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BS를 움직이는 사람들
IBS 전략기획팀 배대웅 선임행정원
IBS의 비전을 아시나요?
"기초과학연구원(IBS)의 비전을 아시나요?
'기초과학 연구로 인류 행복과 사회 발전에 공헌'이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거 제가 만든 작품입니다."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몇몇 독자는 선거가 막 끝난 시점에서 이 글을 읽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뽑는 사람이 많고 후보자가 많은 만큼 여기저기 자신들의 공약과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한 표어가 넘쳐난다. 단 한 줄로 자신의 이미지와 공약 등을 나타내야 하는 만큼 이 표어를 만드는 데 각 후보 진영마다 최고의 두뇌들이 밤새 머리를 맞대고 있었으리라. 이러한 일은 비단 선거후보뿐 아니라 국가출연연구기관도 마찬가지다. 그것도 설립된 후 처음 만들어지는 비전은 말할 것도 없다.
2011년 설립된 기초과학연구원의 비전은 배대웅 선임행정원을 포함한 전략기획팀의 손에서 탄생했다. 물론 이 비전 문구도 뚝딱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기관의 정체성은 물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응축해야 하는 중요한 문구인 만큼 시행착오도 상당했다. 내부는 물론 외부 전문가들까지 자문을 받고, 나름대로 '기존의 경우처럼 과학을 통해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이나 국가경쟁력 강화에 복무한다는 의미에서 탈피한다'거나 '세계 00대 기관, 세계를 선도하는 기관, 글로벌 수준의 기관 등의 상투적인 표현도 지양하자'는 등의 원칙도 세워뒀다. 그렇게 해서 '자연의 질문에 진리로 답하는 과학자들의 공동체', '세계의 석학들이 모이는 자율‧개방‧창의의 연구 공동체', '과학의 힘으로 인류의 이상에 공헌하는 꿈의 연구원' 등이 후보가 되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그리고 계속되는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비전이 탄생한 것이다. 배 선임은 "간단한 한 줄이지만 정말 어렵게 탄생했다"면서 "탄생 과정의 고생에 비해 사람들이 비전을 잘 모른다. 더군다나 내가 만든지는 더더욱 모를 것."이라며 껄껄 웃었다. 들인 노력에 비해서는 아쉬움이 많고 서운하다고 토로한다.
전략, 정책 개발하려면 외부 상황에 밝아야
2012년 8월 입사해서 IBS의 중장기 발전 계획 수립 작업, 발전 5개년 계획 작업, 경영 전략 등을 구상하고 있는 배대웅 선임행정원은 올해 결혼을 앞둔 35세의 '당찬 젊은이'다. 사회학을 전공했으며 IBS에 입사하기 이전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에서도 중장기 전략기획 관련 업무를 진행했다. 이공계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출연연구원의 전략기획을 맡아 연구하는 것에 어려움은 없었을까? 어려움을 돌파한 비결을 묻자 "어려움 돌파는 아직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처음에는 저도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학교 다닐 때 가장 못했던 과목이 수학, 과학 같은 분야였거든요.
개인적으로도 제가 이런 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자체가 신기합니다."
하지만 출연연의 전략, 정책을 만드는 분야는 굳이 이공계라고 해서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배 선임의 주장이다. 순수학문을 전공했고 얼핏 보면 상관없는 전공이라 생각될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전략, 기획, 계획을 만들려면 기관 내부만이 아니라 외부, 즉 좁게는 정책 환경, 넓게는 트랜드 등에 밝아야 한다"며 "그래야 우리가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가를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거기다 대부분의 결과물 표현이 글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인문 사회적인 바탕이 조금 더 유리하다고 말한다.
"IBS는 스케일이 큰 만큼 미션도 큽니다. 그런 부분이 더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장점이기도 하죠. 물론 공부해야 하는 부분이 수도 없지만요."
초기 멤버로 자부심과 보람 느낀다

▲ IBS 전략기획팀 배대웅 선임행정원
배대웅 선임은 얼마 전 신문에서 읽은 포항제철 설립 스토리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포항제철도 아무것도 없는 땅에서 다들 안 된다고 했던 꿈을 이루어 낸 사례잖아요. 이제는 우리나라 산업화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부분이 되어 있고요."
IBS도 많은 부분 비슷하다는 의견이다. IBS도 이제 막 시작하는 기관이며 아직 사람들이 잘 모르는 기관이다. 선장이 부재 중인 거대 선박에 많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배 선임은 시대의 요청에 따라 설립된 IBS를 자신의 손으로 조금씩 다듬어가고 있다고 자부하며 희열마저 느끼고 있다고 자랑한다. 그는 "훗날 IBS가 대한민국 과학계의 중요한 역사의 일부분으로 남게 된다면 초창기 직원으로서 매우 뿌듯할 것"이라 힘주어 말하며 "초창기 직원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IBS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모델이다 보니 이상과 현실이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은 것을 우려했다. 해외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만든 기관이다 보니 한국 실정과 맞지 않는 부분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기관의 전략, 계획 등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층에 있는 의견, 관점 등의 목소리를 일관성 있게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배 선임의 생각이다. 그러므로 설립취지와 철학, 비전 등을 밑바탕으로 하되 현실적인 고민을 녹이고 내부 직원들이 지향하는 바와 나아가서는 국내 과학계에서 IBS에 바라는 점 등을 종합해서 현실적 맥락으로 기관 전략을 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배대웅 선임은 보기보다 섬세하고 조용한 성격으로 원내에서도 관계자들을 제외하곤 인지도가 높은 편이 아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이 좀 알아봤으면 하는 바람도 은근히 내비칠 정도. 취미도 활동적인 것보다는 음악 감상, 해외 드라마 시청, 야구경기 관람 등 정적인 것들을 주로 즐기는 타입이다. 아무래도 이런 성격 덕분에 연구원의 전략을 기획하고 작성하는 업무가 잘 맞는 것은 아닐까. 부디 그의 노력이 제대로 결실을 맺어 그가 말하듯 나이가 들어 연구원을 떠날 때 뿌듯함과 자부심을 담뿍 담아갈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