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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아시안 사이언스 캠프 참가기 게시판 상세보기
제목 2015 아시안 사이언스 캠프 참가기
작성자 대외협력실 등록일 2015-08-29 조회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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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아시안 사이언스 캠프 참가기 “I DO NOT Consider Myself a Woman Mathematician, BUT a MATHEMATICIAN”


이날 행사에는 여러 저명 과학자들이 강연자나 토론 패널로 참여하여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쳐 보였다.

독일의 작은 도시 린다우에서 매년 개최되는 ‘린다우 미팅’에서 영감을 받아 일본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마사토시 고시바 교수가 창시한 ‘아시안 사이언스 캠프(Asian Science Camp, ASC)’. 매년 아시아의 젊은 과학도들이 한데 모여, 노벨상 및 필즈상 수상자들로부터 영감을 얻고 서로 교류하는 장이다. 2015년 태국에서 열린 이번 캠프는 노벨상, 필즈상, 유카와 기념상(Yukawa Commemoration), 닛케이 아시아상(Nikkei Asia Prize) 수상자로 구성된 연사들과 29개국에서 온 젊은 과학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8월 2일에서 8일까지 일주일간 성황리에 진행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선발과정을 거쳐 ‘2015 ASC’에 한국 대표로 참여하기 위해 부푼 마음을 안고 8월 2일 오전 8시, 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5시간의 비행 후 도착한 수완나폼 공항에서 또 1시간가량 버스를 타고 태국 사이언스파크(Thailand Science Park) 내에 위치한 시린톤 사이언스홈 (Sirindhorn Science Home)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환영만찬을 즐기며 아시아의 여러 국가에서 온 젊은 과학도들과의 첫 만남을 가졌다.
참여 학생들은 관심 또는 전공 분야에 따라 그룹이 나뉘었고, 물리학과 수학을 현재 전공하고 있거나 전공할 친구들로 구성된 그룹D에 속하게 됐다. 모두 미래의 과학자를 꿈꾸는 친구들답게 첫 만남의 첫 인사말부터 남다르게 느껴졌다. 이스라엘에서 온 친구는 “나는 물리학의 우주론에 관심이 많은데, 내일 무라야마 교수님의 암흑 물질에 대한 강연이 너무 기대돼. 현재 암흑 물질을 설명하고 있는 대표적인 이론인 WIMP 모델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데, 내일 교수님께서 그 부분에 관해 많은 내용을 다뤄주셨으면 좋겠어”라고 첫 인사를 건네며 악수를 청하는 것이 아닌가. 타국에서 다양한 국가의 친구들과 일주일간 서로의 과학지식과 아이디어를 깊이 있게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무척 흥분됐다.

무라야마 교수와 우주를 논하다

ASC 2015에서의 둘째 날은 마하 차끄리 시린톤(Maha Chakri Sirindhorn) 태국 공주의 환영연설로 시작됐다. 자국의 과학발전과 더불어 과학의 발전을 통한 국가의 번영을 강렬히 염원하는 태국 공주의 열정과 애국심을 느낄 수 있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후 히토시 무라야마(Hitoshi Murayama) 교수의 ‘우주론 입문(Introduction to Cosmology)’이란 강연이 이어졌다.
무라야마 교수는 강연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전 모든 생명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 3가지(우주는 어떻게 시작됐는가?, 우주의 운명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에서, 무엇으로부터 온 것인가?)를 던졌다. 그리고는 사진 한 장을 제시하며 세 번째 질문에 대한 생물학자들의 해석인 ‘진화론’에 대해 유머러스하게 반문한 뒤, 우리 생명의 근원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이번 강연을 통해 제시하고자 한다는 개요를 설명했다. 그는 우리 생명의 근원은 세포도, 원시적 유기체도 아닌 우주에 있으며, 이 우주는 빅뱅으로부터 시작됐고, 빅뱅 이후 우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고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는지에 대해 우리는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2015 ASC’에 참석한 한국인 학생들.

그는 강연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물질로 여겨지는 암흑 물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특히 암흑 물질의 존재를 입증하는 증거를 제시했다. 암흑 물질이 우주 전체에 분포하고 있다는 증거는 충돌하는 두 은하에서 발견됐는데, 이는 1970년대 말 우리 은하를 비롯한 몇몇 은하들이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물질의 중력만으로는 안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는 일부 천문학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증거이기도 했다. 한 연구팀이 100만 년 전 매우 빠른 속도로 충돌한 2개의 은하로부터 생성된 새로운 은하의 이론적 계산에 의한 질량 중심이 실제 관측에 의해 실험적으로 구한 질량 중심과 일치하지 않음을 발견했고, 결론적으로 전하가 없고 서로 상호작용하지 않는 암흑 물질의 존재를 밝혀내게 됐다. 무라야마 교수는 강연 내내 특유의 유머와 카리스마로 청중을 압도했고, 난해한 분야인 우주론에 관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잘 전달했다. 평소, 수학뿐 아니라 물리학의 우주와 소립자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기에, 강의를 듣고 많은 궁금증이 생겨 무라야마 교수의 캠프 세션(camp session)에 더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기조강연에 이어 진행된 무라야마 교수의 캠프 세션 동안 그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를 자세히 설명하고 우주의 미래에 대한 세 가지 추측을 소개해주었다. 이후 진행된 무라야마 교수와의 질의응답 시간에 그와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소중한 경험을 했는데, 이는 평생 잊지 못할 최고의 기억이 될 것이다. 무라야마 교수와 나눈 질문과 답변을 소개한다.

