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 위성영상과 AI로 확인

- 6㎢ 마다 경제 발전 정도 측정해 지도 만드는 AI 기술 개발 -

- 통계자료가 부족한 지역에도 적용할 수 있는 범용적 AI 기술로 국제사회에서 활용하도록 무료 공개할 예정 -

기초과학연구원 수리 및 계산 과학 연구단 데이터 사이언스 그룹 차미영 CI 연구팀은 KAIST, 서강대, 홍콩과기대(HKUST), 싱가포르국립대(NUS)와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주간 위성영상을 활용해 경제 상황을 분석하는 새로운 인공지능(AI) 기법을 개발했다. 이 연구 모델은 기존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학습하는 일반적인 환경이 아닌, 기초 통계도 미비한 북한과 같은 최빈국까지 모니터링할 수 있는 범용적인 모델이다.

연구팀은 유럽우주국(ESA)이 운영하며 무료로 공개하는 센티넬-2(Sentinel-2) 위성영상을 활용해 위성영상을 (2.5×2.5㎢) 의 작은 구역으로 세밀하게 분할한 후, 각 구역의 경제 지표를 건물, 도로, 녹지 등의 시각적 정보를 기반으로 AI 기법을 통해 수치화했다.

이 연구 모델의 특징은 기초 데이터가 부족한 지역에도 적용할 수 있게끔 ‘인간-기계 협업 알고리즘’을 개발한 것이다. 인간이 위성영상을 보고 경제 활동의 많고 적음을 비교하면, 기계는 인간이 제공한 정보를 학습하여 각각의 영상자료에 경제점수를 부여한다.

연구팀은 기존 통계자료가 부족한 지역까지 분석의 범위를 확장하여 북한과 아시아 최빈국 5개국(네팔, 라오스, 미얀마, 방글라데시, 캄보디아)에도 같은 알고리즘을 적용하였다. 그 결과로 얻은 경제 지표 점수는 기존의 사회 경제 지표인 인구밀도, 고용 수, 사업체 수 등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 북한 등 최빈국에도 적용할 수 있는 범용적 기술임을 입증했다.

그림 (1) 경제 규모 예측에 주로 사용되어 온 야간 조도 영상(좌상단: 배경 사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지구 관측소 제공). 불빛이 환한 남한에 비해 북한은 평양을 제외하고 전기 수급이 되지 않아 검게 나타남. 반면 이번 연구팀에서 개발한 모델은 북한(우상단)과 아시아 5개국(하단: 배경사진 구글어스)에 대해 더욱 세밀한 경제 예측 결과를 보여줌.
그림 (1) 경제 규모 예측에 주로 사용되어 온 야간 조도 영상(좌상단: 배경 사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지구 관측소 제공). 불빛이 환한 남한에 비해 북한은 평양을 제외하고 전기 수급이 되지 않아 검게 나타남. 반면 이번 연구팀에서 개발한 모델은 북한(우상단)과 아시아 5개국(하단: 배경사진 구글어스)에 대해 더욱 세밀한 경제 예측 결과를 보여줌.


이 연구 모델을 적용하면 경제 활동의 연간 변화를 탐지할 수도 있으며, 경제 상황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또는 환경적 지표를 측정하도록 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모델을 기후 변화와 재해재난의 피해가 높은 지역을 식별하도록 훈련한다면, 재해가 발생한 이후 신속하게 인도주의적 지원이 어느 지역을 중심으로 실행되어야 하는지 지도할 수 있다.

이 연구 모델로 북한의 연간 경제 활동 변화를 관찰한 결과, 대북 경제제재가 심화된 2016년과 2019년 사이에 북한 경제에서 세 가지 경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북한의 경제 발전은 평양과 대도시에 더욱 집중되어 도농 간 격차가 심화됐다. 둘째, 김정은 정권이 2013년 이후 경제제재와 달러 외환의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설치한 관광 경제개발구에서는 새로운 건물 건설 등 유의미한 변화가 위성영상 이미지와 연구의 경제 지표 점수에서 확인됐다. 반대로 전통적인 공업 및 수출 경제개발구 유형에서는 변화가 미미했다. 마지막으로 해당 기간 우라늄 광산 인근 지역이 더욱 개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2) 2016년과 2019년 위성영상과 경제점수 차이. 관광개발구 중 하나인 원산 갈마지구(상단)는 유의미한 개발이 발견되었으나 공업개발구인 위원개발구(하단)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음. (배경사진: 센티넬-2 위성영상 유럽우주국 (ESA) 제공)
그림 (2) 2016년과 2019년 위성영상과 경제점수 차이. 관광개발구 중 하나인 원산 갈마지구(상단)는 유의미한 개발이 발견되었으나 공업개발구인 위원개발구(하단)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음. (배경사진: 센티넬-2 위성영상 유럽우주국 (ESA) 제공)


차미영 CI는 “전산학, 경제학, 지리학이 융합된 이번 연구는 범지구적 차원의 빈곤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개발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앞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 재해재난 피해 탐지, 기후 변화로 인한 영향 등 다양한 국제사회 문제에 적용해 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개발한 모델 코드를 무료로 공개하며, 국가의 정책 설계 및 평가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경제 지표 데이터도 추후 공개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출판 그룹의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10월 26일 자 게재됐다.

IBS 홍보팀
김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