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은 왜 작아질 수 없나


내시경은 왜 작아질 수 없나

내시경은 유연하게 휘어지는 얇고 긴 관을 통해 영상을 전달할 수 있는 의료 장비입니다. 의료진은 검사자의 입이나 항문을 통해 내시경을 몸속으로 삽입하여 위나 내장 등 장기의 내부 모습을 직접 관찰하면서 이상 유무를 판단합니다. 신체의 안쪽을 자세히 관찰하는 데는 내시경만 한 것이 없기 때문에 내시경은 현재 검진을 위해 꼭 필요한 의료 장비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요즘에는 이상 증상이 없더라도 예방적 차원에서 내시경 검사를 많이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분들 중에서도 아마 병원에서 내시경 검사를 받아 보신 분들이 있을 텐데요. 받고 나신 후의 느낌이 어떠셨나요?

저도 건강 검진 과정에서 위 내시경과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첫번째로는 깨어 있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비수면 위 내시경 검사를 받았습니다. 직경이 약 1 cm 정도되는 내시경 튜브가 목과 식도를 통해 내려가는 것을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시경 튜브가 목에 꽉 찬 느낌이었고 연신 계속되는 헛구역질에 검사기간 내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깨어 있는 상태에서 내시경 검사를 받는다는 것이 꽤나 힘든 경험이었기 때문에 다음 번 대장 내시경은 잠든 상태에서 진행되는 수면 검사를 신청했습니다. 약물 투여 후 잠든 상태로 진행되어 검사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잠에서 깨어난 후 상당한 기간동안 어지러움을 느껴야 했습니다.


그림 1. 위 내시경 검사 모습. (출처: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네이버 포스트)
그림 1. 위 내시경 검사 모습. (출처: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네이버 포스트)


내시경이 검사자들에게 고통과 거북함을 주는 원인은 당연하겠지만 그 튜브의 직경이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작은 알약 하나를 삼킬 때에도 가끔은 목에 걸려 불편할 때가 있는데 수 mm 직경의 긴 튜브를 삼키고 있어야 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럼 내시경의 크기가 줄어들면 훨씬 편할 텐데 그 크기는 왜 작아지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내시경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위나 장 내시경은 장기의 굴곡을 따라 잘 휘어지는 연성형 내시경입니다. 흔하게는 광섬유 다발을 사용해 몸 안쪽의 영상을 외부로 전달한 후 몸 밖에 위치한 카메라가 영상을 촬영하여 관찰용 모니터를 통해 의료진에게 전달합니


그림2. (a) 광섬유 안에서 빛은 전반사를 일으키며 진행한다. (b) 광섬유 다발은 많은 수의 광섬유를 순서대로 모아 놓은 것으로 영상 전송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한 개의 코어가 하나의 화소를 전달하므로 전송된 영상에는 끊김 현상이 나타난다.
그림2. (a) 광섬유 안에서 빛은 전반사를 일으키며 진행한다. (b) 광섬유 다발은 많은 수의 광섬유를 순서대로 모아 놓은 것으로 영상 전송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한 개의 코어가 하나의 화소를 전달하므로 전송된 영상에는 끊김 현상이 나타난다.


여기서 잠깐 광섬유가 빛을 전송하는 원리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광섬유는 빛을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는 광학 소자 중 하나입니다. 여러가지 형태가 있지만 가장 단순하고 많이 쓰이는 것은 스텝 인덱스(step index) 광섬유라는 것입니다. 그림 2(a) 와 같이 굴절률이 큰 물질을 가느다랗고 긴 실린더 형태로 만들고 굴절률이 작은 물질로 그 겉면을 감싼 모양으로 되어 있습니다. 안쪽 구조를 코어(core), 바깥쪽 구조를 클래딩(cladding)이라고 부릅니다. 안쪽의 코어로 입사한 빛은 코어와 클래딩의 경계면에서 전반사를 일으키기 때문에 광섬유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광섬유의 끝까지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습니다. 광섬유는 매우 가늘고 잘 휘어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좁고 구불구불한 경로에서도 빛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광섬유 내시경에 널리 사용되는 것은 보통 광섬유 다발(fiber bundle)이라는 것인데요. 광섬유 다발은 그림 2(b)와 같이 많은 수의 광섬유 코어들을 처음과 끝에서 같은 순서가 되도록 차례대로 묶어 놓은 것입니다. 그래서 광섬유 다발의 한쪽 끝으로 입사한 빛의 세기 정보는 흐트러짐 없이 다른 쪽 끝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물체의 한 점에서 발생한 영상 정보는 하나의 코어를 통해서 출력 단으로 전달됩니다. 즉, 광섬유 다발의 코어 한 개가 영상의 화소 한 개에 해당하는 것이죠.

