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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이 떨어지는 비밀, 식물에게는 아름다운 엔딩

- IBS·DGIST 연구진, 식물의 탈리 현상 조절하는 리그닌 역할 규명 -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의 <낙화>라는 시의 시작부분이다. 시인은 분명 꽃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떠올렸을 것이다. 시의 후반부에는 이별을 통해 영혼이 성숙할 수 있다고 까지 말한다. 그러나 인간사의 이별이 아니라 꽃잎이 떨어지는 식물의 입장에서 이 시를 다시 쓴다면 어떨까. 아마도 ‘떨어져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분명히 알고 떨어지는 꽃잎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일 것이다. 그래야만 영혼은 아닐지라도 식물의 몸이 건강하고 성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물은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싹을 틔우고 잎과 꽃을 만들며 열매를 맺어 씨앗을 퍼뜨린 후 잎을 떨어뜨리는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살아간다. 물리적으로 단단한 세포벽을 지닌 식물 세포도 마찬가지다. 식물의 발달과 성장, 분화의 목표 달성을 위해 세포벽을 끊임없이 조절한다. 견고한 세포벽의 제약에도 어떻게 식물 세포는 발달하고 성장하는 모든 일들을 하는 걸까. 식물이 적당한 시기에 꽃잎이나 나뭇잎을 떨어뜨리는 것 또한 세포벽 조절과 관련이 깊다.

곽준명 DGIST 교수(前 IBS 식물 노화·수명 연구단 그룹리더)와 이유리 IBS 식물 노화·수명 연구단 연구위원 연구팀은 식물이 발달과 노화 과정 중 리그닌(Lignin)이라는 물질을 만들어 꽃잎이나 나뭇잎이 떨어져야 할 정확한 위치에서 잎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규명하였다. 리그닌은 식물의 목질부를 구성하는 고분자 화합물로, 식물의 세포벽이 견고하도록 하며, 셀룰로오스 다음으로 목재에서 많은 중량을 차지한다.


▲ 이탈세포층에 특이적으로 형성되는 리그닌의 구조

그림은 식물의 색소를 제거하여 투명하게 만든 꽃에서 리그닌을 형광현미경으로 살펴본 것이다. 리그닌이 꽃잎이나 나뭇잎이 식물에서 떨어지는 탈리 현상이 일어나는 동안 형성된다는 사실은 오래 전에 밝혀졌다. 학계에서는 리그닌이 식물 본체에 남아 탈리 현상으로 인해 새롭게 노출된 표면을 보호할 것이라고 여겨 왔다. 그림에서 꽃(개화전) 그림과 꽃(개화 후) 그림을 살펴보면, 관다발 조직과 탈리 영역에서 리그닌이 형광을 밝게 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꽃(탈리 후)잎이 탈리된 이후 남아있는 꽃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육각형 구조의 리그닌이 관찰되지 않는다. 아랫줄 사진들과 같이, 식물에서 떨어져 나간 꽃받침과 꽃잎, 수술대의 하단부에 있는 탈리되는 경계 부위에 리그닌이 형성됨을 관찰할 수 있다. 탈리 과정을 거치게 되는 동안 벌집구조의 리그닌은 더 이상 식물 본체에서 관찰 되지 않고, 떨어져 나간 각 기관의 하단부에 위치하는 이탈세포에서만 관찰되는 것이다. 기존의 학설과 달리 본 연구에서는 떨어져 나가는 꽃잎과 꽃받침, 수술대 쪽에 리그닌이 형성됨을 밝혔다.

리그닌은 기존 학설에서 식물의 잎이 떨어지고 난 후 남은 자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식물 본체에 남아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연구진의 연구 결과는 달랐다. 리그닌은 식물 본체가 아닌, 떨어져 나가는 꽃잎의 세포에서만 형성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바로 식물의 탈리(식물 기관이 식물 본체에서 분리되는 현상)가 일어나는 경계에서 이웃하는 두 세포(식물에서 떨어져 나가는 이탈세포, 꽃잎이 떨어지고 식물 본체에 남는 잔존세포) 중 이탈세포에서만 리그닌이 형성돼 꽃잎을 식물의 본체로부터 정확한 위치에서 떨어지게 하는 울타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리그닌은 이웃하는 세포 사이를 분리시키는 세포벽 분해효소가 꽃잎이 탈리되는 경계선 위치에만 밀집되게 하고 주변 세포들로 퍼지지 않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리그닌이 육각형의 벌집구조를 형성하여 기능을 발휘하는데 최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음도 발견하였다. 리그닌의 이러한 울타리 역할 덕분에 식물은 탈리가 일어나야 할 정확한 위치에서 잎을 분리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꽃잎이 떨어진 단면에 큐티클 막이 형성되면서 외부 세균의 침입으로부터 식물을 보호해 생존력을 높인다.

