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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 노벨상 수상자 '다나카 고이치', "시료 잘못 섞은 게 수상계기" 게시판 상세보기
제목 샐러리맨 노벨상 수상자 '다나카 고이치', "시료 잘못 섞은 게 수상계기"
작성자 대외협력실 등록일 2012-12-10 조회 8408
첨부 jpg 파일명 : news3_thumb.jpg news3_thumb.jpg

샐러리맨 노벨상 수상자 '다나카 고이치', "시료 잘못 섞은 게 수상계기"

- 그에게 찾아 온 세렌디피티(serendipity, 행운의 발견) -

"제가 노벨상을 받는다고요? 그럴 리가요."
2002년 10월 9일 다나카 고이치는 갑작스러운 국제전화를 받고 어리중절했다. 그 스스로도 잘못 걸려온 전화라 생각했고 가족들은 TV를 보며 동명이인이라고 여겼다. 수상 내용을 해설하기 위해 일본 종합과학기술회의에 모인 유명 과학자 3명은 아예 그가 누군지도 몰랐다.


▲ 다나카 고이치 주임

이날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는 일본 교토의 실험기기 제작회사인 시마즈(島津)제작소 주임연구원 다나카 고이치를 101대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역대 노벨화학상 수상자들 가운데 교수, 박사 등의 감투가 없는 수상자로는 두 번째이고 학사 출신으로는 처음이다. 새로운 발상과 독창성을 가진 업적 자체만으로 세계적인 평가를 받은 것이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가 발표한 다나카의 수상 이유는 단백질 등 생체고분자의질량과 입체구조를 해석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바이오산업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것이다. 이 기법을 통해 암과 같은 질병의 조기 발견과 신약 개발이 가능해졌다.

작업복 차림으로 기자회견장에선 43세의 다나카 주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보통사람'이었다. 일본 기초과학의 요람이라는 도쿄대나 교토대 출신도 아니다. 대학 시절에는 놀다가 낙제도 했다. 유학했거나 우수한 어학실력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일본인들은 그에게 노벨상 수상식장에서 영어로 연설을 시킬까봐 걱정하기도 했다. 뚜렷한 사명감으로 학문을 시작한 것도 아니다. '오랜 노력 끝의 성공스토리'와도 거리가 멀다.

그는 지난 1985년 겪은 우연한 실패가 연구성과의 결정적 밑거름이 됐다고 고백했다.
다나카는 1983년 도호쿠대 전기공학과를 유급 끝에 가까스로 졸업했다. 다나카는 대학원에 진학하는 대신 취직을 선택했지만 면접에서 긴장한 탓에 원하는 기업에서 번번히 퇴짜를 맞아야했다. 그 무렵 지도교수로부터 과학기기 등을 제작하는 시마즈제작소를 소개받았다. 당시 시마즈에서는 생명공학 및 의료 관련 기기를 제작하고 있었다. 다나카도 의료사업부를 지망했으나, 그가 배속된 자리는 중앙연구소였다.

다나카가 시마즈 중앙연구소에서 담당한 업무는 단백질 분자의 질량을 측정하는 기법이었다. 여러 종류의 단백질을 구별하는 방법 중 하나는 그 질량을 측정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우선 단백질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이온화를 해야 했다.
다나카가 처음부터 좋은 성과를 올린 것은 아니다. 전공이 달라 화학지식이 부족했던 탓에 끊임없이 실험과 연구에 몰두했고 연구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머리를 빡빡 깎기도 했다.

다나카는 레이저를 이용해 단백질의 구조를 밝혀내야 했다. 하지만 분자량과 질량을 파악하기 위해 단백질 시료에 레이저를 쏘면 강한 빛과 열에 시료가 타 버리거나 부서지기 일쑤였다. 시료를 보호할 수 있는 용액을 개발하기 위해 200여 가지 시약의 농도를 다르게 하며 몇 년간 실험을 거듭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던 그에게 아르키메데스처럼 '세렌디피티(serendipity·행운의 발견)'가 찾아 왔다.
1985년 2월, 비타민 B12(분자량 1350)의 질량 측정을 준비하고 있던 다나카는 늘 사용하던 아세톤 대신 실수로 글리세린을 시료에 섞어 버렸다. 잘못한 것을 알았지만 그냥 버리기 아까워 레이저를 조사하여 글리세린을 증발시키기로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비타민 B12가 이온화되었던 것이다. 실수로 글리세린 용액을 코발트 미세 분말에 떨어뜨린 뒤 비싼 코발트가 아까워 시약으로 썼고 결국 이 시도가 단백질의 구조를 밝혀내는 계기가 된 것이다.

다나카는 실수에서 얻어진 결과를 놓치지 않고 실험을 거듭했고, 결국 레이저를 이용하여 고분자 단백질의 종류와 양을 효과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이 결과를 1987년에 발표했고, 이는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의 로버트 코터(Robert J. Cotter)를 통해 국제적으로 알려졌다. 평범한 회사원의 연구가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지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런 우연한 발견은 그가 어렸을 때 들은 할머니의 잔소리 덕택이다. 어렸을 적 할머니는 다나카가 종이를 그냥 버리려고 하면“이게 무슨 낭비냐?”하고 잔소리를 했다.

이와 같은 개발을 위해서는 물질의 농도나 조합을 아주 조금씩 변화시켜 가면서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끈기와 집중력이 연구자의 중요한 자질로 꼽힌다. 그는 추운 지방 출신에 자영업을 하는 부모를 도운 경험 덕택에 묵묵히 작업을 견딜 수 있었다고 한다.

다나카가 수상자로 결정된 후 한동안 화제가 된 말이 '실수로 발견'이었다. 그는 회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솔직하게 '실수에 의한 발견'이라고 털어놓았다. “나는 실험을 거듭하면서 많은 실패를 했다. 만약 연구비를 낭비한다고 질책하는 회사였다면 벌써 해고됐을 것이다. 회사 경영진은 미래에 활용할 만한 신기술이라면 아무 것이나 연구해도 좋다며 연구예산을 쉽게 배정해 줬다."

한편 시마즈제작소는 이 기술의 제품화를 시도했으나 상업적인 성공을 이루지는 못했다. 그러나 다나카는 스스로가 연구 개발에서 대량생산, 그리고 영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를 경험한 것이 유익했다고 이야기하면서, 특히 사용자와 직접 이야기를 해 본 경험이 중요했다고 밝혔다. 기업에 속한 연구자로서, 기술이나 지식을 설계하고 생산하는 부분뿐만 아니라 이를 소비하고 사용하는 관점에도 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의 노벨상 수상 소식은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는 전 세계의 무명 연구원들, 또 노벨상은 두뇌의 천재 혹은 노력의 천재들만 참가하는 잔치라고 생각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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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