여기서 광섬유 다발을 이용해 내시경을 만들었을 때 생기는 한 가지 문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코어 안에 들어온 영상 정보는 모두 섞여 평균 된 형태로 전달되기 때문에 코어의 크기보다 더 작은 구조는 반대편에서 관찰할 수 없습니다. 보통은 광섬유 다발 끝에 영상 확보를 위한 렌즈가 달려있어 배율을 고려해야 하지만 렌즈가 맺은 상의 크기가 코어보다 작다면 반대편에서는 그 구조를 관찰할 수 없습니다. 광섬유 내시경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는 영상에 남아 있는 끊김 현상을 들 수 있습니다. 수많은 광섬유로 이루어진 광섬유 다발의 특성 상, 코어와 코어 사이의 클래딩 영역으로는 빛이 전달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광섬유 다발로 전달된 영상은 연속적이지 못하고 항상 끊어짐이 발생하여 정보가 손실됩니다. 그림 2(b) 에서처럼 영상으로 전달된 화살표는 코어에 해당하는 점들로 표시되기 때문에 뾰족한 끝을 더 이상 볼 수 없는 것이지요. 그럼 내시경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광섬유 다발에 포함된 코어의 개수를 줄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영상을 표시하는 화소의 개수가 줄어들어 물체의 구조를 세밀하게 살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광섬유 내시경으로는 고해상도 영상이 어렵고 그 크기가 현저히 작아질 수 없는 것입니다.

요즘 들어 카메라 기술이 발전하면서 광섬유 다발대신 초소형 카메라를 몸 안으로 집어넣고 직접 영상을 얻어오는 비디오 내시경 (videoscope) 이 기기의 표준이 되고 있습니다. 비디오 내시경은 튜브를 통해 카메라를 제어하는 전선만 연결하면 되기 때문에 광섬유 내시경보다 더 작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고해상도 영상을 지원하는 카메라 칩셋과 그 앞에 놓인 렌즈의 크기가 일정 수준으로 작아질 수 없어 크기의 제한은 여전합니다.


계속되는 도전

과학자들은 고해상도 영상을 지원하면서도 더 얇은 내시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최근 들어 빛의 세기와 함께 위상까지 측정할 수 있는 디지털 홀로그래피 방법이 크게 발전하면서 광섬유를 이용한 내시경 방법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빛은 전자기파의 일종으로 세기와 위상 정보를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빛의 세기 정보만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위상 정보를 측정하려면 간섭을 일으켜 간섭패턴을 분석하는 방법이 널리 쓰입니다. 요즘은 카메라로 간섭패턴을 찍어 분석하기 때문에 디지털 홀로그래피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요.


그림 3. 연구팀이 사용한 내시경 영상 방법. 물체와 광섬유 사이에 일정 거리를 둔 점이 특이하다. (a) 하나의 코어를 통해 전달된 조사광은 코어를 빠져나와 구면파 형태로 물체에 도달한다. (b) 물체의 한 점에서 발생한 구면파는 광섬유 다발의 여러 코어를 통해 반대편으로 전달된다. 이 과정에서 각 코어마다 서로 다른 위상 지연이 발생해 파면의 심한 왜곡이 발생한다.
그림 3. 연구팀이 사용한 내시경 영상 방법. 물체와 광섬유 사이에 일정 거리를 둔 점이 특이하다. (a) 하나의 코어를 통해 전달된 조사광은 코어를 빠져나와 구면파 형태로 물체에 도달한다. (b) 물체의 한 점에서 발생한 구면파는 광섬유 다발의 여러 코어를 통해 반대편으로 전달된다. 이 과정에서 각 코어마다 서로 다른 위상 지연이 발생해 파면의 심한 왜곡이 발생한다.


