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일 원자의 스핀 제어로 새로운 양자컴퓨터 플랫폼을 만들어간다 단일 원자의 스핀 제어로 새로운 양자컴퓨터 플랫폼을 만들어간다 단일 원자의 스핀 제어로 새로운 양자컴퓨터 플랫폼을 만들어간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극미소(極微小)’의 세계에는 우리가 사는 거시 세계와 다른 물리 법칙이 작용한다. 양자 중첩, 양자 얽힘 현상이 대표적이다. 이 현상을 이용한 ‘양자 컴퓨터’가 상용화 되면 현재의 컴퓨터가 처리하지 못하는 방대한 양의 계산을 눈깜짝할 사이에 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상용 컴퓨터의 기본 계산 단위인 비트(Bit)는 0 또는 1의 상태만 표현할 수 있지만 양자 컴퓨터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Qubit)는 0과 1의 상태가 중첩되어 있기 때문이다.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은 지난 5월 단일 원자의 전자 스핀을 이용해 큐비트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새로운 방식의 큐비트로 양자 컴퓨터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이 나온다. 이번 연구를 이끈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 박수현 연구위원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2006년 서울대 물리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후 서울대학교 산화물전자공학연구단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산화물 표면과 초기 성장에 대해 연구했고요. 2010년부터 5년간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자기나노구조 연구를 했습니다. 이때의 연구 주제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한국에 돌아온 후 2017년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 초기 설립 과정에서 여러 가지 역할을 했습니다. 양자나노과학연구단이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기 전인 2019년부터 2020년까지는 미국 산호세에 위치한 IBM 연구소에서 원자 사슬 구조의 자기적 성질, 고주파 신호를 이용한 단원자 스핀의 양자상태 제어 등을 연구했고요. 당시에 얻었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현재 양자나노과학연구단에서는 주사터널링현미경(STM)과 전자스핀공명(ESR)을 이용해 고체 물질 표면과 나노 구조의 양자역학적 성질을 원자분해능(atomic resolution)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소속 연구단인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은 2017년 1월에 설립돼 현재 약 35명의 연구 인력과 10여명의 행정 및 기술 지원 인력이 서로 도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연구단에서는 고체 표면 위에 놓인 단일 원자 및 분자의 양자역학적 성질을 연구합니다. 그리고 알아낸 물리적, 화학적 성질을 원자 및 분자들로 만든 나노구조에 적용해 양자 정보•계산•센서 분야 등에서의 응용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연구 방법은 양자역학적 현상을 이용하는 STM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STM을 이용해 개별 원자나 분자, 또는 이들을 이용해서 만든 인위적인 구조에 대한 전자기적 상태를 제어하고 측정합니다. 저는 현재 양자나노과학연구단에서 ‘원자 스케일 전자스핀큐비트’ 프로젝트를 맡아 연구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연구자 생활을 하다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귀국을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요? 단순히 이야기하자면 대학원 생활까지 한국에서 했기 때문에 기회가 있다면 고국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고요.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약 5년간 나노 자석의 원자분해능 연구를 했는데, 해당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이 당시만해도 한국에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경험을 가지고 한국에 돌아와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양자나노과학연구단의 핵심 연구 성과를 소개해주세요. 지금까지의 핵심 연구성과로는 먼저 STM과 ESR 기술을 결합해 2018년에 고체 표면 위 단일 원자의 핵스핀을 상태를 측정하는데 성공한 건이 있습니다. 2019년에는 마이크로파 펄스를 표면 위 단일 원자(티타늄)에 순간적으로 가해 전자 스핀 상태를 제어하고 측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올해 5월에는 표면 위 단일 원자 스핀의 큐비트 제어에도 성공했습니다. 이어서 여러 큐비트를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멀티 큐비트 시스템도 구현했습니다. 이 세 연구 결과가 모두 사이언스지에 게재됐습니다. 올해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전자스핀 큐비트 논문 내용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이번 연구에서는 산화마그네슘으로 만든 얇은 절연체 표면 위에 놓인 여러 개의 티타늄 원자들로 구조를 만들고 이를 복수 큐비트 플랫폼으로 구현했습니다. 양자 컴퓨터를 이루는 큐비트를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낸 것으로 향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구는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졌나요. 연구팀은 먼저 STM의 탐침을 이용해 각 원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조작해 여러 원자 스핀들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복수 티타늄 원자 구조를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이후에는 센서 역할을 할 티타늄 원자에 탐침을 두고 원격제어 방식을 적용해 센서 및 원거리에 놓인 여러 티타늄 원자들을 하나의 탐침으로 동시에 제어‧측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각 티타늄 원자가 개별 큐비트의 역할을 하고 양자역학 법칙에 의해 서로 상호 작용하게 되는데, 이를 이용해 양자정보처리에 핵심적인 기본 연산인 'CNOT'와 'Toffoli' 게이트를 구현했습니다. 원자 스케일 스핀 큐비트는 상용화된 큐비트들과 다른 형태인데, 완전히 새로운 큐비트 개발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상용화 측면에서 현재 ‘초전도접합큐비트’와 ‘이온트랩큐비트’가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양자 컴퓨터 분야의 발전 정도가 실용화 단계까지 갔을 때 누가 승자가 될지 아직 알 수 없는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직 연구실 연구 단계이기 때문에 전 세계의 연구 그룹들이 각자 최고의 전문성을 가진 연구 방법을 기반으로 큐비트 플랫폼을 개발하고 발전시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 연구단은 STM을 이용한 개별 원자, 분자의 조작과 측정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전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개별 원자, 분자의 스핀을 이용한 큐비트 플랫폼을 구현하게 된 것입니다. 원자 스케일 스핀 큐비트가 다른 큐비트와 비교했을 때 가지는 장점은 무엇인가요. 원자 스케일 스핀 큐비트는 원자 하나 하나의 스핀을 이용하고, 개별 원자의 위치를 조작해서 여러 원자 스핀을 원하는 모양으로 배치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큐비트 간 정보 교환을 원자 단위에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 있지요. 또 큐비트 한 개가 차지하는 공간이 1나노제곱미터에 불과해 다른 종류의 큐비트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습니다. 앞으로 기술이 더 발전하면 큐비트의 집적도를 높이는데 있어 독보적입니다. 연구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STM을 이용한 실험 방법의 구조적 한계에서 오는 어려움이 가장 컸습니다. STM은 끝이 원자 하나로 된 탐침을 이용해 표면 위 원자의 위치를 조작하고, 원자분해능으로 신호를 측정하는 기구입니다. 지금까지는 탐침과 매우 가까운 원자스핀만 직접 제어 및 측정이 가능했지요. 하지만 큐비트를 만들려면 여러 원자들을 개별적으로 제어하고 측정해야 합니다. 이번 연구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중요한 진보는 탐침으로부터 거리가 먼 큐비트를 제어하고 측정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이를 여러 큐비트 구조에 적용한 것입니다. 일명 ‘원격 큐비트’ 개발에 성공한 것이죠. 논문이 게재된 후 학계에서는 어떤 반향이 있었나요. 이번 연구는 양자 컴퓨터 분야와 STM 으로 원자, 분자를 연구하는 분야 양쪽의 연구자들이 모두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이었습니다. STM을 이용한 연구를 하는 분들은 원자 스케일에서 새로운 양자 정보 플랫폼을 만들었다는 것을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STM 기술을 보다 고도화한 예이고, 적용 분야를 넓히는 셈이거든요. 양자 컴퓨터 분야를 먼저 연구하고 있던 분들에게는 아직은 ‘새로운 시도’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습니다. 다른 큐비트 플랫폼들이 이미 앞서 달려가고 있기 때문에 원자 스케일 스핀 큐비트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죠. 원자 스케일 스핀 큐비트의 상용화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이시는지요? 상용화까지 이어지려면 소자의 신뢰도와 집적도에 대한 축적된 연구가 필요한데 이제 막 시작한 단계인 우리 양자플랫폼의 미래를 예측하기는 조심스럽습니다. 컴퓨터를 만들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당연히 큐비트가 엄청나게 많아야 하는데 현재 우리 연구단이 구현에 성공한 큐비트의 개수는 3개에 그칩니다. 또 큐비트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정보처리와 저장에 있어서의 신뢰도 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어떤 정보를 저장한 후 나중에 확인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럼 이 정보가 처음 저장한 상태와 동일한 것인지, 여전히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겠지요. 정보를 얼마나 정확히 처리하고, 오래 저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후속 연구도 필요합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오래 연구된 기존 양자플랫폼들에서 확립된 집적도와 신뢰도를 주로 결정하는 물리적,화학적 특성들을 고려해 우리 플랫폼의 연구 방향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후속 연구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앞서 언급했듯 큐비트의 수를 늘리는 것, 그리고 여러 양자연산 게이트를 연속 수행하는데 필요한 충분히 긴 연산 시간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소개한 복수 큐비트 구조와 제어 방식으로는 최대 5~6 큐비트를 연결하고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현재 가장 앞서나가는 초전도물질 큐비트나 이온트랩 큐비트가 100 큐비트 이상 집적된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해 보이지만, 연구 시간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물질계에서 양자플랫폼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초전도물질과 이온트랩을 제외하면 동시에 제어•측정이 가능한 큐비트의 수가 수 개를 넘지 못하고 있어서 전체 양자플랫폼 연구와 대비해 생각해보면 우리 연구가 그리 뒤쳐져있는 것도 아닙니다. 향후 연구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앞으로는 5~6 큐비트 시스템을 만들어 먼저 이론적으로 제안된 여러 기초적인 양자연산 알고리즘을 적용해 볼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원자 스케일 스핀 큐비트의 실용성과 미래를 예측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향후에는 큐비트들 간의 연결 방식과 측정 방식을 더욱 개량하고 보완해서 10 큐비트 이상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연구가 필요하겠지요.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도 이어져야 하고요. 향후 연구에 필요한 지원이 있다면 어떤 것일지요? 어떤 새로운 개념이나 발상이 연구의 대상이 된 후 상용화 되기까지는 대략 다음의 세 단계를 거칩니다. 1)실험실 연구 2)기초과학•기술응용 분야 전문가들 협동을 통한 실용성 연구 3) 기업체에서의 상용화 연구 라고 할 수 있지요. 우리 연구단과 같은 연구 기관이 맡고 있는 실험실 연구 단계는 아직 잘 모르는 대상의 성질을 알아내고 이전에 없던 방법을 정립하는 과정입니다. 당연히 수많은 새로운 시도가 실패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얻은 지식이 계속 더해져서 점점 더 좋은 아이디어에 대한 시험을 하다가 매우 쓸모 있는 대상과 방법을 찾게 되는 것이거든요. 때문에 장기간의 지속적인 관심과 따뜻한 시선이 필요합니다. 현재 양자정보과학 선진국들에서 초전도물질 및 이온트랩 기반 양자플랫폼에 대해 지난 30여 년간 꾸준히 지원했던 것처럼, 성과가 있을 때 뿐 아니라 새로운 시도와 실패가 반복되는 때에도 지속적인 관심이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2024.01.23
  • 우주에 대한 존재론적 탐구...지구상에 없던 희귀핵 찾는 '개척자’ 우주에 대한 존재론적 탐구...지구상에 없던 희귀핵 찾는 '개척자’ 우주에 대한 존재론적 탐구...지구상에 없던 희귀핵 찾는 '개척자’ 우주의 근원을 찾고자 시공간을 넘나드는 과학자가 있다. 지구에 없던 원소를 젭토초(10해분의 1초)라는 찰나의 순간 동안 관찰하고, 140억년에 달하는 우주의 근원을 탐구하는 핵물리 연구자다. 그는 자신의 연구를 ‘보잘것없는 인간이 우주와 자연의 경이로움에 도전하는 지난한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황종원 기초과학연구원(IBS) 희귀핵연구단 연구원은 "핵물리 연구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원자핵을 보면서도 거대한 우주의 근원을 찾는다"며 "시간적으로도 핵물리 실험에선 젭토초처럼 가장 짧은 순간부터 수백억년 전 태동한 우주라는 가장 오래된 시간을 탐구한다"고 밝혔다. 황 연구원은 지난 8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도쿄공업대 연구진과 공동연구한 '산소-28' 논문을 발표했다. 산소-28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불안정한 희귀핵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산소는 대부분 산소-16으로 안정한 상태다. 원소는 물질을 이루는 기본 성분으로 원자라고 부른다. 원자는 핵과 전자로 이뤄져 있고, 이중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된다. 양성자와 중성자의 개수에 따라 원자핵의 종류가 결정되는데, 황 연구원은 이러한 핵의 성질과 그 기반에 있는 양성자와 중성자 간 상호작용 원리 등을 연구하고 있다. 산소-16은 양성자와 중성자가 8개씩 존재하지만, 산소-28은 양성자 8개, 중성자 20개를 지닌다. 양성자 수는 같지만 중성자 수가 다른 '쌍둥이 원소'인데 이를 동위원소라고 부른다. 원자핵에서 양성자나 중성자가 2, 8, 20, 28, 50, 82, 126과 같이 특별히 안정되는 개수를 '마법의 수'라고 부른다. 안정적 상태지만 그 이유는 알 수 없으니 '마법'이라고 부른 것이다. 산소-28은 그동안 존재할 수 있는 한계치, 끝에 있는 동위원소로 여겨졌다.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동위원소는 인공적으로 만들어도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실험 자체가 어려웠다. 하지만 황 연구원과 공동 연구팀은 RIKEN의 중이온가속기, ‘방사성동위원소 빔 생성시설’(RIBF)을 이용해 산소-28을 세계 최초로 관측하고 그것이 마법의 수를 지닌 핵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현재 황 연구원은 지르코늄-80에 대한 연구 등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원자핵을 찾는 개척 연구 중이다. 아래는 황 연구원과의 일문일답.