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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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연구성과

3월의 IBS 연구성과

1. 메탄가스, 원유 대체할 새로운 물질 가능성을 보다

▲ 기존 메탄가스 활용의 한계와 연구단이 실시한 탄소-수소 결합 활성 붕소화 촉매반응의 장점

“우리 주변에 흔한 물질 메탄가스를 화학적으로 합성하고 분해할 수 있다면 그 활용도가 무궁무진할 것입니다”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단장 장석복) 백무현 부연구단장의 말이다. 백 부단장은 미국 연구진과 공동으로 메탄가스의 탄소-수소 결합을 끊고 화학반응을 활성화하는데 성공했다. 전이금속인 이리듐을 사용해 메탄가스의 붕소화 촉매반응을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메탄가스는 탄소와 수소로만 이뤄진 탄화수소(Hydrocarbon) 물질 중 하나다. 원유에서 나오는 가솔린‧등유‧중유‧경유와 천연가스를 모두 포괄하는 탄화수소는 화학공업에서 가장 중요한 물질이다. 그러나 메탄가스는 매년 5억톤 이상이 발생하고 그 양이 점차 늘고 있음에도 활용도는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탄소-수소 결합이 너무 강해 화학공업에 응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메탄가스는 원유 시추과정에서 얻어지는 양 중 극히 일부만이 LNG(액화천연가스) 형태로 인접국가로 수송돼 사용되고 있다. 상온에서 기체 상태인 메탄가스를 액화시키려면 거대설비로 높은 압력을 가하는 복잡한 공정이 필요할뿐더러, 액화 중 에너지 밀도가 낮아져 제한적인 활용만 가능해 경제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산유국에서 원유 시추 시 발생하는 다량의 메탄가스를 그냥 태워버리는 이유다. 이렇게 연소되는 메탄가스는 환경에 유해한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방출하게 된다.

이런 메탄가스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은 화학자들의 오랜 숙제와도 같았다. 백 부단장은 계산 화학으로 화학반응에 필요한 정확한 촉매 물질을 예측하고 여러 번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완성도 높은 실험을 제안했다. 그의 결과를 갖고 미국의 연구진이 실험으로 메탄가스의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는 붕소화 촉매반응 메커니즘을 규명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연구는 기존 연구에서 2~3%에 머물렀던 탄소-수소 결합 활성화 반응 생산율을 52%까지 끌어 올렸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백 부단장은 “분해가 어려운 메탄가스로 촉매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화학자들에게 오랜 꿈과 같았는데, 미국에 있는 절친한 동료 대니얼 민디올라 교수와 계산화학과 실험화학의 공동연구가 잘 이뤄져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메탄가스를 새로운 에너지원과 석유화학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연구팀이 촉매반응으로 만든 탄소-수소 결합 활성화 생성물은 어떤 분자와 반응시키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물을 더하면 메탄올이 되고, 다른 화학 합성물질과 반응시키면 플라스틱, 의약품, 의류 등 화학제품의 원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이 기술을 응용해 기후 변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메탄가스를 분해하고 제어할 수 있다면 온실가스 감축에도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원유 시추 시 발생하는 메탄가스도 분해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안세환 연구원은 “앞으로 고가의 이리듐 촉매를 대체할 수 있는 유기금속촉매를 개발하고 효율성 높은 촉매를 설계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IBS 백무현 부단장과 안세환 연구원,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대니얼 민디올라(Daniel J. Mindiola) 교수 그룹과 미시간주립대 밀턴 스미스(Milton R. Smith Ⅲ) 교수 그룹과의 공동연구로 진행되었다.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 if=33.611) 온라인판에 미국시간 기준 3월 24일 게재됐다.