기존의 광섬유 내시경 영상은 빛의 세기 분포만을 측정한 것입니다. 홀로그래피 방법을 이용하면 광섬유 다발을 통해 나오는 빛의 세기뿐만 아니라 위상까지 측정할 수 있어서 더 많은 정보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최근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 최원식 부단장(고려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이 이끄는 연구팀은 최영운 교수(고려대학교 바이오의공학과)와 공동으로 초미세 광섬유 내시경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연구팀이 사용한 광섬유 다발의 직경은 불과 0.35mm로 병원에서 흔히 사용하는 주사 바늘보다 얇습니다. 연구팀은 광섬유 앞부분에 렌즈를 두지 않았는데요. 이것은 광섬유에 달린 광학 소자들로 인해 내시경의 직경이 커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리고 광섬유 다발과 측정하는 물체 사이에 일정 거리를 두었습니다. 그러면 광섬유의 한 코어를 통해 입사한 조명광은 마치 구면파처럼 사이 공간을 퍼져 나간 후(그림 3(a)) 물체에 의해 반사되어 광섬유로 되돌아옵니다. 되돌아올 때도 다시 한번 퍼져 나가기 때문에(그림 3(b)) 광섬유를 통해 되돌아온 영상으로는 물체의 정보를 알아볼 수 없습니다. 마치 렌즈가 없는 카메라로 영상을 찍으면 초점이 맞이 않아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뿌연 화면을 보게 되는 것과 같은 현상이죠.

그럼 연구팀에서는 왜 이렇게 영상을 한 것일까요? 우선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렌즈를 없애 내시경의 직경을 광섬유 다발 자체의 크기까지 줄이기 위해서 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유는 광섬유 다발을 사용할 때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끊김 현상을 없애 고해상도 영상을 얻기 위해서 입니다. 광섬유와 물체 사이에 거리가 존재하면 물체의 한 점에서 발생한 구면파는 그림 3(b)에서처럼 그 거리 만큼을 퍼져 나간 후 광섬유에 도달합니다. 즉 물체의 한 점에서 발생한 정보는 광섬유의 여러 코어에 나누어져 되돌아오게 되는 것이지요. 그럼 코어와 코어 사이에 빛이 전달되지 않는 공간이 있더라도 물체의 각 점에서 발생한 정보는 모두 광섬유를 타고 되돌아올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이같이 되돌아온 빛으로부터 물체의 영상을 바로 볼 수는 없지만 물체의 모든 지점에서 정보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럼 물체의 영상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연구팀은 디지털 홀로그래피를 통해 빛의 세기와 위상 분포를 동시에 측정함으로써 초점이 맞지 않는 영상으로부터 물체의 정보를 재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였습니다. 진행하는 빛의 세기와 위상 정보를 이용하면 빛의 이전 상태가 어떠했을지를 역으로 계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체의 모든 점으로부터 정보가 되돌아오기 때문에 이렇게 복원한 영상은 끊김 현상 없이 연속적인 분포를 보여줄 것입니다. 또한 코어의 크기보다도 작은 정보까지 복원이 가능해 고해상도 영상도 가능하겠죠.


