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서블/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이을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자유자재로 늘어나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 연구단에서 양자점 나노입자를 활용한 고성능 스트레처블 QLED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고했는데요. 이번 연구의 의미와 연구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개념을 참여 연구진이 직접 알려드립니다.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시각 정보를 사용자에게 전달해주는 전자 장치로서, 현대 전자기기에서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광범위한 보급 등 정보통신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며 우리는 일상 대부분의 순간을 디스플레이와 함께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이에 따라 디스플레이의 크기와 모양 등 제품 형태(폼 팩터)도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약 20년 전만 해도 TV, PC 모니터 등 다소 단조로운 폼 팩터 위주였다면, 현재는 모바일 기기, 자동차 내부, 유리창, 가전제품 등 다양한 사물들에 디스플레이가 내장되며 다채로운 제품군들을 볼 수 있습니다.
한편,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나 공정 등을 포함한 유연 전자소자 기술의 발전은, 기존 평면 위주의 디스플레이에서 곡면을 포함한 새로운 폼 팩터를 가진 디스플레이의 개발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등 모양을 바꿀 수 있는 형태 가변형 디스플레이 기술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의 핵심 트렌드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형태 가변형 디스플레이는 미학적으로 유려할 뿐 아니라 어플리케이션 별 자유로운 스크린 활용 등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은 최근 50대 국가전략 중점기술로 선정되며 글로벌 디스플레이 경쟁에서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에서 개발한 폴더블 스마트폰 모델의 성공적인 상용화 사례 이후, 유수의 글로벌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은 종이처럼 둘둘 말 수 있는 롤러블 디스플레이, 여러 번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차세대 형태 가변형 디스플레이의 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특히, 화면을 자유자재로 늘릴 수 있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기존의 플렉서블 및 폴더블 디스플레이에 비해 더욱 높은 형태 자유도를 구현할 수 있어 차세대 폼 팩터로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 위한 가장 큰 해결 과제는 변형이 가해졌을 때 발광소자를 비롯한 각종 내부 전자부품들이 본래의 성능을 유지하게끔 하는 것입니다. 기존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대부분은 단단한 기계적 성질을 가지므로, 디스플레이를 늘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꼭 필요합니다. 첫 번째 방식은 단단한 발광소자 사이를 독특한 구조를 가진 신축성 배선으로 연결하는 것이며, 마치 섬을 다리로 잇는 모양새와 비슷하다고 하여 ‘섬-다리 구조(island-bridge)’라고도 불립니다. 이 경우, 대부분의 변형은 신축성 배선부에 집중되어 발광소자는 원래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신축 시 화면에서 발광부가 차지하는 면적 비율(필 팩터)이 감소해 화질이 떨어지고, 발광부와 배선부 간 계면의 기계적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에 대안으로 전극, 발광층 등 모든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들을 기존의 단단한 소재에서 연하고 늘어나는 성질을 가진 새로운 소재로 대체하는 방식인 ‘본질적인 신축성(intrinsically stretchable)’ 방식이 새롭게 제안됐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최근 많은 연구 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며, 대표적 개발사례로는 2022년 미국 스탠포드대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보고한 본질적 신축성을 갖춘 유기 발광소자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고된 본질적 신축성 발광소자는 휘도(밝기) 등 소자 성능이 매우 낮다는 단점(최대 휘도 7,450니트, 구동 전압 15V)이 있어, 관련 소재 및 공정 전반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 개발 노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 위한 두 가지 접근 방식
논문명: Intrinsically stretchable quantum dot light-emitting diodes, Nature Electronics 2024
본질적 신축성 발광소자의 성능을 극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필자가 속한 IBS 나노입자 연구단 연구팀은 발광층 소재 개선에 집중했습니다. 연구팀은 10nm 크기의 매우 작은 나노입자인 퀀텀닷(quantum dot, 양자점)을 탄성체와 혼합해 균일한 나노복합체 박막을 형성하고, 이를 발광층으로 사용하는 스트레처블 양자점 발광다이오드(QLED)를 개발했습니다. 양자점의 경우, 기존 본질적 신축성 발광소자들이 발광체로 사용했던 고분자 발광체에 비해 높은 양자 효율과 우수한 광학적 특성을 갖고 있어 휘도, 색 재현력 등의 발광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연구진이 개발한 스트레처블 QLED와 핵심 발광소재인 신축성 양자점 나노복합체
새롭게 개발된 양자점 복합체 박막을 활용해 제작된 스트레처블 QLED의 최고 휘도는 1만5,170니트(nits), 구동 전압은 6.2V로 지금까지 개발된 신축성 발광소자의 성능을 대폭 혁신했습니다. 해당 소자는 최대 1.5배 늘려도 기계적 손상이나 발광 성능의 저하가 발생하지 않는 등 우수한 기계적 성질을 보여줬습니다. 또한, 고해상도 패터닝 기술도 새롭게 개발해 적색(R), 녹색(G), 청색(B)을 띄는 신축성 양자점 발광층을 모두 함유한 풀컬러 스트레처블 QLED 소자를 구현했습니다. 해당 결과는 전기/전자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Nature Electronics (IF 34.3)’에 올해 4월 보고됐습니다.
스트레처블 QLED를 늘렸음에도 발광 성능이 유지되는 모습
우리 연구진이 구현한 스트레처블 QLED는 고해상도, 고색 재현력이라는 장점을 살리면서 신축 시에도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 등 높은 응용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이 기술은 자동차 내부 곡면 디스플레이 등 기존 플렉서블이나 폴더블 폼팩터로는 구현이 어려운 곳에 적용될 수 있으며, 자유 형상 디스플레이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필자를 비롯한 연구진은 현재에도 후속 연구를 통해 기술 성숙도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으며, 이 기술이 가까운 미래에 K-디스플레이의 초격차 유지에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연구진이 개발한 스트레처블 QLED의 모습
본 콘텐츠는 IBS 공식 포스트에 게재되며, https://post.naver.com/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