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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묘한 물질(exotic matter)'의 비밀 한 꺼풀 더 벗겨냈다
보도일 2019-01-21 19:00 조회 2465
보도자료 hwp 파일명 : 190121_[IBS 보도자료] 기묘한 물질의 비밀 한 꺼풀 더 벗겨냈다(강상관계 물질 연구단, Nature Comm).hwp 190121_[IBS 보도자료] 기묘한 물질의 비밀 한 꺼풀 더 벗겨냈다(강상관계 물질 연구단, Nature Comm).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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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물질(exotic matter)'의 비밀 한 꺼풀 더 벗겨냈다

- 이론으로만 존재했던 'XY모델 자성 상전이' 개념 실험적으로 관찰 성공 -

물리학에서 차원(Dimensionality)은 물질의 성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두께나 높이의 개념이 사라진 2차원 세상에서 일부 물질은 낮은 온도에서 양자역학의 지배를 받는 '기묘한 물질(Exotic matter)1)'로 탈바꿈한다. 기묘한 물질은 고체, 액체, 기체 등 우리가 기존 알고 있던 상(相)과는 매우 다른 새로운 상태를 말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단장 노태원) 박제근 부연구단장(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팀은 정현식 서강대 교수, 박철환 서울대 교수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그동안 이론으로만 예측돼 온 기묘한 물질의 특징을 세계 최초로 실험으로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주변 쇠붙이를 끌어당기는 자석을 가열해 온도를 매우 높이면 자성을 잃고 보통의 쇠붙이처럼 변한다. 이런 '자성 상전이2)' 현상을 입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이해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세 가지 모델을 만들었다. 그 중 XY모델은 가장 독특한 특성을 가져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XY모델은 원자의 스핀3)이 2차원 평면 위에서 시계 바늘처럼 360도의 방향성을 가진다는 모델이다.

2016년 노벨 물리학상은 XY모델을 따르는 2차원 물질의 자성 상전이 현상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세 명의 과학자에게 수여됐다. 하지만 1970년대 처음 제시된 이 이론을 실험적으로 구현한 사례는 드물다. 단원자 두께의 얇은 자성 물질을 구현하는 것이 힘들고, 이런 얇은 물질이 가지는 미세한 자성을 측정할 수 있는 실험장치 또한 없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XY 모델의 독특한 자성 상전이 현상을 실험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우선 연구진은 삼황화린니켈(NiPS3)을 이용해 단일층 자성물질을 제작했다. 삼황화린니켈은 층상구조를 가진 물질로 점착테이프를 반복해 붙였다 떼어내며 원자 한 층 두께의 시료를 만들 수 있다. 삼황화린니켈은 인접한 스핀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정렬돼 특정 온도 이하에서만 자성을 띠는 반강자성체4)다.

수 마이크로미터 두께를 가진 얇은 시료의 자성을 관찰하기 위해 연구팀은 라만 분광법(Raman spectrocopy)5)을 활용했다. 이를 활용해 원자층의 개수에 따른 자성 변화를 관찰한 결과, 수 원자층 두께의 시료에서 관찰되던 자기 상전이가 단일 원자층 시료에서는 나타나지 않음을 확인했다.

덩어리(bulk) 형태의 삼황화린니켈은 155K(-118.15℃) 이상의 온도에선 반강자성 정렬이 풀리는 자성 상전이 현상이 나타났다. 단 2개 층으로 이뤄진 시료 역시 유사했다. 이와 달리 단일층 시료는 실험에서 측정한 가장 낮은 온도인 25K(-248.15℃)에서도 자성 상전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2016년 노벨물리학상의 주요 내용인 XY모델을 따르는 물질을 2차원 소재로 제작했을 때, 자성상전이를 가질 수 없다는 KT이론을 실험적으로 증명한 셈이다.

공동연구팀은 2016년 아이징 모델의 자성 상전이 현상을 실험으로 증명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 XY모델까지 증명해낸 만큼, 향후 하이젠베르크 모델의 검증까지 완료하면 2차원 자성 물질이 갖는 다양한 물리 현상에 대한 모든 비밀을 국내 연구진의 손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박 부연구단장은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달을 관측하는 도구를 개발해 지동설이란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낸 것처럼, 이론을 실험으로 증명하는 과정에서는 인간이 예측하지 못했던 중요한 발견이 이뤄진다"며 "이번 연구는 2차원 원자층 물질의 자성현상에 대한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한 것으로 향후 자성 반도체, 스핀전자소자 등의 개발에도 응용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 12.353)' 1월 21일 19시(한국시간)에 온라인 게재됐다.