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울과학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물리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고등학교 때 해외 연구소 탐방을 하면서 일본 고에너지가속기연구소(KEK)를 봤습니다. 그때 거대한 시설에서 연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재밌겠다' '나도 해보고 싶다' '우주의 기원을 탐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대학원에 들어갔을 때 IBS 중이온가속기(RAON) 건설 계획이 나왔고 자연스럽게 핵물리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당시 서울대 대학원에서 월드클래스유니버시티(WCU) 프로젝트를 통해 사토 요시테루 교수님을 모셔 왔고 이분 밑에서 희귀핵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일본의 SAMURAI(다중입자 측정 실험 장치)를 이용해 산소-28을 비롯한 다양한 희귀핵을 실험했고 그 데이터를 활용해 논문을 쓰고 졸업했습니다. 2017년 5월부터 도쿄대 산하 핵과학연구센터(CNS)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3년을 보내고 2020년 4월 IBS에 들어와 후속연구를 수행 중입니다. 소속 연구단인 IBS 희귀핵연구단은 어떤 곳인가요. 우선 기초과학은 자연이 왜 이렇게 생겼는지, 우주가 왜 이런 구조이고 물질이 어떤 식으로 존재하는지 일종의 존재론적 탐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희귀핵 연구는 주로 원소의 기원을 찾아갑니다. 인류는 모든 원소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정확히 모릅니다. 특히 철부터 우라늄과 같은 무거운 핵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지 못합니다. 원소들의 생성 과정에 희귀핵이 큰 연관이 있고, 희귀핵 연구를 통해 우주에서 원소들이 어떻게 생성되는지 조금 더 잘 파악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양성자·중성자 포획과정과 같은 천체물리학적으로 중요한 핵반응에 대한 실험을 수행하고, 원자핵이 존재할 수 있는 한계선인 양성자·중성자 드립라인(Dripline), 새로운 마법수 등의 핵구조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황 연구원님 중점 연구 분야가 궁금합니다. 산소-28과 같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불안정한 희귀핵연구가 대표적입니다. 산소-28은 양성자 8개와 중성자 20개로 이뤄져 있습니다. 자연에 존재하는 산소-16에 비해 중성자를 12개 더 가지고 있어 불안정합니다. 최근에는 지르코늄-80 연구도 수행 중입니다. 지르코늄-80은 중성자가 아니라 양성자가 더 많습니다. 산소-28과 반대 구조의 동위원소 성질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산소-28이나 지르코늄-80과 같은 동위원소 연구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물질의 성질을 나타내는 기본 단위는 원자입니다. 원자는 핵과 전자로 이뤄져 있습니다. 저희가 초점을 맞추는 원자핵은 물리학적으로 원자 질량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돼 있고, 세상의 모든 종류의 원자핵은 두 입자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서로 다른 성질을 나타냅니다. 두 입자들의 조합이 세상의 다양성을 창조하는데 일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핵물리 연구는 이들 입자 간의 상호작용을 탐구합니다. 상호작용이 빚어내는 다양한 현상들을 파악해서 안정하거나 불안정한 원자핵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산소-28 연구 성과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드립니다. 존재 한계 너머에 있는 원자핵의 특성을 밝혔다는 게 의미가 큽니다. 원자핵은 양성자나 중성자가 특정한 개수를 만족하면 안정적인 특성을 나타내곤 합니다. 원자핵에서 양성자나 중성자가 2, 8, 20, 28, 50, 82, 126과 같이 특별히 안정되는 개수를 '마법의 수'라고 부릅니다. 안정적 상태인데 그 이유는 알 수 없으니 마법이라고 불렀던 겁니다. 산소-28은 양성자 8개와 중성자 20개로 이뤄졌고, 이 때문에 마법의 수를 두 개나 가진 유력한 핵 후보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RIKEN의 RIBF를 이용해 산소-28을 세계 최초로 관측하고 중성자 측 마법의 수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원자핵 존재 한계 너머에 있는 매우 희귀한 동위원소 성질을 실험적으로 밝혀냈다는 의미입니다. 일종의 극한환경에 대한 원자핵의 성질을 규명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산소-28을 만드는 과정도 쉽지 않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존재 한계선 밖에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산소-28은, 양자적 공명 상태로서 10의 21승분의 1초인 젭토초 정도 존재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가속기를 통해 생성된 빔을 표적에 충돌시켜 원자핵으로부터 핵 일부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산소-28을 생성했습니다. 간략히 설명하면 칼슘-48 → 플루오린-29 → 산소-28로 가는 과정을 통해 산소-28의 성질을 관측했습니다. 과학자들이 예측한 마법은 없었습니다. 대다수 안정적 원자핵과 달리 극한 영역에 있는 원자핵의 성질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산소-28과 같이 극도로 불안정한 원자핵 실험 데이터는 양성자와 중성자 간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토대가 될 것입니다. 이번 기초연구가 응용될 수 있을까요. 기초과학의 가장 큰 의의는 인류가 가진 지평을 넓히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과학기술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저는 과학과 기술은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 중의 하나이고, 특히 기초과학은 인문학이나 예술과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인문학이나 예술의 발전이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는 아니지만, 인류의 정신적인 풍요와 문화적인 번영에 기여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기초과학도 지식의 지평을 넓힘으로써 인류 문화 발전에 기여한다고 생각합니다. 응용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 당장은 모르겠지만 100년, 1000년 후 실질적으로 인류에 도움이 되는 공학 기술 발전의 토대가 될 수 있습니다. 100년 전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것처럼, 공학기술이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응용할 수 있는 분야는 많아지리라 여겨집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연구를 하다 보면 힘들지는 않으신가요. 핵물리 실험을 하면서 제가 생각보다 잘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핵물리 실험에서는 검출기를 직접 설계하고 제작을 하기도 합니다. 직접 도면을 그리거나 회로를 설계하고, 검출기에서 나오는 전기적 신호를 컴퓨터가 읽을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도 해야 합니다. 다양한 지식들이 많이 필요한데 제가 학부 때 프로그래밍을 부전공했고 어렸을 때부터 전자제품을 분해해보는 등의 다양한 경험을 좋아했습니다. 핵물리 분야에서는 연구 책임자가 실험 전체를 설계하고 실험에 필요한 다양한 것들을 숙지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보니 핵물리 연구가 더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연구하는 과정이나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근 RAON 빔을 통해 실험적으로 희귀핵종을 만들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우리나라도 이걸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세계적으로 역량을 쌓는 시간은 더 걸리겠지만, 뿌듯하면서 즐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연구는 가속기를 이용해 핵폐기물을 재처리하는 연구가 있습니다. 원자로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이 있는데 가속기를 활용해서 다른 원소로 바꿔주면 처리가 용이해집니다. 그런 컨셉을 가지고 연구하고 논문을 쓰고 있습니다. 일종의 연금술과도 같은데 연내 논문 작성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황 연구원님 어린시절은 어땠나요. 초등학교 때부터 과학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어렸을 때 과학책을 많이 접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이웃집 아주머니께서 본인 아들이 다 컸다고 집에 있던 과학잡지 뉴턴 2~3년치를 저희 집에 주셨습니다. 워낙 신기한 내용들이 많았고 잡지 자체가 컬러풀해서 많이 읽었습니다. 그때부터 과학책 읽기를 좋아했고, 이것저것 만드는 걸 좋아하면서 호기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근원을 좇으면서 결국 자연이나 우주의 기원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물리학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연구 커리어 중에 일본에서 3년간 박사후연구원을 지내셨는데 국제협력 필요성을 체감하셨나요. 국제협력을 하면서 연구시설의 중요성을 많이 체감했습니다. 핵물리 실험은 중이온가속기 같은 거대 연구시설이 필수적입니다. 우리나라도 RAON이 완공돼서 이용자에게 개방을 앞두고 있지만, 이전에는 실험시설이 전무했고 주로 해외에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대학원에서 연구를 수행할 때도 일부 제약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국내에도 가속기가 들어서는 만큼 그동안 쌓아왔던 네트워크를 통해 여러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싶습니다. ‘황 연구원님에게 핵물리학이란’ 이 질문에 대답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제가 핵물리, 혹은 기초과학을 좋아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자연과 우주에 대한 경이로움, 그리고 그에 비해 작고 보잘것없으나 그것을 탐구하려는 인간이 가지는 가능성입니다. 핵물리는 다양한 스케일을 다룹니다. 핵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우주와 연관돼 있습니다. 초신성 폭발이나 별의 진화는 결국 핵의 반응, 혹은 원소의 생성과 연관이 돼 있습니다. 시간적으로도 우주의 나이는 백억 년이 넘지만, 실험에선 나노초, 마이크로초처럼 가장 작은 스케일을 다룹니다. 이런 연구를 하다보면 우주와 자연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시공의 유한함을 지닌 인간이 호기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구 외적인 생활은 어떠신가요. 악기 중에 비올라를 다룹니다. 연구를 하다보면 방향성을 잡는 게 쉽지 않습니다. 하나의 연구 논문을 쓰고 나면 다른 주제를 찾아야 하는데 어떻게 찾을지 고민이고, 커리어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합니다. 악기를 연주하면서 그런 상념을 조금 덜어내는 것 같습니다. 악기 말고는 주로 독서를 합니다. 기초과학 분야에 처음 입문하는 분들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창백한 푸른 점을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리처드 파인먼의 물리학 강의도 물리학을 바라보는 관점에 도움이 됩니다. 기초과학 이야기지만 굉장히 철학적인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나중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성실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기초과학 분야 업적은 사실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연구 업적이 세간의 인정을 받는 것은 연구자의 영역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분야에서 성실하게 꾸준하게 연구를 해왔고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람으로 각인되고 싶습니다. 동료들에게도 같이 연구하는 것이 즐거웠던 기억되고 싶습니다. 향후 개척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초과학연구원의 차세대연구리더(YSF)를 통해 지르코늄-80에 대한 연구를 수행 중입니다. 최대 3년간 9억원을 지원받는데, 원자핵 형태 공존에 대한 연구를 실험적으로 검증해 보고 싶습니다. 더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고 싶습니다. 일본 연구진이 2016년 새로 발견한 원소에 니호늄(Nh·주기율표 113번째)이란 이름을 붙인 것처럼 원소를 찾아내는 연구에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주도하지 않더라고 언젠가 원소를 찾아내는 연구를 함께 하고 싶습니다. 2024.01.03
  • 50년 묵은 난제를 해결한 한국의 젊은 수학자 50년 묵은 난제를 해결한 한국의 젊은 수학자 50년 묵은 난제를 해결한 한국의 젊은 수학자 1972년 한 다과회에서 수학자 에르되시 팔은 동료 라슬로 로바스, 밴스 파버와 수학 문제 하나를 떠올렸다. 그래프이론과 관련된 간단한 명제였다. 세 수학자는 쉽게 증명해 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이 문제는 수십 년 동안 풀리지 않았고, 그렇게 영원한 수학계 난제로 남는 듯했다. 50여 년이 흐른 2021년, 마침내 문제가 풀렸다. 수많은 수학자가 골머리를 앓았지만, 애석하게도 풀리지 않던 수학계 묵은 난제는 젊은 한국 수학자의 손에서 해결됐다. 박사학위를 받은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이뤄낸 놀라운 성과였다. 문제를 제시한 수학자 라슬로 로바스는 미국 수학과학 전문잡지 ‘콴타’를 통해 “아름다운 작품과 같다”며 “연구의 진전을 보게 돼서 기쁘다”고 밝혔다. 문제를 해결한 주인공은 강동엽 IBS 극단 조합 및 확률 그룹 차세대 연구리더(Young Scientist Fellow, YSF)다. 강 연구리더는 올해 6월, YSF로 IBS 극단 조합 및 확률 그룹에 합류했다. Young Scientist Fellowship은 는 IBS 차세대 연구리더 육성 프로그램으로, IBS가 젊은 수학자와 과학자들의 우수한 연구 성과 창출을 목표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10월, 강 연구리더는 그간의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2023년도 대한수학회 상산젊은수학자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상은 박사 학위를 받은 지 5년 이내의 젊은 수학자 중 수학 분야에 업적이 뛰어난 사람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매년 세 명이 선정된다. 50년 난제를 해결한 젊은 수학자 강동엽 연구리더를 만나 연구 배경에 대해 들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강동엽 IBS 극단 조합 및 확률 그룹 차세대 연구리더입니다. KAIST에서 전산학과 수학을 전공하고, 2020년 KAIST 수리과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지도교수님은 현재 같은 연구단에 있는 엄상일 IBS 이산수학 그룹 CI입니다. 박사학위를 받은 뒤에는 영국 버밍엄대학교에서 3년 동안 박사후연구원으로 있었고, 현재는 IBS 극단 조합 및 확률 그룹에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소속 연구단인 극단 조합 및 확률 그룹은 어떤 곳인가요? 홍 리우 IBS 극단 및 확률 조합 그룹 CI가 이끄는 연구그룹으로 2022년 3월 출범했습니다. 수리 및 계산 과학 연구단에 설립된 네 번째 연구그룹이죠. 극단 조합 및 확률 그룹에서는 극단 조합론, 확률론적 조합론, 이산 기하학 등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강 연구리더는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시나요? 극단 조합론과 확률론적 조합론을 연구하고 있어요. 극단 조합론은 제약 조건이 있는 상황에서 조합적 매개변수의 최적값을 찾는 분야입니다. 확률론적 조합론에서는 특정한 조합적 구조와 연계된 확률 공간을 연구합니다. 언뜻 관련 없어 보이지만, 두 분야는 상호보완적인 관계입니다. 예를 들어 극단 조합론에서 쓰는 방법론을 확률론적 조합론에 적용하는 식이죠. 이 분야가 진지하게 연구된 지는 약 100년 정도 됐습니다. 대수학, 정수론과 같은 고전적인 수학 분야보다는 최근 연구 분야죠. 컴퓨터가 발달하면서 연구가 활발해졌어요. 실생활 문제를 컴퓨터로 해결할 때, 수학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연구 분야가 실생활에도 관련이 있다고요? 