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중간체의 모습, 최초 공개

-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촉매반응 진행 과정 사진 찍듯 기록 … Science 誌 게재 -

- 현대 화학의 난제였던 중간체의 구조 실험적 확인 … 효율 높인 차세대 촉매 개발 단서 -

아이는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된다. 화학반응도 반응물에서 생성물이 생겨나는 일종의 성장 과정에서 중간 단계인 ‘중간체’가 만들어진다.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할 수 있는 사람의 청소년기와 달리, 화학반응 도중 빠르게 생성되었다가 사라지는 중간체의 모습을 기록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장석복 단장(KAIST 화학과 특훈교수) 연구팀은 자연에 풍부한 탄화수소를 고부가가치의 물질인 질소화합물로 변환시키는 화학반응에서 생겼다가 사라지는 ‘전이금속-나이트렌1)’ 중간체의 구조와 반응성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질소화합물은 의약품의 약 90%에 포함될 정도로 생리 활성에 중요한 분자다. 제약뿐만 아니라 소재, 재료 분야에서도 중요한 골격이 된다. 현대 화학자들이 석유․천연가스 등 자연에 풍부한 탄화수소를 질소화합물로 바꾸는 아민화 반응(질소화 반응)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촉매 개발에 몰두하는 이유다.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은 2018년 다이옥사졸론2) 시약과 전이금속(이리듐) 촉매를 활용하여 탄화수소로부터 의약품의 원료가 되는 락탐을 합성하는 촉매반응을 개발한 바 있다(Science). 당시 아민화 반응을 유발하는 핵심 중간체가 바로 전이금속-나이트렌이라는 분석을 내놓았고, 이후 세계 120여 개 연구팀이 다이옥사졸론 시약을 활용한 아민화 반응 연구를 이어갔다. 하지만 계산화학적으로 구조를 파악할 뿐, 전이금속-나이트렌 중간체의 모습을 직접 관찰한 적은 없었다.

제1저자인 정회민 연구원은 “촉매 화학반응이 진행되며 어떤 촉매 중간체를 거쳐 가는지를 규명하는 것은 반응의 진행 경로를 면밀히 이해하는 동시에 더욱 효율이 높은 차세대 촉매를 개발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촉매반응은 용액 상태에서 이뤄진다. 용액 내 분자들은 끊임없이 다른 분자와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전이금속-나이트렌과 같이 빠르게 반응하고 사라지는 중간체를 규명하는 일은 매우 어려웠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고체상태의 시료에 빛을 쬐며 분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구조 변화를 단결정 엑스선(X-ray) 회절 분석을 통해 관찰하는 광 결정학 분석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우선, 연구팀은 빛에 반응하는 로듐(Rh) 기반 촉매를 새롭게 제작했다. 이 촉매와 다이옥사졸론 시약이 결합한 복합체는 빛을 받으면 탄화수소에 아민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전이금속-나이트렌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과정을 포항 가속기연구소의 방사광을 활용한 광 결정학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기존 관찰된 적 없는 ‘로듐-아실나이트렌’ 중간체의 구조와 성질을 세계 최초로 확인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로듐-아실나이트렌 중간체가 다른 분자와 반응하는 과정도 광 결정학으로 분석했다. 즉, 고체 시료에서 화학 결합이 끊어지며 중간체가 생성되고, 중간체가 다시 다른 물질과 반응해 새로운 화학 결합을 형성하는 전 과정을 마치 카메라가 사진을 찍듯이 포착했다는 의미다.

연구를 이끈 장석복 단장은 “그간 존재가 제안되었을 뿐, 입증된 적 없는 아민화 반응의 핵심 중간체의 모습을 최초로 공개했다” “현재 밝혀낸 로듐-아실나이트렌 중간체의 구조와 친전자성 반응성을 바탕으로, 여러 산업에서 쓰이는 차세대 촉매 반응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7월 21일(한국시간)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IF 56.9)’온라인판에 실렸다.


[그림 1] 아민화 반응의 핵심 중간체 포착
[그림 1] 아민화 반응의 핵심 중간체 포착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은 유용 물질인 질소화합물을 생성하는 아민화 반응 도중 생성되는 중간체 ‘전이금속-나이트렌’의 구조와 성질을 세계 최초로 실험적으로 확인했다.

[그림 2] 연구에 참여한 연구진의 모습
[그림 2] 연구에 참여한 연구진의 모습
(왼쪽부터) 장석복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장(공동 교신저자), 김동욱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연구위원(공동 교신저자), 정회민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박사후연구원(제1저자).


[그림 3] 금속-나이트렌 중간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아민화 반응
[그림 3] 금속-나이트렌 중간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아민화 반응
본 연구진이 활용한 다이옥사졸론 시약은 전이금속 촉매와의 반응을 통해 전이금속-아실나이트렌이 생성되는 것이 보고되어있다. 이를 통해 탄화수소 및 다양한 친핵체와의 반응으로 락탐, 아릴아미드 등 의약품의 원료 물질이 되는 골격을 합성할 수 있다. 다이옥사졸론은 본 연구단이 탄화수소 아미노화 반응에 사용될 수 있음을 밝힌 이후, 전 세계적으로 약 120개 연구그룹에서 활용하는 시약이다


[그림 4] 광결정학 실험을 통해 얻은 로듐-아실나이트렌 중간체
[그림 4] 광결정학 실험을 통해 얻은 로듐-아실나이트렌 중간체
본 연구진은 광결정학 실험을 통해 로듐에 배위되어있는 다이옥사졸론 결정으로부터 로듐-다이옥사졸론 중간체를 최초로 관찰할 수 있었다. 다이옥사졸론은 금속-나이트렌 형태로 반응하며 이산화탄소 분자를 내놓게 되는데, 방출된 이산화탄소 분자는 로듐-아실나이트렌과 짝이온 구조 사이에 위치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그림 5] 광결정학 실험 통한 로듐-아실나이트렌 이동 반응의 모니터링
[그림 5] 광결정학 실험 통한 로듐-아실나이트렌 이동 반응의 모니터링
연구진은 추가적으로, 로듐-다이옥사졸론 배위 화합물과 아세톤 분자가 공결정화 되어있는 시료에 광결정학 분석을 진행함으로써, 로듐-아실나이트렌 중간체가 공결정화된 아세톤과 반응하는 현상을 관찰하기도 하였다. 로듐-아실나이트렌의 빠른 반응성을 증명함과 동시에 친전자체로써의 성질을 규명하는 중요한 단서이다.



IBS 홍보팀
권예슬


1) 전이금속-나이트렌(Transition metal-nitrene): 전이금속은 이리듐(Ir), 로듐(Rh), 철(Fe) 등 주기율표에서 4~7주기, 3~12족에 해당하는 원소들로 다양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촉매로 활용된다. 전이금속-나이트렌은 전이금속에 반응성이 풍부한 나이트렌이 결합한 형태의 중간체다.

2) 다이옥사졸론(Dioxazolone): 아마이드 골격 합성을 위해 활용되는 시약으로, 전이금속 촉매와 반응하면 이산화탄소를 내놓으며 금속-나이트렌 중간체를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