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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타 기초과학 #10 이온의 탄생과 변화를 보는 방법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은 화학 반응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수십, 수만 가지의 화학 반응이 우리 삶의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이러한 반응들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데요. 국내 연구진이 더 다양한 화학 반응 과정을 관찰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화학 반응의 반응 원리를 규명하기 위해 시간분해회절 실험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수행하고 있는 기초과학연구원 첨단 반응동역학 연구단에서 미지 세계의 탐험을 시작하기 위한 개념을 하나씩 짚어드립니다.

초고속구조동역학이란

화학반응(chemical reaction)이란, 화학 물질을 구성하는 옹스트롬(1억 분의 1cm) 수준의 매우 작은 크기의 분자를 이루는 원자들이 서로 간의 결합을 형성하거나 끊는 등의 변화를 나타내는 것을 말합니다. 스마트폰을 충전하고, 불멍을 할 장작을 태우고, 편의점에 파는 두통약을 만드는 등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런 화학 반응들은 빠르게는 500 m/s에 달하는 속도로 움직이는 분자들의 충돌로 인해 일어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런 충돌로 인해 결합이 생기고, 사라지고, 바뀌는 등의 현상은 우리가 인식할 수 없는 펨토초(1천조 분의 1초)의 찰나의 순간에 나타나고 있는데요. 따라서 이런 작은 분자들이 빠른 시간 동안 보이는, 그리고 화학 반응의 기초가 되는 ‘초고속반응동역학(Ultrafast Reaction Dynamics)’의 관찰은 매우 어려웠습니다. 이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아주 짧은 시간을 볼 수 있는 도구들이 개발되어왔고, 1999년에 노벨 화학상을 받은 아흐메드 즈웨일(Ahmed Hassan Zewail) 교수님에 의해 아주 빠르게 일어나는 분자들의 변화와 화학 반응들의 연구가 시작된 이후 많은 과학자가 화학반응의 근본원리를 규명하기 위해 초고속반응동역학 연구에 매진해왔습니다.

이런 초고속반응동역학을 연구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화학 물질의 구조나 상태가 바뀌면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특성변화와 관련돼 있습니다. 보통 분자들은 화학반응 중에 구조가 바뀌고 원자들 간의 배열이 바뀌고, 이로 인해 빛을 흡수하거나 내뿜는 성질을 바꿔 색이 바뀌기도 하며 분자의 속도나 전기적 특성이 바뀌기도 합니다. 이렇게 빛에 대한 반응을 통해 변화를 관찰하는 방법을 분광학(spectroscopy)이라고 하며, 질량 변화 등으로 인해 분자들의 속도가 달라지는 특성을 이용하는 방법을 질량분석법(mass spectrometry)이라고 하는데요. 초고속구조동역학이란 이 중에서도 물질의 구조, 즉 분자 내의 원자들의 배열 자체를 관찰하고 그 변화 양상을 관찰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초고속전자회절 (Ultrafast Electron Diffraction : UED)

그렇다면 어떻게 분자의 구조를 관찰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길이를 측정하기 위해 자를 이용해 눈금을 읽어 길이를 측정하기도 하고, 빛을 쏴주고 이 빛이 되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하여 시간을 거리로 변환하여 거리를 측정하기도 하며, 전자현미경을 이용하여 크기를 확대해 길이를 측정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원자들 간의 거리나 분자들 간의 거리가 너무 좁고, 화학반응 중에 나타나는 변화가 너무 빨라서 자를 이용하거나 전자현미경 등을 이용해서 길이 변화를 관찰하는 것 또한 쉽지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이 원자들 간의 거리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이를 우리가 볼 수 있는 수치로 전환해줄 수 있고, 아주 빠른 변화를 잡아낼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원자들 간의 거리를 우리가 볼 수 있는 영상으로 바꿔주는 방법이 바로 ‘회절 (Diffraction)’ 기법입니다.