내비게이션을 이용해 최적의 경로를 탐색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저희 연구 분야에서 주로 다루는 대상 중 하나가 그래프인데요, 그래프는 ‘꼭짓점(node)’과 그 사이를 잇는 ‘간선(edge)’으로 이뤄진 구조를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네트워크라고 말하는 것이죠. 내비게이션의 경우 지점은 점으로, 도로는 간선으로 표현해 알고리즘 문제로 바꾸는 것이죠. 구조적 그래프 이론은 특정 성질을 갖는 그래프의 알고리즘 문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확률론적 조합론은 무작위 알고리즘의 설계와 관련이 깊고요. 그래서 SNS 친구 추천, 포털사이트의 검색 등의 알고리즘을 설계할 때도 이런 수학 이론이 이용됩니다. 2021년 ‘콴타 매거진’에 강 연구리더의 연구가 소개됐습니다. ‘에르되시-파버-로바스 추측’을 유한개의 경우를 제외하고 증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선형 하이퍼그래프가 N개의 꼭짓점을 가지면, 그 하이퍼그래프의 겹치는 간선들을 다른 색을 가지게끔 칠하는 데 필요한 색의 개수는 N 이하다’라는 명제입니다. 여기서 하이퍼그래프는 수학적으로 각 간선이 2개 이상의 꼭짓점을 포함할 수 있게 허용한 그래프입니다. 수학에서는 비교적 간단한 명제이기 때문에 쉽게 해결될 거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50여 년 동안 풀리지 않은 난제가 됐죠. 연구 주제는 보통 어떻게 선택하나요? 저는 즉흥적으로 연구 주제를 선택하는 편입니다. 그게 잘 맞기도 하고요. 보통 연구 주제를 선택하면 오랜 시간 지속해야 하니 주제에 충분히 매력을 느끼고 흥미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주로 워크숍에 가서 소개된 문제에 관심을 갖기도 하고, 공동 연구자들에게 제안이 오기도 해요. 제가 먼저 제안할 때도 있고요. 그럼 ‘에르되시-파버-로바스 추측’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영국 버밍엄대 박사후연구원으로 있을 때였어요. 다니엘라 쿤 교수님과 데릭 오스투스 교수님이 멘토였는데요, 어느 날 두 분이 이 문제를 시도해 보자고 제안하셨어요. 사실 뜬금없었죠. 워낙 긴 시간 해결되지 않은 난제였으니 농담하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진심이었죠.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걱정했던 것만큼의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처음 교수님들은 한 논문 결과를 이용하면 된다고 생각하셨어요. 막상 문제를 풀려고 보니 교수님들께서 착각하셨던 것이었죠. 사실 이런 일은 수학자들에게 흔한 일이에요. 우연은 여기서 시작됐어요. 당시 저와 버밍엄대 동료들이 연구하던 문제가 있었는데요, 아이러니하게 그 문제에 이용한 아이디어가 에르되시-파버-로바스 추측에 적용됐어요. 마침 팀에 그래프 이론의 채색 문제를 연구하던 연구원도 있었죠. 우연의 연속으로 좋은 팀이 만들어져, 추측을 반년 만에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50년 된 난제를 반년 만에 해결했다고요? 제 연구경력에서도 손에 꼽히는 일이었어요. 수학 문제를 해결할 때 중간에 막히는 일은 빈번하죠. 막힌 부분을 해결하는 데는 일주일, 길게는 수십 개월이 걸리기도 하죠. 그런데 이번 연구는 유독 순탄하게 진행됐어요. 중간에 막혀도, 며칠 만에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오죽하면 멘토이신 교수님들도 “마법 같다”고 말하실 정도였어요. 이번 연구결과는 분야에서 어떤 의미가 있나요? 이번에 저와 동료들이 해결한 문제는 선형 하이퍼그래프 채색에 관한 추측 중 가장 간단한 예시 중 하나예요. 그래프 채색에 관한 브룩스(Brooks)의 정리나 비징(Vizing)의 정리와는 달리, 이제껏 선형 하이퍼그래프 채색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정확한 결과가 나온 경우가 거의 없어요. 보통 근사적인 결과를 얻어 끝내곤 하죠. 근사치가 아닌 정확한 결과값을 냈다는 데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저는 제 연구 분야에서 다뤄지는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목표가 있는데, 이번 연구결과가 그 여정의 교두보라고 생각됩니다. 연구성과 덕분일까요? 최근에는 상산젊은수학자로 선정되셨습니다.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기뻤어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동시에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어요. 역대 수상자 목록을 보니 쟁쟁한 수학자들이 많았거든요. 제겐 과분한 상이 아닌가 싶기도 했죠. 조금 부담도 됐지만, 연구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연구에 더욱 매진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원래 꿈은 수학자가 아닌, 프로그래머였다고요? 어릴 적부터 프로그래머가 꿈이었어요. 중・고등학생 때 정보올림피아드(청소년 컴퓨터 프로그래밍 대회)를 참여했을 정도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좋아했어요. 당연히 대학도 컴퓨터과학을 다루는 전산학부 진학만을 생각했죠. KAIST 전산학부에 입학한 뒤에는 1학년 때 2학년 수업을 미리 다 들을 정도였어요. 정작 2학년 때 들을 수업이 없었죠. 그러다 친구 따라 수학과 수업을 들었어요. 엄밀한 수학을 다루는 ‘해석학’ 과목이었어요. 저는 프로그래밍 중에서도 알고리즘 설계에 관심이 있었는데, 이게 넓게 보면 수학이에요. 그래서 엄밀한 수학을 공부하면 알고리즘 설계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죠. 이후 완전한 수학자로 진로를 바꾸셨어요. 전산학과는 크게 컴퓨터과학과 컴퓨터 엔지니어링으로 나뉘어요. 저는 이론에 초점을 둔 컴퓨터과학에 관심이 있었죠. 알고리즘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싶었는데, 이를 위해서 결국 수학을 더 공부해야 했습니다. 컴퓨터 알고리즘에서는 그래프 알고리즘을 다루는데, 이 그래프는 수학에서 연구하는 대상이니까요. KAIST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영국 버밍엄대로 가셨습니다. 김재훈 KAIST 수리과학과 교수님 영향이 있었어요. 제가 KAIST 석사과정 당시 박사후연구원들이 주최한 워크숍에서 김 교수님을 처음 뵀어요. 김 교수님은 곧 영국 버밍엄대로 박사후연구원을 가실 계획이었죠. 버밍엄대는 제 연구 분야에 정통한 연구자도 많고, 연구단도 큰 곳이에요. 그때 전 대학원생이었으니 막연히 버밍엄대에서 연구하면 좋겠다는 생각만 있었죠. 이후 2018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열린 워크숍을 갔는데요, 그곳에서 홍 리우 교수님, 김 교수님과 함께 버밍엄대 교수님들을 만났습니다. 훗날 저의 멘토가 된 교수님들이었죠. 마침 버밍엄대에 박사후연구원 채용이 열렸는데, 어차피 전 박사과정이 1년 남은 상태라 염두에 두지 않았죠. 그런데 버밍엄대에서 1년을 기다리겠다는 조건을 제시하면서 지원을 제안했습니다. 더군다나 훌륭한 멘토가 많고,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곳이라 버밍엄대를 선택했습니다. 이후 IBS YSF로 합류했습니다. 합류 과정이 궁금해요. 버밍엄대 박사후연구원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홍 리우 교수님께서 IBS YSF 지원을 제안해 주셨죠. 코로나19로 영국에 나간 3년 동안 한국에 들어오지 못해 향수병도 있었고요. 해외에도 YSF와 비슷한 제도가 있을 것 같은데, IBS YSF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먼저 연구비 지원이 풍족합니다. 순수수학은 고급 실험장비가 필요하지 않지만, 해외 학회에 참석하려면 이동과 체류 비용이 필요합니다. 또 한국에서 워크숍을 열어 해외 학자나 연사를 초청하는데, 연사들의 체류 비용을 여유롭게 지원할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워크숍을 주최할 수 있죠. 세계적으로 봐도 파격적인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장점이었습니다. 연구자들이 행정 업무를 처리를 힘들어하는데요, IBS에는 행정 업무를 비롯해 연구자들을 지원해 주는 직원들이 많아서 연구자들이 독립적으로 연구만 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비교적 오래 연구가 가능합니다. 보통 박사후연구원의 계약기간은 2~3년 정도인데, IBS YSF 같은 경우는 3년 계약에 추가로 2년 연장계약이 가능해요. 최대 5년까지 연구를 할 수 있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니 연구자들이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죠. 해외와 비교했을 때 IBS YSF의 장점이 큰가요? 세계 다른 기관들과 비교해도 파격적인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외국인 연구자들이 한국을 선택하는 데는 몇 가지 장애물이 있습니다. 수학 워크숍이나 학회는 주로 미국이나 유럽에서 열리기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지고요. 언어적 문제도 있죠. 그럼에도 IBS 지원과 인프라가 뛰어나서 외국인 연구자들이 유입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IBS에는 뛰어난 외국인 연구자가 많이 근무하고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제도가 더 활성화돼야 한국 수학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IBS에는 대학원생 연구자가 많은데요, 유능한 연구자들이 한국에 많이 모이면 한국 학생 연구자들이 공동연구할 기회를 얻고 더욱 실력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죠. 앞으로 연구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저와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수학자들이라면, 모두 선망하는 문제들이 있어요. ‘램지 수’에 관한 미해결 문제들이 대표적이에요. ‘에르되시-하이날(Erdős–Hajnal)의 추측’을 비롯해 수학자 에르되시 팔과 동료들이 남긴 수많은 미해결 추측들도 있죠. 언젠가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어요. 또 저와 동료들이 에르되시-파버-로하스 추측을 해결했는데, 그 다음 단계 문제도요. 아마 제 연구 분야의 문제들이 해결될수록 응용 측면에서 더욱 효율적인 무작위 알고리즘을 설계할 수 있을 거예요. 현재 알고리즘이 이용되는 분야가 매우 많은데, 계산에 걸리는 시간을 크게 줄이거나 복잡도를 낮추는 등의 기여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2023.12.01
  • 망가진 사회성도 교육으로 회복한다…뇌과학자가 찾은 희망의 메시지 망가진 사회성도 교육으로 회복한다…뇌과학자가 찾은 희망의 메시지 망가진 사회성도 교육으로 회복한다…뇌과학자가 찾은 희망의 메시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내 행동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다른 사람들의 행동은 나에게 영향을 준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인간의 사회성은 어디에서 왔을까. 누군가는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본능이라고 얘기하고, 다른 이는 어린 시절부터 교육을 통해 학습한 능력이라고 표현한다.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이도윤 연구위원은 “우리의 뇌에는 사회성의 비밀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뇌 기능은 사회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뇌 발달이 저해돼 나타나는 질환 중 하나인 자폐스펙트럼장애(ASD)는 사회적 행동을 저해하고 다른 이들과의 상호작용에 문제를 일으킨다. 다양한 종류의 신경 세포가 복잡하게 연결된 뇌는 과학자들에게도 미지의 대상이다. 구조와 기능이 워낙 복잡한 탓에 본격적인 뇌 연구도 실험 기법이 발달한 최근에야 시작됐다. 이 때문에 뇌질환과 사회성의 연관성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가 많이 남아 있다. 많은 과학자들이 찾고 있는 그 실마리는 이 연구위원의 최근 연구에서 밝혀졌다. 그는 뇌에서 상대방을 인식하는 세포를 찾아내고 이 세포가 사회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 ASD로 인한 사회성 저하가 반복된 교육을 통해 회복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사회성이 우리가 타고난 뇌에 의해 결정되더라도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이뤄지는 ASD 치료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것은 물론 ASD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번 연구가 ASD를 앓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을 만나 이번 연구 결과의 의미에 대해 들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울대 분자생물학과에서 학사, 석사 학위를 받고 서울대 의대 생리학교실에 진학해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에는 미국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HHMI) 자넬리아리서치캠퍼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했습니다. HHMI에서는 해마를 연구했습니다. 해마는 뇌의 일부분으로 장기적인 기억과 공간 인식에 중요한 역할을 해 뇌과학에서 중요한 연구 주제입니다. 2015년부터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개체 정보를 인식하는 세포와 사회적 행동과 관련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소속 연구단인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은 어떤 곳인가요.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은 뇌과학을 기반으로 인지, 사회성과 뇌 질환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IBS가 설립되면서 가장 처음 만들어진 연구단이죠. 별세포를 연구하는 이창준 단장과 학습 및 기억을 연구하는 강봉균 단장을 필두로 4개 연구그룹이 있습니다. 인지 기능은 다양한 뇌 질환과 사회성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뇌의 기능을 이해하고 뇌 질환을 극복할 수 있는 치료법을 찾는 연구가 우리 연구단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연구위원님은 어떤 연구를 주로 하고 계시는가요. 오랜 시간 동안 해마를 연구했습니다. 해마는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특히 에피소딕 메모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에피소딕 메모리(episodic memory)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기억을 말합니다. 가령 내가 일주일 전에 누구를 만나서 무슨 일을 했는지에 관한 기억을 말하죠. 반면 자전거를 타는 방법처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무의식적인 기억은 프로시저럴 메모리(procedural memory)라고 부릅니다. 에피소딕 메모리에는 중요한 요소가 있는데, 흔히 육하원칙이라고 부르는 것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장소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쥐는 뇌에서 해마가 차지하는 비율이 큰 편에 속하는데, 쥐는 공간 정보를 처리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7년에 해마에서 위치 정보를 인식하는 장소세포(place cell)를 발견한 과학자들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해마 연구와 사회적 행동에는 어떤 관계가 있나요. 저는 해마가 장소 뿐 아니라 에피소딕 메모리의 모든 요소를 처리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해마에서 여러 종류의 정보를 인식하고 이를 종합해 기억을 만든다는 생각이죠. 에피소딕 메모리는 사회적 행동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그렇다면 해마에는 다른 사람을 인식하는 기능도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올해 5월에는 쥐의 해마에서 특정한 상대방에 대해서만 활성화되는 신경세포를 찾아내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자폐스펙트럼장애(ASD)와 관련된 뇌 기능 연구 성과를 발표했습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ASD)의 행동치료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ASD는 사회적 행동에 문제를 겪는 뇌 질환입니다. 실제로 뇌의 또 다른 중요 부위인 전두엽을 살펴보면 ASD 환자는 사회적 신호와 비사회적 신호에 대한 반응이 큰 차이가 없습니다. 문제는 마땅한 ASD 치료제가 없다는 점입니다. 증상을 일부 완화할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치료는 불가능한 질환이죠. 