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힉스입자 규명…이제 표준모형 다음 단계를 밝힌다 게시판 상세보기
제목 힉스입자 규명…이제 표준모형 다음 단계를 밝힌다
작성자 전체관리자 등록일 2014-01-01 조회 2969
첨부 jpg 파일명 : ckw.jpg ckw.jpg

[인터뷰] 최기운 IBS 순수물리이론연구단장 “기초학문 커뮤니티 키워라”
“이론물리는 진보 중…한 사람의 천재성보다 축적된 역사와 지혜 필요”


최근 세계 과학계의 최대 이슈는 힉스입자(Higgs Boson)의 규명이다. 물리학자 피터 힉스가 1964년 빅뱅 후 기본입자에 질량을 부여하고 사라진 입자를 이론적으로 제안했고, CERN 소재 ‘거대 강입자 충돌기(LHC)’ 실험을 통해 지난 10월 힉스입자의 질량과 ‘스핀’(소립자의 자전) 값 등이 밝혀졌다.

이 연구결과 덕에 힉스는 불과 4일 뒤 발표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될 수 있었다. 모두 기초과학에 속하지만 굳이 분야를 분류하자면 가설을 제기한 힉스는 입자물리 이론분야고, 가속기를 통해 힉스입자의 존재를 규명한 이들은 입자물리 실험분야다.

힉스입자가 규명된 상황에서 세계 입자물리학계의 이슈는 ‘표준모형(Standard Model)’의 다음 단계에 대한 의문이다. 또 표준모형의 불완전성을 개선·보완하는 새로운 이론을 찾는 것이다. 굉장히 난해해 보이는 이 작업에 도전하는 이가 있다. 바로 최기운 IBS 순수물리이론연구단장이다.

15일 KAIST 연구실에서 최 단장을 만나 연구분야와 계획 등을 들었다. 최 단장은 2007년 한국학술진흥재단 국가석학에 선정됐고, 2011년 한국과학상을 수상한 입자물리이론 분야 석학이다.


순수물리이론연구단 이름이 생소하다.


“순수물리이론은 세상의 존재와 태초 우주 등 자연현상을 가장 근본적인 차원에서 이해하고,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법칙을 만들어가려는 시도라고 표현할 수 있다.

먼 옛날이야기지만 한 예로 맥스웰의 '전자기법칙'이 있다. 맥스웰 이전에는 전기와 자석, 빛을 모두 다른 현상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맥스웰이 전하의 움직임에 따라 전기장과 자기장이 발생하고, 또 이 과정에서 빛이 방출 된다는 점을 밝혀내, 전기와 자석, 빛의 현상을 모두 설명하는 이론을 완성했다. 현대 문명을 이루는 근간의 99%는 이 법칙에 기초해 이뤄졌다.

현대물리학은 양자역학에 기초한다. 양자역학에 의하면 모든 입자는 파동적 성질을 갖는데 이에 따라 기본입자를 작은 공간에 가둘수록 높은 에너지를 갖는다. 순수물리이론연구단은 주로 극미시세계, 즉 고에너지세계에서 기본입자들을 지배하는 물리법칙에 대해 연구할 예정이다.”


입자물리를 전공하고 '초대칭 깨어짐'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발견하고 초대칭 입자의 질량 패턴을 규명해 세계 학계의 주목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연구를 하나?


“초대칭 관련 연구는 수년 전에 한 것이다. 물론 연구 특성상 완전 무관할 수는 없겠지만 이론물리학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른 이들이 해보지 않은 것을 찾고자 시도한다. 그렇다고 주요 트렌드와 패러다임도 놓치면 안 된다. 때문에 3년이나 5년 후를 묻는다면 무슨 연구를 하겠다고 말하지 못한다.

지금은 입자물리에 근거한 우주론 등 새로운 연구도 하면서, 2015년 CERN LHC 가속기 재가동에 대비해 표준모형의 불완전성을 개선하고 보완할 수 있는 이론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2012년과 지난해에 힉스입자가 규명됐다. 이로써 표준모형이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아직 표준모형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 흔히 말하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물질과 반물질의 차이 등이 그렇다. 여기에 관련된 연구도 할 것이다.”


표준모형, 반물질 등 용어는 익숙하지만 여전히 어렵다.


“가장 기초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갖는 딜레마다. 근본적 의문에 대한 이야기라서 뜬구름 잡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수학적 기호로 통용되기 때문에 이것을 아는 사람에게는 아름다움과 우아함이 전해지지만, 일반인들에게 그것이 정확히 전달되기 힘들다. 그럼에도 존재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분야다.”


국내 이론입자물리 연구 환경은 어떤가?