2. 빛으로 제어하는 스마트 NO(일산화질소) 전달 시스템 개발

▲ 스마트 NO 전달 시스템 반응 메커니즘 및 안구 치료 적용 모식도

일산화질소(Nitric Oxide, NO)는 대기오염의 주원인인 기체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우리 몸에서 매우 중요한 생리적 역할을 하는 기체이기도 하다. 혈관 팽창이나 면역 반응, 신경 전달의 과정에 관여하며, 상처를 치유하는 효능도 있다. 이렇게 생의학적 가치가 높은 일산화질소를 우리 몸 속 환부에 필요할 때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전까지는 일산화질소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반응성이 매우 커서 쉽게 다른 물질로 변질되는 화학적 특성 탓에 저장과 방출을 조절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산화질소를 고정시키기 위해서 전이금속을 사용하는 방법도 시도되었지만, 많은 양의 일산화질소를 저장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독성을 띠므로 우리 몸에 유해하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인체에 무해하면서 다량의 일산화질소를 필요한 환부에 전달할 수 있는 전달체를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이에, 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단장 김기문)이 서울대 의대 김정훈 교수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빛으로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NO(일산화질소) 전달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빛에 대한 감응반응을 활용해 일산화질소 방출을 조절할 수 있는 나노입자(nanoparticle) 구조를 고안해낸 것이다. 연구진은 동물의 손상된 각막에 새로운 스마트 NO 전달 시스템을 적용, 각막 상피 세포 재생을 돕는 효과를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우리 몸의 질병 부위에 일산화질소를 선택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 향후 다양한 질병 치료에 활용될 시스템을 마련한 것에 의의가 있다.

새롭게 개발된 나노입자는 다량의 일산화질소를 함유한 디아제늄디올레이트(Diazeniumdiolates)와, 빛에 노출되면 산(acid)을 생성해 pH를 낮추는 o-나이트로벤즈알데하이드(o-nitrobenzaldehyde, 이하 o-NBA)를 포함하는 구조로, 입자 표면에 생체 적합성이 높은 인산칼슘(CaP) 코팅막을 씌워 만들었다.

이 나노입자 구조는 빛과 pH 변화의 순차적 자극을 통해 일산화질소를 제어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빛이 차단된 경우에는 디아제늄디올레이트가 인산칼슘막에 잘 싸여있어 일산화질소의 방출이 억제된다. 그러나 빛에 노출되면, 나노입자를 구성하는 o-NBA가 산을 생성해 인산칼슘막을 분해해, 디아제늄디올레이트를 막 외부로 노출시켜 다량의 일산화질소를 방출하게 된다.

이렇게 빛으로 제어하는 스마트 NO 전달 시스템의 효과는 어떨까. 연구진은 실험동물의 손상된 각막에 자체 개발한 나노입자물질을 도포한 결과, 이틀 후 각막 상피 세포가 재생되는 효과를 확인했다. 빛 처리만으로 질병이 있는 부위에 일산화질소를 공급해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현된 것이다.

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 김원종 그룹리더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작은 치료용 물질인 일산화질소가스를 제어하는데 있어 한계점을 극복한 연구”라며, “시술 직전에 간편한 빛 처리를 통해 일산화질소의 방출을 유도할 수 있어 향후 박테리아 관련 질환, 혈관질환, 암 등 다양한 질병 치료를 위한 NO 전달 시스템의 개발에 중요한 기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과는 나노과학기술 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ACS 나노(ACS Nano, IF=12.881) 온라인판 3월 8일자에 게재됐다.


3. 그래핀 전자피부로 실시간 혈당 진단·조절

▲ 그래핀 복합체 기반의 전기화학센서들과 미세 약물침을 이용한 당뇨패치 전자피부 시스템(i:땀 흡수층, ii: 땀 증발방지층, iii: 습도 센서, iv: 당 센서, v: 산성도 센서, vi: 상대 전극, vii: 스트레인 센서, viii: 미세 약물침, ix: 온도 센서, x: 전기히터)

국내 연구진이 땀으로 혈당을 측정하고, 손쉽게 혈당조절 약물을 피부로 투여할 수 있는 그래핀 전자피부(당뇨패치)를 개발했다.

당뇨병은 완치가 어려워 지속적인 관리가 요구되는 만성질환으로, 당뇨병 환자의 수는 국내 300만 명, 전 세계적으로는 6억 명에 달한다.

이번 성과를 활용하면, 매일 수차례씩 바늘을 찔러 혈당을 측정하고 필요시 인슐린 주사 등으로 혈당을 조절해야 하는 당뇨병 환자들의 고통과 번거로움을 덜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 나노입자연구단(단장 현택환) 김대형 연구위원(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그래핀 복합체를 활용한 전기화학센서들과 미세 약물침을 결합해 당뇨병 환자들을 위한 전자피부를 개발했다.

