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행동 이해 높이는 AI와 뇌과학의 결합

김선필 권재 연구원

최근 전세계 학계, 산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인공지능(AI)'이다. 이렇게 등장한 AI의 영역이 점차 확대되며 복잡한 동물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은 동물의 3차원 움직임 정보를 바탕으로 AI 학습을 통해 동물 행동을 분류, 분석할 수 있는 '섭틀(SUBTLE)'이라는 AI 분석 도구를 만들어냈다. 뇌과학과 데이터과학의 협력으로 복잡한 동물의 움직임을 AI가 정확하게 구분하게 됐다. 인간의 질병 치료법 연구 등에도 활용될 수 있는 '동물 행동 분석'에 AI가 접목되며 더 정교해졌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김선필 박사후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뇌과학 분야에 AI 기술이 융합된다면 기존에 불가능했던 일들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내다봤다. 연구를 함께 진행한 권재 박사후연구원 또한 "궁극적으로 다양한 동물에서 확보된 행동 데이터를 빅데이터화한다면 생물 전체의 행동을 관장하는 기본 원리를 이해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연구자에게 그간의 연구 성과와 향후 목표 등에 대해 물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선필 연구원/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선필이라고 합니다. 연세대 생물학과에서 학사를 받고, 이창준 단장님과는 2014년도 학생 인턴을 시작으로 석박 통합과정을 밟았습니다. 학위기간동안 성상교세포의 도파민 관련 신호전달체계 및 사회성 기억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2023년부터는 IBS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권재 연구원/ 뇌기반-AI 연구자 권재라고 합니다.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에서 이창준 단장님의 지도하에 2022년도에 고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2024년 9월까지 기초과학연구원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했습니다. 11월부터는 기초과학연구원 재직 시절 공동연구를 통해 알게 된 막스플랑크연구소의 차미영 단장님(前 IBS 데이터 사이언스 그룹 CI)과 함께 박사후연구원으로서 새로운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Q. IBS에서 주로 맡고 있는 연구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선필 연구원/ 저는 관심사가 다양해서 성상교세포의 기능, 시각정보를 바탕으로 한 사회성 기억, 저독성 도파민 발굴 등 다양한 주제의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SUBTLE 개발은 이 같은 연구 과정 중 생쥐 행동 실험 등을 좀 더 객관적이고 손쉽게 분석하고자 진행하게 됐습니다.

권재 연구원/ 머신러닝과 신경과학의 융합 연구에 주력했습니다. 머신러닝 기술을 신경과학적 연구에 접목하거나, 신경과학에서 영감을 받아 머신러닝 기술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Q. 최근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의 가장 대표적인 핵심 연구 성과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김선필 연구원/ 우선 저희 SUBTLE 논문도 연구단 핵심 연구 성과 중 하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AI 연구가 뇌에 있는 신경세포의 구조를 모티브로 발전된 만큼 뇌과학과 AI 연구는 밀접하게 관련돼 있습니다. 최근 뇌과학 분야에도 AI를 이용한 연구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번에 발표한 SUBTLE 연구는 우리 연구단에서 AI를 활용한 첫 연구 사례입니다.

권재 연구원/ 저도 대표적인 핵심 연구 성과 중 하나로 올해 초 개발한 SUBTLE 알고리즘을 꼽고 싶습니다. 저희가 개발한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하면 신경과학 분야에서 가장 고된 작업인 동물 행동 분석을 보다 편리하고 객관적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동물 행동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Q. 'SUBTLE'의 연구개발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김선필 연구원/ SUBTLE 연구는 생쥐의 움직임을 3차원으로 재구성하는 'AVATAR'라는 장비를 소개받으면서 시작됐습니다. 이 장비로 생쥐의 3차원 움직임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으나, 이를 분석하는 툴은 마땅치 않았습니다. 이에 생쥐의 3차원 움직임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또 분석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비지도 학습을 도입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고차원 데이터를 차원축소 및 클러스터화했고, 각 클러스터가 특정 행동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시간에 따른 움직임을 표현한 다양한 데이터셋을 SUBTLE을 통해 분석 가능함을 확인했습니다.

