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게 하는 영화 - 아일랜드(The Island, 2005) - 과학자가 추천하는 과학영화 '아일랜드(2005)' -
"영화 '아일랜드'는 복제인간을 소재로 여러 가지 화두를 던집니다. 장기이식을 위해 '생산'된 복제인간은 생명연장이라는 '욕망'을 위해 소비될 수 있는 '상품'일 뿐인지, 비록 탄생과정을 달라도 또 하나의 '인격체'인지, 진지한 질문을 하게 됩니다. 나를 복제한 인간과 만난다면 자아의 정체성, 나와 타인의 경계 등에 대해서도 궁금해질 것입니다. 영화는 과학기술이 윤리와 철학 없이 도구로만 활용된다면 인류는 큰 혼란을 겪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불치병에 걸렸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런데 그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장기가 존재하고 있다면 어떨까? 인간이라면 누구나 불치병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를 품고 있다. 영화 '아일랜드'는 나와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복제인간으로 생명 연장의 꿈을 실현한다는 상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IBS 혈관연구단 김동규 연구위원이 추천한 과학영화는 2005년 작 '아일랜드'다. '트랜스포머', '아마겟돈' 등 대박 SF 영화를 만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전문 흥행감독 마이클 베이의 지휘 아래 '스타워즈'의 이완 맥그리거, '어벤저스'의 스칼렛 요한슨이 주연을 맡았다. 제작비를 1억 달러나 들인 블록버스터인 만큼 특수효과 가득한 현란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그리고 그 현란함 이면으로 인간의 질병 치료를 위해 만들어진 복제인간 이야기가 긴박하게 그려진다. 개봉 당시 국내에서는 황우석 교수 사건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영화는 이와 맞물려 사회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흥행 여부를 떠나 생명 복제에 대한 윤리적 화두를 던진 문제작이기도 하다. 복제인간은 정말 상품일 뿐일까?
영화 속 복제인간들은 최후의 인류라는 믿음과 함께 살아간다. 15살 수준의 교육을 받고 주입된 유년시절의 기억을 가지고 똑같은 옷, 똑같은 음식을 먹는다. 이들은 목표는 지상 최후의 낙원 아일랜드로 선택되어 떠나는 것. 그 목표를 위해 엄격한 통제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아일랜드로 간다는 의미가 자신들의 죽음을 뜻하는 것인지도 모른 채. 김동규 연구위원은 학부 2학년 때 세부전공을 생명과학으로 결정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기에 이 영화를 관람했다. 신선한 자극을 받은 그는 결론적으로 인간의 욕심에 대한 깨달음을 주는 영화라고 판단했다. 그는 "고객의 필요로 인해 복제인간이 생산되고 관리되며 소모품처럼 희생되는 과정을 보며 스스로 인간 복제에 대한 경고와 다양한 윤리적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극 중 복제인간 개발자 메릭 박사의 대사 한 마디가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윤리의식이 확립되지 않은 유능한 연구자의 위험성을 대변하는 대사다. 메릭 박사가 도덕적인 자책감으로 망설이는 고객에게 "이건 어디까지나 상품일 뿐입니다. 인간이 아니죠."라는 말을 건낸다. 김 연구위원은 "인간복제는 기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윤리적, 법적 문제가 겹쳐 있는 부분이므로 굉장히 민감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복제뿐만 아니라 모든 과학연구는 윤리적 고려를 토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비슷한 생각을 들게 하는 장면은 또 있다. 주인공들이 탈출한 뒤 메릭 박사는 호기심을 갖게 된 복제인간들을 감염됐다며 모두 폐기하라고 지시한다. 복제인간들은 불량품으로 분류돼 일시에 사살당할 위험에 처하게 된다. 상품으로 탄생한 복제인간을 살해하는 것은 과연 폐기일까 살인일까. 복제인간 대신 줄기세포 이용한 유사장기로
