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 가족 여러분, 2023년 계묘년(癸卯年)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계묘년 검은 토끼의 해가 밝았습니다. 검은색은 지혜를, 토끼는 풍요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지혜와 풍요,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값진 한 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UN은 작년 2022년을 '세계 기초과학의 해'로 지정하고 전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공포하였습니다. 기후, 코로나 위기 등 인류가 마주한 전 지구적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초과학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입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초과학 연구기관인 IBS의 수장으로서, 우리는 국가를 넘어 전 인류를 위한 기초과학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는 무한한 사명감을 다시 느꼈습니다.

작년은 기초과학과 기초과학연구원 모두에게 어려웠지만 뜻 깊은 한 해였습니다. 기관 운영에 있어서 2022년은 코로나 재유행, 전쟁으로 인한 환율상승, 새로운 정부 출범에 따른 과학기술 정책 변화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한 해였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구성원들의 노력 덕분에 기관이 한층 더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내부 연구소로 새롭게 출범한 중이온가속기연구소는 10년간의 기나긴 노력 끝에 첫 중이온 빔인출에 성공하였습니다. 입자 및 핵 물리 연구클러스터는 지하 1,000m 세계 6위급의 고심도 우주입자연구시설인 예미랩을 완공하고 암흑물질 탐색과 중성미자 연구의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1주년을 맞은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에서는 바이러스와 면역에 대한 기초 연구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본원 생명과학 연구클러스터를 출범하였고, 기초과학연구원의 지역 거점 기능을 할 KAIST, POSTECH 캠퍼스 건물을 완공하였습니다. 이와 더불어 에피 반데르발스 양자 물질 연구단, 기후 및 지구과학 연구단이 출범하였습니다.
연구에 있어서도 기후모델과 고고학자료로 기후 변화와 인류 진화 사이의 연관성을 규명하고, 인간 미토콘드리아 DNA의 아데닌 염기교정 기술을 최초 개발하는 등 인류 지식의 지평을 여는 우수한 성과들이 지속적으로 창출되었습니다. 이러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연구자 분들을 포함한 IBS 임직원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23년은 IBS의 세 번째 5개년 계획이 시작되는 중요한 해입니다. 저도 어느덧 취임 후 3년이 지나 임기의 반환점을 돌게 되어, 다시금 초심을 다지게 하는 해이기도 합니다. 지난 2차 5개년 계획은 설립과 안정을 목표로 했다면 3차 5개년 계획에서는 세계를 선도하는 기초과학 연구기관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올 한 해 여러분들과 이러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다음의 역점 사항들을 추진해 보고자 합니다.

첫째, 기초·혁신분야를 전략분야로 삼아 연구단을 확대하겠습니다. IBS 출범 초기에 상향식(Bottom-up) 자율주제 방식으로 세계적 석학 연구자들을 유치하여 단기간 내에 우수한 성과를 다수 창출하였으나 연구분야가 다소 집중된 면이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기존의 상향식(Bottom-up) 방식과 더불어 우주, 뇌과학, 기후, 감염병 등 국가에서 필요한 기초과학의 전략분야를 강화하고, 양자정보기초과학 등 미래 전략기술의 중심이 되는 연구분야의 연구단을 공모하는 하향식(Top-down) 방식을 병행하겠습니다. 특히 젊은 연구단장을 적극 유치하여 신영역을 개척하는 도전적인 연구를 지원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세계적인 연구기관으로 도약하고 그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당초 목표로 한 50개 연구단의 구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본원 연구단을 중심축으로 삼고, 캠퍼스와 외부연구단을 연구소화 하여 전국적인 기초과학 기반을 완성해 나가겠습니다.

본원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여 본원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본원의 연구소·연구클러스터·연구단이 국가 연구거점으로 성장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캠퍼스는 특화분야의 연구단들을 중심으로 클러스터화 하겠습니다. POSTECH 캠퍼스는 응집물질과학 연구클러스터, KAIST 캠퍼스는 화학 연구클러스터와 바이오메디컬 연구클러스터로 재편할 계획입니다. 현재 건물 설계를 진행 중인 UNIST 캠퍼스와 향후 연구단을 확대할 예정인 GIST, DGIST 캠퍼스도 특화 연구클러스터로 발전시키려 합니다.

외부 연구단의 경우 대학거점 연구단으로 재편하고 대학과 함께 지속가능한 강소연구소로 육성해 나가겠습니다. 금년 내 대학거점 연구단의 세부 운영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셋째, 중이온가속기연구소,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등 전략형 연구소를 육성하겠습니다.

중이온가속기연구소는 저에너지 구간 안정화와 고에너지 구간 장치구축 기반을 조성하고, 빔 이용 지원체계를 마련함으로써 희귀동위원소 가속기 활용연구의 거점으로 육성하겠습니다.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는 생물안전 3등급 연구시설을 완성하고, 2024년 1개의 연구센터를 추가하여 국가 바이러스 기초연구의 허브가 되도록 지원하겠습니다.

넷째,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연구몰입환경을 조성하겠습니다. 연구단 내 부족한 중견급 연구자 수급정책과 젊은 연구자가 지속성장 가능한 경력체계를 마련하겠습니다.

연구자 중심으로 연구행정지원 체계를 고도화하여 연구자들이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연구자의 행정부담을 경감하고 신속·정확한 행정서비스를 지원하겠습니다.

연구단 종료는 연구수월성 유지와 연구자 및 연구분야 환류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치이지만, 항상 마음이 무겁습니다. 종료되는 연구단, 그리고 연구단에 소속된 연구자들이 안정적으로 연구를 마무리하고, 후속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개선책을 강구하겠습니다.

다섯째, 기초과학 성과와 지식을 더욱 널리 확산하겠습니다. 작년 수립된 제2차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기본계획이 향후 10년간 성공적으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핵심연구기관인 IBS의 연구성과 확산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속적인 연구성과 창출과 함께 창출된 성과들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산업계, 학계, 일반국민들에게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술이전·사업화 역량을 높혀 IBS 연구성과의 과학비즈니스화를 강화하고, Open Access(OA) 동참 등을 통해 과학지식을 확산하겠습니다. 더불어 과학대중화 활동을 강화하여 대중에게 기초과학과 IBS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구성원들에게 IBS가 지속가능하고 행복한 일자리가 되도록 힘쓰겠습니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재정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인건비 운용 방안을 수립하여 시행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양한 소통 채널을 확대하여 토론과 합의를 통해 제도를 개선하겠습니다.

구성원 모두가 서로의 존엄과 가치 권리를 존중하며, 다양성을 인정하고,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인권경영의 실현에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출산·육아 등의 사유로 인한 업무 단절을 방지함으로써 일과 가정이 양립 가능한 근무환경을 조성하는 데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동심만리(同心萬里)"란 말이 있습니다. "마음을 하나로 모아 먼 미래의 발전을 만들며 나아가자"는 뜻입니다. 우리 IBS 공동체가 서로를 신뢰하며 함께 성장해 나간다면, 코로나 팬데믹과 제한된 예산 환경 등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를 선도하는 기초과학 연구기관으로 도약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올 한해도 우리 모두가 국가를 대표하는 기초과학연구기관의 구성원으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한마음 한뜻으로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갑시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23. 01. 02.
기초과학연구원장 노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