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에서 찾은 RNA 안정화 서열로 바이러스 퇴치한다

- IBS 연구진, 바이러스에서 RNA 안정성·단백질 생산 증가시키는 서열 발견 -

- mRNA 백신 등 유전자치료제 성능 향상 기대 -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RNA 연구단 김빛내리 단장(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 연구팀은 수백 종의 바이러스 RNA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대량 시퀀싱 기술을 이용해, 바이러스의 RNA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을 증가시키는 RNA 염기서열을 발견했다. ‘K5’로 명명한 이 서열을 활용하면 RNA 치료제의 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등장 이후 감염병 극복을 위해 바이러스 연구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진화시켰다. 이러한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는 생명과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지만, 아직까지 바이러스 연구는 주로 의학적으로나 산업적으로 중요하다고 알려진 극소수의 바이러스에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그 종류와 생활사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유전자와 RNA에 관한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미개척의 ‘지식의 보고’일 수 있다.

연구진은 바이러스가 가지고 있는 RNA 안정화와 단백질 생산에 기여하는 조절 서열을 찾기 위해, 인간에게 감염된다고 알려진 모든 바이러스 RNA 서열 정보를 모았다. 그리고 모든 바이러스를 대표할 수 있도록 편향되지 않은 선별기준을 적용해 143종의 대표 바이러스 서열을 선별했다. 그리고 선별된 바이러스 서열을 동일한 길이(130개 뉴클레오티드)로 잘라 3만여 개의 절편을 만들고, 세포에 넣어 각각의 바이러스 서열들이 RNA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을 증가시킬 수 있는지 분석했다.

이 스크리닝 과정을 통해, 연구진은 RNA 안정화와 단백질 생산을 증가시키는 다수의 조절 서열을 찾아낼 수 있었으며 RNA 안정화와 단백질 생산 모두에 기여하는 16개의 서열을 동정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효과가 뛰어난 서열을 찾아내 ‘K5’라고 명명하고, 이 서열에 대해 상세히 분석했다.

K5는 에이치바이러스(Aichivirus)의 3말단 쪽에 위치한 서열이다. 에이치바이러스는 코부바이러스(Kobuvirus) 속, 피코나비리데(Piconaviridae) 과에 속한 바이러스로, 유전체로 단일가닥 RNA를 가진 바이러스이다. 전 세계에 널리 퍼져있지만, 약한 장염 정도만 일으키는 병원성을 가지고 있어 거의 연구가 되지 않는 바이러스다.

연구진은 K5 조절 서열이 ZCCHC2-TENT4 단백질 복합체를 이루는 TENT4 단백질을 이용해 RNA에 혼합꼬리1)를 생성함으로써, RNA가 분해되지 않고 단백질을 많이 생산하도록 돕는다는 사실을 밝혔다. K5는 두 개의 헤어핀 구조2)를 이루고 있는데, ZCCHC2-TENT4 단백질 복합체가 K5 서열에 결합하게 되면 TENT4 단백질이 바이러스의 아데닌 꼬리 부분에 혼합꼬리를 형성하게 된다. 이 혼합꼬리로 인해 RNA 분해 속도가 줄어 RNA 안정성이 높아진다.

나아가 연구진은 K5 서열을 유전자 치료에 사용하는 바이러스 벡터3)에 삽입하는 실험으로 K5 서열의 임상적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였는데, 실험 결과 바이러스 벡터의 유전자 전달 효과가 크게 증가했다. 또한 mRNA 백신에 삽입하면 mRNA가 안정화되고 오랫동안 많은 양의 단백질을 생산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K5 서열을 활용하여 RNA 치료제의 성능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김 빛내리 단장은 “바이러스 RNA의 K5 서열은 RNA의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을 증가시킨다”라며, “K5 서열을 이용해 mRNA 백신과 유전자치료제의 안정성과 성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번 성과는 고병원성 바이러스에만 집중하는 기존의 접근 방식으로는 이루기 어려운 성과”라며, “현재 경미한 바이러스라도 향후 심각한 바이러스로 진화할 수 있으므로, 편향 없이 다양한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생물학 분야 권위지 셀(Cell, IF 66.850)에 7월 6일 온라인 게재됐다.