이제 현실로 돌아와 영화 속 인간 복제 기술의 현 상황을 알아보자. 김동규 연구위원은 현재 복제인간 연구에 대해 "여전히 갈 길은 멀다"라는 말로 간단히 정리했다. 최근 동물 복제 기술은 초기 수정란 단계에서의 핵치환으로 복제 개체를 얻는 성공률이 높아졌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높아진 성공률이라고 해봤자 고작 10% 미만이다. 거기다 돌연변이 문제도 골치다. 체세포핵을 이식하기 위해서는 세포를 저농도 영양 상태의 배지에서 배양하여 유전자의 기능을 인위적으로 정지시켜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전기 자극을 통한 핵이식 과정이나 이후의 활성화 과정에서 핵과 세포질의 세포주기가 서로 적합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염색체 이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거기다 복제 동물들의 수명이 짧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최초의 복제동물인 '돌리(양)'도 생후 3년부터 잔병을 치르다가 정상 수명의 반도 안 되는 6년 7개월 만에 죽었다. 이후 탄생한 복제동물 쥐, 개 등도 정상 수명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삶을 살았다. 여러 가지 기술적 문제에 더해 윤리문제까지 복잡한 복제인간을 대체해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연구 방안은 없을까? 김 연구위원은 그 해답으로 줄기세포 연구를 꼽았다. 최근 줄기세포 연구는 단순한 기능세포로의 분화뿐만 아니라 조직을 구성할 수 있도록 융합시켜주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2014년 9월 일본 이화학연구소에서는 노인성 망막황반변성증 환자의 피부세포에서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를 얻은 뒤 망막세포로 만들어 환자에게 다시 이식하는 시험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이러한 사례처럼 줄기세포를 이용해 유사장기(organoid)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 영화와 같은 비극적인 일들은 일어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김 연구위원은 줄기세포 연구의 장점으로 다재다능함을 꼽았다. "줄기세포는 분화능력이 무궁무진하여 심혈관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세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줄기세포가 심혈관계 세포로 분화하는 과정은 인간의 심혈관계 발달을 생체 밖(in vitro)에서 연구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조건입니다. 게다가 면역거부반응을 회피할 수 있으니 치료를 위한 기초연구의 맞춤형 세포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한 편으로 복제인간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기엔 다소 아쉽다. 김 연구위원에게 영화 '아일랜드'와 함께 보면 좋을 책을 물어봤더니 조디 피콜트(Jodi Picoult)의 '쌍둥이별 : 마이시스터즈 키퍼'를 추천한다. 역시 생명복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백혈병에 걸린 언니의 치료를 위해 유전자 수정을 거쳐 태어난 소녀가 자신의 권리와 존재를 찾아가는 과정을 신중하게 풀어낸 소설이다. 2009년에는 카메론 디아즈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니 영화 '아일랜드'와 비교하면서 보는 것도 좋다. 영화 '아일랜드'와는 또 다른 접근법으로 생명복제를 다룬 작품이다. 끝으로 김 연구위원은 영화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복제인간에 대한 고민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나의 행복을 위해 나와 유전적으로 동일한 복제인간을 만들 수 있다면,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희생시킬 수 있다면 동의하시겠습니까? 이 영화를 보시면 복제인간이 일회성의 제품인지 아니면 또 하나의 존엄한 생명인지 깊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일랜드(The Island, 2005) 감독: 마이클 베이 주연: 이완 맥그리거, 스칼렛 요한슨, 숀 빈 줄거리: 생태적인 재앙으로 인해 일부 인류만이 살아 남은 21세기 중반. 자신들을 지구 종말의 생존자라 믿고 있는 링컨 6-에코(이완 맥그리거)와 조던 2-델타(스칼렛 요한슨)는 수백 명의 주민들과 함께 부족한 것이 없는 유토피아에서 빈틈없는 통제를 받으며 살고 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면서부터 몸 상태를 점검 받고, 먹는 음식과 인간관계까지 격리된 환경 속에서 사는 이들은 모두, 지구에서 유일하게 오염되지 않은 희망의 땅 '아일랜드'에 뽑혀 가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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