그래서 ASD 환자는 어린 시절부터 행동치료를 받습니다. 그런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행동치료가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논란이 있습니다. 행동치료 과정에서 주어진 상황에서만 효과를 낸다고 보는 사람들과 새로운 상황에서도 사회적 행동을 가능케 한다는 사람들이 모두 있습니다. 실제로 행동치료가 얼마나 효과 있는지 알 수 있는 과학적인 근거는 찾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행동치료의 원리는 사회적인 행동을 했을 때 보상을 주고 이를 실제 생활에서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모든 상황을 교육할 수 없으니 학습하지 않은 새로운 상황에서도 적절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느냐입니다. 즉 사회적 행동을 관장하는 뇌 부위의 기능을 행동치료로 회복할 수 있는지, 회복된 뇌 기능을 다른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연구가 ASD 정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쥐는 냄새로 다른 쥐를 파악합니다. 자폐증에 걸린 쥐에게 다른 쥐(사회적 신호)와 쥐가 아닌 다른 냄새를 내는 물질(비사회적 신호)을 제시했을 때 뇌 전두엽의 신호를 분석했습니다. 정상인 쥐는 두 종류의 신호에 다르게 반응했는데, 자폐증에 걸렸을 때는 신호를 전혀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사회적 신호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는 의미죠. 그런데 다른 쥐를 만났을 때 보상으로 물을 주는 훈련을 반복하자 전두엽의 신경세포에서 사회적 신호와 비사회적 신호를 구분하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행동치료가 ASD 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연구 결과입니다. 학계에서는 이번 연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꽤 의미 있는 연구 결과라고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연구에는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어요. 행동치료가 어떤 신경 회로를 통해서 사회적 행동을 회복하는지는 제시하지 못했거든요. 논문을 검토한 다른 전문가도 이런 점을 지적했죠. 그럼에도 학술지 편집장이 이번 논문을 게재한 이유는 행동치료가 ASD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신경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 때문입니다.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자폐증을 극복할 방법에 대한 후속 연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논문이라고 평가받았습니다. 실험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아무래도 쥐와 직접 의사소통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행동을 연구하려면 과제를 복잡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변수를 최대한 통제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행동 과제가 복잡해질수록 쥐가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커집니다. 처음에는 쥐에게 보상으로 준 물을 받아먹게 하는 것도 어려웠어요. 사람이었다면 말로 가르칠 수 있었겠지만, 쥐는 스스로 경험을 통해서 가르쳐야 하죠. 자폐증 쥐를 얻기도 어려운데 실험에서 제시한 행동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쥐는 그중에서도 일부분입니다. 이런 점이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실험에 쓰는 장비도 직접 만드시나요. 필요한 실험에 맞춰서 행동 과제를 짜야 해 장비 제작은 필수입니다. 그런데 원래 하던 일이 아니다 보니 처음에는 쉽지 않았어요. 초기에는 유튜브를 보고 독학을 했고, 지금은 간단한 소프트웨어는 직접 만들 정도로 능숙해졌지만요. 그런데 실험이 점점 복잡해지다 보니 주변 전문가들의 도움도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다행히도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전문가들이 많아서 도움받을 분을 쉽게 만날 수 있어요. 최근에는 아이들 친구의 부모에게서 도움을 받았어요. 아이들 행사에서 우연히 만난 분들도 대부분 연구자이다 보니 이런 식으로도 인연을 쌓고 있습니다. 사회적 행동을 연구하시면 평소에도 주변인들의 행동에 관심이 많을 것 같습니다. 직접적으로 연구와 관련된 건 아니지만, 일상생활에서도 재미있는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인간과 같은 사회적 동물들이 타고나는 사회적 행동 중 ‘소셜 오리엔팅’이라 부르는 현상이 있는데요. 가령 고속도로에서 흔히 트럭 뒤에 눈 모양 스티커를 붙인 걸 쉽게 볼 수 있잖아요. 이게 눈에 상당히 잘 띄는 데, 갓난아이들도 똑같이 눈 모양에 집중합니다. 우리 뇌가 본능적으로 하는 행동입니다. 또 ‘카멜레온 효과’라는 행동도 있습니다. 자기가 속한 그룹의 행동 양상을 따라하는 현상입니다. 저희 가족은 경상도 출신인데, 지금은 대전에 살고 있죠. 그러다 보니 경상도 사투리보다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일이 많아집니다. 무의식적으로 대전 사람들의 말투를 따라 해 친밀감을 높이는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연구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우리 연구단의 주요 연구 주제가 사회적 신호인 만큼 ASD에 관한 연구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특히 보상과 관련된 연구에 관심이 있습니다. 보상 회로와 사회적 정보의 처리가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는 최근 뇌과학자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미처 마무리하지 못했던 행동치료가 뇌 기능을 회복하는 과정을 밝히는 연구를 이어 갈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 연구가 뇌 기능의 비밀을 푸는 것뿐 아니라 질병의 정복에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뇌 질환은 아직 그 원인을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원인을 모른다면 치료법도 찾을 수 없습니다. 사람들의 건강한 삶을 위한 연구를 이어가겠습니다. DOYUN LEE LAB AT IBS 바로가기 https://www.ibs.re.kr/glia/ <최근 연구성과> Reward learning improves social signal processing in autism model mice Cell Reports | VOLUME 42, ISSUE 10, 113228, OCTOBER 31, 2023 https://www.cell.com/cell-reports/fulltext/S2211-1247(23)01240-8 2023.11.01
  • 화학 반응 중 순식간에 사라지는 중간체, 카메라로 사진 찍듯 잡아낸다 화학 반응 중 순식간에 사라지는 중간체, 카메라로 사진 찍듯 잡아낸다 화학 반응 중 순식간에 사라지는 중간체, 카메라로 사진 찍듯 잡아낸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이 화학 반응 도중 빠르게 생성됐다가 사라지는 중간체의 모습을 잡아내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연구단은 탄화수소를 질소화합물로 변환시키는 화학반응에서 생겼다가 사라지는 '전이금속-나이트렌' 중간체 구조와 반응성을 규명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8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실렸다. 질소화합물은 의약품의 약 90%에 포함될 정도로 생리 활성에 중요한 분자다. 제약뿐만 아니라 소재, 재료 분야에서도 중요한 골격이 된다. 화학자들이 석유, 천연가스 등 자연에 풍부한 탄화수소를 질소화합물로 바꾸는 아민화 반응(질소화 반응)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촉매 개발에 몰두하는 이유다.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은 2018년 다이옥사졸론(아마이드 골격 합성에 쓰이는 시약)과 전이금속(이리듐) 촉매를 활용하여 탄화수소로부터 의약품의 원료가 되는 락탐을 합성하는 촉매반응을 개발한 바 있다. 당시 아민화 반응을 유발하는 핵심 중간체가 바로 전이금속-나이트렌이라는 분석을 내놓았고, 이후 세계 120여 개 연구팀이 다이옥사졸론 시약을 활용한 아민화 반응 연구를 이어갔다. 하지만 계산화학적으로 구조를 파악할 뿐, 전이금속-나이트렌 중간체의 모습을 직접 관찰한 적은 없었다. 대부분 촉매반응은 용액 상태에서 이뤄진다. 용액 내 분자들은 끊임없이 다른 분자와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전이금속-나이트렌과 같이 빠르게 반응하고 사라지는 중간체를 규명하는 일은 매우 어려웠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고체상태의 시료에 빛을 쬐며 분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구조 변화를 단결정 엑스선 회절 분석을 통해 관찰하는 광 결정학 분석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 결과, 고체 시료에서 화학 결합이 끊어지며 중간체가 생성되고, 중간체가 다시 다른 물질과 반응해 새로운 화학 결합을 형성하는 전 과정을 마치 카메라가 사진을 찍듯이 포착했다는 의미다. 제 1저자인 정회민 연구원은 “촉매 화학반응이 진행되며 어떤 촉매 중간체를 거쳐 가는지를 규명하는 것은 반응의 진행 경로를 면밀히 이해하는 동시에 더욱 효율이 높은 차세대 촉매를 개발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에게 연구의 성과와 배경, 전망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이하는 일문일답.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기초과학연구원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박사후연구원 정회민입니다. 올해(2023년) 2월에 KAIST 화학과에서 장석복 연구단장님 지도하에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또한, 같은 학과 백무현 부연구단장님께도 공동으로 지도를 받았습니다 Q. 소속 연구단인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분자들을 더욱 가치 있는 물질로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석유와 같은 자연계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탄화수소 자원을 의약품이나 차세대 재료의 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촉매 반응을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연구단은 2012년 12월 장석복 연구단장님의 연구 착수 이래로 10년 이상 지속되어 왔고, 백무현, 홍승우 부연구단장님 리더십 아래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장석복 단장님 그룹은 앞서 말씀드린 탄화수소 활성화 촉매 반응 개발 및 메커니즘 연구를 진행 중이고, 백무현 부단장님 그룹은 화학 반응의 시뮬레이션(전산모사)를 기반으로 신개념 촉매 및 반응 조절 원리를 탐색 중입니다. 홍승우 부단장님 그룹에서는 촉매 반응 개발과 더불어 의약화학에 적용 가능한 반응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장석복 단장님 그룹에서는 주로 탄화수소 물질에 질소 작용기를 도입하는 촉매 반응 연구를 진행 중인데, 주로 전이금속 촉매와 다이옥사졸론이라는 질소 작용기 전구체를 활용하여 이를 가능케 하는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Q. 정 연구원님의 중점 연구 분야가 궁금합니다. 저는 탄화수소 원료물질에 아마이드 작용기를 도입시키는 촉매반응을 개발함과 동시에 촉매 반응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한 반응 메커니즘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장석복 단장님 그룹에서는 주로 반응 개발과 실험적인 메커니즘 연구를 수행하였고, 백무현 부단장님 그룹에서는 개발한 반응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촉매 반응의 기작(메커니즘)을 연구하거나 개선할 방향을 찾는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두 그룹에서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부분인 반응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반응성과 선택성을 가지는 촉매 반응을 개발하는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였습니다. Q.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제가 대학원에 입학한 2018년은 이리듐 촉매와 다이옥사졸론 시약을 활용하여 의약품의 원료 물질인 감마-락탐을 손쉽게 합성하는 연구가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시점이었습니다. 당시에도 해당 촉매 반응을 일으키는 핵심 중간체인 이리듐-아실나이트렌 화합물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해당 중간체의 높은 반응성으로 인해 직접 그 모습을 관찰하는 것은 매우 도전적이었습니다. 저도 대학원 입학 이후 초반에는 다이옥사졸론과 다양한 루테늄, 로듐과 같은 다양한 전이금속 촉매와의 반응성을 관찰하며 더 선택성이나 반응성이 높은 탄화수소의 아미노화 반응을 개발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해당 반응을 일으키는 촉매반응의 중간체인 전이금속-나이트렌 화합물을 직접 관찰하여 그 성질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다면 더욱 효율이 좋은 촉매반응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습니다. Q. 언제부터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사실 해당 중간체의 검출을 위해 연구단에서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용액상에서 전이금속-나이트렌을 분광학적으로 검출하고자 하는 노력도 있었고, 계산화학에 기반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전이금속-나이트렌 중간체의 성질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도 함께 이루어지기도 하였지만, 직접적으로 해당 중간체를 검출하는 것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광결정학을 통해 불안정한 중간체 물질을 관찰할 수 있다는 보고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금까지 연구단에서는 한 번도 수행하지 않은 접근 방식이기 때문에 해당 방법을 활용하면 중간체 검출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였습니다. Q. 어떤 성과가 있었나요? 특히 2023년에는 탄화수소에 질소 작용기를 도입하는 아민화 촉매 반응의 핵심 중간체를 규명한 성과를 내어 사이언스지에 게재하기도 하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연구단에서는 전이금속-나이트렌 중간체가 탄화수소 아미노화 반응의 핵심 중간체일 것이라고 예상한 바가 있었지만, 해당 중간체를 실제로 관찰한 것은 이번 성과를 통해 처음 이루어졌습니다. 대부분의 촉매반응은 용액 상태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이금속-나이트렌과 같이 빠르게 반응하고 사라지는 중간체를 규명하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체상태의 시료에 빛을 쬐며 원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구조 변화를 단결정 엑스선(X-ray) 회절 분석을 통해 관찰하는 광 결정학 분석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내었습니다. 해당 실험을 위해 빛에 반응하는 로듐(Rh) 기반 촉매를 새롭게 고안하였는데요, 이 촉매와 다이옥사졸론이 결합한 복합체는 빛을 받으면 탄화수소에 아민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전이금속-나이트렌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하였습니다. 이 과정을 포항 가속기연구소의 방사광을 활용한 광 결정학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기존 관찰된 적 없는 ‘로듐-아실나이트렌’ 중간체의 구조와 성질을 세계 최초로 규명할 수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로듐-아실나이트렌 중간체가 다른 분자와 반응하는 과정도 광 결정학으로 분석하였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고체 시료에서 화학 결합이 끊어지며 중간체가 생성되고, 중간체가 다시 다른 물질과 반응해 새로운 화학 결합을 형성하는 전 과정을 마치 카메라가 사진을 찍듯이 포착했다고 비유할 수 있습니다. Q. 광 결정학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광결정학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빛 광(光)과 결정학의 조합으로 영문으로는 ‘photocrystallography’라고 합니다. 