만약 리그닌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세포벽 효소들이 탈리가 일어나야 할 위치 외에 분포하게 돼 이탈세포와 잔존세포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게 된다. 부정확한 탈리 현상으로 인해 탈리 이후 잔존세포들의 보호막인 큐티클 층의 형성이 저해되고, 이로 인해 식물체는 외부 세균 위험에 취약해져 생존 가능성이 줄어들게 된다. 식물 입장에서는 아마도 ‘떨어져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분명히 알고 떨어지는 꽃잎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시를 지을 만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리그닌에 관한 기존 학설이 잘못됨을 반증하고 정확한 위치에서 꽃잎을 떨어뜨리는 리그닌의 역할을 새롭게 규명함으로써 추후 식물의 성장과 노화를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기여할 것이다. 새롭게 발견한 리그닌의 역할과 탈리 메커니즘을 토대로, 연구진은 탈리 현상을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화합물을 찾는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열매가 잘 안 떨어져 수확이 어려운 품종(예: 고추)의 경우에는 탈리 현상을 촉진해 수확을 용이하게 하고, 과일의 경우에는 탈리 현상을 억제해 낙과를 줄여 생산량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꽃잎이 떨어지는 탈리현상에 관한 세포 수준에서의 메커니즘

꽃잎의 탈리 현상이 일어나는 동안 탈리 경계에서 식물에서 떨어져나가는 이탈세포들과 식물 본체에 남아있는 잔존 세포들을 확대해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모식도이다. 탈리현상이 활성화되면 탈리 지역의 세포들은 잔존세포와 이탈세포로 분화가 일어나게 되어 각기 다른 세포반응과 세포 구조물을 수행하고 형성한다. 잔존세포와 이탈세포는 유전자 발현, 활성산소의 종류, 세포벽 분해 효소의 분비경로, 벌집구조의 리그닌 존재 유무 등에서 서로 다른 특성을 나타내게 된다. 이탈세포에는 벌집구조 형태의 리그닌이 형성되는데, 이탈세포 쪽에 위치한 리그닌은 세포벽으로 분비된 세포벽 분해 효소가 탈리가 일어나는 위치로만 밀집되도록 하는 울타리 역할을 한다. 정밀한 탈리는 식물이 외부 위험에 견디어 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식물 본체에서는 잔존 세포들이 표피세포로 바뀌게 되고, 큐티클 보호막이 형성되어 노출된 표면을 외부 위험으로부터 보호한다.


▲ 세포벽 분해 효소의 분포를 조절하는 리그닌의 역할

활성산소를 생성하는 효소인 RbohD와 RbohF가 이탈세포 특이적인 리그닌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RbohD와 RbohF 두 유전자가 망가진 돌연변이체 (rbohD/F)에서는 이탈세포의 리그닌이 관찰되지 않고 (A), 탈리 현상도 억제된다 (B). 탈리를 조절하는 벌집구조의 리그닌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 세포벽 분해 효소의 공간적 분포를 확인하면, 대조군에서는 꽃받침의 하단부, 즉 탈리가 일어나는 이탈세포의 첫 번째 세포층에만 세포벽 분해효소 (Pectinase-mCherry)가 국한되어 있으나, rbohD/F 돌연변이체에서는 첫 번째 세포층을 벗어난 영역으로 확산되어 존재함을 발견하였다 (C). rbohD/F 돌연변이체에서는 리그닌이 형성되지 않아 정확하게 기관 탈리가 이루어지지 않게 되고, 이로 인해 이탈세포 일부가 잔존세포 위에 존재하게 된다. 이는 세균과 같은 외부 위험인자로부터 식물 본체를 보호하는 큐티클 층 (보호막)의 형성을 방해하게 되어 (D), 식물의 생존에 위협이 된다.

IBS 커뮤니케이션팀
김주연

Center for Plant Aging Research (식물 노화·수명 연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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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