권재 연구원/ 어떻게 하면 보다 효율적이고 객관적으로 동물 행동을 분석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AVATAR 장비로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지만, 그러한 데이터 속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얻어진 데이터 속에는 걷기, 일어서기, 멈춰있기, 그루밍 등의 다양한 행동들이 섞여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솔루션을 비지도 기계학습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Q. SUBTLE로 생쥐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인간, 원숭이 등에도 적용할 수 있음을 확인하셨는데 이외에는 또 어떤 동물에 활용이 가능할까요?
김선필 연구원/ SUBTLE 연구를 진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 중 하나가 '보편성'입니다. 이론적으로는 모든 동물의 움직임을 분석할 수 있고, 동물뿐만 아니라 다양한 물체의 움직임도 분석 가능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권재 연구원/ SUBTLE 알고리즘은 특정 동물에 국한되지 않고, '키포인트'를 가지고 있는 모든 대상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물고기처럼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사는 동물이나, 생물이 아닌 휴머노이드 로봇까지도 각 부위의 연속적인 키포인트 데이터만 있다면 움직임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또 SUBTLE 알고리즘은 개체 단위뿐만 아니라 집단의 행동 패턴까지도 분석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Q. SUBTLE을 학계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요? 동물 행동 분류·분석이 어떤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지, 동물별로 움직임을 분석하는 게 어떤 식으로 쓰일지도 궁금합니다.
김선필 연구원/ SUBTLE의 가장 큰 의의는 점수화(벤치마크)가 가능한 지표인 TPI(Temporal Proximity Index)를 제안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AI 연구에서 벤치마크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테스트하는데 굉장히 중요합니다. 저희 연구를 통해 더욱 정교하고 빠른 행동 분석 알고리즘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권재 연구원/ SUBTLE 알고리즘이 성공적으로 활용될 경우 수의학 및 동물 복지, 생태학 및 보존 연구, 로봇 공학 및 AI 등 다양한 분야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다양한 동물에서 확보된 행동 데이터를 빅데이터화한다면, 생물 전체의 행동을 관장하는 기본 원리를 이해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는 동물 행동 분석의 틀을 새롭게 정의하고, 생명체의 행동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Q. 동물 행동 분석에는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게 가장 중요해 보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나 신경쓰셨던 점이 있나요?
김선필 연구원/ 기존 행동분석은 사람이 직접 참여해 분석하는 경우가 많아 측정하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노동집약적이라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심지어 AI를 활용한 행동 분석에서도 '하이퍼파라미터'를 임의로 조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사람이 개입하는 부분입니다. SUBTLE에서는 이러한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해 분석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큰 공을 들였습니다.

권재 연구원/ 연구에서 가장 큰 과제는 인간의 개입 없이도 알고리즘이 인간이 원하는 방식으로 분류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동물의 행동을 비지도 학습으로 인간이 원하는 방식대로 분류한다는 것은 '어떤 제약 조건을 설정해야 인간의 분류 방식과 유사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이번 연구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향후 연구 계획 및 연구에 필요한 지원 등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김선필 연구원/ 이번 연구를 통해 뇌과학 분야에 AI 기술이 융합된다면 기존에 불가능했던 일들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특히 사회성 연구에 관해서는 아직 AI를 활용한 사례가 많이 없어 이쪽 분야를 개척해보고 싶습니다.

권재 연구원/ 현재 SUBTLE 알고리즘은 하나의 개체에 대한 분석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향후 연구에서는 다양한 동물이 있는 상황에서도 이 알고리즘을 적용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보다 복잡한 행동, 즉 개체 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하고 설명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발전이 이루어진다면, 사회성 연구에 있어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