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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압축해 놓은 작은 공간, 큐브(Cube, 1997)

-과학자가 추천하는 과학영화, 큐브(Cube)-


▲ 영화 '큐브' 탈출을 위한 퍼즐, 그 속에 갇힌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다. ⓒ라이온스 게이트

눈을 뜨니 난생처음 보는 정육면체의 방 안이다. 6개의 면에는 출입구가 하나씩 있고 주변에는 자신을 포함해 단 6명뿐이다. 왜 이 곳에 갇힌 건지 아무도 모른다. 출입구가 있지만 제대로 고르지 못하면 잔인한 함정에 걸려 목숨을 잃게 된다. 사람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지만 이내 하나둘 쓰러진다. 정육면체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생존을 위한 인간들의 몸부림은 처절하다 못해 측은하기까지 하다.

1997년 개봉한 영화 ‘큐브’는 빈센조 나탈리라는 신인 감독을 일약 세계 정상으로 끌어올린 작품이다. 밀실과 수학공식의 독특한 조합은 신선했다. 당시 극장 밖에는 ‘폐소공포증 환자 관람 금지’라는 문구도 걸려있었다. 당시 파격적인 스토리라는 평을 받았던 SF 스릴러 영화 큐브. 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의 김영임 연구위원은 어째서 이 영화를 추천했을까?
“영화 ‘큐브’는 6명의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가 절묘합니다. 등장하는 캐릭터가 각각 실제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의 성격을 압축해서 극대화시켜 놓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물론 방을 탈출하는 방법에 수학을 사용하는 것도 매력적이죠.”

볼 때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인물 심리 묘사


▲ 경찰인 쿠엔틴은 영화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성격을 가지고 있다. ⓒ라이온스 게이트

김 연구위원은 이 영화를 볼 때마다 새롭다고 말한다. 6명의 주인공들의 입체적인 심리변화가 여러 번 볼수록 다르게 보인다는 설명이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인물들의 행동들을 서서히 납득하게 됐다고 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경찰 ‘쿠엔틴’이다. 극 중 쿠엔틴은 주변 사람들을 지나치게 도구적으로 여긴다. 얼핏 리더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민폐만 끼치는 성가신 인물이다. 김 연구위원은 “처음엔 쿠엔틴의 행동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여러 번 보면서 그 안에 숨겨진 인간의 나약함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쿠엔틴은 처음부터 좋은 인상은 아니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왜 저럴까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했어요. 초반엔 큐브 내 질서를 부여하지만 점차 고압적인 권력자로 변하죠. 하지만 점차 그가 사람들에게 감춰져 있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함축해서 드러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됐죠.”

김 연구위원은 쿠엔틴을 비롯 인물들 간 갈등 상황이 곧 인간 세상의 군상들을 압축해서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탈옥수, 여의사, 수학도, 경찰, 건축가, 자폐증 환자들이 등장하는 이유도 사회를 적절하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폐쇄된 공간에 놓인 사람들이 나약함, 인간다움, 존엄성, 속물 근성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큐브 속 숫자들의 의미

큐브에는 많은 숫자들이 등장한다. 먼저 영화 설정 상 정육면체의 방은 26×26×26개, 총 1만 7576개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26은 바로 영문 알파벳의 글자 수를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위원은 큐브가 세계를 표현한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26×26×26개의 큐브를 갇힌 세계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큐브를 알파벳으로 표현할 수 있는 세계, 즉 우리가 인지하고 있거나 우리의 언어로 표현되는 세계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영화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정육면체 방 안에 압축시켜 놓았다. ⓒgoogle image

수많은 큐브들 가운데 외부로 탈출할 수 있는 방은 단 하나. 일행들은 탈출구를 향해 안전한 방을 찾아 방을 이동하기 위해 다양한 수학공식을 적용한다. 영화 초반 소수와 합성수의 조합을 해법으로 일행들은 수학도의 머리를 빌려 방을 이동한다. 그러나 이내 함정에 빠진다. 숫자의 조합에서 새로운 규칙성을 발견해야 한다. 그러던 중 방 출입구에 적힌 세 개의 숫자가 위치를 나타내는 좌표임을 알아낸다. (X, Y, Z)가 삼차원 공간 내에 현재 큐브의 위치라는 것이다.