Q 기조강연 때 암흑 물질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WIMP(Wea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s)에 대해 언급하셨는데, 그렇다면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물질이 아니라 강하게 상호 작용하는 물질, 이를테면 Strong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s도 암흑 물질의 후보가 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만일,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물질이 암흑 물질이 될 수 있다면 암흑 물질이 은 하 내에서 서로 상호작용할 수 있을 텐데, 이로 인해 우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현상들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나요?

A: 정말 탁월한 질문이군요. 왜냐하면, 방금 학생이 말한 Strong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s 에 관한 논문을 실제로 제가 지난주에 발표했거든요.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현재 암흑 물질에는 여러 가지 후보가 존재하는데, 그 이유는 암흑 물질 간의 상호작용력이 특정한 값으로 정해지지 않고 그 상한만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암흑 물질의 한 모델을 제시했을 때 그 모델의 물질이 가진 에너지나 그 물질 간의 상호작용력이 상한선을 넘지 않는다면 그 이론은 타당성을 얻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현대 물리학계에서 암흑 물질에 관한 이론들에는 여전히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답니다.

Q: 현재 물리학자들은 힉스 입자의 존재를 증명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초끈 이론을 증명하는 연구를 진행하며 우주를 미시적인 관점에서 조명하고 있는데, 우주를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는 없나요? 제 생각에 윌리엄 서스턴이 3차원 다양체를 8종류로 분류한 이론을 4차원 다양체의 분류로 확장시켜 우주에 적용한다면 우주의 구조 자체를 규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우주에 웜홀이 존재한다면 우주의 구조가 4차원 토러스와 위상동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 몇몇 물리학자들 역시 그 문제를 연구 중이지만 그들의 연구는 쌍곡기하학을 바탕으로 한 것이 대부분이지요. 쌍곡기하학에서는 삼각형의 세내각의 합이 항상 180°가 되는 것은 아닌데, 우리는 어떤 다양체의 위상학적 구조를 그 다양체 위에 그려진 삼각형의 내각의 합을 구하고 180°와 비교함으로써 파악하거든요. 이것을 우주에도 적용시켜서 우주 공간에 임의의 세 점을 찍은 다음, 그것들을 연결한 삼각형의 내각의 합을 180°와 비교해 그 부분의 구조를 알아내는 것이지요.
저는 지금 학생이 제시한 아이디어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현재 과학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방법은 거대한 우주의 국소적인 부분만 규명할 수 있는데, 학생이 제시한 아이디어로는 우주 전체의 구조를 예측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석학에게 얻은 미래 수학자, 과학자의 비전


마지막 날 열린 '포스터 경쟁발표'에서 참가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포스터.

캠프기간 동안 많은 기조강연과 캠프 세션, 그리고 자유롭게 연사와 토론할 수 있는 세션 (dialogue session)이 연이어 진행됐다. 그중에서 용유스 유타봉(Yongyuth Yuthavong) 교수와 필즈 메달리스트 블라디미르 보예보츠키(Vladimir Voevodsky) 교수의 기조강연과 캠프 세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보예보츠키 교수는 세션에서 수학기초론에 매료된 계기와 그가 지향하는 과학의 미래, 그리고 미래 과학에 대한 자신의 전망을 얘기했다. 그의 수학자 인생은, 폐렴에 걸려 침대에만 누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유년기에, 지인이 빌려준 루빅스 큐브를 24시간 동안 연구하고 맞추었던 경험에서 비롯됐다. 당시 큐브를 맞춰 나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수학적 재능과 집중력, 그리고 열정을 발견하게 되면서 수학자의 길을 걷게 됐다는 것이다. 이후 수학을 연구하면서 그는 여러 가지 정리 및 추측을 증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그로탕디에크 정리(Grothendieck Theorem)의 증명을 발표한 뒤 스스로 오류를 발견하고 정정해야 했던 경험은 그로 하여금 자신의 연구에 대해 회의적인 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 이에 자신이 정립한 수학적 이론이나 증명에 오류가 없는지 입증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방법으로 형식화(formalization)와 연역적 입증 방식(formal deduction system)을 주로 사용하게 됐다. 형식화는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명제나 증명을 수학적인 기호들로 표현하는 과정을 말하는 것인데, 이렇게 명제를 만들고, 증명하고, 증명의 수학적 타당성을 입증하면서 그는 점점 더 수학의 기초에 매료됐다.