엑스선 결정학의 경우 결정 시료(crystal)에 엑스선을 조사하여 나타나는 회절 패턴을 분석함으로 분자의 3차원 구조를 규명하는 방법입니다. 이에 더하여, 결정을 이루는 분자들이 외부로부터 오는 자극(본 경우에는 엑스선이 아닌 다른 빛)으로 인해 화학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는데, 이렇게 외부 빛에 따른 변화를 원자 단위에서 실험적으로 관찰하거나 추적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광결정학(photocrystallography)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의 실험실 수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장비로 엑스선 회절 실험을 진행하면, 몇 시간에서 하루를 넘어갈 때도 있기 때문에, 광결정학 분석을 수행하기에 어려움이 따릅니다. 이러한 점은 방사광 가속기의 활용을 통해 보완이 가능해집니다. 가속기에서는 회절 데이터 수집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고(수 초 ~ 분 단위) 강한 엑스선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소개해 드린 연구도 포항 가속기 연구소에서 단결정 엑스선 회절 실험을 진행하였으며, 해외에서의 많은 광결정학 분석도 여러 방사광 가속에서 수행되고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이 두 가지 중에 결정학(crystallography)과 그와 관련된 엑스선 회절 분석법에 대한 소개가 필요합니다. 결정학은 일반적으로 임의로 정의될 수 있는 격자 구조의 반복성과 대칭성을 다루는 분야인데, 그 반복과 대칭에 관한 정보를 실험적으로 관찰할 수 있도록 하는 물리적 현상이 회절입니다. 분자들이 옹스트롬(Angstrom=0.1나노미터) 단위로 반복적으로 배열되어 있는 결정 시료에 대해, 역시 옹스트롬 단위 파장에 해당되는 엑스선 조사하는 엑스선 회절 분석법을 이용하면, 맨눈으로 관찰할 수 없었던 원자 단위의 여러 가지 정보, 예컨대 원자간 거리, 각도나 위치, 금속 원자의 주위 배위 환경 등을 세세히 알 수 있습니다. 엑스선을 쬐어준다고 하면 병원에서 흔히 진행하는 뼈의 골격 구조를 알기 위한 엑스레이 검사가 떠오르실 것 같은데요, 궁극적인 맥락은 이와 유사한 것이 맞습니다. 다만, 그 대상과 목적이 화합물의 시료와 그 구조를 규명하기 위한 것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Q. 연구를 수행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어떻게 해결했나요? 아무래도 가속기와 같은 연구 자원이 한정된 빔타임을 여러 연구자가 공동으로 배정받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정된 빔타임 시간에 최대한 효율적인 작업을 수행하여야 한다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또한, 정해진 빔타임 시간까지 광결정학 실험에 적합한 시료를 준비한다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연구단의 김동욱 박사님께서 방사광 가속기를 활용한 실험을 이전에도 진행하시던 분이었기 때문에 광결정학 실험을 위한 셋팅 부분에서는 큰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광결정학 실험에 적합한 시료를 찾아 나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큰 어려움이었는데, 가속기 빔타임이 돌아올 때마다 실험이 가능할 것 같은 시료들을 최대한 준비하여 광결정학 실험을 수행하였습니다. 거듭된 실패 끝에 로듐 복합체의 구조를 보완해 가며 2022년 11월에 로듐-아실나이트렌의 구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동료 연구자분들과 주변 교수님들께서 많은 조언을 해 주셨고, 빔타임 시간 공유 등과 같은 현실적인 도움을 주셨기 때문에 감사하게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Q. 연구 성과를 활용하면 어떤 차세대 촉매를 개발할 수 있나요? 아민화 반응의 핵심 중간체 모습을 포착한 것이 앞으로 일상생활에 어떻게 변화를 줄지 궁금합니다. 본 연구가 가지는 의의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로는, 기존에 관찰하기 어려웠던 반응성이 높은 중간체를 고체상태에서 관찰해 내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촉매 반응의 핵심 중간체의 구조를 규명해 내 향후 반응이 일어나는 기작을 설명할 때, 큰 통찰을 제공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해당 실험에서 이해한 로듐-나이트렌 중간체의 반응 성질을 이해함으로 기존에 관찰하지 못한 새로운 반응을 개발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합니다. 두 번째로는, 반응물질에서 생성물이 생기는 전 과정을 단계별로 포착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의가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촉매화학 분야에서 빠르게 일어나는 반응 과정에 대해 반응이 일어나는 과정을 단계별로 촬영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로 이어진다면, 촉매 반응 개발 과정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림 1] 아민화 반응의 핵심 중간체 포착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은 유용 물질인 질소화합물을 생성하는 아민화 반응 도중 생성되는 중간체 ‘전이금속-나이트렌’의 구조와 성질을 세계 최초로 실험적으로 확인했다. Q. 앞으로 어떤 연구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앞으로도 촉매화학 분야에서의 난제로 손꼽히는 연구를 수행하고 싶습니다. 최근 들어 대두되고 있는 에너지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이산화탄소나 메탄가스와 같은 온실가스를 고부가가치 물질로 전환시키는 연구가 중요합니다. 또한, 플라스틱과 같이 잘 썩지 않는 물질을 다시 원료 물질로 되돌리는 연구 역시 환경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촉매화학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여 환경문제에 기여할 수 있는 과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Q. 추후 연구에 필요한 지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성과도 혼자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것이었는데, 특히, 결정구조해석을 담당하신 김동욱 연구위원의 도움이 가장 든든한 지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추후에도 좋은 동료 연구자를 만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해당 연구의 방향성이나 방법론은 사실 2019년 정도에 정립하여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하지만 본 연구 결과가 세상에 공개되기까지는 4년이라는 꽤나 긴 시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긴 호흡의 연구를 수행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단기적인 성과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큰 임팩트를 주는 연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단장, 부단장님과 기초과학연구원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순수하게 우리나라의 자원을 가지고 이러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023.10.23
  • 유전체 교정 연구단 2기 새롭게 이끌 구본경 신임 연구단장 인터뷰 유전체 교정 연구단 2기 새롭게 이끌 구본경 신임 연구단장 인터뷰 유전체 교정 연구단 2기 새롭게 이끌 구본경 신임 연구단장 인터뷰 구본경 유전체 교정 연구단장 2023년 8월 31일 기초과학연구원(IBS)는 구본경 유전체 교정 연구단 부연구단장을 연구단장으로 선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구 신임 단장은 2021년 유전체 교정 연구단에 합류한 뒤, 김진수 전임 단장의 사퇴 이후 연구단장 직무대행을 수행해 왔다. 7월 26일, IBS 대전 본원에서 구 단장을 만나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구 단장의 첫 인상은 신선했다. 유전체 교정 연구단 로고를 인쇄한 검은 집업 후드를 입고 맞이하는 모습이 하마터면 단장실로 안내할 연구원이라고 착각할 뻔했다. “우리 연구단을 가장 잘 드러내는 옷이라고 생각해서 선택했다”는 그의 말에 앞으로 연구단을 이끌어갈 방향을 짐작할 수 있었다. 만 45세 젊은 단장, IBS 연구단 이끈다 유전체 교정 연구단은 2014년 신설된 이후 유전체 교정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낸 연구단이다. 유전자 가위로 대표되는 유전체 교정 기술은 1세대 징크핑거 뉴클레이즈(ZFNs), 2세대 탈렌(TALENs)을 거쳐 현재 3세대인 크리스퍼(CRISPR,)로 이어지며 발전해왔다. 초대 단장인 김진수 전 단장은 유전자 가위 분야 세계적인 대가였으므로 김 전 단장이 떠난 공석을 누가 맡게 되느냐는 상당한 관심거리였다. 구 단장은 부단장을 맡은 상태에서 단독 후보로 단장에 지원했고, 이번에 정식으로 선임됐다. 구 단장은 흔히 말하는 우리나라 엘리트 과학자 코스를 거친과학자는 아니다. 스스로를 ‘비과학고’ ‘비서울대’ ‘비유학파’ ‘비미국파’라고 일컫는다. 포스텍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네덜란드 후브레흐트 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지냈다. 그 뒤 영국 케임브리지 줄기세포연구소 및 오스트리아 분자생물기술연구소에서 그룹리더로서 독자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비주류라고 연구 업적이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12회 생명의 신비상 장려상(2018),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장(2021년)을 수상했으며 2022년에는 글로벌 학술정보서비스 분석 기업 클래리베이트가 선정하는 ‘2022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에 이름을 올렸다. 주목할 점은 그의 나이다. 한국에서 선정된 63명 과학자 대부분이 구 단장보다 나이가 많다. “단장 직무대행을 하는 동안 연구단에 있는 과학자들과 많은 대화를 했어요. 연구단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불안해 하는 상황을 다독일 필요도 있었죠.” 기존에 있는 연구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리더만 새로 선임하는 것은 신임 연구단장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일단 기존 연구단을 그대로 이끌어갈 만큼 능력있는 과학자를 찾는 것부터 일이다. IBS는 연구단을 신설할 때 해당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과학자를 단장으로 선임한다. 기존 연구단을 이어받기에 연구단을 신임 단장의 로드맵에 따라 꾸릴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신규 연구단은 첫 신설 후 5년 뒤 평가하지만 단장만 새로 선출하면 기존 연구단처럼 단장 선임 3년 후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이전에도 타 연구단에서 공석이 된 연구단장을 추가로 선임하려 했지만 실패한 사례가 있었다. 구 단장은 “흐르는 물처럼 다음 단계로 이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단장에 지원하게 됐다”며 “리더가 바뀌었어도 유전체 교정 연구단은 전세계에서 인정받는 최고 연구단”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구 단장은 “흐르는 물처럼 다음 단계로 이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단장에 지원하게 됐다”며 “리더가 바뀌었어도 유전체 교정 연구단은 전세계에서 인정받는 최고 연구단”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날카롭게 날 세운 가위를 사용할 때가 왔다 구 단장은 유전공학(Genetic Engineering) 전문가다. 구 단장이 뛰어난 학자인 것은 맞지만 ‘유전체 교정’ 연구단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 우려에 대해 그는 실제 사용하는 ‘가위’를 예로 들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세대를 거듭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정교해졌다. 원하는 DNA를 정확하게 자르는 3세대 크리스퍼 가위는 물론, 1, 2세대 가위도 보완을 거쳐 새로운 분야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예를 들어 3세대 가위는 RNA와 캐스9(CAS9) 단백질(절단 효소)를 이용해 핵 DNA를 자르는데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다만 핵이 아닌 다른 세포 소기관에는 RNA를 전달하기 어렵다. 미토콘드리아에 있는 DNA는 3세대 가위를 이용하기 어렵단 의미다. 유전자 가위 연구자들은 이 해답을 1, 2세대 가위에서 찾았다. 3세대가 나오면서 쓸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과거 기술을 더욱 예리하게 발전시켰다. 유전체 교정 연구단은 가위를 더 정교하게, 더 날카롭게 개선해왔던 셈이다. “현재 유전자 가위 연구 기술은 굉장히 높은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앞으로도 더 정교하게 발전할 겁니다. 또 이렇게 높은 경지에 이른 가위를 어디까지 쓸 수 있을지 알아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연구단 2기를 준비하면서 앞으로의 방향성도 함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이 가위를 발전해 나갈 방향을 모색함과 동시에 어디로 어떻게 써야 하는지 찾아보자는 결론을 냈죠.” 첫 번째 방향성의 가능성은 인공지능(AI)에서 찾았다. 딥마인드의 알파고 이후 생물계에도 AI 바람이 불었다. 2018년 딥마인드는 단백질 구조 예측 대회(CASP)에서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는 AI ‘알파폴드1’을 공개했다. 2020년 등장한 알파폴드2는 과학자들이 몇 년 간 구조를 알아내는데 실패했던 박테리아 단백질 구조를 30분 만에 분석하기도 했다. 2022년에는 백민경 당시 미국 워싱턴대 박사후연구원(현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이 알파폴드2의 성능을 능가하는 AI 로제타폴드를 개발해 2021년 12월, 세계적인 과학전문학술지 ‘사이언스’가 뽑은 2021년의 최고 혁신 연구 성과로 뽑혔다. 구 단장은 유전자 가위에도 AI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는데 그치지 않고 절단 효소로 쓸 단백질을 AI가 상황에 맞게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석기 때는 도구를 만들기 위해 좋은 돌을 골라서 썼죠. 청동기로 넘어간 뒤에야 비로소 주물을 이용해 원하는 형태를 직접 만들게 됐습니다. 현재 생물학은 석기에서 청동기로 넘어가는 중입니다. 단백질을 원하는 대로 설계하는 시대가 열리는 중이에요.” 두 번째는 다양한 생명체에 유전자 가위를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예정이다. 유전자 가위를 적용하려면 생물에 따라 맞춤형 적용법을 만들어야 한다. 같은 유전자를 자른다고 해도 생쥐의 것을 자를 때와 원숭이의 것을 자를 때 각각 다른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전세계 유전자 가위 연구자들은 연구 분야에 맞게 맞춤형 유전자 가위 사용법을 개발 중이다. 특히 가축이나 곡식 분야에서 연구가 활발하다.  “IBS는 남들은 하지 않는, 과학의 근본이 되는 인간의 호기심 ‘Big Question’ 탐구를 추구하는 연구단입니다. 저희 연구단도 그런 점에서 다양한 생물종을 위한 맞춤형 가위 사용법을 목표로 골랐죠.”  연구단이 처음으로 선택한 대상은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 로 잘 알려진 흰동가리(Amphiprion percula)다. 성별이 고정되지 않아 유전자 가위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도전 의욕을 불러 일으켰다. 식용으로 인기가 좋은 참돔이나 돌돔같은 돔류와 같은 공통조상에서 갈라졌다는 점에서도 실용성을 찾을 수 있다. 흰동가리용 유전자 가위 사용 방법 개발과 유전학 연구가 부가가치가 높은 돔 개발과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 외에 서울의대, 한국생명공학 연구원과 함께 공동으로 원숭이에 다양한 유전자 가위를 적용하는 기술을 구축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마지막으로 유전자 가위를 사용할 세포에 대한 연구도 놓치지 않는다. 그동안 유전가 가위 기술은 동물 유전자를 다양한 방식으로 조작하는 역량을 키워왔다. 이 역량을 실용 영역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확대할 예정이다. 기존 연구는 수정란에 유전자 가위를 넣는 식으로 모델 동물을 만들어왔다. 수정란이 많이 나오는 쥐 같은 동물은 쉽지만 난자가 귀한 동물은 이 방법을 사용하기 어렵다. 