일행들은 해법이 될 공식을 찾아내려 고군분투한다. 이 때 등장하는 수학 원리가 소인수 분해와 좌표 변환 그리고 치환(permutation)이다. 김 연구위원은 “자세한 설명은 중요한 영화 내용을 담고 있어 살짝 힌트만 준다면 ‘방의 움직임을 유추하는 것’이 새로운 공식이다”고 말했다. 평소에 자주 가지고 놀았던 3×3×3 입방 큐브의 원리를 떠올려 본다면 보다 재밌는 영화 관람이 될 거라고 귀띔했다.

열린 결말은 과학에도 중요해

큐브는 열린 결말로 유명하다. 결말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김 연구위원은 영화가 마지막 장면을 통해 또 다른 세계의 시작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열린 결말의 영화를 좋아한다고. 열린 결말이 갖고 있는 상상의 여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학적 사고가 기반이 된 연구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영화에서 열린 결말을 장치로 만들어 놓는 것은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죠. 열린 결말은 사람들의 편견을 없앨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저는 과학 역시 열린 결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연구자의 의도와 달리 과학 기술은 사용자에 따라 삶을 윤택하게 하기도 하고 전쟁의 도구가 되기도 하죠. 어떤 과학적 사실이든 연구자의 의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여지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영임 연구위원은 "영화 큐브는 세계와 인간의 인생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영화"라고 말했다.

평소 과학과 철학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는 김 연구위원. 물리의 출발점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 있다고 말한다. 김 연구위원이 몸담고 있는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의 목적 또한 우리를 둘러싼 자연현상을 이해하고 기술하는 것이다. 질량은 어디에서 왔으며, 세계는 무엇으로 이뤄져 있는가와 같은 물리학의 기본적인 궁금증을 풀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암흑물질 후보 중 하나인 액시온을 검출하는 것도 주요 연구 과제 중 하나다.

“세상의 물질들을 구성하는 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아요. 어쩌면 영원히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요. 표준모형(Standard Model)은 자연현상을 간결한 수식과 문자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수학과 물리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기술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김 연구위원은 큐브가 인생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라고 말했다. 주어진 세계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그 안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는 삶의 방식들이 마치 큐브 안에서의 삶과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나약한 존재이기에 함께 하려는 영화 속 인물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하게 보면 감독이 인간 세계를 부정적으로 그린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사람의 나약함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한다는 데서 중요성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큐브는 세계와 인간의 인생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영화입니다.”

큐브(Cube, 1997)

포스터

감독: 빈센조 나탈리

주연: 니콜 드 보에, 니키 과다그니, 데이빗 휴렛, 앤드류 밀러

줄거리: 긴장을 늦추지 마라. 1만 7576개의 벽이 당신을 향해 조여 온다!
푸른색 큐브 안으로 한 남자가 들어선다. 두려운 눈빛으로 자신이 서 있는 공간을 살피던 그는 벽마다 설치된 거대한 금속 문을 발견한다. 그는 하나의 문을 연다. 문 너머 또 다른 큐브공간이 보인다. 이번엔 붉은 방이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조심스럽게 그 방으로 내려선다. 가볍게… ‘휴우’ 그가 한숨을 내쉬는 순간!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금속성의 그물, 그의 몸은 수백 개로 산산조각이 난다. 그의 피부는 작은 큐브가 되어 부서져 내린다. 나가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이제 6명이 남았다. 경찰 쿠엔틴, 여의사 할로웨이, 겁 많은 소녀 리븐, 냉소적인 인물 워스, 탈옥 전문가 렌, 자폐증 환자 카잔.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어쨌든 살기 위해선 탈출해야 한다. 먼저 탈옥의 달인인 렌이 자신만만하게 시도를 한다. 자신의 구두를 던져 이동할 큐브가 안전한지 확인한 후 새로운 큐브에 내려서는 렌. 그러나 그는 잔인하게 큐브에 의해 살해되는데….
큐브 공간으로 이동할수록 점점 생존이 어려워지고 사람들의 희생도 잇따른다. 과연 큐브에서 탈출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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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