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유전학: 자기장을 이용한 무선∙원격 뇌 신호 조절 기술

우리 뇌는 약 1,000억개 이상의 뉴런과 이로 구성된 더 많은 뇌 회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뇌 회로를 정확히 조절하는 기술은 행동, 인지, 감정 등 고차원적인 뇌 기능의 원리를 규명하고 다양한 뇌신경 질환의 메커니즘을 밝혀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또한, 뇌 네트워크를 더욱 정확히 재현해 새로운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어, 현대 과학에서 뇌 기능 향상 기술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뉴럴링크(Neuralink)는 전기신호로 뇌신호 활성을 유도하는 기술과 빛을 이용해 뇌 활동을 조절하는 광유전학으로 수많은 뉴런과 뇌회로의 존재를 입증해 현대 뇌과학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전극이나 광원을 뇌에 삽입하는 침습적∙유선 방식이라 임상에 적용이 어려웠고 실제 뇌 질환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지 못했습니다. 이에 따라 생체 투과율과 안전성이 뛰어난 자기장을 이용해 뇌 회로를 원격으로 무선 조절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특히 자성 단백질인 페리틴(ferritin)과 힘이나 열에 감응하는 이온채널을 연결시킨 자기수용체를 뉴런에 발현시키고, 페리틴이 자기장에 감응해 발생시키는 힘이나 열을 통해 이온채널 개폐를 제어하는 기술이 2016년에 제시됐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연구팀이 이 기술을 사용할 때 동일한 결과를 얻지 못했는데, 페리틴의 자성이 부족해 자기장에 의한 힘이 이온 채널을 활성화하기에 충분치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성나노입자를 이온채널에 연결해 자기유전학을 개발하다

일부 동물(철새, 연어 등)은 지구 자기장을 감지해 방향을 찾아 이동하는데 이 현상을 자기수용(magnetoreception)이라고 합니다. 이는 자기수용체(magnetoreceptor)에 의해 조절되지만 그 존재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자기장을 이용해 세포 신호를 조절하는 자기유전학 기술은 과학계의 오랜 난제였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의학 연구단은 나노기술과 유전공학 기술을 접목하여 동물 뇌세포에 나노-자기수용체를 생성해, 자기장으로 뇌 신경을 무선∙원격으로 정밀 제어하는 ‘나노-자기유전학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 기술로 신경 회로와 뇌 신호를 제어해 동물의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데 성공했으며,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어 뇌신경 질환 치료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진은 약한 회전 자기장에도 감응해 약 2 pN(피코 뉴턴) 크기의 힘을 발생시키는 나노-자기수용체인 ‘나노나침반(m-Torquer)’을 개발했는데, 이는 뉴런 표면에 생성된 힘과 감응성 이온채널인 피에조-1이 결합해 형성됩니다. 자기장 장치가 생성한 회전 자기장에 감응해 생성된 토크 힘은 피에조-1 이온채널을 개방해 칼슘 유입을 촉진하고 뇌신경 신호 활성화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그림 1] 나노-자기유전학을 이용한 뉴런 신호 제어.  hspace=

[그림 1] 나노-자기유전학을 이용한 뉴런 신호 제어.
유전자 전달을 통해 힘에 반응하는 이온채널을 세포에 생성한 후 나노나침반과 자기장을 이용해 세포의 활성을 조절하는 방법(IBS 나노의학 연구단, Nature Materials, 2021)

2세대 자기유전학: 뇌 회로 정밀 제어 기술 ‘나노-MIND’

더 나아가 연구단은 자기장으로 특정 뇌 신경회로를 무선∙원격으로 정밀 제어하는 나노-MIND(Magnetogenetic Interface for NeuroDynamics) 기술을 개발해 동물의 감정, 사회성, 동기부여 등 고차원적인 뇌 기능을 조절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특히 모성애를 담당하는 전시각중추(medial preoptic area)의 억제성 가바 뇌 회로를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니 감정과 사회성을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 모성애 조절 뇌 회로가 활성화된 쥐는 어미 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린 쥐를 자신의 둥지로 데려오는 등 어린 쥐에 대한 돌봄 행동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또한, 우리가 배고프면 식욕이 증가하는데 이를 관장하는 뇌 회로 역시 조절이 가능했습니다. 원격으로 외측 시상하부(lateral hypothalamus)의 억제성 뉴런을 선택적으로 활성화해 동기부여 뇌 회로의 활동을 증가시키니 식욕과 섭식 행동이 2배 증가했습니다. 반대로 흥분성 뉴런을 활성화해 동기부여 뇌 회로를 차단하니 식욕과 섭식 행동이 절반 이하로 감소했습니다.

이처럼 자기유전학 기술은 기억, 감정, 인지 능력을 개선할 수 있는 원리를 밝혔으며, 특히 여러 뇌 회로 중 원하는 뇌 회로만 선택적으로 활성화해 고차원적인 뇌 기능을 양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뇌 회로의 역할과 작동 원리를 알아내면 뇌과학 연구에 필수적인 인공신경망 구축을 통해 AI 기술 발전에 활용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림 2] 나노-자기유전학과 나노-MIND 기술을 통한 미래 뇌 과학의 혁신

[그림 2] 나노-자기유전학과 나노-MIND 기술을 통한 미래 뇌 과학의 혁신
나노-MIND 기술은 특정 뉴런 및 뇌 회로 신호를 선택적으로 제어 가능하며, 자기장을 이용해 무선∙원격으로 살아있는 동물의 행동과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 실제로 모성애를 조절하는 뇌 회로를 활성화해 어미 쥐의 양육 행동이 증가함을 확인했다.(IBS 나노의학 연구단, Nature Nanotechnology, 2024)

자기유전학의 임상 적용 가능성: 뇌신경 질환 치료

연구단은 ‘나노-자기유전학 기반 뇌심부자극술(Magneto-mechanical-genetic-driven Deep Brain Stimulation, MMG-DBS)’ 을 개발해 자기장으로 뇌 심부의 신경세포를 활성화해 파킨슨병의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함을 확인했습니다. 운동 장애를 가진 파킨슨 쥐 모델에 이 기술을 적용하니 균형감각과 운동성이 약 2배 이상 향상돼 정상에 가까운 운동 능력을 보였습니다. 비침습적으로 신경세포를 정밀 자극해 기존 DBS 방식보다 파킨슨병 증상이 완화됐습니다. 이는 뉴런 및 뇌 신호의 비정상적 활성화로 발병하는 다양한 신경질환인 뇌전증, 알츠하이머병 등의 연구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나노-뇌과학 분야 확립 및 선도

연구단은 나노과학으로 뇌과학을 혁신적으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자기장을 이용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를 통해 세계 최초로 뇌 회로를 제어하고, 복잡한 뇌 네트워크를 정교하게 매핑해 인공신경망 구축 및 향상된 인공지능 알고리즘 개발의 토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등 다양한 난치성 뇌 질환의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하는 동시에 중독, 우울증 등 정신 질환의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림 3] 나노-자기유전학의 특징 및 임상 적용 가능성

[그림 3] 나노-자기유전학의 특징 및 임상 적용 가능성
나노-자기유전학은 원거리 작동이 가능해 무선으로 인간 뇌 심부까지 자극을 전달할 수 있고, 단일 뉴런 수준에서 선택적으로 신호를 조절할 수 있다. 이처럼 정밀도가 높고 작동 거리 범위를 미터 단위까지 높일 수 있어, 사람에게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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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곽민석 IBS 나노의학연구단 연구위원 연세대학교 고등과학원 나노바이오메디컬엔지니어링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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