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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중성미자를 찾아서
지하실험 연구단 - 원자로 중성미자 이상 현상의 열쇠, 비활성 중성미자 탐색

우주 만물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 중 하나인 중성미자. 불안정한 원자핵이 베타붕괴를 할 때 발생하는 소립자로, 태양 중심부에서 핵융합이 일어날 때나 초신성 폭발 시에 쏟아져 나온다(원자로에서도 많이 나온다). 한때 암흑물질의 후보 중 하나였으며, 전하를 띠지 않고 질량이 워낙 작아 관측하기 매우 힘들어 ‘유령입자’로 불리기도 했다. 우주의 신비를 풀어줄 열쇠, 중성미자 탐색에 전 세계 연구자가 뛰어들었는데, IBS 지하실험 연구단(단장 김영덕)이 앞장서고 있다.

영광 한빛 원자력발전소의 텐돈 갤러리 내부에 설치된 검출기와
데이터수집장치실.

지금까지 발견된 중성미자는 세 종류. 하지만 최근 원자로 가까이에서 진행된 실험에서 발견된 중성미자 이상 현상은 기존의 세 종류 중성미자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에 지하실험 연구단에서는 미지의 네 번째 중성미자를 찾기 위해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세 종류의 중성미자는 구체적으로 전자중성미자, 뮤온중성미자, 타우중성미자인데(각각에 대해 스핀 방향이 반대인 반중성미자가 존재한다), 이들 중성미자 사이에는 서로 변환이 일어난다. 이를 중성미자 진동현상이라 하고, 한 종류의 중성미자가 다른 종류의 중성미자로 얼마나 많이 바뀌는지를 나타내는 척도가 ‘변환상수’이다. 중성미자 종류가 셋이므로 세 개의 변환상수를 측정할 수 있다.
2012년 그간 관측되지 않았던 마지막 중성미자 변환상수가 한국 ‘원전 중성미자 진동변환 실험(RENO)’과 중국 ‘다야 베이(Daya Bay)’ 실험에서 측정됐다. 이 측정으로 지금까지 발견된 세 종류의 중성미자 사이에 발생하는 진동현상의 변환상수가 모두 밝혀졌다. 이로써 중성미자 진동현상을 이해하는 데 큰 진보가 있었다.
하지만 중성미자 진동현상에 관한 몇 가지 이상 현상이 보고되고 있는데, 특히 ‘원자로 중성미자 이상 현상’은 기존에 확인된 세 가지 중성미자의 진동현상으로는 설명하기가 힘들다. 원자로에서 나오는 중성미자를 측정하는 실험에서 반중성미자 생산율이 예측치보다 약 6% 낮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관련 연구자들은 원자로 중성미자 이상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알려지지 않은 네 번째 중성미자가 존재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 새로운 중성미자는 약한 상호작용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어 ‘비활성 중성미자’라 불린다. 비활성 중성미자의 존재를 확인하려면 새로운 ‘단거리 원자로 중성미자 실험’이 필요하다. 기존의 원자로 중성미자 실험들은 정확도가 낮고 오차가 컸기 때문이다.
IBS 지하실험 연구단은 영광 한빛 원자력발전소에서 단거리 원자로 중성미자 실험인 NEOS(Neutrino Experiment for Oscillation at Short baseline)를 주도하고 있다. NEOS는 원자로에서 27m 떨어진 곳에 검출기를 설치해 원자로가 가동될 때 나오는 전자 반중성미자를 검출하는 실험이다. 이 실험은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단거리 원자로 중성미자 실험들 중에서 가장 먼저 시작되었다.

(LAB 기반의 액체 섬광물질(왼쪽)과 새롭게 개발된 액체 섬광물질(오른쪽)의 PSD 성능. 두 라인은 위부터 각각 중성자와 감마선를 나타낸다)

그런데 NEOS 실험은 ‘우주선(cosmic ray)에 의해 생기는 많은 배경사건’이라는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배경사건은 주로 대기권에서 생성돼 지표로 쏟아지는 뮤온과 중성자에 의해 발생하거나, 검출기 주변에서 생기는 감마선 때문에 만들어지기도 한다. 단거리 원자로 중성미자 실험은 검출기를 원자로와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 설치해야 한다. 검출기를 지상에 설치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실험에 방해가 되는 배경사건을 최소화하는 것이 실험의 성패를 좌우한다.
배경사건을 차단하거나 제거하기 위해 NEOS 검출기에는 여러 단계의 차폐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가장 바깥쪽에는 폴리에틸렌, 그 안쪽으로 플라스틱 섬광체, 광전증배관으로 뮤온의 방해를 막는 검출기를 설치하고, 납으로 감마선을 차폐하며, 마지막으로 붕소를 첨가한 폴리에틸렌으로 중성자를 차폐한다.
이와 함께 중성미자 타깃으로 사용되는 액체 섬광물질의 특성을 이용해 배경사건을 제거할 수 있다. 이를 PSD(Pulse Shape Discrimination)라고 한다. PSD는 입자의 종류에 따라 섬광물질과 반응할 때 나오는 신호의 모양이 다른데, 이를 이용해 입자를 구별해낼 수 있다.

액체 섬광물질의 주 용매로는 선형알킬벤젠(LAB, Linear Alkyl Benzene)을 많이 사용해 왔다. LAB는 발화점이 높아 안전하고 독성이 없어 친환경적이며, 매우 투명하다. 하지만 LAB 기반의 액체 섬광물질은 PSD 성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지하실험 연구단에서는 PDS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액체 섬광물질을 개발했다.
연구단은 LAB 기반의 액체 섬광물질에 다이소프로필나프탈렌(DIN, Di-isopropylnaphthalene Naphthalene) 기반의 액체 섬광물질을 소량 섞는 방식으로 성능을 개선했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DIN 기반의 액체 섬광물질을 약 10% 비율로 섞어도 효과가 매우 뛰어났다. 연구단은 새롭게 개발한 액체 섬광물질의 PSD가 2MeV(메가전자볼트, 1MeV는 100만V의 전위차로 가속된 전자의 운동에너지) 이상의 중성자에 의한 신호를 99% 이상 제거할 수 있어, 배경사건을 크게 낮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구단이 개발한 새로운 액체 섬광물질은 원자로 중성미자 이상 현상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NEOS 검출기는 2015년 7월에 영광 한빛 원자력발전소에 설치가 완료되어 약 6개월간 데이터를 수집할 예정으로 2015년 8월부터 본격 가동되고 있다. IBS 지하실험 연구단에서 우주의 비밀을 풀어줄 네 번째 중성미자를 찾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 전 세계 관련 연구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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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