“물리학회 산하에 입자물리분과가 있다. 이론과 실험을 다 합쳐도 국내학자가 100명 수준이다. 젊은 학생 시절 과학자를 생각하면 누구나 고려해볼만한 길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학생을 키워 외국에 내보내 경력을 쌓아 레벨이 올라가도 돌아오면 자리가 없어 분야를 바꿔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이론물리도 소수의 천재성에만 의존할 수 없다. 관련 분야의 역사와 전통이 무서운 학문이다. 커뮤니티가 클 때 우수한 인재와 획기적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고, 축적된 지혜와 맞물려 폭발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국내 현실이 안타깝다.”


정부가 기초과학 육성을 위해 IBS를 설립했다. 단장을 지원한 이유는?


“국가가 가난할 때는 돈의 위력을 몰라서 그런지 순수학문에 대한 존경과 인정이 나름 있었다. 덕분에 우리 분야도 상당수 분들이 자리를 잡고 연구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제 발전과 동시에 모든 가치가 경제성 중심이 되면서 순수이론이 설 자리가 줄었다. 입자물리이론을 기업이 하겠나? 그동안 대학이 도맡아 했지만 지금은 물리학과 중에서도 몇 개 대학만이 명목상으로 유지하는 수준이다.

또 정부 출연연에서도 서울에 있는 고등과학원 빼고 입자물리이론 분야를 뽑은 적이 없었다. 그만큼 IBS 건립 소식이 반가웠고 기대가 컸다. 젊은 세대들에게 좀 더 좋은 연구환경을 제공하는 센터로 키우기 위해 IBS 단장에 지원했다. 핵심은 최대로 많은 수의 젊은 연구원들에게 안정적인 정규직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정규직 연구원을 많이 선발하는 것을 꺼려하는 것 같다. 이점은 실망스럽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향후 연구단은 어떻게 운영되나?


“순수이론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성격이 고약하다.(웃음) 때문에 어느 정도 성과를 낸 사람은 다른 사람 밑에서 일하지 않는다. 학생과 신진 박사를 제외하고 시니어 연구원들은 독립적인 연구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요즘은 연구내용이 복잡해지고, 컴퓨터 활용이 늘면서 공동연구도 늘은 추세지만 그래도 3~4 명 수준이다.

때문에 우리 연구단은 공동연구단장 체제로 운영된다. 빠르면 금년 중 1명 정도 공동연구단장이 결정될 예정이고, 이후에 1분 정도를 더 모실 것으로 안다. 내가 운영하는 그룹은 IBS 내 소규모 연구단이긴 하지만 조교수급 2~3명의 연구원과 10명 수준의 박사후 연구원 규모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IBS가 건립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노벨상을 이야기한다.


“실험의 경우엔 또렷한 목표를 세울 수 있고, 그로 인해 얻어진 성과의 임팩트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론분야는 다르다. 지금 이슈가 되는 분야는 이미 10~20년 전에 제기된 문제인 경우가 많다. 힉스입자도 그렇듯이 결과가 밝혀지면, 노벨상은 처음 문제를 제기한 사람의 몫이다.

노벨상을 받고자 하면 우선 높은 수준의 과학자가 많아야 한다. 그러려면 훨씬 더 많은 수의 젊은 과학자들이 필요하다. 그들 중 상당수는 지금 당장 눈에 띠는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그 중요성이 확실하지 않은 분야를 꾸준히 파는 연구를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응용성과 경제성이 확실한 분야만 지원해왔다. 이런 환경에서 노벨상을 기대하고 있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또 학문하는 사람은 기존의 프레임을 깨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기존의 것을 의심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시도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 우리는 이 유전자가 부족하다. 우리 역사를 보면 과거에는 중국으로부터, 근대에는 서양으로부터 받기만 했을 뿐, 진정으로 새로운 담론을 개척한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창조적 사회를 위해서는 튀는 사고나 기존 질서를 바꾸려는 시도에 좀 더 관용적인 문화가 필요하다.”


과학자로서 목표는 무엇인가?


“이론물리는 역사가 깊은 학문이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남이 하지 않는 것을 찾기도 쉽지 않다. 또 최초라는 특성은 응용을 생각할 수 없다는 의미이고, 더불어 내가 찾고자 하는 것이 바로 앞에 있는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모른다.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업적을 남기는 것이 소망이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연구하는 동안 물리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타나는 시기를 함께 할 수 있다면 엄청난 행운이다. 하지만 이런 시기는 보통 몇 백 년 혹은 수십 년 기간에 한번 나타날까 말까다. 지금 왕성히 일하는 젊은 세대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지기를 소망하지만 이는 행운의 신이 결정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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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