[그림 1] 원자 간의 거리가 달라짐에 따라 달라지는 회절 무늬 사이의 간격도 달라집니다. 원자 간의 간격이 멀어질수록 상대적으로 조밀한 회절 무늬를 갖게 되는데요, 이러한 빛, 혹은 전자선 무늬 사이의 간격을 조사함으로써 원자 간의 거리 및 분자의 구조 정보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그림 1] 원자 간의 거리가 달라짐에 따라 달라지는 회절 무늬 사이의 간격도 달라집니다. 원자 간의 간격이 멀어질수록 상대적으로 조밀한 회절 무늬를 갖게 되는데요, 이러한 빛, 혹은 전자선 무늬 사이의 간격을 조사함으로써 원자 간의 거리 및 분자의 구조 정보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회절 기법은 파동-입자 이중성(Wave–particle duality)에 의해 파동의 성질을 가지는 여러 가지 입자들이 물질과 충돌한 후 이 물질이 가지는 구조 정보를 빛의 무늬로써 나타내는 성질을 이용한 측정기법입니다. 물질의 구조 정보를 측정하기 위해 X-선, 전자선, 중성자선 등등이 사용되는데, 초고속전자회절법은 이 중에서도 아주 빠른 속도로 가속된 전자를 이용하여 빠르게 변하는 분자의 구조를 측정하는 방법입니다. 이런 전자는 빠르게 가속할수록 더 짧은 길이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데요, 이번 연구에서는 이 전자를 빛의 속도의 99%(0.99 c)까지 가속하여 수 피코미터 (1조 분의 1m)에 해당하는 정밀도로 분자의 구조를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림 2] 미국 SLAC 국립 가속기 연구소(위)와 한국 원자력연구원(KAERI)의 초고속전자회절(UED)장비(아래) 사진. (출처: SLAC National Accelerator Laboratory, 한국원자력연구원 초고속방사선응용연구실) [그림 2] 미국 SLAC 국립 가속기 연구소(위)와 한국 원자력연구원(KAERI)의 초고속전자회절(UED)장비(아래) 사진. (출처: SLAC National Accelerator Laboratory, 한국원자력연구원 초고속방사선응용연구실)
[그림 2] 미국 SLAC 국립 가속기 연구소(위)와 한국 원자력연구원(KAERI)의 초고속전자회절(UED)장비(아래) 사진. (출처: SLAC National Accelerator Laboratory, 한국원자력연구원 초고속방사선응용연구실)

이온화 (Ionization)와 광여기 (Photoexcitation)

이온(ion)의 반응은 여러 반응 중에서도 독특한 특성을 보입니다. 이온이란 원자나 분자가 전자를 얻거나 잃어 전기적인 특성을 가지게 된 상태를 말하는데요, 이런 이온은 정전기적 인력으로 인해 다른 이온이나 전자를 끌어당기거나 밀어내며 강한 화학반응을 일으킵니다. 따라서 쉽게 다른 물질로 변하면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데요, 쇠를 녹슬게 하기도 하고 우리가 살아갈 수 있도록 체내에서의 여러 가지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등, 많은 화학 반응들이 이온 상태를 통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역할을 하고, 따라서 더욱 자세히 연구해야 할 필요가 있는 이온의 반응동역학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강한 반응성에 의해서 쉽게 연구되어오지 못했습니다. 반응을 관찰하기 위해서 이온을 준비하고 반응을 일으켜야 하는데, 이온은 이 과정들을 조절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번 연구에서는 100 펨토초의 아주 빠른 극초단 레이저를 통해 분자를 불안정한 상태로 만드는 광여기(photoexcitation) 방법을 이용하여 분자들이 일시에 전자를 잃고 이온 상태가 되게 하는 이온화(ionization)가 일어나도록 했습니다. 특히, 공명 증강 다광자 이온화(Resonance enhanced photoionization, REMPI)라는 방법을 통해 광여기가 분자가 가진 전자를 떨어뜨리면서도 안정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였습니다. 이렇게 생성된 안정된 이온을 초고속전자회절법으로 관찰한 결과, 이온의 화학 반응과 구조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그림 3] 공진 강화 다광자 이온화 방법을 이용해 생성된 이온의 회절 무늬와 중성분자의 회절 무늬는 이온의 전하와 구조 변화 때문에 다르게 나타납니다. 이를 이용해 이온이 빠른 속도로 보이는 구조 변화를 동영상처럼 찍어내고, 이를 이용해 화학반응의 진행 과정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그림 3] 공진 강화 다광자 이온화 방법을 이용해 생성된 이온의 회절 무늬와 중성분자의 회절 무늬는 이온의 전하와 구조 변화 때문에 다르게 나타납니다. 이를 이용해 이온이 빠른 속도로 보이는 구조 변화를 동영상처럼 찍어내고, 이를 이용해 화학반응의 진행 과정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빠른 속도로 변하는 이온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새로운 방법