반면 정자나, 성체줄기세포에 유전자 가위를 이용할 수 있다면 난자가 귀한 동물도 활용하기 쉬워진다. “앞으로 유전체 교정 연구단의 연구는 모든 연구의 근간이 될 수 있습니다. 인수공통전염병 바이러스 상당수가 박쥐에서 시작된다는 걸 알자 박쥐를 연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졌죠. 그렇다면 박쥐 유전자를 연구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야 합니다. 저희는 앞으로 연구의 주제를 만들 수 있는 근간 기술에 대해 연구해 나갈겁니다.” 젊은 연구자들이 날개 펼 수 있는 연구단 만들 것 이런 목표를 위해서는 뛰어난 과학자들과 함께해야 한다. 구 단장은 ‘비주류’로서 활동하던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연구단을 이끌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대와 네덜란드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10년 정도 연구한 뒤 개인 실험실을 꾸릴 수 있었어요. 이전까지는 누군가의 실험실 소속으로 제1저자 논문을 쓰다가 이제는 원하는 연구를 하는 교신저자가 된거죠. 연구자 양성 체계가 좋으면 10년이면 리더급 연구자를 양성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저와 유럽에서 함께 했던 동료들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처럼 이름을 대면 알 유명 연구소에 그룹리더로 자리잡았습니다. 유럽에서 배운 양성 체계를 저희 연구단에도 적용하고 싶어요.” 구 단장이 처음부터 한국에 돌아올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다.개인 연구 자유도가 높은 해외에서 계속 자신의 연구를 하고 싶었다. 그런 그에게 한국에 있는 지인 연구자들이 후배들을 도와달라고 요청하면서 마음이 움직였다. “스타트업에 데스밸리가 있지요? 좋은 아이디어와 상품이어서 버티면 성공할 것이 보이는데, 자금이 부족해서 버티지 못하는 단계요. 막 실험실을 꾸리는 신입 리더급 연구자도 똑같습니다. 초반에 버티지 못하면 금세 뒤쳐져요. 한 번 뒤처지면 다시 따라가기 힘들죠.” 연구 최첨단을 달리는 그룹들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성과를 쏟아내고 있다. 해외에서 이런 그룹들과 경쟁하다 큰 뜻을 품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바로 따라붙지 못한다면 뒤처지기 십상이다. 구 단장은 “해외에서는 원숭이로 연구하는데 한국에서는 원숭이 연구가 불가능해 생쥐로 대체한다면 제대로 된 성과가 나겠냐”며 후속 세대 과학자에게 기회를 주는 연구단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연구단 국제화에도 앞장 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학생 때부터 뛰어난 인재를 초청해 키울 계획을 세웠다. “오스트리아 분자생물기술연구소는 미국의 하버드대, MIT, 예일대처럼 이름만으로 정상급 연구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대신 일찍부터 뛰어난 학생을 찜하죠. ‘우리 기관 박사 과정 프로그램이 좋은데 한 번 와볼래?’라며 계속 제안하는 거예요. 그리고 훌륭한 교수진을 섭외하죠. 20년이면 국제화가 되고, 뛰어난 연구소로 발돋움 합니다.” 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해외 인턴 학생부터 모집한다. 2022년 4명을 모집했는데 인도와 네덜란드에서 온 학생이 특히 뛰어나단다. 이들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사과정 진학까지 희망했다. 구 단장은 “박사까지 하면 한국에서 살면서 계속 연구하지 않을까요?”라며 앞으로 박사후연구원, 석사 인턴도 적극적으로 활용해나갈 것이라고 계획을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연구단장 급 연구자를 배출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10명 정도 젊은 과학자에게 기회를 주려고 계획 중입니다. 10명이 모두 성공하면 좋겠지만 이 중 3명이라도 10년 후에 저와 비슷한 수준까지 성장한다면 성공이 아닐까요?” 2023.09.26
  • 기후 변화를 연구하는 과학자…호미닌들이 생존할 수 있었던 놀라운 비밀을 밝히다 기후 변화를 연구하는 과학자…호미닌들이 생존할 수 있었던 놀라운 비밀을 밝히다 기후 변화를 연구하는 과학자…호미닌들이 생존할 수 있었던 놀라운 비밀을 밝히다 인간은 지난 3백만 년 동안 진화해 왔다. 인간이 진화하는 동안 지구의 기온은 점차 낮아지고 100만 년 전, 2만~12만 년을 주기로 빙하기가 찾아오면서 지구의 기후, 강우량 및 식생 패턴을 좌우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거대한 변화에 초기 인류가 어떻게 대응을 하고 반응을 했는지는 인류학에 남아있는 큰 미스터리 중 하나이다.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새로운 슈퍼컴퓨터 모델 시뮬레이션을 실행했고, ‘사이언스(Science)’ 저널에 게재된 이 연구에서 기후 스트레스가 증가함에 따라 우리의 조상들이 독특한 생존 전략을 개발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연구를 함께 한 IBS 기후물리학연구단의 연구원 엘크 젤러를 만났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IBS 기후물리학연구단과 부산대학교 소속의 박사과정 학생 연구원 엘크 젤러입니다. 네덜란드 HAN 대학교에서 응용 화학 학사 학위를 취득한 후 마노아에 있는 하와이 대학교에서 금융 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석사 과정을 마친 후 퍼스트 하와이안 뱅크(First Hawaiian Bank)에서 위험 분석가로 귀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2019년부터는 악셀 팀머만(Axel Timmermann) 교수의 멘토링 아래 기후 시스템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시작했으며, 다양한 교육 배경을 활용해 여러 각도에서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독특한 관점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연구를 통해 광범위한 기술과 기법을 습득하여 현재 연구의 다양한 측면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Q. 소속연구단인 IBS 기후물리연구단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악셀 팀머만 교수가 지휘하는 저희 센터에서는 다양한 기후 관련 문제를 포괄하는 광범위한 연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전문 그룹이 기후 시스템의 다양한 측면을 연구하며, 모델과 경험적 데이터의 조합을 통해 과거, 현재 및 미래 기후 역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그룹인 호모종(Hominin) 팀은 주로 과거의 기후와 초기 인류에 대한 영향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초기 인류의 기후 선호도를 조사하고 그들의 공간적 및 시간적 진화가 이동 패턴 및 기타 다양한 요인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합니다. *호모종(hominin): 현생 인류의 조상으로 분류되는 종족 Q. 연구원님의 중점 연구 분야가 궁금합니다. 제 연구는 다양한 유형의 식생에 대한 호모종의 선호도와 적응성을 탐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지난 300만 년 동안 기후는 상당한 변화를 겪었고 식생의 분포와 구성에 깊은 영향을 미쳤으며, 결과적으로 초기 인간의 식물 자원 활용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강력한 슈퍼컴퓨터(Aleph)를 활용해 지난 300만 년 동안의 지구 기후 패턴과 다양한 식생 유형을 성공적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이 식생 데이터를 인류학적 정보와 통합함으로써 초기 호모종의 환경 선호도를 연구할 수 있었으며, 우리 조상이 주변 환경과 어떻게 상호 작용했는지 밝혀내고 선호하는 서식지와 기후, 초목 및 초기 인간 간의 상호 작용을 밝힐 수 있었습니다. Q. 어떤 성과가 있었나요? 서로 다른 시대에 걸쳐 호모종 유적지의 식생 패턴을 조사했을 때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예를 들어, 초기 아프리카 호모종은 주로 초원 지역에 거주한 반면, 유라시아에 최초로 진출한 종인 호모 에렉투스는 숲이 우거진 지역으로 이동했음을 확인했습니다. 주요 식생 유형의 선호도가 단일종에서 다중화로 변화했다는 것은 삼림 환경에 대한 호모종의 적응력을 의미합니다. 지역 단위의 연구에서 비슷한 결과를 암시한 적은 있었지만, 우리 연구는 처음으로 전지구적 규모의 추세를 입증했으며, 종 및 대륙 간 식생 선호도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여주는 분석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호모종은 다양한 식물종이 근접해 있는 지역에서 산다는 독특한 성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모자이크 풍경은 우리 조상들에게 바로 인근에 있는 여러 환경에 대한 유리한 접근을 제공했습니다. 지금까지는 포괄적인 전지구적 데이터가 부족하여 이러한 선호도를 설명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호모종의 유해가 발견된 정확한 위치를 조사하고 주변 환경 조건과 대조함으로써 호모종이 모자이크 풍경을 선호한다는 것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입증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발견으로 호모종의 적응 행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그들이 번성했던 더 넓은 생태적 맥락을 고려하는 것의 중요성을 확인했습니다. Q. 모자이크 풍경의 예시가 될만한 지역이 있을까요? 저희가 수행한 모델 시뮬레이션을 통해 모자이크 풍경을 가진 다양한 지역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말라위 호수 주변에는 열대림, 온대림, 사바나, 초원이 있는 데, 이런 곳이 다양한 환경을 활용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입니다. 아래 그림의 왼쪽 모델에서는 호수 주변의 다양한 초목 유형을 볼 수 있으며, 오른쪽 삽화에서는 이것이 어떤 풍경이었는지 볼 수 있습니다. 모자이크 풍경의 예시 왼쪽: 150만~125만 년 전 탄자니아의 말라위 호수 주변에서 가장 우세한 생물 군계 유형. 다양한 색상은 모자이크 지형을 만드는 다양한 생물 군계 유형을 보여줍니다. 오른쪽: 다중 생물체 모자이크 풍경에 도착한 호모종의 아티스트 일러스트레이션. 한국과 이탈리아의 과학자 팀이 사이언스 저널에 발표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초기 인류는 이러한 환경을 매우 선호했습니다. (출처, IBS 기후물리학 연구단) Q.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우리 그룹은 주로 인류의 이동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주로 기온과 강수량과 같은 기후 요인을 중심으로 분석했으며, 인류가 선호하는 서식지에 기후가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식했습니다. 그러나 곧 호모종이 특정 지역에서 거주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데 자연환경, 특히 초목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초목은 서로 다른 유형의 환경을 구분하는 뚜렷한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초원에서 사는 것은 사막 지역에서 생존하는 것보다 쉽습니다. 초목 분석을 우리 연구에 통합함으로써 기후 변화가 인간 서식지 선호도, 이주 및 분산을 어떻게 형성했는지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를 얻을 수 있기를 원했습니다. Q. 연구 수행하시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어려움은 어떻게 해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연구 과정에서 당면했던 문제 중 하나는 모든 것이 저에게 낯설었다는 것입니다. 배경이 다른 저에게는 생소한 개념과 용어가 너무 많았습니다. 다행히 공동 저자들의 지원과 지도로 이 연구 분야를 탐색할 수 있었습니다. 공동 저자들은 제가 궁금한 것에 답해 주고, 연구 결과에 대한 귀중한 피드백을 제공하면서 전체 연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것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해하고 동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연구 과정을 안내해 준 그들의 지원에 감사드립니다. Q. 언제부터 이 분야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까요? 저는 항상 복잡한 문제를 풀고 더 넓은 개념에서 현상을 이해하는 데 관심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저의 호기심이 화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고 지금은 인류의 과거를 더 잘 이해하도록 안내했습니다. 초기 인류가 살았던 환경과 우리를 현재의 상태로 이끈 경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과거 식생 변화의 역할을 탐구함으로써 새로운 통찰력을 발견하고, 인류 역사에 대한 더 폭넓은 이야기 발굴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Q. 한국에서의 생활은 어떤가요? 저는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평평한 지형으로 유명한 네덜란드에서 왔는데, 한국에서 몇 년을 살아도 여전히 그 풍경에 매료됩니다. 한국의 풍경은 특히 바다와 산의 대비가 정말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연구실 안팎에서 많은 친구들을 사귀게 되어 매우 운이 좋았습니다. 그들은 저에게 한국 음식, 온천, 김치 담그기 등을 알려줬으며, ‘눈치’의 중요성 등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소개했습니다. Q. 연구실 밖에서는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저는 야외 활동을 좋아하며, 정기적으로 요트, 자전거, 하이킹을 즐깁니다. 날씨가 항상 따라주지는 않지만 요트는 저의 가장 중요한 취미 중 하나입니다. 요트 경주를 시작하면서 한국에서 많은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고, 요트 팀에도 들어갔습니다. 지난해 우리 팀은 이탈리아에서 열린 국제 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할 기회를 얻는데요, 이는 저를 정말 자랑스럽게 만들어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Q. 과학자로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일까요? 과학자로서 저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IBS 기후물리 연구단의 일원이 된 것을 매우 행운으로 생각합니다. 우리 연구단의 분위기는 매우 훌륭하며, 이러한 뛰어난 팀의 일원이 된 것을 행운으로 생각합니다. IBS 기후물리 연구단에서 연구 경력을 시작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Q. 화학, 금융공학, 기후 시스템 등 전공 분야의 변화가 잦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학부 시절 인턴쉽을 위해 하와이에 방문했을 때 금융 공학 석사 과정에 대해 듣게 되었습니다. 비록 새로운 분야였지만 평소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있었고 통계 기술을 사용할 줄 알았기 때문에 석사 과정에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하와이에서의 생활은 절대 나쁠 수 없었어요. 결국 1년은 5년이 되었죠. 하지만 한국에 가보지 않겠냐고 제안받았을 때 새로운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는 기회를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처음이 어렵다고 하죠. 제가 석사 과정에서 배운 기술들이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분야로 전공을 바꾸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인생에 큰 이벤트가 없었지만, 오히려 좋은 기회가 저에게 왔고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어서 매우 기뻤습니다. 그래서 저는 모든 분들이 주변을 둘러보고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면 두 팔 벌려 그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의 추가 연구 계획이 궁금합니다. 박사 학위를 마친 후에는 연구원으로서 일하고 싶은데, 이것이 제 경력을 위한 최고의 다음 단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 경력은 꽤나 독특하고 다양한 연구 분야에 걸쳐 있습니다. 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고정관념 벗어나는 방법과 소중한 문제 해결법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즐거운 환경의 연구실에서 흥미로운 아이디어와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과 일하는 시간이 가장 중요합니다. 식생과 기후의 영향에 특히 중점을 두고 호모종 분산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싶지만, 시야를 넓히고 기후 시스템의 다른 측면을 탐구하는 데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2023.08.03
