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식자가 먹이 찾듯 이동하는 전이 암세포의 전략 포착- 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외국인 부부 연구자, 전이 암세포의 ‘걸음걸이 추적’ - 우리원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외국인 부부 연구자가 전이 암세포의 이동 전략을 포착하고, 이를 통계적으로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Bartosz Grzybowski) 그룹리더와 크리스티아나 칸델-그쥐보프스카(Kristiana Kandere-Grzybowska) 연구위원은 오랜 시간 암세포의 움직임을 추적한 결과, 암세포가 레비워크 방식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통계적 분석으로 확인했다. 포식자가 먹이를 찾아 불규칙하고 빈번하게 이동하는 전략을 전이 암세포도 구사하는 것이다. 레비워크(Lévy walk): 프랑스 수학자 폴 레비(Paul Levy)의 이름에서 유래된 용어. 상어, 꿀벌, 해파리, 인간에 이르기까지 동물들이 한 지역에서 불규칙하고 빈번하게 방향을 전환하며 움직이다가 때때로 먼 거리를 이동해 먹이를 찾는 등 무작위적 행동 패턴이나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굶주린 상어가 먹이를 찾을 때 주변 지역을 샅샅이 탐색하다가 가망성이 없으면 간헐적으로 멀리 새로운 지역까지 이동하는 것도 이에 포함된다.
학계는 전이 암세포가 비전이 암세포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이동 전략을 취한다고 추측한다. 전이 암세포는 비전이 암세포에 비해 빠르게 확산하고 방향성을 갖는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정확히 밝혀진 적은 없었다. 전이 암세포의 움직임을 대량으로 기록하는 것도 어려울 뿐더러 데이터를 모은다 하더라도 레비워크를 구분해 낼 분석법과 시뮬레이션 모델을 찾는 일도 쉽지 않았다. IBS를 비롯해 미국, 폴란드 연구자로 이뤄진 국제 공동 연구진은 전이 암세포의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실험법을 새로 고안했다. 통계적인 분석법을 도입한 결과, 전이 암세포의 레비워크 패턴의 이동 전략을 구분할 수 있었다. 또한 피부암의 일종인 흑생종에 걸린 살아있는 쥐를 대상으로도 전이 암세포의 이동을 관찰했다. 보통의 전이 암세포의 이동 전략 실험은 2차원 접시에서 이뤄졌다. 연구진은 실제 몸속에서도 세포가 섬유질을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반영해 세포 실험을 1차원으로 단순화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세포가 앞뒤로 움직일 트랙(track)을 유리 평면 위에 구현했다. 트랙 외에는 금과 자기조립단층(SAM)을 입혀 세포가 붙지 않고 트랙 안에만 머물 수 있도록 만들었다. 평면에서 움직이는 세포 움직임은 방향 전환 시점을 구분하기 어려워 한 걸음을 정의하는 데 모호함이 있었던 반면 이 방법은 세포의 방향 전환 시점과 한 걸음의 크기를 정확히 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진은 6개의 다른 종류의 세포(전립선암, 유방암, 피부종양의 전이 세포와 비전이 세포)를 최대 16시간 동안 추적해 세포 한 종류 당 5천~2만 개의 위치 데이터를 얻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 해석은 IBS 콘스탄틴 폴레브(Konstantin Polev) 연구위원이 개발한 모델을 토대로 이뤄졌다. 폴레브 연구위원은 "멱함수 분포(power law), 절단된 멱함수 분포(truncated power law), 아카이케 가중치(Akaike weights) 등 다양한 모델을 적용해 해석한 결과 전이 암세포가 나타낸 움직임의 누적 빈도분포가 레비워크를 나타낸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실험에서 관찰한 레비워크가 실제 조직 내에서도 적용되는지도 확인했다. 네덜란드 국제연구진과 함께 살아있는 쥐 피부에 흑색종 세포를 도입하고, 고해상도 현미경을 사용해 전이/비전이 세포의 이동을 관찰했다. 기록을 토대로 구역을 나눠 양적 분석을 시도한 결과, 종양 부위에서는 전이/비전이 세포 모두 빽빽하게 위치해 세포 간 충돌이 잦았지만, 종양 부위로부터 멀어지자 전이 암세포의 경우 방향성을 갖고 빠르게 이동함이 관찰되었다.
이번 연구성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 11.329)에 10월 31일 자에 게재되었다. 두 연구자는 나란히 공동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연구에서 생물학 부문을 맡은 그쥐보프스카 연구위원은 "연구결과로 비전이 암세포가 확산운동을 하는 반면 전이 암세포는 레비워크처럼 움직인다는 것을 규명했다"며 "암세포 전이 원리에 대한 이해를 제공해 암 전이를 막는 연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연구를 총괄한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는 "미래에는 세포 움직임을 수정하는 RNA 기술과 이를 관찰하는 통계물리학의 조합으로 세포를 조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세포의 이동 패턴을 파악하는 연구는 세포생물학의 강력한 도구가 되리라 생각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IBS 커뮤니케이션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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