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 가족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갑이 푸른색을 의미하고, 진이 용을 뜻해서, 2024년은 청룡의 해라고 합니다. IBS 가족 여러분 모두 푸른 용의 힘찬 기운을 받아 비상하는 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지난 2023년의 IBS를 사자성어로 풀자면 다사다난(多事多難)인 것 같습니다. 일이 많았고 참 어려움도 많았네요. 그럼에도 IBS는 슬기롭게 극복하며 많은 성과를 창출했습니다.

지난해 IBS는 국가 기초과학 연구거점으로서 한 걸음 더 성장하였습니다.
새로운 연구조직 체계인 연구클러스터와 전략연구소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본원의 입자 및 핵물리 연구클러스터, 생명과학 연구클러스터에 이어 KAIST 캠퍼스에 의생명 및 화학 연구클러스터가, POSTECH 캠퍼스에 응집물질과학 연구클러스터가 출범했고, 그리고 오늘부터 UNIST 캠퍼스에 융합과학 연구클러스터를 시작합니다.
특히 KAIST와 POSTECH 캠퍼스 연구동의 준공과 연구단의 입주는 IBS가 국가의 종합적 기초과학 연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연구단장님들과 시설건설실을 비롯한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이에 더하여 본원의 2단계 연구동 건립도 시작되었습니다.

전략연구소인 중이온가속기연구소와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가 작년에 각각 1주년과 2주년을 맞이하여 자리를 굳히고 있고, 각 연구소의 핵심 시설을 성공적으로 구축하였습니다. 2011년부터 전 국민적 관심과 우려의 중심에 있었던 중이온가속기연구소는 드디어 저에너지 전 가속구간 빔 인출 및 시운전에 성공하였고,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이용자 실험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바이러스 연구소에서는 ABL-3 시설을 완성하여 연구에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생명과학 분야에서 Cryo-EM에 이어, IBS가 보유하게 된 큰 연구 자산입니다. 홍승우, 최영기 소장님을 비롯한 두 전략연구소의 연구진, 행정직원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에 더해 더욱 자랑스러운 것은 지난해 세계적 수준의 임팩트 큰 연구성과들을 창출한 것입니다. IBS만이 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로 세계적인 성과들을 창출하였습니다. 신개념 양자컴퓨터 개발의 가능성을 시사한 전자스핀 큐비트 구현, 기후 시뮬레이션과 고고학 자료의 결합을 통한 초기 인류의 역사 재구성, 백신과 유전자 치료제 성능을 높일 수 있는 RNA 염기서열, K5 발견 등 인류 지식의 지평을 확장하였습니다.

이러한 성과들의 밑바탕에는 각 분야에서 자신의 연구에 매진하는 열정적인 연구자들이 있었습니다. IBS 연구자분들이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고규영 혈관 연구단장님이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양자나노과학 연구단장님이 독일 훔볼트연구상을 수상하셨습니다. 현택환 나노입자 연구단장님이 스웨덴왕립공학한림원 회원으로 선출되셨고, IBS 소속 연구자 7명이 2023년 세계 상위 1% 연구자(HCR)로 선정되셨습니다.

IBS 연구원 및 직원 여러분,

올해 2024년은 제가 IBS의 수장으로서 임기의 마지막 연차인 5년 차를 시작하는 해입니다. IBS의 혁신과 도약을 위해 취임 초기부터 지난 4년 동안 추진해온 역점 사업들을 지속 추진하여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겠다는 각오로 다음의 사항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첫째로 올해 2024년을 IBS의 젊은 연구리더들을 중점 육성하는 원년으로 삼고자 합니다. 지금까지는 수월성이 검증된 연구자를 선정하여 연구의 안정화를 이루어 왔습니다만, IBS가 미래에 더 멀리, 더 높이 비상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젊은 연구리더들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연구단장･부연구단장과 연구위원 사이의 중간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연구리더를 육성하겠습니다. 이들이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도전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속적으로 미래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경력체계를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기초과학계와의 협력을 강화하여 본원의 연구역량을 제고하고, 외부연구단 체제를 개편하겠습니다. 연구기관으로서의 본원 연구단이 가진 강점을 나누고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KAIST 등 국내 주요 대학과 시너지를 이루어 연구와 후속세대 양성에 있어 긴밀하게 협력하겠습니다. 외부연구단은 제3차 5개년 계획에서 밝힌 바와 같이 공식적으로 대학연구단 체제로 개편하여 대학과 함께 지속성을 가진 국가의 강소 연구소로 육성해 나가겠습니다. IBS를 더욱더 개방적으로 운영하여 국내 과학기술계 협력의 허브로서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하고 국내 기초과학의 성장을 동반하여 견인해나가겠습니다.

셋째, 지금까지 구축한 IBS의 연구진, 연구능력, 연구시설을 기반으로 글로벌 수준의 국제 연구 협력을 추진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초과학은 인류 진보를 위해 전 세계가 함께 협력·발전시켜 나가야 할 인류 공통의 영역입니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일본 이화학연구소 등 과거 우리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선진국의 국가연구기관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연구 협력을 추진하겠습니다. 또한 주요 선진국에 해외사무소를 설치하여 국제협력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해외 연구기관과의 상호협력을 증진하며, 우수한 글로벌 인재를 영입할 계획입니다.

넷째, 연구행정지원 효율화를 위한 노력은 올해도 계속될 것입니다. 작년 본격적으로 시작하여 많은 개선을 가져오는데 커다란 수고를 하신 직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본원 행정조직에서부터 연구단을 밀착 지원하고 있는 연구클러스터 운영지원팀까지 IBS 전 영역의 연구행정 역량을 더욱 고도화하여, 연구자가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연구행정서비스를 추진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IBS와 우리 식구들의 안전과 보안을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국가적으로 안전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어느 때 보다 엄중해지고 있습니다. 저는 기관과 구성원의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장으로서, 안전하고 쾌적한 연구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최근 증가되고 있는 보안 사고에 대비하여 연구원의 주요 데이터나 소중한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정보 보호 정책을 정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구성원 모두가 조금 불편함이 있더라도 안전과 정보 보호에 관심을 가지고, 안전과 보안 수칙을 준수하여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2024년 올해는 IBS의 운영에 있어 커다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캠퍼스 연구청사, 중이온가속기, 예미랩을 비롯한 IBS의 연구시설이 계속 확충되고 발전해야 하는 시기에, 안정적인 운영과 연구를 위한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였고, 에너지 비용 상승 등을 감당할 수 있는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습니다. 예산팀을 중심으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가져오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선순위를 세우고 효율성을 높여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높이며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는, IBS의 가치를 높이는데 여러분이 함께해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저 역시 IBS의 발전을 위해 마지막까지 여러분과 함께 뛸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국가의 과학기술에 대한 우려가 클 때 우리 IBS가 더욱 노력하여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합시다.

‘비룡승운(飛龍乘運)’ 영웅이 때를 만나 재능을 발휘한다는 뜻입니다. 갑진년 푸른 용의 해에 우리 구성원 개개인들이 뜻하는바 모두 이루시길 바라며, IBS도 세계적 연구기관으로의 승천을 시작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1월 2일
기초과학연구원 원장 노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