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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자연현상 찾는게 기초과학…연구결과 쌓일때 혁신 가능 게시판 상세보기
제목 새로운 자연현상 찾는게 기초과학…연구결과 쌓일때 혁신 가능
작성자 전체관리자 등록일 2013-08-01 조회 2239
첨부 jpg 파일명 : 노태원.jpg 노태원.jpg


[인터뷰]노태원 IBS 강상관계물질연구단장
"창의력 가득한 세계적 연구센터로 키울 것"


"기초과학은 새로운 자연현상을 발견하고 이해함으로써 인류 지식의 보고를 넓히는 학문입니다. 호기심과 창의적인 상상이 바탕이 돼야 하는데, 지난 40년 간 선진국 지식과 기술을 모방해 가치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응용연구에만 집중했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인류 지식의 보고를 넓히는 데 기여해야 합니다. 또 역사를 돌아보면 이런 기초과학 연구결과가 쌓일 때 의도하지 않은 많은 혁신이 일어났습니다."

14일 오후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19동 4층에 위치한 기초과학연구원(IBS) 강상관계물질연구단에서 노태원 단장을 만났다.

노태원 단장은 최근 창조경제 붐과 맞물려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기초과학에서 얻은 창의적 결과물들이 쌓이고 합쳐질 때 혁신이 가능하다. 하지만 기초과학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문화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기초과학을 음악, 미술, 문학 등 문화활동에 비유했다. 당장은 없어도 먹고 사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은 분야다. 하지만 실제로 사라진다고 상상해보면 사람들의 삶이 황폐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이들로부터 인류가 얻을 수 있는 현재 가치를 산술적으로 측정하는 것도 어렵다. 쓸모없어 보이고 그 가치를 측정하기도 힘들지만, 삶을 윤택하게 해주고 추후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바로 기초과학이란 뜻이다.

노 단장은 기초과학의 파급효과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페러데이의 '전자기 유도법칙' 발견을 들었다.

"페러데이가 전자기 유도법칙을 발표했을 때, 누군가가 그걸 어디에 써먹을 거냐고 물었습니다. 인류는 이 지식을 이용해 전기를 발생시킬 수 있었습니다. 페러데이의 '전자기 유도법칙'이 발견된 지 150여 년이 지난 이제 우리는 전기가 없는 생활을 감히 상상할 수 없게 됐습니다."


'강상관계물질' 새로운 자연현상 발견할 수 있는 분야


기초과학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차치하더라도 노 단장의 연구분야인 강상관계물질이란 용어는 낯설다.

노 단장은 호탕하게 웃은 뒤 "기초과학 연구의 어려움 중 하나가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것"이라며 "사람들은 어디에 쓰는 것이냐를 먼저 묻는다. 반도체 소자에 응용할 수 있다고 하면 반도체 분야 공학자로 생각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강상관계물질은 '강한 상관관계를 지닌 물질'을 뜻하며 복합다체계물질이라고도 한다. 금속, 반도체 등 많은 고체 물질 내에는 원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돼 있다. 이런 물질 내에서 전자들의 움직임은 하나의 전자가 평균적인 가능성 안에서 움직이는 운동으로 기술할 수 있다. 이것이 트랜지스터와 반도체 개발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에너지 띠이론이다.

하지만 강상관계물질은 전자 간 서로 작용하는 힘이 커서 다른 전자가 실제로 어디에 있는가가 매우 중요해 전자 하나의 평균적인 운동으로 기술할 수 없다. 기존의 띠이론으로 이해할 수 없으며, 전자간의 상호작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강상관계물질의 대표적인 예로는 저온에서 저항이 사라져 자기부상열차 등에 사용되는 초전도체다.

세계적인 물리학의 대가들이 수십 년 동안 다양한 방면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풀지 못한 숙제다. 그만큼 새로운 자연현상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노태원 단장은 "한국의 기초과학계가 충분히 기여할 수 있는 분야"라면서 "이런 연구는 추후 창의적인 구조를 지닌 전자소재 개발이나 그린에너지 같은 미래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이내 "과학자의 본질은 학문적 호기심을 기초로 하나씩 자연현상을 밝히는 것이다. 경제적 파급효과만을 중시하는 관점에서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섣불리 논하고자 하는 행태는 옳지 않다"고 '성과지향' 태도를 경계했다.


운영방침은 개방·소통…목표는 연구환경 레벨UP


IBS 연구단은 연구원 구성과 과제 선정 등 거의 모든 활동에서 자율권을 보장받는다. 또 연구단장의 임기도 특별한 결격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최대 10년 동안 보장된다. 파격적인 지원이다. 그만큼 연구단장이 느끼는 사명심과 의무감도 무겁다.

노태원 단장은 "장기적으로 지원해준다고 하니 감사하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연구단장으로 훌륭한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IBS 사업을 통해 창의적인 차세대 과학자들을 많이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 개방과 소통을 통해 연구 여건이 여의치 않은 국내 학자들에게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는, 세계적인 연구센터로 일구고 싶다"고 밝혔다.