  • 코를 연구하는 혈관 과학자...면역 장벽 비밀 푼다 코를 연구하는 혈관 과학자...면역 장벽 비밀 푼다 코를 연구하는 혈관 과학자...면역 장벽 비밀 푼다 홍선표 혈관 연구단 연구위원 코는 외부 공기가 폐로 들어가는 첫 관문이다. 외부공기 속엔 병원균과 이물질이 섞여 있다. 콧속의 점막은 이들을 막는 최초의 면역 파수꾼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코가 어떻게 파수꾼 역할을 하는지는 명확치 않다. 비교적 중요한 장기로 인식되지 못했고, 여러 겹의 뼈가 겹쳐져 있는 등 복잡한 구조 때문이다. 코를 탐구하는 과학자가 있다. 코의 파수꾼 역할을 비밀을 풀기 위해 콧속 혈관과 림프관을 3차원(3D)으로 정밀하게 분석하는 과학자다. 코를 연구하는 혈관 과학자, IBS 혈관 연구단 홍선표 연구위원을 만났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충북대 생화학과를 2013년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에 진학해 석박통합과정을 거쳤습니다. 박사과정 동안 심장 세포와 심혈관 분화 관련 연구를 했습니다. 박사과정 동안 지도교수셨던 고규영 KAIST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가 기초과학연구원(IBS)으로 적을 옮기며 2015년부터 혈관연구단 연구원으로 일하기 시작했고, 2018년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IBS 선임연구원으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소장 융모 내 림프관의 역할과 그런 역할을 유지하는 메커니즘에 대해 연구를 했으며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부터는 코를 주 연구대상으로 콧속 혈관과 림프관을 연구해 왔습니다. Q. 소속연구단인 IBS 혈관연구단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IBS 혈관연구단은 장기별 혈관과 림프관 구조 및 기능에 대해서 분석하는 연구단입니다. 장기별 혈관과 림프관 구조와 기능, 이질성을 파악하는데 집중 중이며 가장 최근에는 뇌 척수막 림프관 및 두경부의 림프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뇌 척수막 및 두경부에 있는 림프관의 새로운 기능이나 구조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뇌 안에서 만들어진 척수액이 순환하는 곳이 림프관으로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치매나 알츠하이머 등의 질병으로 이어집니다.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전을 찾아내는 기초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연구단은 고규영 단장을 필두로 2명의 연구위원, 박사후연구원 1명, 학생 10명, 연구기술직 및 행정직원 7명 정도가 있습니다. 개개인들이 뇌 척수막과 비강, 암 세포 등 다양한 분야에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홍 연구위원님의 중점 연구 분야가 궁금합니다. 저는 코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코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공기에 들어 있는 병원체에 가장 먼저 노출되는 신체 기관입니다. 특히 코 안의 빈 곳인 ‘비강’의 점막은 외부의 병원균과 이물질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최초의 면역장벽 기능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면역장벽 기능이 작동하려면 콧속 혈관과 림프관이 중요합니다. 외부의 병원체를 면역세포들이 인식해 림프관을 타고 이동하고, 다시 혈관을 통해 특정기관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이 혈관과 림프관을 구조적 그리고 분자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Q. 어떤 성과가 있었나요? 복잡한 코 속 혈관과 림프관을 3차원(3D)으로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이전까지 해부학적으로 코가 연구된 게 없었습니다. 단편적으로 얇은 절편의 이미지 정도만 있었을 뿐 코 안의 림프절과 혈관 형태를 연구한 적은 없습니다. 구조뿐 아니라 단일세포 분석법을 통해 분자적인 분석도 거쳤습니다. 면역 반응에 대한 분자세포적 수준의 특성을 규명한 것입니다. 또 일반적인 모세혈관 외에 ‘정맥동’ 혈관이 비강 내 넓은 범위에 걸쳐 분포하고 있음도 확인했습니다. 정맥동은 정맥혈이 순환하는 혈관으로 면역세포들을 붙잡을 수 있는 접착 형태의 단백질들을 많이 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외부의 병원체가 코에 들어왔을 때 정맥동을 통해 면역세포들이 먼저 이동하는 것을 시사합니다. 생쥐 비강 내 혈관 및 림프관 3차원 구조 생쥐 비강 내 점막에는 많은 혈관이 분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음. 림프관에 특이적으로 발현하는 Prox1 단백질이 다른 조직에서와는 다르게 정맥동 미세혈관에 발현하고 있으며, 비강 내 넓은 범위에 걸쳐 분포하고 있음을 시각화함(그림 a) 또한, 비강 내 림프관의 분포를 시각화하였으며, 다른 조직과는 다르게 비강 내 림프관은 비전형적인 특징을 가진 림프관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발견함(그림 b). Q. 코 속 혈관‧림프관 정밀지도 활용법이 궁금합니다. 이전에는 단편적으로만 콧속 혈관을 보던 수준에서는 혈관 간 연결 네트워크 파악이 어려웠습니다. 3D 지도를 통해 혈관 네트워킹 전체를 볼 수 있습니다. 혈액이나 림프액이 어디로 들어와서 어디로 나가는지 순환과정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또 혈관과 림프관은 장기별로 다른 이질성을 가집니다. 만들어 낸 지도를 통해 이런 이질성을 분자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를 통해 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습니다. 이해가 높아지면 약물 전달이나 병원체 방어를 조절할 수 있는 방법들을 발굴할 수 있습니다. 또 코로나19 이후 다가올 미지의 감염병에 대응하는 효과적 면역활성화 기능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Q. 연구 수행 때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코의 내부는 매우 복잡해 구조를 규명하는 것은 그동안 학계에서 난제였습니다. 주로 쥐 실험을 많이 하는데 쥐는 코의 크기가 작아 코에서 비강 점막만 떼어내 이미징 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작은 구조 하나하나 떼어내기가 힘들었습니다. 또 코는 겹겹이 쌓여있는 구조라 이 구조를 온전히 분리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살아있는 세포 이미징을 하려고 해도 코 구멍 자체가 매우 작아 이 구멍에 맞는 카메라 장비가 개발된 게 없던 것도 난관이었습니다. 사람의 비강 세포도 구했으나 코 전체를 구할 수 없는 것도 연구에 어려움을 배가했습니다. Q. 어려움은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결국 노하우였습니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실험쥐의 비강 점막만 떼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미 개발된 이미징 장비들을 활용해 여러 번의 시도를 거쳤습니다. 사실 비강 점막을 연구코자 했던 과학자도 적었습니다. 그 안을 갈라 열어보려는 시도조차 적었기에 실험쥐의 콧속을 들여다보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입니다. 저희 연구단은 시도를 했고 성공했습니다. Q. 해당 연구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알러지나 비염 때문에 과학자들이 코에 관심을 둔 적은 있지만 건강한 사람의 감염병 감염에 있어 코가 중요하다는 인식은 없었습니다. 코로나19 주 감염경로로 코가 지목이 됐고, 저희 연구단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초기 감염과 증식의 주요 표적이 비강 섬모 상피세포임을 규명했습니다. Q. 연구성과들에 대한 학계의 관심은 어떤가요?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기초과학자들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았습니다. 코의 구조를 3D로 본 적이 없었고, 코 안에 특이적 단백질 발현 현상이 있다는 것도 처음 밝혔기 때문입니다. 또 코의 혈관과 림프절 연구하는 실험실은 세계적으로 봐도 거의 없는 수준입니다. 독보적인 그리고 처음 하는 연구이기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한 갈래의 연구 분야를 새롭게 열어놨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아직 많이 연구된 게 없으니 전 세계 과학자들이 추후 몰려 연구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Q. 혈관연구단 연구를 통해 코가 전염병 감염에 중요 역할을 한다는 점이 밝혀진 만큼 미래 감염병 사태 때 비강백신이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 전망하시는지요? 비강을 통해 백신을 투여하게 되면 면역이 다르게 형성된다는 연구들이 최근 이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때 일부 국가에서 사멸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비강 내 투여해 비강면역을 형성했더니 적은 비용으로 많은 인구를 감염으로부터 보호됐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연구단이 향후 비강백신의 효과가 어떻게 얼마나 다른지 등을 분석해 비강 백신이 일반 백신보다 더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는지 밝혀낸다면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Q. 혹시 비강백신 개발업체들의 협업 연락도 있었나요? 코로나19 사태 때 업체들의 연락이 이어졌습니다. 주로 자문을 구하는 내용이었고, 이제 비강 백신 개발은 시작 단계입니다. 코로나19보다는 다른 새로운 질환에 대비한 개발 방향으로 보입니다. 비강 백신이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백신 물질이 비강 내 외피세포들을 통과해 코 안의 조직으로 들어가야 하는 등의 과제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Q. 앞으로의 추가 연구 계획이 궁금합니다. 림프관은 노폐물을 흡수해 처리 및 정화하는 ‘하수도’ 역할을 합니다. 이런 역할을 위해 림프관들은 서로 간 접합부가 느슨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그 사이로 노폐물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코 림프관들은 매우 타이트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병원체를 너무 많이 흡수해 림프절로 이동시키면 오히려 더 과한 면역반응을 일으킨다는 이유에서 이렇게 타이트하게 림프관들이 연결돼 있을 것으로 보나 이는 아직 추정에 불과합니다. 더 연구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 밖에 코를 통해 병원체가 이동을 해 뇌를 감염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과정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합니다. Q. 코 외에 다른 장기에 대한 혈관 및 림프관 정밀지도 연구도 계획하고 계시는지요? 혈관은 어느 정도 지도가 그려져 있습니다. 오히려 림프관 지도를 확장할 계획입니다. 장기마다 분자적 이질성을 따진 지도화가 이뤄져 있지 않습니다. 림프관의 이질성, 분자적 지도화 연구를 계획 중에 있습니다. Q. 추후 연구에 필요한 지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IBS는 연구하기에 국내에서 제일 좋은 연구기관이라 생각합니다. 연구비나 장비 모두 잘 지원받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은 없습니다. 다만 좋은 연구자들과 함께 계속 같이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합니다. 가령 좋은 연구자들이 계속 같이 일을 하려면, 훌륭한 연구자들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자리와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함께 일할 수 있는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있어야 합니다. 이런 부분이 해결돼야 좋은 연구자들이 계속 연구에 전념하여 좋은 연구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연구자로서 성과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성과만 중시하다 보면 유행하는 논문 및 연구만 쫓아가게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 깊이 있는 연구를 하기 위해 과학적 흥미를 잘 조절하며 연구를 하겠습니다. 항상 겪는 어려움인데 이런 부분들을 잘 조율하다 보면 좋은 성과가 또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고민을 항상 겪는 연구자분들 다 같이 힘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2023.06.28
  • 과학자들의 꿈, 세계를 정조준한다 과학자들의 꿈, 세계를 정조준한다 홍승우 중이온가속기연구소장 과학자들의 꿈, 세계를 정조준한다 ※편집자 주: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는 지난 5월 23일 한국형 초전도 중이온 가속기 저에너지 전체 가속구간에 걸친 빔 시운전에 성공했습니다. 빔 인출 성공을 기념하며 홍승우 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장의 취임 당시 인터뷰를 재조명합니다. 중이온가속기 라온(RAON)이 저에너지 가속구간에서 첫 번째 빔 인출에 성공했다. 2009년부터 이어진 긴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라는 신호다. 중이온가속기는 인간과 우주 근원을 향한 인류의 호기심을 해결하고, 자연을 탐구하기 위한 장치다. 2022년 7월, IBS는 가속기 완성을 앞두고 홍승우 전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를 중이온가속기연구소장으로 선임했다. ‘우리’라는 존재에 대한 궁극의 답을 찾는다 10월 12일, 중이온가속기 ‘라온(RAON· Rare isotope Accelerator complex for ON-Line experiments)’이 첫 번째 빔 인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라온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ISBB, International Science Business Belt)에 짓기로 최종 결정한 것은 2009년. 13년이나 되는 긴 기간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모였다. 2022년까지 투입된 비용만 1조5183억 원. 이토록 긴 시간과 많은 비용을들여 라온을 만들었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홍 소장에게 물었다. “인간은 근원에 대한 근본적인 호기심이 있습니다. 근원이 무엇인지 따라 올라가면 결국 우리 몸을 이루는 원소들이 우주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탐구하게 됩니다.” 지구 자연에 존재하는 원소는 90여 개나 되지만 이 다양한 원소들이 모두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빅뱅 초기에 수소와 헬륨이 만들어졌고, 비교적 가벼운 원소들은 별 안에서 수소나 헬륨의 핵융합 반응을 거쳐 만들어진다. 그러나 우라늄 같은 무거운 원소가만들어지는 과정은 여전히 비밀에 쌓여있다.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이 서로 충돌하거나 초신성이 폭발할 때 만들어졌을 것으로추측하지만 명확하게 증명되지는 않았다. 라온은 이 과정을 지상에서 재현해주는 기계 장치다. 수소나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를 이온으로 만들어 매우 빠르게 가속한 뒤, 표적과 충돌시킨다. 수소나 헬륨보다 무거운 이온을 ‘중이온’이라 하기에 중이온가속기라고 부른다. 가속한 중이온이 표적과 충돌하면 양성자나 중성자가 재배열되면서 별이 폭발할 때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희귀동위원소를 만들 수 있기에 희귀동위원소 가속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 손으로 만든 장비가 훌륭한 연구성과를 내길 바라며 홍 소장은 라온을 처음 기획할 때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한 ‘중이온가속기 건설구축사업’의 산 증인이자 전 과정을 꿰뚫고 있는 전문가다. 중이온가속기 개념 설계보고서가 홍 소장의 손끝에서 나왔다. “저 혼자 한 일이 아닙니다. 포항가속기연구소의 방사광가속기나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양성자가속기를 만들 때 참가했던 각 분야 전문가와 함께 설계했습니다. 과제 참여자가 200여 명이나 되는 큰 프로젝트였어요.” 