넘어야할 산, 풀어야할 난제

하지만 이 과정에는 연구팀이 풀어야만 할 큰 난제가 있었습니다. 광섬유를 통해 전달되는 빛은 위상지연(phase retardation)을 겪게 됩니다. 위상지연은 코어마다 서로 다른 값을 가집니다. 연구팀이 사용한 내시경 방법에서는 물체의 한 점에서 발생한 구면파가 여러 코어를 통해 되돌아온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즉 한 점에서 발생한 구면파가 여러 코어를 통해 나누어 진행하면서 그림 3(b)에 표현된 것처럼 서로 다른 위상지연을 겪은 후 다시 만나게 되는 겁니다. 그럼 다시 만난 진행파들은 원래의 구면파를 형성하지 못하고 아주 복잡한 파형을 만들게 됩니다. 광섬유 다발을 통해 측정한 물체 영상의 위상 정보를 갖고 있더라도 거기에는 각 코어에서 발생한 복잡한 위상지연 값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죠. 더 큰 문제는 이 위상지연 값이 코어마다 다를 뿐만 아니라 광섬유의 휘어짐과 뒤틀림 정도에 따라 매우 민감하게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내시경의 특성상 이리저리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데 그 때마다 빛이 겪는 위상이 달라진다는 것은 영상의 재구성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광섬유 다발의 무작위적인 위상지연은 예전부터 잘 알려져 있는 현상입니다. 이 문제를 풀기위해 여러가지 방법과 시도들이 있어왔습니다. 예를 들어, 빛이 광섬유 다발을 투과하는 경우, 또는 광섬유 끝에 놓인 부분 반사판에 의해 빛이 왕복하는 경우 위상지연을 측정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이 광섬유 다발의 위상지연을 별도로 측정하게 되면 광섬유 다발이 움직일 경우 측정을 반복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측정 후에는 광섬유 다발을 움직일 수 없게 되는 것이죠. 이 외에도 여러가지 방법들이 소개되었지만 대부분 비슷한 제약조건을 갖고 있어 연성형 내시경에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연구팀에게도 광섬유 다발의 복잡한 위상지연은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연성형 내시경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광섬유 다발의 위상지연을 별도로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물체의 영상으로부터 바로 알아내야만 했습니다.


초미세 내시경의 구현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물체가 일으키는 수차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었습니다. 물체의 안쪽을 영상화 할 때에는 물체의 굴절률 분포가 일정하지 않아서 빛의 파면이 일그러지는 일이 발생하는데 이것은 물체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고해상도 영상을 얻기 어려운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연구팀은 일정 깊이의 영상을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뒤, 영상의 세기와 위상 정보를 이용해 물체 자체가 일으키는 수차에 의해 뒤틀어진 파면을 정렬하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영상의 각도가 다르면 수차는 달라지지만 물체 정보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합성 영상에서 물체의 정보가 최적화 되도록 파면을 맞춰주는 원리입니다. 이 과정에서 고해상도 영상 정보와 함께 수차에 의한 위상지연 정보를 찾아낼 수 있었죠. 이 영상 재구성 방법은 CLASS (Closed-loop accumulation of single scattering) 알고리즘이라고 명명되었습니다.


그림 4. (a) 기존의 광섬유 내시경 영상으로 촬영상 영상. (b) 연구팀이 사용한 방법 (그림 2)으로 영상을 촬영한 결과. (c) 연구팀이 개발한 CLASS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재구성한 물체 영상. 그림 출처: Nat. Commun. 13, 4469 (2022).
그림 4. (a) 기존의 광섬유 내시경 영상으로 촬영상 영상. (b) 연구팀이 사용한 방법 (그림 2)으로 영상을 촬영한 결과. (c) 연구팀이 개발한 CLASS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재구성한 물체 영상. 그림 출처: Nat. Commun. 13, 4469 (2022).


