹에서 연구하고 싶었다"
신 박사가 IBS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연구단장인 유룡 교수의 역할이 컸다. 그는 "석사 1년차일 때 신입생을 대상으로 유룡 교수의 특강이 있었는데, 이때 받은 감동이 오늘의 내가 있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룡 교수의 연구 스타일이 정말 멋지게 느껴졌다고 한다. 누가 뭐라 해도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가 아닌가?
유룡 교수의 이런 영향력은 세계 최고의 그룹에서 최고의 인재들과 함께 연구해 보고 싶다는 신 박사의 의지에 불을 지펴 연구단에 합류하게 된 가장 큰 원동력으로 작용 했다. 또한 지도교수였던 이정용 교수의 추천과 권유도 신 박사의 이러한 결정에 한몫했다. 또 전자현미경을 전공하는 사람은 사실상 어떠한 장비를 가지고 연구하느냐가 중요한데, 국내 유일의 실시간투과전자현미경(ETEM, Environmental 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e)이 있는 IBS에 매력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그는 "실제로 합류한 이후에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연구단 내 학생들까지 모두 엄청나게 열심히 한다는 것"이라며 "세계적 그룹은 이유가 있다"고 자랑했다.
이제 팀에 합류한 지 1년 정도 된 신 박사는 "막상 연구단에 합류해보니 장비 세팅부터 쉽지 않더라"며 "합류 후 1년 남짓 장비 세팅 과정을 포함해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제 주요장비 세팅이 거의 마무리되어 본격적으로 연구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연구단 특성상 타 그룹에서도 잘 따라주고 모든 그룹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소통도 원활하게 잘되는 만큼 충분히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함께 전했다. 특히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연구 자율성이 철저히 보장된다는 것도 연구단의 큰 특징이자 자랑거리라고 말했다.
원자에 가해지는 화학반응까지 실시간 관측
신 박사가 연구단에서 책임지고 있는 전자현미경은 ETEM과 주사전자현미경(SEM, Scanning Electron Microscope) 두 가지다. 특히 ETEM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IBS에만 가지고 있는 장비로 무려 50억 원 이상을 호가하는 고급 장비다. 함께 운영하고 있는 SEM도 10억 원 상당의 고가 장비로 국내 최상급의 분해능을 자랑하고 있다.
ETEM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관찰 환경에 변화를 가할 수 있는 투과전자현미경이다. 일반적으로 화학반응이 일어난 후의 재료에 대한 반응은 여타 TEM으로도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신 박사가 관리하는 ETEM은 화학반응에 필요한 가스를 직접 투과하고 온도까지 조절할 수 있어 관련 반응 실험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반응 전과 후를 동시에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 고효율 나노 촉매의 표면에서 일어나는 화학 현상을 관찰하는 데 훨씬 효율적이다.
신 박사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 장비에 대한 교육도 맡고 있다. 장비 활용법이 쉽지 않아 교육 기간도 수개월이 걸린다. 아직도 교육은 계속 진행 중이다. 그 때문에 현재 이 장비를 사용한 기본적 실험은 각 그룹에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직접 하고 있으나, 고온 상황 또는 위험한 가스를 사용하는 상황의 실험에 대해서는 신 박사가 직접 참여해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IBS와 학교 측의 원활한 협력도 성공의 필수 요소
신 박사는 IBS가 성공적으로 국가 과학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안착 조건으로 어떠한 것을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많은 기초과학관련 연구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성과 평가에 대한 문제점을 먼저 이야기했다. 일반 연구소와 학교에서 모두 과제를 진행해 봤던 신 박사는 역시 평가 대상으로 SCI 논문을 우선시하는 것에 많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대부분 1년 단위의 단기간에 결과를 내야 평가를 받고 결과가 좋아야 지속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고 전했다.
신 박사는 "IBS가 이러한 부분에서 타 학교나 연구소에 비해 자율성을 존중하고 지원을 해주는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IBS가 계속 초기처럼만 연구의 자율성을 존중해 줬으면 좋겠다"라며 "노벨상은 단기간에 압박을 가한다고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라는 말도 조심스레 꺼냈다.
또한, IBS와 연구단이 자리 잡고 있는 KAIST와의 협력도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신 박사는 "학교 내 IBS 그룹이 여러 개 있고 이들을 모아 IBS 캠퍼스 연구단 자체 건물을 지으려 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그것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 부분은 여러 가지 난항을 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건설 자체를 아직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부지가 학교 중심부와 너무 떨어져 있는 것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신 박사는 "물리적으로 독립적인 공간도 좋지만, 학교 내 다른 교수들과의 협력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부분은 개별 연구단장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결국 IBS와 학교 측의 원활한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뜻이다. 최고의 장비를 가지고 최고의 인재들과 함께 국내 과학기술계의 미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만큼, 당장 각 기관의 실익을 따지지 않고 조금씩 양보했으면 하는 것은 신 박사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