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상욱 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연구단 그룹리더
"IBS는 연구에 집중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새로운 영역을 창출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연구단 그룹리더로 참여하게 된 만큼, 나노신소재 관련 독창적인 고유 연구영역을 개척하고 기초연구부터 응용체계까지 새로운 체계를 확립하고자 한다."
19일 KAIST 신소재공학부 연구실에서 김상욱 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연구단(단장 유룡) 그룹리더를 만났다. 김상욱 교수가 맡고 있는 연구분야는 '나노물질 설계·합성·조립 및 제작'이다.
사실 김 교수는 스스로 "운이 좋았다"고 할 정도로 IBS 참여 전에도 연구비 등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2003년 박사 후 연구원으로 위스콘신대에 근무할 때, '나노패턴 형성 고분자 배열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 이후 '다이렉트 셀프 어셈블리(DSA)' 분야가 새롭게 태동됐다. 지금은 반도체 학회에서 하나의 세션으로까지 커진 나노소재 신분야 개척자로 인정받은 덕분에 2004년 KAIST 교수로 채용됐고, 연구비 문제에서도 상대적으로 여유로울 수 있었다.
그럼에도 김상욱 교수는 IBS 연구단 그룹리더를 지원했다. 그는 이에 대해 "예전에는 규모 있는 연구실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과제를 할 수밖에 없었지만, IBS에 참여하면 일정 수준 안정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관심 분야에 집중해 연구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 같은 목표를 내놨다.
김 교수는 IBS 연구그룹 참여 이후 바뀐 점으로 '우수 연구인력 확보'와 '집중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을 꼽았다.
이전에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연구단인 만큼 인기가 좋았지만, IBS 참여 후 해당 분야의 촉망받는 연구원들의 지원이 줄을 잇고 있다. 덕분에 학생 중심이던 연구실에 박사후 연구원 7명과 해외 교환교수 1명이 합류해 연구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도 빼놓을 수 없다. 많은 과제를 수행할 때는 과제발표 등을 위해 1년에 100일 이상 연구실을 비워야 했다. 최근 탄소재료를 이용한 첨단 소재의 3차원 입체화와 카본의 촉매화 가능성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좀 더 수준 높은 원천연구를 위해 집중하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IBS 연구단 합류를 통해 그동안 연구과정에서 느꼈던 아쉬움과 문제점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환경이 마련된 만큼 앞으로는 연구그룹을 '독창성'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김상욱 그룹리더는 "학생들과 연구를 하다 보니 경험부족으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타성에 젖은 것 같다"면서 "더 수준 높고 원천적이며 새로운 연구를 해보고 싶다. 연구팀에 가장 강조하는 부문도 독창성과 다양한 실험"이라고 밝혔다.
많은 획기적인 발견과 발명이 우연을 통해 이뤄졌듯,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종원소도핑 탄소신소재 연구' 역시 우연히 발견됐다. 이론학문이 아닌 실험분야인 만큼 다양한 실험 과정에서 전혀 생각하지 못한 신소재와 한 단계 나아간 기초원천기술을 발견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독창적이고 끊임없는 시도가 필요한 이유다.
그는 독창성·창의성을 이야기하며 영화감독과 평론가를 예로 들었다. 평론가는 만들어진 작품을 해석하고 정리하지만 그 안에 창의성은 없다.
그는 "연구실 학생들이 예측 범위 밖의 실험결과가 나오면 숨기려고 한다. 함께 고민하고 분석하다보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음에도 그런 시도를 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나라 과학계가 그동안 추격형 R&D를 추구하다보니 인재육성 방향이 영화감독이 아니라 평론가 양성에 치우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 교수는 얼마 전 있었던 'IBS 연구비 블랙홀 논란'과 이어 불거진 '연구단 그룹리더 선정 과정 문제제기'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우선 IBS 본원 내 연구단이 아닌 캠퍼스 연구단의 경우, 그룹리더 선발에 있어 한 가지 규정이 적용된다. 바로 연구단장과 같은 기관 내 있어야 한다는 점. 다양한 기관의 연구자들을 리더로 선발할 경우, 오히려 '연구비 나눠먹기'란 주장이다.
그는 "한국 연구계의 특성 중 하나가 연구역량이 뛰어난 그룹은 대개 독자적 연구를 진행한다. 아이디어 분쟁 등 공동연구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할 우려 때문"이라며 "IBS 연구단 내 그룹은 독창성 못지않게 소통을 통한 융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욱 교수는 본인의 연구단 참여에 대해 "IBS는 미래지향적 기초과학을 추구하지만, 나노소재는 이제 실용화에 초점을 맞춘 범용소재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내포한 분야인 만큼 유룡 단장님이 젊은 과학자를 육성하는 차원에서 기회를 준 것"이라고 해석하고 "현재 전 세계 과학자들이 제대로 연구할 수 있는 나라로 한국과 중국을 꼽고 부러워한다. 앞으로 세계를 상대로 경쟁할 수 있는 연구 환경과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차원으로 받아들이자"고 당부했다.
유룡 KAIST 화학과 특훈교수가 단장을 맡은 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은 지난 3월 조직과 인적 구성을 완료했다. 총 20개 연구단이 구성될 예정인 가운데 지금까지 단장이 선출된 17개 연구단 중 가장 먼저 조직 정비를 마무리하고 '나노물질이 관여하는 화학반응 탐구와 이를 통한 제어방법 연구'에 본격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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