그가 IBS 연구단을 통해 우리나라 기초과학 발전을 위해 내놓은 과제는 세 가지. ▲우수한 젊은 과학자 육성 ▲전문 테크니션 확보 ▲고가 연구장비 개방 등이다. 모두 자신의 경험과 세계적 연구기관들과의 비교분석에서 나온 과제다.

 

노 단장은 우선 "IBS 사업을 통해 창의적 연구를 수행하다 보면 우수한 젊은 과학자들을 많이 육성할 수 있다. 이들이 국제과학계를 선도하는 인물로 성장하면 우리 사회가 원하는 세계적인 학자들도 곧 나올 것"이라고 했다.

노 단장은 "1987년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아버님이 왜 환경이 열악한 한국으로 왔냐고 물었다. 미국과 한국의 연구환경과 상황에 대한 물음이지만 나에겐 인생의 목표에 대한 물음이었다"면서 "4∼5년 동안 고민을 많이 했다. 우선은 열악한 환경이지만 우수한 학자들을 많이 키우고자 노력했다. 그러다보니 저도 모르게 국제 학계의 중진학자가 됐다"며 미소지었다.

이어 "IBS 사업을 통해 우수한 연구환경을 구축하고 창의적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정말 후학 양성을 위한 좋은 여건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목표는 장비 문제다. 기초과학은 물질의 원자배열을 보거나 화학적 특성 연구가 주를 이룬다. 관련 장비가 필요한데 대개 수억에서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고가여서 필수 장비를 고루 갖추기 힘들다.

노태원 단장은 IBS 연구단장 선정 직후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MPI)와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등 세계적 연구소를 방문했다. 이들 연구소와 한국의 차이는 전문 테크니션. 특히 MPI의 경우, 테크니션의 수가 연구원의 절반에 육박한다. 연구원이 필요로 하는 장비를 제작하고, 전문적으로 관리해 최상의 연구환경을 제공한다.

하지만 국내 연구소는 물론 대학에는 연구장비를 다루는 전문인력이 거의 없다. 대학의 경우에는 연구장비를 학생들이 주로 담당한다. 기기 도입 과정에서 열심히 배운 학생이 졸업하면 연구장비를 돌리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노태원 단장은 "국내 기초과학자들에게 최상의 연구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전문 테크니션 확보가 필수"라고 강조하고 "연구단 연구인력의 10% 수준으로 테크니션을 확보할 계획이다. 현재 4명을 뽑았고, 이중 2명이 박사"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을 통해 구축된 기자재 대부분을 국내 연구진에게 개방하고 싶다는 포부도 폈다.

"외국의 경우 연구실과 장비를 마련할 수 있는 연구비를 주지만, 우리나라는 갓 부임한 젊은 교수들에 대한 지원이 미흡해요. 적은 연구비로 필요한 장비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10년 넘게 준비하는 경우를 자주 봤습니다. 그럼 이미 국제경쟁력 있는 연구는하기 어렵습니다."

노 단장은 이 문제를 언급하며 자신의 연구 분야에 대해 서양 과학자들이 하지 않는 분야라고 소개했다. 기초과학 특성상 장비의 격차를 아이디어로 뛰어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들이 하지 않는 틈새 연구를 수행하다가 서양 학자들이 뛰어들면 그들을 피해 다른 분야로 옮겨 다녔다고 했다. 본인이 국제학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도 '운'이란다. 그렇기에 국내 응집물리학자들의 장비에 대한 갈증을 절실히 이해할 수 있다.

노 단장을 만나기 위해 찾은 이날 연구단 실험실 곳곳에서 외부 대학의 연구팀들이 장비를 사용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국내 기초과학자들에게 좋은 연구장비를 선사하려는 노 단장의 노력이 맺은 결실이다.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 선정…"후학 양성 기회 삼을 것"


노태원 단장은 서울대 졸업 후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고체분광학을 활용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 부임 후 금속산화물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물리현상을 연구, 현재까지 300편이 넘는 SCI논문을 발표해 총 8000회 이상 인용회수를 보이고 있다. 특히 'F램의 피로현상'에 대한 연구와 BLT 박막 합성은 21세기 신성장동력인 고집적 산화물 메모리 소자의 원천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업적을 토대로 2003년 Ikeda상, 2005년 제5회 경암학술상 자연과학부문상을 수상했다. 2010년에는 국가과학자로 뽑혔으며, 2011년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선진국의 연구를 모방하는 방식은 한국 사회를 이끌어갈 성장동력으로는 역부족이다. 그 돌파구를 기초과학에서 찾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강성관계물질의 한 현상을 찾았다고 해서 즉각 우리 생활이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관심과 연구는 생각과 창의력을 키우는 동력이 돼 10년 혹은 100년 후 인류 생활을 긍정적(친환경적·지속가능성 등) 측면으로 풍요롭게 바꾸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것이야 말로 국민소득 3만달러 진입 등 선진국 도약을 꿈꾸고 있는 우리나라의 국제사회에 대한 역할이라고도 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몸통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동안 선진국들의 연구결과를 배워 정말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경제성장을 이룩한 만큼 인류의 지식기반 등 외부에 기여하는 것을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기초과학에 투자하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가 작금에 해야 하는 과제이자 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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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