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언어, 뇌파는 무엇일까?

뇌파는 신경세포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을 때 발생하는 전기적 활동이 동기화되면서 나타나는 주기적인 전류의 흐름입니다. 신경세포가 자극을 받으면 활동 전위가 생성되고 이는 시냅스를 통해 다른 신경세포로 전달됩니다. 이 과정에서 신경전달물질이 방출되며 주변 신경세포의 세포막 전압에 변화가 생기고, 이러한 전기적 변화가 특정한 주기와 패턴을 형성하게 됩니다. 우리는 이를 뇌의 기본적인 의사소통 방식, 즉 "뇌의 언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개별 신경세포의 전기 활동은 직접 감지하기 어렵지만 많은 신경세포가 동시에 활동할 때는 뇌파로 나타납니다. 뇌파는 주파수에 따라 델타, 세타, 알파, 베타, 감마파로 구분되며 각 주파수는 뇌의 다양한 상태를 반영합니다. 예를 들어 델타파는 깊은 수면과 관련 있고 알파파는 편안한 상태에서 강하게 나타나며, 감마파는 고도의 집중이나 창의적 사고와 연관돼 있습니다. 이러한 뇌파 분석은 학습, 기억은 물론 인지 연구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기억과 학습을 이끄는 뇌파: 세타-감마 커플링

뇌파 중에서도 학습과 기억 과정에서 특히 주목받는 것은 세타-감마 커플링(Theta-Gamma Coupling)입니다. 세타파의 주기 안에서 감마파가 발현되는 이 독특한 결합은 뉴런 간의 신호를 조율하고 정보를 체계적으로 처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세타-감마 커플링이 강하게 나타날수록 기억 형성과 학습 효율이 향상됩니다.

반대로 알츠하이머, 알콜 중독과 같이 기억형성에 문제가 있을 경우 결합이 약해집니다. 이는 세타-감마 커플링이 단순한 전기적 신호가 아니라 인지 능력의 중요한 지표임을 시사합니다. 과학자들은 세타-감마 커플링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신경계 가소성을 조절해 이 결합을 인위적으로 유도하고자 했습니다.

신경계 가소성과 뇌파∙학습의 연결고리

신경계 가소성은 뇌가 새로운 경험과 학습을 통해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 과정에서 시냅스의 연결 강도는 강화(LTP: Long-Term Potentiation)되거나 약화(LTD: Long-Term Depression)되며, 이를 통해 뇌는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기존의 정보를 재구성합니다. 이처럼 신경계 가소성은 뇌의 적응력과 학습 능력의 핵심입니다.

세타-감마 커플링은 신경계 가소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으며 이를 강화하거나 복원함으로써 학습 능력과 기억력을 증진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는 알츠하이머와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 치료는 물론, 건강한 사람의 학습 및 기억 능력을 향상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신경 조절(Neuromodulation)의 새로운 방법

신경 조절은 외부에서 자극을 가하거나 약물을 사용해 신경계의 활동을 조절하고 이를 통해 뇌 기능을 조절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이 기술은 뇌 신경 네트워크의 불균형을 정상화하거나 특정 기능을 강화하는 데 사용되며 전기자극(tDCS, DBS), 자기장(TMS), 빛(optogenetics) 등 다양한 방법이 신경 조절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들은 특정 뇌 영역을 정밀하게 타겟팅하거나 깊은 조직을 자극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게다가 침습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임상 활용이 어려웠습니다.

반면, 초음파 기술은 이러한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초음파는 비침습적으로 깊은 뇌 조직까지 도달할 수 있으며, 높은 공간 정밀도로 특정 뉴런 집단의 활동을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초음파는 강도, 주파수, 패턴을 세밀하게 조정함으로써 뉴런 활동을 활성화하거나 억제할 수 있습니다.

그림 1] 뇌를 변화시키는 초음파

[그림 1] 뇌를 변화시키는 초음파

이번 연구에서는 세타-감마 커플링(Theta-gamma Coupling)을 모방한 새로운 초음파 자극 기술, TBUS(Theta-gamma coupled Burst Ultrasound Stimulation)가 개발됐습니다. 이 기술은 뇌의 자연스러운 리듬과 유사한 초음파 자극으로 뇌파를 유도하고, 뉴런 간 연결을 강화하거나 약화시키는 효과를 냅니다. 특히 TBUS는 LTP와 LTD를 유도하는 기존 신경 가소성 프로토콜과 결합해 뇌 기능을 보다 효율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iTBUS(intermittent TBUS)는 짧고 주기적인 자극을 통해 뉴런 활동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학습 속도와 기억력 향상에 탁월한 효과를 보였습니다. 한 실험에서 iTBUS를 받은 쥐는 기존 그룹보다 빠르게 학습 곡선을 개선했으며 학습 후 유지된 기억 성과도 훨씬 더 뛰어났습니다.

반면, cTBUS(continuous TBUS)는 지속적인 자극으로 뉴런의 과도한 흥분 상태를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는 뇌의 과도한 활성화로 인한 피로를 방지하거나 기억과 학습 능력을 낮추는 상반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TBUS 기술이 단순히 뉴런을 자극하는 것을 넘어 뇌파 리듬과 뉴런 활동을 정교하게 조율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뇌 구조와 기능을 바꾸는 잠재력

가장 놀라운 점은 TBUS 자극이 단순한 일시적 변화가 아니라 장기적인 뇌 구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3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초음파 자극으로도 뉴런 간 연결 강도가 지속적으로 변화됐으며 뇌의 신경 회로가 새롭게 재구성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초음파 기술이 신경계 가소성을 조절하는 강력한 도구임을 나타냅니다. TBUS는 기억력 증진과 학습 능력 향상은 물론 알츠하이머와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의 치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뇌 질환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

이번 연구를 통해 뇌파로 행동 변화를 이끌어 내고 뇌의 활성을 양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단순히 약물로만 증상을 완화하는 것이 아닌, 초음파를 통한 뇌파 조절로 본질적인 치료를 해 신경성 뇌 질환 치료에 혁신적인 해법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ibs 김호정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석·박통합과정 연구원 '뇌와 신경계의 활동을 조절하는 기술은 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신경 회로를 정교하게 조절하며,
질환 치료와 인지 기능 향상을 가능하게 만드는 중요한 열쇠입니다. 저는 초음파를 활용한 신경 조절 연구를 통해 뇌의 리듬과 구조를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치료와 응용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본 콘텐츠는 IBS 공식 블로그에 게재되며, https://blog.naver.com/ibs_official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