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는 자원의 고갈로 이어진다. 석유같은 화석연료도 앞으로 100년 이내 고갈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탄소 등을 기본 원료로 활용해 꼭 필요한 화합물을 합성하는 것이 점점 더 필요해지는 이유다. 탄화수소는 자연상태에 많이 존재하지만 일반적 조건에서는 반응성이 낮아 합성의 원료로 사용되기 어렵다. 반응을 촉진시키기 위해 금속촉매를 활용하는 등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방향족 화합물에서 수소원자가 하나 빠진 아릴기는 의·약학이나 재료화학 분야에서 중요하게 활용되는 대다수의 화합물에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효율적이고 위치선택적으로 아릴기를 도입할 수 있는 반응의 개발은 유기화학 분야의 지속적인 연구주제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장석복 단장(KAIST 화학과 교수)과 백무현 부연구단장(KAIST 화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이리듐 촉매를 활용해 상온에서도 분자 내 원하는 위치에 아릴기를 선택적으로 도입하는 반응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계산화학으로 반응 메커니즘도 밝혀내 기존의 반응과 다른 경로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안정한 탄소-수소 결합에 아릴기 도입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탄소-수소 결합에 할로젠 원자나 유기금속을 붙여 사전활성화하거나 이 과정 없이 탄소-수소 결합을 직접 활성화(C-H functionalization)하는 과정을 거친다. 직접 활성화하는 방법이 효율성과 경제성이 뛰어나지만 개발된 반응 대부분이 고온의 반응온도, 과량의 첨가물이 필요한 격렬한 반응 조건을 필요로 하고 탄소-수소 결합이 분자 내에 많이 존재하므로 선택성 확보 역시 어려웠다.
연구진은 이리듐 촉매 하에서 아릴실레인(arylsilanes)을 반응제로 사용하여 탄소-수소 결합 활성화를 통한 아릴화 반응을 상온에서 구현하는 데 성공하였다. 여태껏 전이금속 촉매를 사용하는 탄소-수소 결합 활성화를 통한 아릴화 반응이 대부분 높은 온도에서 이루어진 것과 달리, 상온(25℃)에서도 이 반응이 가능할 뿐 아니라, 분자 내에서 위치선택적으로 아릴기를 도입할 수 있다.
상온에서 아릴기 도입 반응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실험과 이론연구가 동시에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기존에 알려진 아릴화 반응경로는 과정중 생성되는 금속교환반응 중간체(transmetallation intermediate)의 안정성 때문에 반응과정에서 높은 에너지가 요구되었다. 메커니즘 연구를 통해 전이금속을 촉매로 하는 탄소-수소 결합 활성화를 통한 아릴화 반응에서 최초로 금속교환반응 중간체를 분리·분석해 내었다. 이를 바탕으로 금속교환반응 중간체만을 선택적으로 산화시키는 새로운 경로를 개발하여 에너지 장벽을 효과적으로 낮추었다. 또한, 밀도범함수를 활용한 계산화학으로 실험 결과를 토대로 제안된 반응경로의 타당성을 검증하였다.
이번 연구를 이끈 장석복 단장은 “상온에서 위치 선택적 아릴화 반응을 이끌어 낸 것과 더불어 반응 메커니즘 연구를 통해 기존에 통상적으로 제안되어져 왔던 진행경과와는 다른 새로운 반응경로로 반응이 이루어짐을 규명하였다”며 “이 반응경로를 알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고온이나 과량의 첨가물 없이도 선택적인 반응방법을 개발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케미스트리(Nature Chemistry, IF 25.87) 온라인판에 12월 11일 게재되었다.
그림설명
▲ [그림 1] 금속교환반응 중간체(transmetallation intermediate)의 X-ray 결정구조반응개발과 더불어 진행한 반응 메커니즘 연구를 통해 전이금속을 촉매로 하는 탄소-수소 결합 활성화를 통한 아릴화 반응에서는 최초로 금속교환반응 중간체를 분리·분석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