새로운 전자피부는 피부에서 분비되는 땀 속의 당 함량과 온도‧습도‧산성도(pH) 등을 측정, 피를 내지 않고도 혈당치를 실시간으로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또한 혈당이 높을 경우 미세 약물침 속 조절 약물을 피부에 주입, 주사를 놓지 않고도 혈당 조절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투명도가 높은 그물망구조의 금박 위에 금으로 도핑한 그래핀을 붙이고, 산성도‧습도‧압력 및 당 측정 센서들을 결합해 혈당 측정용 전기화학센서 시스템을 만들었다.

여기에 혈당조절 약물을 담은 미세 약물침과 온도센서‧전기히터를 결합한 약물전달시스템을 추가, 혈당의 측정‧조절이 모두 가능한 전자피부를 구현해 냈다. 미세 약물침은 수용성 혈당조절 약물(메트포르민)로 만든 미세한 침에 42oC 이상 온도에서 녹는 코팅(tridecanoic acid)을 입힌 것으로, 고혈당이 감지되면 전기히터가 작동돼 코팅을 녹여 통증 없이 각질층 아래 피부로 약물을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연구진은 전자피부를 당뇨병에 걸린 실험용 생쥐에 적용, 정확하고 효과적인 혈당 측정‧조절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또한 전자피부의 전기화학센서를 사람에게 부착, 땀으로 혈당을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김대형 연구위원은 “차세대 소재인 그래핀을 활용하여 당뇨병의 진단과 피드백 치료가 모두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냈다”며, “당뇨패치 전자피부에 적용된 여러 기술들은 당 측정 외에도 전자피부 또는 패치형태의 다양한 바이오센서 시스템에 광범위하게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연구성과는 과학기술분야 권위지이자 세계적인 학술지인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 IF 34.048)에 3월 22일자로 온라인 게재되었다.


4. '무어의 법칙'을 넘어 차세대 반도체 기반 마련

▲ 원자구조 및 박리된 삼황화린니켈(NiPS3)의 광학적 특성

인텔의 공동창업자 고든 무어는 1965년 한 경제紙 기고문에서 “18개월마다 반도체 칩의 트랜지스터 개수가 2배씩 증가하고, 이에 따라 반도체 성능도 2배씩 좋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와 같은 ‘무어의 법칙’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지난 50여 년간 정확히 적중해 반도체 산업을 이끌었다. 하지만 기존 주류 실리콘 반도체가 트랜지스터 집적기술의 한계와 다수 전자 흐름에 따른 발열 문제로 고집적화에 제동이 걸림에 따라, 이를 대체할 새로운 반도체 기술과 이를 구현할 신소재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 중 하나의 대안으로 꼽히는 것이 자성반도체다. 디지털신호는 2진법으로 연산되는데, 현재 실리콘 기반의 반도체는 수십~수백개의 음전하(전자)를 ‘1’, 양전하(홀)를 ‘0’으로 인식한다. 그렇기 때문에 신호들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다수의 전자가 필요하며, 이로 인한 전력소모와 발열량은 막대하다. 이에 반해 자성반도체는 단 1개의 전자가 갖는 양자역학적 개념인 스핀(업 또는 다운)만으로 ‘1’과 ‘0’의 신호를 전달할 수 있어, 초고속, 초저전력 및 초고집적 반도체 특성 구현이 가능해진다.

IBS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은 이러한 자성반도체의 상용화를 앞당길 핵심 소재인 자성원자층 물질을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자성 발데르발스 물질인 삼황화린니켈(NiPS3)을 화학증기수송반응법(CVT, Chemical Vapor Transport)으로 제작 후 박리해, 자성원자층인 2차원 삼황화린니켈을 추출했으며 155K 이하 온도에서 자성을 갖는 것을 확인하였다. 지금까지 자성원자층은 고가의 PLD(Pulse Laser Deposition) 장치를 이용해 산화물 박막형태로 제작됐으나, 산화물의 경우 원자의 치환이 힘들어 상용화할 수 있는 형태의 화합물로 응용이 어려웠다.

이번 연구로 니켈(Ni)을 다른 강자성 원소인 철(Fe), 코발트(Co) 등으로 치환해 다른 자성원자층을 구현할 수 있어, 다양한 기술적 응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박제근 부단장(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은 “반데르발스 물질의 자성원자층 구현에 최초로 성공해, 2차원 원자층의 자성현상 연구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며 “반데르발스 물질이 갖는 우수한 집적호환 특성을 살려, 그래핀 등과의 스핀전자소자 응용 가능성에 획기적 전환점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 (Scientific Reports, IF 5.578) 온라인 판에 2월 15일 게재됐다.