그림설명


그림 1. 연구진이 만든 니켈삼황화린 단일층의 모습
▲ 그림 1. 연구진이 만든 니켈삼황화린 단일층의 모습박제근 부연구단장 연구팀은 2016년 삼황화린니켈(NiPS3)을 박리해 자성 원자층 추출에 성공한 바 있다(Scientific Reports, 2016.02). 삼황화린니켈은 전이금속인 니켈(Ni) 원자와 인(P)과 주기율표 상 산소와 같은 족에 속하는 황(S) 세 개를 결합된 2차원 물질이다.
왼쪽 그림(a)은 니켈삼황화린의 결정 구조를 나타낸다. 이 물질은 155K(절대온도) 이하에서 반강자성 정렬이 나타나고 단일층으로 만들면 자성 원자층 물질이 되는 신기한 물질이다. 빨간 색 화살표는 155K 아래에서의 니켈 원자의 스핀이 정렬된 방향을 나타낸다. 인접한 스핀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정렬된 반강자성체의 스핀 특성이 드러난다.
오른쪽 그림(b)은 원자간력현미경(AFM)을 이용해 박리된 NiPS3의 표면이다. 그래프에서 나타나는 선들의 높낮이는 실제 시료의 두께를 나타낸다. 단층두께의 시료가 만들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2. 삼황화린니켈의 라만 분광법 스펙트럼

▲ 그림 2. 삼황화린니켈의 라만 분광법 스펙트럼정현식 서강대 교수팀은 삼황화린니켈의 두께가 반강자성 자기 정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다양한 두께로 만들어 온도를 변화시키며 라만 분광법 스펙트럼을 측정했다. 그림 a와 b는 각각 덩어리 형태(Bulk)의 삼황화린니켈과 단일층 삼황화린니켈(1L) 시료의 온도에 따른 라만 분광법 스펙트럼을 나타낸 그래프다.
온도를 점점 내리면 155K 보다 낮은 온도에서 400 ~ 800cm-1 사이의 넓은 폭의 2-마그논 신호가 생겨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니켈 원자들이 반강자성 자기 정렬을 하면서 나타나는 신호다.
다양한 두께의 삼황화린니켈에서의 2-마그논을 관찰한 결과는 그림 c-f에 요약돼 있다. 2-마그논의 봉우리의 위치, 세기 및 폭은 덩어리 형태의 시료부터 2개 층 시료까지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반면, 단일층 두께의 시료는 이전과 큰 차이를 나타내는 것을 볼 수 있다.
단일층 두께에서는 반강자성 자기 정렬 온도가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으며, 155K 보다 훨씬 낮은 온도일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측정된 가장 낮은 온도(25K)에서도 삼황화린니켈의 단일층에서 반강자성 자기정렬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았다.

1. 기묘한 물질 : 2차원 XY 모델에서 발견된 위상학적인 상태를 일컫는 말로 기존의 상전이로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소용돌이-반소용돌이의 들뜸을 가지게 된다.

2. 자성 상전이 : 고체가 액체로, 액체가 기체로 변하는 것처럼 물질의 한 상태가 다른 상태로 변하는 것을 상전이라고 한다. 자성 상전이의 경우 임계온도 이하에서 규칙적으로 정렬돼 자성을 띄던 물질이 특정 온도 이상에서는 정렬이 풀려 자성을 잃어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3. 스핀 : 원자의 전자들이 가지게 되는 양자수로서 물질이 자성을 가지게 되는 기본적인 원인이다.

4. 반강자성체 : 서로 이웃하는 원자들의 스핀에 의한 자기모멘트(일종의 원자수준의 자석이라고 볼 수 있는 개념)가 반대로 정렬된 상태를 말한다.

5. 라만분광법 : 분자에 입사된 빛이 산란돼 방출될 때 입사된 빛 중 일부가 물질의 진동에너지만큼 포톤을 방출하여 에너지를 잃게 되는 라만현상을 측정해 분자 구조에 관한 정보를 얻는 실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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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