기초과학연구원 첨단 반응동역학 연구단에서 최근 수행된 이온의 동역학에 관한 연구는 분자 이온의 구조동역학을 실시간으로 관찰한 최초의 사례로, 이온의 구조 동역학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을 최초로 제시하여 더 다양한 화학반응을 관찰할 수 있는 과학적 초석을 마련하였습니다. 특히, 메가전자볼트 초고속 전자 회절 (MeV-UED)이라는 혁신적인 기술을 활용하여, 기체 상태에서 이온의 미세한 구조 변화를 세밀하게 포착할 수 있었으며, 공명 증강 다광자 이온화 기법을 통해, 분자의 이온화 과정을 더욱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림 4] 실험을 통해 이온이 생성된 직후 약 3.6 피코초 동안 중요한 구조적 변화가 관측되지 않음을 확인하였으며, 이후 15 피코초의 시간상수를 보이며 반응중간체인, 아이소-다이브로모프로판 양이온(DBP+)이 형성됨을 확인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이소-다이브로모프로판 양이온 내의 느슨하게 결합된 브롬(Br) 원자가 탈출하여 77 피코초의 시간 상수로 브로모늄 모노브로모프로판 양이온(MBP+)이 생성됩니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고립된 이온이 안정화되는 과정을 직접적으로 관찰하였으며, 이때 나타난 최종 생성물이 유기반응 중간체로도 많이 알려진 브로모니움 형태를 가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림 4] 실험을 통해 이온이 생성된 직후 약 3.6 피코초 동안 중요한 구조적 변화가 관측되지 않음을 확인하였으며, 이후 15 피코초의 시간상수를 보이며 반응중간체인, 아이소-다이브로모프로판 양이온(DBP+)이 형성됨을 확인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이소-다이브로모프로판 양이온 내의 느슨하게 결합된 브롬(Br) 원자가 탈출하여 77 피코초의 시간 상수로 브로모늄 모노브로모프로판 양이온(MBP+)이 생성됩니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고립된 이온이 안정화되는 과정을 직접적으로 관찰하였으며, 이때 나타난 최종 생성물이 유기반응 중간체로도 많이 알려진 브로모니움 형태를 가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온화를 통해서 만들어진 최종 물질인 브로모늄 모노브로모프로판 양이온(monobromopropane cation, MBP+)의 경우 브로모니움(bromonium)이라는 고리 형태의 구조를 갖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이는 브롬(Br)과 같은 할로겐(Halogen) 원자들을 포함하는 화학 반응들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진 반응중간체입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 안정적으로 생성된 기체상의 이온 분자가 액체상에서 나타나는 유기반응의 반응과정과 밀접한 연관성을 보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접근 방식은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이온의 세밀한 구조적 특성과 동역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 연구는 기체 상태의 이온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하고 더 다양한 반응들을 연구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함으로써, 화학반응의 원리와 물질의 특성변화, 그리고 우주에서 일어나는 많은 화학 반응들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하였습니다. 이번 발견은 이온 화학의 근본적인 이해를 한 단계 끌어올리며, 미래의 다양한 화학반응 설계와 우주 화학 연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됩니다.

참고문헌: Heo, J. et al. “Capturing the generation and structural transformations of molecular ions”, Nature, 625, 710–714 (2024).

ibs 허준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 & 기초과학연구원 첨단반응동역학 연구단 초빙연구위원 초고속전자회절 장비를 개발하며 물질의 초고속반응동역학을 연구합니다 짧은시간안에 감춰진 물리현사오가 화학현상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본 콘텐츠는 IBS 공식 포스트에 게재되며, https://post.naver.com/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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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