5. 한국인 신생아 유래 비피더스균, 음식 알레르기 저감에 탁월한 효과

▲ 비피더스균 KACC 91563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비피더스균 KACC 91563의 모습이다.

음식 알레르기를 겪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들은 달걀이나 땅콩, 우유 등 특정 음식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흔한 질환이지만 그 증상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약하게는 두드러기부터 복통과 설사, 심한 경우 호흡 곤란까지 겪을 수 있다. 음식 알레르기는 영유아의 약 7%에서 발생해, 많은 부모들이 걱정하는 질환이기도 하다.

음식 알레르기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기존에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음식을 피하는 것이 상책인 것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유산균을 이용한 치료가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유산균이 사람의 면역 체계에 영향을 미쳐 염증 반응과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유산균이 알레르기 반응을 낮추는 것은 아니므로, 알레르기 저감 효과가 있는 유산균을 찾고 그 효과를 검증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IBS 면역 미생물 공생 연구단(단장 찰스 서 Charles D. Surh)은 농촌 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과 공동연구를 통해, 한국인 신생아의 장에서 얻은 비피더스 유산균 ‘KACC 91563‘과 그로부터 분비되는 소포체 유래 단백질(Extracellular Solute Binding Protein, ESBP)이 음식 알레르기 반응을 낮추는 효과가 탁월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비피더스균 KACC 91563을 실험동물들에게 매일 먹이고 알레르기 반응을 관찰했다. 그 결과, 비피더스균을 먹인 실험동물들이 그렇지 않은 실험동물들에 비해 알레르기 반응인 설사 증상이 크게 완화되었다.

이 비피더스균이 알레르기 반응을 어떻게 완화시키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 소포체 유래 단백질 ESBP가 알레르기 저감 효과를 지닌 것으로 확인됐다. 효능은 ‘비만세포’수 조절에 있었다. 비만세포는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게 되면 그 수가 급격히 증가하며, 히스타민 등 물질들을 방출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세포다. ESBP를 실험동물에게 주사하면, 이 단백질이 비만세포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비만세포의 자살을 유도함으로써 그 수를 감소시켜 알레르기 증상을 완화함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음식 알레르기 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음식 알레르기 억제 효능이 입증된 비피더스균 KACC 91563은 알레르기 예방을 위한 유제품이나 생균제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비피더스균의 ESBP를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대량 생산한다면, 알레르기 치료제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내다보고 있다.

IBS 면역 미생물 공생 연구단 양보기 연구위원은 “기존에 연구된 유산균의 알레르기 저감 효과는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조절 T 세포의 증가를 통한 것으로 제한됐다. 체내 면역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비만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해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하는 기능은 비피더스균 KACC 91563에서 처음 발견된 것”이라며, “비만세포는 모든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는 세포이므로, 비피더스균 KACC 91563을 활용하면 음식 알레르기뿐만 아니라 다른 알레르기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알레르기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알레르기와 임상면역학회지(Journal of Allergy and Clinical Immunology, IF=11.476) 2월호에 게재되었다. 이번 연구에서 알레르기 저감 효과를 갖는 것으로 밝혀진 비피더스균 KACC 91563의 세포체 유래 단백질 ESBP는 특허출원을 완료했다.


