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제목을 보고 한때 힙합 음악 경연 프로그램에서 외치던 “너와 나의 연결고리, 이건 우리 안의 소리”라는 구절이 떠오르셨나요? 그렇다면 성공적이네요. 좋아하는 음악 공연을 볼 때 우리의 뇌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함께 상상해봅시다. 음악을 들으며 가수의 표정이나 춤을 보는 동시에, 가사의 의미를 곱씹으며 때론 그 가사가 내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뇌의 외부 정보 처리와 내적 모델링의 결과입니다. 인간의 뇌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다양한 감각 정보를 처리하고, 이를 우리가 가진 정보와 결합해 세상에 대한 깊은 이해를 만들어내는 놀라운 시스템을 갖고 있답니다.
뇌 기능의 근본적인 원리는 외부 정보처리와 내적 모델링입니다. 외부 정보처리는 우리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촉각으로 느끼는 외부 감각 자극을 신속하게 분석하는 과정입니다. 반면, 내적 모델링은 이 정보를 토대로 세상에 대한 추론과 의미를 형성하고, 의도와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복잡한 과정이죠. 두 가지 정보처리 시스템은 인간과 고등 영장류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적절히 대응하고 생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 뇌의 대규모 기능적 네트워크1는 이러한 두 가지 정보처리 과정을 담당하며, 주로 대뇌피질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대뇌피질은 뇌의 가장 바깥층으로, 외부 환경을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고차원적인 인지 기능을 수행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대뇌피질과 다른 뇌 부위 간의 연결이 어떻게 형성되고 발달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두뇌 발달의 핵심 메커니즘으로 연구진은 시상-대뇌피질 연결성에 주목했습니다. 시상은 뇌의 중심부에 위치한 구조로, 외부에서 들어오는 시각, 청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 정보를 처리하고 대뇌피질로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우리가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반응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시상이 단순한 감각 정보 처리뿐만 아니라 고차원적인 인지 기능인 내적 모델링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는 시상과 대뇌피질의 연결이 뇌 기능의 세분화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시사합니다.
중심부의 시상과 바깥층의 대뇌피질 간 연결성이 두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고자, 유아기부터 성인기까지의 뇌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분석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시상-대뇌피질 연결성이 연령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추적하고, 유전체 분석을 통해 이 연결성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을 살펴봤습니다. 이를 통해 시상-대뇌피질 연결성은 유아기부터 성인기로의 발달과정에서 각각 다른 역할을 한다는 점이 밝혀졌답니다.
유아기에는 시상과 감각 운동 네트워크 간의 연결성이 두드러졌으며, 이는 뇌 발달과 관련된 유전자가 활성화되는 시기였습니다. 이때 시상은 외부 감각 정보를 처리하고, 이를 대뇌피질로 전달해 뇌 기능의 초기 기반을 형성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성인기로 넘어가면서, 현저성 네트워크(salience network)2와의 연결성이 주축이 돼, 외부 정보처리와 내적 모델링 시스템이 독립적으로 분리되는 현상이 관찰됐습니다(그림 1 참고). 이는 뇌의 기능적 세분화가 이루어지며 고차원적 인지 기능이 성숙해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번 연구성과는 뇌과학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에 올해 6월 게재됐습니다.
[그림 1] 시상과 대뇌피질 연결성의 뇌 발달 단계에 따른 변화
(a) 유아기의 시상-대뇌피질 연결성은 감각 운동 네트워크의 초기 분화를 나타낸다. (b) 아동기에서 성인 초기(8~22세)의 현저성 네트워크와의 연결성 확립 및 내∙외부 네트워크 간의 구분을 보여준다. (c) 아동기 및 성인기의 뇌에서 내∙외부 축의 구분과 현저성 네트워크의 중요한 역할을 도식화해 보여준다.
연구진은 계산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상-대뇌피질 연결성이 기능적 네트워크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했습니다(그림 2 참고). 시뮬레이션 결과, 시상-대뇌피질 연결 규칙을 교란했을 때 외적 정보를 처리하는 네트워크와 내적 모델링을 담당하는 네트워크 간의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는 시상-대뇌피질 연결성이 뇌 기능적 네트워크 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특히, 12세 이후에 연결성이 교란될 경우 외부 정보처리와 내적 모델링을 담당하는 뇌 기능적 네트워크 간의 분리가 복구되기 어려웠으며, 이는 12~18세 사이가 뇌 발달의 중요한 시기임을 시사합니다.
[그림 2] 계산 시뮬레이션을 통한 시상-현저성 네트워크 연결성의 교란 모델
(a) 발달 연령대에 따른 시상-현저성 네트워크 연결성의 교란 모델을 보여준다. 네 가지 교란 모델을 테스트했는데 이는 각각 8~12세, 12~18세, 18~22세 및 모든 연령 그룹의 연결 규칙에 교란을 적용한 모델로, 교란이 없는 모델과 비교했다. (b) 각 모델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대한 분리 지수(현저성-외부, 현저성-내부)를 계산해 교란이 없는 모델과의 차이를 백분율로 표시했다. (c) 시뮬레이션 결과로 도출된 뇌 기능적 네트워크의 분포를 통해 이러한 교란이 뇌 연결성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시상-대뇌피질 연결성이 두뇌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최초로 밝혀낸 중요한 성과입니다. 향후 자폐 스펙트럼 장애, 조현병 등 다양한 뇌 질환 기전을 이해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러한 뇌 질환은 뇌 특정 영역 간 기능적 연결성에 문제가 발생해 나타날 수 있어, 시상-대뇌피질 연결성을 이해하는 것은 뇌 질환 조기 진단과 맞춤형 치료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오늘 뇌의 외부 정보처리와 내적 모델링이 어떻게 기능적으로 분리되고, 그 과정에서 시상-대뇌피질 연결성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함으로써 뇌 발달의 비밀을 한층 더 깊이 탐구했습니다. 앞으로 공연을 보고 음악을 들을 때 열심히 외부 정보를 처리하고 내적 모델링을 업데이트하고 있을 당신의 뇌에게도 힘찬 응원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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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능적 네트워크: 뇌의 여러 영역이 상호작용해 특정 작업이나 상태를 유지하는 시스템으로, 신경 활동의 동시성이나 상관관계를 통해 식별된다.
2 현저성 네트워크: 뇌의 특정 자극이나 사건을 감지하고 이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는 뇌 기능적 네크워크로, 대표적으로 전방섬엽(anterior insula)과 대상회(cingulate gyrus)가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