이렇게 유능한 수학자가 바라보는 수학, 그리고 과학의 긍정적인 미래란 어떤 것일까? Motivic Homotopy에 관련된 연구로 필즈상을 수상한 그는 순수 수학 자체의 연구보다는 다른 과학 분야와 수학의 통섭적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학문 간의 영역을 허물어야 성립되는 통섭의 학문이 향후 과학의 미래가 돼야 한다고 확신하게 됐다. 강연 내내 자신의 생각과 견해를 진지하게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그의 모습에서 오랜 세월 연구에 몰입하고 인내하며 수학의 발전, 궁극적으로는 인류의 발전에 기여한 학자의 연륜을 느낄 수 있었다. 보예보츠키 교수처럼 연구에 매진해 인류 발전에 공헌하는 훌륭한 응용수학자가 되고자 하는 꿈에 대한 열정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
유타봉 교수의 캠프 세션은 주어진 문제를 다양한 국가의 친구들과의 협력을 통해 서로의 과학적 지식을 공유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며 의견을 수렴해 해결해나가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동화 속에 가능했지만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을 찾고, 그것을 현실로 옮기기 위한 아이디어를 과학적 근거 하에 생각하라”는 과제를 부여받은 우리 그룹은 《잭과 콩나무》에 등장하는 마법 콩을, GMO기술을 활용한 식량 문제 해결책으로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더불어 필자는 이야기 속의 거대한 콩나무가 견고하게 자라 하늘로 통하는 사다리 역할을 한다는 점에 착안해 탄소나노튜브를 활용한 콩나무 줄기 모양의 우주 엘리베이터를 개발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그룹 멤버들과 토의해 탄소나노튜브의 광 발광 성질(photoluminescence, 광자를 흡수하면 저장한 뒤 빛을 방출하는 성질)을 활용하면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주택을 건설할 수 있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우리 조는 최우수조로 선정돼 유타봉 교수 앞에서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발표자로 나선 필자는 유타봉 교수로부터 탄소나노튜브를 활용한 주택을 건설할 경우 인체에 대한 그 물질 자체의 위험성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 위험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이는 현재 많은 과학자들이 고심하고 있는 에너지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단한 아이디어가 될 거라는 격려의 말을 들을 수 있어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여러 교수들의 강연과 세션에 참여해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과학도로서 가능성을 확인받고 과학도로서의 열정을 스스로 확인했다. 또 3일 동안 14개의 세션에 참여하면서 얻은 모든 지식을 종합한 뒤 이를 바탕으로 자유 주제의 포스터를 제작하고 국제 위원회로 구성된 심사위원단 앞에서 발표하는 ‘포스터 준비 및 발표 경쟁(Poster Preparation & Presentation Competition)’ 활동에 참여하면서는, 다양한 국가 출신의 미래 동료들과 새벽까지 난상토의를 벌이며 서로의 창의적인 생각을 공유하고 수렴해 포스터를 제작하면서 진한 동료애를 경험할 수 있었다. 우리 조는 무라야마 교수가 제시한 “우리 생명의 기원, 과연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에 대해 물리학적, 화학적, 생물학적 관점에서 그 답변을 제시한 뒤, 다시 모든 관점을 통합해 우리 생명의 비밀을 밝히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우리의 소중한 생명을 행복하게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지속가능한(sustainable) 삶에 대해 창의적으로 표현했다. 우리 조는 학문 간의 통합적 사고를 보여준 아이디어가 참신했다는 심사위원들의 평과 함께 포스터 발표 경쟁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당시 동료들과 기쁨의 함성을 지르며 환호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또한, 캠프 4일째인 ‘견학의 날’에 개최지인 태국의 아유타야 왕조의 유적지를 방문해 태국 친구로부터 역사 강의를 듣고 태국의 색다른 의식주 문화를 체험했다. 마지막 날에 이어진 송별회에서는 다양한 참가국의 문화를 접할 수 있었는데, 이를 통해 많은 아시아 국가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고 동료로 인식할 수 있게 돼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꼈다.

이 시대 최고의 석학들로부터 학문적 지식을 얻을 수 있었고, 과학도로서의 자질을 배웠으며, 미래의 세계적인 수학자를 향한 비전을 제시해 준 아시안 사이언스 캠프. 수학자 그리고 과학자로의 여정에서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경험이었다. 수학도로서 과학도로서 내 삶을 완성할 때까지 마음에 품고 싶은 아다 요나트(Ada Yonath) 교수의 말을 전하면서 캠프의 기억을 마음 한곳에 소중히 간직하고자 한다. “난 자신을 ‘여성과학자’가 아니라 ‘과학자’라고 생각한다(I DO NOT consider myself a ‘Woman Scientist’. But a ‘SCIENTIST’.).”

글, 사진. 용인외대부고 2학년 유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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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