6. 그래핀 핫전자 촉매센서 개발... 차세대 나노촉매 눈앞에

▲ 그래핀 핫전자 촉매센서와 수소, 산소를 이용해 물을 만드는 수소산화반응

2015년,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폭스바겐 스캔들’은 세계 자동차시장 1위 업체의 존립을 흔들 만큼 엄청난 여파를 가져왔다. 디젤 엔진의 배기가스 정화장치 조작으로 드러난 디젤 사기극은 선진국의 강도 높은 환경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폭스바겐의 속임수였다. 생산원가 절감을 위해 디젤엔진에서 많이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을 통상의 백금촉매 정화장치만으로 환원시켜 규제치에 맞추겠다는 무리수가 연비의 악화를 가져오자, 결국 배기가스 시험 때만 정화장치를 제대로 가동하게 만드는 편법까지 동원하게 된 것이었다. 아마도 가까운 미래에 차세대 나노촉매의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질소산화물을 보다 경제적, 효율적으로 분해하는 근본적 해결책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촉매는 화학반응에 관여하여 그 자체는 소모되거나 변화되지 않으면서, 반응속도를 빠르게 혹은 느리게 하는 물질로, 화학공업 전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촉매의 사용은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와 원유 정제, 플라스틱 합성 등과 같은 다양한 화학반응을 저비용으로 단시간에 가능케 한다. 따라서 촉매의 성능 개선은 고효율·저비용·친환경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촉매의 근본적인 작동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랜 기간 수많은 과학자들이 촉매의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진행해 왔다.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들을 종합해 볼 때, 촉매의 비밀을 풀 열쇠는 화학반응 시 촉매의 표면에서 발생하는 ‘핫전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핫전자는 촉매 표면의 자유전자가 화학반응 과정에서 외부의 에너지를 얻어 에너지준위가 높은 전자궤도로 옮아가 발생하는 것으로, 화학에너지의 일부가 전기에너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핫전자의 수명은 펨토초(1000조 분의 1초)로 매우 짧아, 이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고분해능 장비를 사용해야만 했다.

이에 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단장 유룡) 박정영 그룹리더(KAIST EEWS대학원 교수) 연구진은 ‘그래핀 핫전자 촉매센서’를 개발, 백금 나노촉매 표면에서 발생하는 핫전자를 실시간으로 계량 측정해 촉매 활성도를 파악하는데 성공하였다. 실제 촉매가 사용되는 환경과 유사한 실험환경에서 핫전자 관측 성공으로, 향후 성능이 우수한 촉매의 설계와 다양한 모양, 크기, 성분, 구조를 갖는 새로운 나노촉매 화학반응 메커니즘 파악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선행연구에서 금박을 입힌 금속박막-반도체 촉매센서를 사용해 세계 최초로 핫전자의 실시간 검출에 성공했던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는 이산화티타늄(TiO2) 박막 위에 그래핀을 입히고 그 위에 백금(Pt) 나노입자 촉매를 배열하는 방식으로 저비용의 ‘그래핀 핫전자 촉매센서’를 완성하였다. 금보다 전기적 특성이 뛰어난 그래핀으로 백금 촉매와의 에너지장벽을 낮춤으로써 핫전자 검출의 정밀도를 높인 것이다. 탄소원자 한 층으로 이루어진 그래핀은 두께가 0.2나노미터(nm, 10억 분의 1미터)로 굉장히 얇고, 매우 우수한 전기적·열적·화학적 특성을 갖춰, 실제 촉매반응이 일어나는 고온·고압 환경에서도 나노촉매 표면에서 발생한 핫전자를 검출할 수 있다.

연구진은 실제로 전류-전압 측정을 통해 그래핀 핫전자 촉매센서의 높은 내열‧내화학성을 확인하였으며, 센서 접촉면의 계면저항이 선행연구에 사용되었던 금속박막-반도체 촉매센서 대비 46% 낮아졌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실제 다양한 온도‧압력 조건에서 수소(H2)와 산소(O2)를 반응시켜 물(H2O)을 만드는 수소산화반응 실험을 진행, 그래핀 핫전자 촉매센서로 측정한 핫전자 방출값이 기체크로마토그래피로 측정한 촉매활성도 결과값과 동일한 경향을 보임을 확인하였다. 즉 온도와 수소분압에 따라 핫전자와 촉매활성도가 유사한 변화추이를 보임을 관측하고, 실험 도출값이 이론값과 일치함을 증명해낸 것이다. 이에 그래핀 핫전자 촉매센서는 향후 실제 공정에서 사용되는 촉매의 화학반응 메커니즘 연구는 물론, 고효율 차세대 촉매 개발을 위한 연구에 널리 활용될 전망이다.

박정영 그룹리더는“원자 한층으로 이루어진 그래핀을 이용하여 촉매반응에서 나오는 핫전자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었다”라며, “그래핀 핫전자 촉매센서는 기존의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어 핫전자와 촉매특성간 관계를 정량분석하는 데 충분해, 향후 고효율 차세대 나노촉매 물질 개발에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본 연구성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IF 13.592)에 2월 24일자로 온라인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