홍 소장을 비롯한 과학자들이 가속기 구축 사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 것은 현대 과학에서는 실력 못지 않게 장비도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최근 실험 과학 분야 성과는 얼마나 좋은 장비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연구 질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던 과학s자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성장을 멈추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기초과학에 대한 꾸준한 투자로 과학자들은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받아도 전세계 어느 연구소에서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국내에는 이들이 본격적으로 실력을 보일 수 있는 거대 장비가 많지 않았다. 해외에서 세계적인 장비를활용해 뛰어난 성과를 보이던 한국인 과학자가 고국에 돌아와 연구를 하려 해도 장비가 모자라 성장이 멈추는 경우가 많았다. 과학자들의 목소리에 응답한 정부는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 종합계획을 확정하고 과학벨트 내에 대형연구시설로서 가속기 설치를 결정했다. 가속기도 종류는 여러 가지다. 가속시키는 입자와 빔 라인의 형태에 따라 종류와 연구 대상이 달라진다. 과학자마다 각각 연구분야가 다르기에 사용하는 가속기 종류도다르다. 그럼에도 ‘중이온가속기(희귀동위원소 가속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쉽게 모아졌다.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세계 최고가 될 가속기를 만들어야 한다는말에 연구자가 모두 동의했기에 가능했다. “중국이나 미국, 유럽연합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작은 나라입니다. 예산도 적고 사용할 수 있는 부지도 작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가속기가 무엇일지 다같이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미 해외에는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시설이 있다. 예를 들어 유럽입자물리연구 소(CERN, Conseil Européen pour la Recherche Nucléaire)의 거대 강입자 충돌기(LHC, Large Hadron Collider)는 원형 가속기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둘레가 무려 27km. LHC 규모의 가속기를 지으려면 서울시만한 부지가 필요하다. 예산도 수조 원이 든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규모 연구 시설을 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눈을 돌려 선택한 것이 지금의 라온이다. 빔 라인이 일자로 된 선형 가속기로, 희귀동위원소를 찾는데 특화된 가속기다. 가벼운 원소를 가속해 우라늄 같은 타깃에 충돌시키는 ISOL(Isotope Separa-tor On-Line) 방식과 무거운 이온을 가속시키는 IFF(In-Flight Fragmentation)방식 두 가지로 나뉜다. 다른 나라들은 둘 중 한 가지 방식을 선택했다. CERN과 캐나다에서는 ISOL 방식, 일본 이화학연구소는 IFF 방식 가속기를 가동하고 있다. 라온은 이들과 경쟁하고 우위를 점하기 위해 두 방법 모두를 선택했다. 전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이런 라온에서 첫 빔을 성공적으로 인출했다는 것은 이 도전에 대한 첫 단추가 성공적으로 끼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기 저항을 0으로 만들기 위해 길이 100m 정도의 초전도 가속관을 절대온도 4K로 냉각하면서 빔을 만들고, 만든 빔을 섬세하게 방향 조절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 홍 소장은 “국내 업체들이 기술 노하우를 하나하나 쌓아가며 제작했다”며 이들이 가속기 건설의 숨은 주역이라고 고마워했다. 라온의 빔 인출 소식은 국내외 학자들을 설레게 했다. 때마침 첫 빔이 인출된 순간에는 IBS 본원 과학문화센터에서 핵물리과학자 국제학회 ‘EMIS 2022(ElectroMag-netic Isotope Separators and related topics)’의 폐회식이 열리고 있었다. 1. 라온에는 고에너지 가속 구간 SCL 2와 저에너지 가속 구간 SCL 3가 있다. 사진은 SCL 3 가속관의 일부다. 2. 빔을 쏘기 위해서는 빔이 지나가는 가속관과 함께 이온 빔을 만들어줄 이온 원(ion source)도 필요하다. 사진은 이온 원으로 여기서만들어진 빔이 가속관을 통과해 표적과 충돌한다. 3. 홍 소장은 중이온가속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올 때부터 관여한 과학자다. 덕분에 라온이 현재 모습이 되기 까지 전 과정을 파악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전해진 빔 인출 소식에 학회장에 모여있던 과학자들이 박수를 치며 기뻐했습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행사가 끝난 뒤 중이온가속기연구소를 방문해 현장을 견학했고요.” 임기 내 2단계 사업 시작이 목표 임기 내 2단계 사업 시작이 목표성공적으로 빔을 인출했다고 마냥 기뻐하기는 이르다. 자동차 제작으로 비유하면 이전에 만들어 본적 없는 자동차를 설계도 대로 만든 뒤 처음으로 시동을 걸고 1단 기어에서 저속 주행에 성공한 상태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기어도 바꿔보고 고속 주행도 도전해야한다. 홍 소장의 임기는 3년. 기초과학 연구 기간을 생각하면 길지 않은 임기다. 홍 소장은 임기동안 연구소가 최대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목표를 잡았다. 첫 번째는 빔 인출이었다. 8월 중이온가속기연구소장으로 부임하면서 가장 처음 달성해야할 목표로 언급한 것도 빔 인출이었다. 올해 이 단계를 성공해야만 2023년부터 가속기를 운영하며 실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가속기를 사용해 훌륭한 연구 성과를 내는 일이다. 물론 처음부터 좋은 논문이 나오길 기대하지는 않는다. 이제 갓 빔 인출을 시작했을 뿐이다. 가속 모듈이 총 54개인데 앞쪽에 있는 5개만 사용했다. 54개 전체가 본격적으로 가동해야 비로소 좋은 실험 논문을 만들 수 있다. “2023년에는 희귀동위원소를 새로 발견하는 것 같은 큰 논문이 나오기는 어렵습니다. 논문은 투고하면 보통 1년 정도 걸리거든요. 초반에는 주요 기능들을 점검하게 될 만큼 처음에는 라온의 성능과 관련된 논문이 주로 출판될 겁니다.” 마지막 목표는 2단계 구축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현재 가속기는 저에너지 구간인 SCL3(SCL, Super Conduction Linac)만 완성됐다. 고에너지 구간인 SCL2를 만들기 시작하려면 최대한 빨리 선행 연구개발(R&D)을 마쳐야 한다. SCL2가 완성이 된 뒤에야 비로소 라온이 세계 최고 가속기로 우뚝 설 수 있다. 중이온가속기연구소 홈페이지에는 홍 소장의 취임사가 올라와 있다. 첫 문장은 프 랑스 화가 폴 고갱의 작품 ‘D’ où Venons Nous. Que Sommes Nous. Où Allons Nous(1897)’을 인용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고 있나.” 예술가나 철학가, 과학자가 아니더라고 누구나 ‘나’에 대한 의문을 갖는다. 이 의문은 인류가 등장한 이래 현대에 오기까지 인류 문명을 번영시킨 원동력이었다. 라온은 인류가 가진 질문에 답할 새로운 희망이다. 라온이 나아갈 길에 대해 홍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라온은 기초과학자들의 꿈이 현실에서 실현된 모습입니다. 지금은 그 꿈이 단계별로 실현되는 중입니다. 꿈이 실현됐을 때의 모습을 기대해주세요.” 2023.06.09
  • 새벽에 가장 먼저 뜨는 별을 쫓는 과학자 새벽에 가장 먼저 뜨는 별을 쫓는 과학자 새벽에 가장 먼저 뜨는 별을 쫓는 과학자 이연주 기후 및 지구과학 연구단 행성대기 연구그룹 CI 2022년 6월, 기초과학연구원(이하 IBS)은 지구과학 분야 신규 연구단인 ‘기후 및 지구과학 연구단’과 그 산하 첫 번째 연구그룹 ‘행성대기 그룹’을 신설했다. 행성대기 그룹을 책임지는 CI는 독일 항공우주센터의 이연주 연구원이 임명됐다. 태양이 동쪽 지평선으로 떠오르며 새로운 아침을 알리기 직전, 동쪽 하늘에는 그 어떤 천체보다 밝은 별이 뜬다. 우리 말로는 ‘샛별’,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상징과 같은 이 별은 오랜 시간동안 과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왔다. 이연주 기후 및 지구과학 연구단 행성대기 연구그룹 CI도 그 호기심에 흠뻑 빠진, 샛별을 쫓는 과학자다. 더위가 한창 시작될 6월, 대전 IBS 본원에서 이 CI를 만났다. 기후 및 지구과학 연구단은 막 출범한 연구단으로 이 CI가 이끄는 행성대기 그룹은 연구단의 첫 번째 연구 그룹이다. IBS는 행성대기 그룹을 시작으로 연구 그룹을 조금씩 늘려나갈 계획이다. 아름다움의 여신(Venus)에게 흠뻑 빠진 과학자 이 CI가 이끄는 행성대기 그룹의 첫 번째 목표는 금성이다. 금성은 이 CI가 학위를 받을 때부터 관심을 가졌던 주제다. 왜 하필 금성이었을까. 태양계에는 금성말고도 다른 행성이 여럿 있다. “석사까지 전공은 지구 대기였어요.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진학할 곳을 찾던 중 금성 탐사와 관련된 과제들을 알게 됐습니다. 지구와 아주 가까운 행성임에도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아주 흥미로웠거든요.” 관심을 갖기 시작한 뒤 이 CI는 금성을 쫓기 시작했다. 막스플랑크 태양계 연구소에서 유럽우주국(ESA)의 금성 탐사선 ‘비너스 익스프레스(VEX, Venus express, 2005년 발사)’ 팀에 합류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금성 탐사선 ‘아카츠키(혹은 플래닛 C, 2010년 발사)’ 팀에서 금성의 대기와 관련된 연구를 했다. 이 때 발표한 ‘금성 대기의 자외선 반사도와 동서풍속 사이의 연관성 연구1)’는 미국 천문학협회(AAS)에서 우수 연구 성과로 선정됐다. 금성을 관측할 수 있는 기회라면 다른 행성 탐사선 팀에 합류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구 바깥 천체를 탐사하는 탐사선들은 목적지를 향해 가며 다양한 행성을 거쳐 간다.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서 더 먼 곳으로 가기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인데 이 기회들은 행성을 가까이에서 관측할 수도 있게 한다. 태양계 바깥으로 나가는 목적을 가졌던 보이저 탐사선 역시 태양계 밖으로 나가는 길에 목성과 토성을 거쳐 지나가며 많은 자료를 전달했다. 이 CI는 ESA-JAXA가 공동으로 추진한 수성 탐사선 ‘베피콜롬보(2015년 발사)’가 금성을 지나갈 때도 놓치지 않았다. 내노라 하는 금성 탐사 프로젝트라면 거진 이 CI의 손길이 닿아있는 셈이다. 태양계 행성을 관측하는 큐브샛을 제작, 궤도에 올리는 것이 목표 이 CI의 이력을 보면 그가 IBS에서 수행할 프로젝트에 대해 궁금한 것이 생겼다. 우리나라는 올해(2022년 8월 4일 발사) 달 궤도 탐사선을 발사했을 뿐 이 CI의 전문 분야인 금성에 탐사선을 보낼 계획은 없다. 그렇다면 이 CI는 대체 어떻게 본인이 연구를 이어가는지 궁금해졌다. “금성을 연구하기 위해 꼭 탐사선을 보낼 필요는 없습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관측할 수 있거든요.” 금성은 지구에서 관측할 수 있는 천체 중 태양과 달 다음으로 밝다. 가장 밝은 때는 무려 4.5등급으로, 항성 중에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인 큰 곰자리 시리우스보다 약 16배나 밝다. 밤하늘 천체를 잘 찾지 못해도 태양이 진 직후 서쪽 하늘이나, 해가 뜨기 직전 동쪽 하늘에서 밝게 빛나는 천체를 발견했다면 열에서 아홉은 금성일 경우일 정도로 찾기 쉽다. 찾기 쉽지만 단점도 크다. 공전 궤도가 지구보다 안에 있기 때문에 태양과 함께 뜨고 진다. 대부분 낮에 떠 있다는 뜻이다. 낮에는 태양 빛이 워낙에 강하기 때문에 지상에서는 그 어떤 천체도 관측할 수 없다. “금성을 관측할 수 있는 큐브샛을 개발하고, 지구 궤도에 올릴 겁니다.” 큐브샛은 크기가 수십 cm 단위인 작은 위성을 말한다. 가로, 세로, 높이가 10cm인 정육면체(1U)가 크기를 판별하는 단위다. 1999년에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대학원생의 수업용으로 고안된 뒤 2003년 처음으로 발사됐다. 큐브샛이 활용되는 범위는 다양하다. 지상을 관측하며 불법 벌목 현장을 감시하거나, 야생동물을 추적하기도 한다. 우주 탐사에서는 탐사선들의 실황을 중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2018년에는 NASA가 화성에 보낸 탐사선 ‘인사이트’의 화성 착륙 과정을 큐브샛이 중계했다. 올해 9월에는 소행성에 위성을 충돌시킬 예정인데, 이 과정을 큐브샛이 중계할 예정이다. 이 CI는 큐브샛의 시선을 금성을 향해 고정한 뒤 관측할 계획이다. “탐사선은 금성 가까이에 접근하는 만큼 좁은 범위를 높은 해상도로 관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금성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금성 전체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큐브샛은 이런 이 CI의 계획을 실현시킬 수단이다. 지구 대기 바깥으로 나가는 만큼, 지상에서처럼 낮과 밤을 나눌 필요가 없다. 게다가 북극과 남극을 오가는 극궤도에 올릴 경우 매 90분마다 한 번씩 관측이 가능하다. 금성을 관측하는 시간이 꾸준해 지면 사진보다는 동영상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처럼 변화를 더 세세하게 파악할 수 있다. 큐브샛을 통해 금성에서 당장 발생하는 변화를 파악하는 중요한 자료가 새롭게 생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주과학자들이 주목하는 금성 금성은 지구와 쌍둥이 행성이라 할 정도로 크기가 비슷하다. (왼쪽부터)수성, 금성, 지구, 화성의 크기 비율. 한국에서 금성은 대중적인 주목도가 떨어지는 행성이었다. 사람을 보내는데 성공한 달이나, 유인 탐사의 가능성이 보이는 화성과 달리 유인 탐사가 어렵기 때문이다. 1960년대 보낸 미국과 러시아의 금성 탐사선들이 보내온 자료 덕분에 금성 표면 온도가 400℃가 넘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금성의 이산화탄소 대기가 만드는 어마어마한 온실 효과 때문이다. 70-80년대에 러시아의 베네라 탐사선이 금성의 지표에 착륙했다. 특히 베네라 13호는 2시간 가량 지표에서 미션을 수행했다. 이러한 탐사 활동을 통해 우리는 금성 지표가 메말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최근 금성의 새로운 모습들이 포착되면서 새롭게 관심을 받고 있다. 금성 구름의 주 성분은 황산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구름 상층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흡수 물질(미확인 흡수체)이 있다. 이 미확인 물질은 근자외선부터 가시광의 일부(파란색)까지 흡수한다. 첫 관측은 이미 한 세기 전에 이뤄졌고, 현재까지 여러가지 추정물질들이 후보로 제안되었다. “태양 에너지(자외선)를 흡수하는 양이 달라지면, 금성 대기 순환이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태양 에너지와 대기 순환은 기후와 관련이 크므로, 이는 금성에도 기후 변화가 있다는 가능성을 말합니다.” 지구의 기후 변화는 태양 에너지에 의해 일어난다. 태양 에너지를 많이 받는 곳에서는 상승 기류가, 적게 받는 곳에서는 하강 기류가 만들어지면서 전 지구를 순환하는 대기 대순환이 만들어진다. 이 때 태양 에너지가 얼마나 흡수되고, 반사되는지는 지구의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구름층이 두껍다면 태양 에너지를 많이 반사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항상 두터운 구름으로 덮여있는 금성은 어떨까. 과학자들은 금성 상층에 있는 미확인 흡수체를 주목하고 있다. “미확인 흡수체의 양에 따라 태양 복사 에너지 반사율이 조금씩 변합니다. 금성을 관측할 때 어두운 부분은 미확인 흡수체가 자외선을 많이 흡수하는 부분이고, 밝은 부분은 반사를 많이 하는 부분이지요. 미확인 흡수체의 정체가 무엇인지,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풀어나가는 것이 숙제입니다.” 2005년 발사해 2014년 임무를 종료한 ESA의 금성 탐사선 '비너스 익스프레스' 아직 알아낼 것이 많은 만큼 세계 각국에서도 금성에 탐사선을 보내는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지난 해 ESA와 NASA는 금성에 탐사선을 보낼 것을 확정했다. ESA는 ‘인비전’을, NASA는 ‘다빈치+’와 ‘베리타스’를 보낸다. 러시아는 1984년 종료된 베네라 계획을 잇는 베네라-D 계획을 발표했다. 인도는 슈크라얀 1호라 이름붙인 금성 탐사선을 발사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 CI는 이들과 함께 IBS에서 큐브샛을 이용해 금성 전체를 꾸준히 관측하는 일을 준비한다. “탐사선이 금성 가까이에서 관측할 때 동시에 지구에서 금성 전체를 관측해 금성의 변화를 좀더 밀도 있게 관측할 계획입니다.” 이제 막 연구단이 꾸려진 만큼 앞으로 할 일은 많다. 우선은 손발을 맞출 팀원을 꾸려야 한다. “한국에서도 우주 과학을 함께 연구할 의욕있는 팀원을 찾고 있어요. 큐브샛을 함께 개발한 스타트업도 찾고 있고요. 할 일이 정말 많네요.” 이 CI는 좋은 팀원을 찾기 위해서 국내외 연구소 뿐만 아니라 대학이라도 직접 찾아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2022.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