연구팀은 광섬유 다발에서 일어나는 코어별 위상지연이 물체가 일으키는 수차와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나타나는 양상이 훨씬 복잡하고 정도가 심해서 영상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뒤틀려 있지만 발생의 원인은 비슷했던 것이죠. 연구팀은 CLASS 알고리즘을 보완해 훨씬 복잡한 수차 상황에서도 영상 정보를 찾아낼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이전에는 광섬유 다발을 통해 볼 수 없었던 끊김없이 부드럽고 해상도가 높은 내시경 영상을 복원할 수 있었죠. 그림 4에 그 결과가 잘 나와 있습니다. 그림 4(a)는 물체를 일반 광섬유 내시경으로 관찰한 결과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하나의 코어가 하나의 화소를 이루기 때문에 물체의 작은 구조를 볼 수 없으며 영상에 끊김 현상이 심합니다. 그림 4(b)는 그림 2에서 연구팀이 사용한 방법으로 물체를 촬영한 것인데 물체와 광섬유 사이의 거리, 그리고 코어에서 발생하는 위상지연으로 물체의 구조를 전혀 알아볼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림 4(c)는 4(b)의 영상에 연구팀이 개발한 CLASS 알고리즘을 적용한 후의 모습입니다. 끊김 현상이 없이 연속된 영상을 볼 수 있고 코어보다도 작은 구조를 선명히 관찰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개발한 내시경이 생체 조직의 영상을 잘 전송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쥐에서 적출한 융털 구조를 촬영하였습니다. 그림 5 (a)는 일반 광섬유 내시경 영상인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초미세 내시경의 경우 내시경 크기를 줄이기 위해 조사광의 경로를 따로 두지 않고 검출광과 공유하는데 이때 광섬유의 끝 부분에서 조사광에 의한 반사가 일어납니다. 생체 조직은 일반적으로 반사율이 매우 낮은데 조사광에 의한 빛 반사가 생체 조직의 영상 정보보다 훨씬 강해서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것이지요. 하지만 연구팀의 방법에서는 하나의 코어를 통해 조사광을 보내고 여러 코어를 통해 영상 정보를 받기 때문에 조사광의 반사를 쉽게 걸러낼 수 있습니다. 때문에 그림 5(b)와 같이 선명한 생체 조직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림 5. 쥐에서 적출한 융털 구조의 내시경 영상. (a) 일반 광섬유 내시경 영상. (b) 연구팀의 내시경 영상. 그림 출처: Nat. Commun. 13, 4469 (2022).
그림 5. 쥐에서 적출한 융털 구조의 내시경 영상. (a) 일반 광섬유 내시경 영상. (b) 연구팀의 내시경 영상. 그림 출처: Nat. Commun. 13, 4469 (2022).


연구의 의미와 전망

이번 연구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광섬유 앞에 광학계를 사용하지 않아 내시경의 직경을 광섬유 다발 자체의 크기까지 줄였습니다. 현재 주사바늘보다도 작은 광섬유 다발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신체의 내부를 살필 때 검사자가 겪어야 하는 불편이 크게 줄어들 것입니다. 위나 장 뿐만 아니라 모세혈관 등에도 큰 상처없이 삽입해 고해상도 영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검사에 이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광섬유 다발에 의한 위상지연을 별도로 측정하지 않기 때문에 광섬유가 어떤 모양으로 있어도 물체의 고해상도 영상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연성형 내시경으로 활용이 가능하겠죠. 그리고 형광 물질의 사용 없이 반사율이 낮은 생체조직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임상 활용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홀로그래픽 측정 방법을 사용하여 빛의 세기 및 위상 정보를 모두 측정하므로 현재의 내시경으로는 불가능한 관찰도 가능합니다. 우선, 빛의 파동 정보를 계산하여 영상의 초점을 산술적으로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여러 깊이에서 다수의 영상 촬영없이 한 세트의 촬영만으로 3차원 영상을 구성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또한, 내시경을 통해 코어보다도 작은 구조까지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연구팀은 초미세 내시경 영상에 광섬유 다발의 코어 개수보다 13배 많은 영상정보가 담겨 있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같은 화소 수를 갖는 보통의 내시경과 비교하면 연구팀의 내시경은 단면적이 1/13로 크게 줄어들 수 있는 것이지요.
연구팀은 앞으로 내시경의 촬영 시간을 높여 고속촬영이 가능하도록 하고 알고리즘을 개선해 영상 재구성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시켜 사용 편의성을 높이려고 합니다. 또, 쉬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물체의 영상 측정을 위해 광섬유가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상황에서도 영상 획득이 가능하게 하는 등 더 나은 내시경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 연구를 지속할 계획입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실처럼 가느다란 내시경으로 건강검진을 받게 될 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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