[그림 1]  새로운 조절 RNA 서열을 찾기 위한 스크리닝 전략
            ① 인간에게 감염된다고 알려진 바이러스들의 지놈 서열을 과(family)별로 정리한 도표. 데이터베이스에 올라와 있는 전체 바이러스의 종(species) 수와 평균 지놈 크기를 회색 바그래프로 나타내었고, 실제 실험에 사용된 바이러스의 종수와 평균 지놈 크기를 색깔이 있는 바그래프로 나타내었다. 
            ② 스크리닝 실험 과정을 나타낸 개략도. 스크리닝에는 인간에게 감염된다고 알려진 143 종의 바이러스 지놈이 사용되었다. 143 종의 바이러스로부터 유래한 지놈 서열들은 타일링 기법을 통해 130개 뉴클레오티드(nucleotide) 길이로 잘라주었다. 이렇게 얻은 3만여 개의 바이러스 유래 지놈 절편들을 플라스미드 형태로 암세포에 넣어, 세포 안에서 각각의 바이러스 서열들이 RNA 안정성과 단백질 번역 증가에 미치는 영향을 시퀀싱하여 측정하였다.
[그림 1] 새로운 조절 RNA 서열을 찾기 위한 스크리닝 전략
① 인간에게 감염된다고 알려진 바이러스들의 지놈 서열을 과(family)별로 정리한 도표. 데이터베이스에 올라와 있는 전체 바이러스의 종(species) 수와 평균 지놈 크기를 회색 바그래프로 나타내었고, 실제 실험에 사용된 바이러스의 종수와 평균 지놈 크기를 색깔이 있는 바그래프로 나타내었다. ② 스크리닝 실험 과정을 나타낸 개략도. 스크리닝에는 인간에게 감염된다고 알려진 143 종의 바이러스 지놈이 사용되었다. 143 종의 바이러스로부터 유래한 지놈 서열들은 타일링 기법을 통해 130개 뉴클레오티드(nucleotide) 길이로 잘라주었다. 이렇게 얻은 3만여 개의 바이러스 유래 지놈 절편들을 플라스미드 형태로 암세포에 넣어, 세포 안에서 각각의 바이러스 서열들이 RNA 안정성과 단백질 번역 증가에 미치는 영향을 시퀀싱하여 측정하였다.

[그림 2] RNA 스크리닝으로 찾은 K5 서열의 작용 메커니즘
                K5는 두 개의 헤어핀 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ZCCHC2 단백질과 TENT4 단백질로 이루어진 혼합꼬리 형성 복합체에 결합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ZCCHC2-TENT4 혼합꼬리 형성 복합체가 K5 RNA에 결합하게 되면, 복합체 안에 있는 TENT4 단백질에 의해 바이러스의 아데닌 꼬리(polyA tail) 부분에 혼합꼬리를 형성한다. 형성된 혼합꼬리로 인해 RNA를 분해하는 단백질들의 접근을 막을 수 있게 되어 RNA의 안정성이 높아지게 된다. 또한 혼합꼬리는 코부바이러스 RNA의 번역(Translation)을 촉진해 단백질 형성을 촉진한다.
[그림 2] RNA 스크리닝으로 찾은 K5 서열의 작용 메커니즘
K5는 두 개의 헤어핀 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ZCCHC2 단백질과 TENT4 단백질로 이루어진 혼합꼬리 형성 복합체에 결합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ZCCHC2-TENT4 혼합꼬리 형성 복합체가 K5 RNA에 결합하게 되면, 복합체 안에 있는 TENT4 단백질에 의해 바이러스의 아데닌 꼬리(polyA tail) 부분에 혼합꼬리를 형성한다. 형성된 혼합꼬리로 인해 RNA를 분해하는 단백질들의 접근을 막을 수 있게 되어 RNA의 안정성이 높아지게 된다. 또한 혼합꼬리는 코부바이러스 RNA의 번역(Translation)을 촉진해 단백질 형성을 촉진한다.



IBS 홍보팀
박정훈


1) 혼합꼬리(Mixed tail): 특정 RNA는 아데닌 염기로 이뤄진 꼬리를 갖는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RNA 연구단이 2018년에 출판한 논문에서, 아데닌뿐만 아니라 다양한 염기로 이뤄진 혼합 꼬리가 존재하며, 이 혼합꼬리는 분해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RNA 안정화에 기여한다는 것을 밝혔다.

2) 헤어핀 구조(hairpin loop): 이름에서 구조적 형태를 유추할 수 있듯, 단일가닥의 RNA 또는 DNA의 상보적 역 반복서열 간에 수소결합으로 생긴 줄기 부분과 루프 형태를 하고 있는 고리 부분을 가진다.

3) 바이러스 벡터(Viral vector): DNA나 RNA와 같은 유전물질을 세포나 생체에 주입하기 위해 바이러스를 이용해 개발된 운반체로, 유전자 치료나 백신에 이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