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기초과학연구원 예미랩 조감도

“예미랩이 세계적인 우주 근원을 탐구하는 연구소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

정선지역 폐광 갱도를 활용해 지하 1000m에서 우주의 비밀을 밝혀 낼 연구소가 조성됐다. 기초과학연구원(이하 IBS, Institute for Basic Science)은 지난 5일 정선 신동읍 예미산 지하 1000m에 위치한 고심도 지하실험시설인 예미랩 준공식을 가졌다. 예미랩 준공은 곧 국내 연구자들이 본격적으로 우주의 근원을 탐구할 수 있는 연구소를 가지게 됐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예미랩 면적은 약 3000㎡로 세계 6위급 면적이다. 노도영 기초과학연구원장은 암흑물질, 중성미자 관측 등은 현 인류가 풀어야 할 세계적 난제인 만큼 예미랩을 통해 인류의 존재를 가능하게 한 암흑물질의 정체를 규명하는 연구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노도영 원장을 통해 IBS가 추구하는 연구과제와 향후 예미랩을 통한 우주의 근원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노도영 기초과학연구원장 △광주 출신 △서울대 물리학과 졸업 △미국 MIT공대 물리학과 박사학위 취득 △일본 나라 과학기술대원 대학 명예박사 △광주과학기술원(GIST) 학장 역임 △국가핵심연구센터(NCRC)·선도연구센터(SRC)센터장 △한국방사광이용자협회장 △기초기술연구회 이사 △국가과학기술심의회 기초기반전문위원장

기초과학연구원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 달라.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인류와 사회를 위한 새로운 발견과 지식을 창출하며, 최고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를 통해 세계 10위권에 들어선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2011년 설립된 대한민국의 기초과학종합연구기관이다. 창의적이고 수월성을 가진 과학자들을 발굴하고 육성, 이들에게 마음 놓고 연구할 수 있는 자율적이고 개방된 연구환경을 제공해 새로운 과학 패러다임을 창출하고 기초과학적 발견을 이루는 국가기초과학의 거점이다. 대형 기초과학 연구시설을 구축하고 운영하며 우리나라에서 수행하기 어려웠던 대형, 장기, 집단 기초과학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주요 업무이다.”

기초과학연구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주요 사업은.

“중추 사업은 ‘기초과학연구단 운영사업’이다. 물리, 화학, 생물, 수학, 그리고 융합 등 기초과학 전 분야에서 최고의 연구자들을 단장으로 초빙하고 다수의 연구자들과 함께 집단 연구를 수행한다. 현재 33개의 연구단이 대전 본원과 카이스트, 지스트 등 5개 과학기술특성화 대학, 그리고 서울대, 연대, 고대, 성균관대 등 연구중심대학에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정선 예미랩은 본원 연구단인 ‘지하실험연구단’에서 운영한다.이와함께 2021년 국가감염병 안보를 위해 국가전략연구소로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를 설립해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데 필요한 기초과학연구도 하고 있다.”

그동안의 성과가 있다면.

“설립 후 채 11년도 안 되는 기간에도 불구하고 2020년에는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IBS를 세계 국가연구기관 17위로 선정했고, 지난해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에서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피인용 세계 상위 1%)에 IBS 연구자 8명이 선정되는 등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연구기관들과 비견할 수 있는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다수의 연구성과가 있지만 IBS의 슈퍼컴퓨터 시설을 활용해 300만년에 걸친 지구의 기후를 시뮬레이션하고, 고생, 현생 인류의 태동 및 이동을 밝혀낸 것과 함께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초기에 바이러스 유전자 지도를 세계 최초로 그려낸 것은 매우 중요한 성과다.”

△중성미자 미방출 이중베타붕괴 (AMoRE-II) 연구시설

우주의 근원을 밝힐 연구소 ‘정선 예미랩’도 그 성과의 하나인 것 같다. 예미랩에서 하는 연구는.

“정선예미랩의 구축은 IBS가 국가적으로 왜 필요한가를 절실히 보여주는 성과다. 비로소 국내 연구자들도 우주를 연구할 수 있는 연구소를 가지게 됐고, 예미랩 완공을 계기로 2023년부터 중성미자 미방출 이중베타붕괴(AMoRE-II)연구와 암흑물질탐색(COSINE-200)연구 등 우주의 근원을 탐구하는 연구를 본격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AMoRE-II 실험은 몰리브덴을 이용해 중성미자 물리적 특성을 규명하는 연구로, 빅뱅 직후 우주에서 물질과 반물질이 함께 만들어졌지만 어떻게 물질만 비대칭적으로 남아 현재의 우주를 구성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핵심 열쇠다. COSINE-200 실험은 우주의 약 26%를 차지하지만, 현재까지 관측된 적 없는 암흑물질을 탐색하는 연구다. 지구로 날아온 암흑물질과 COSINE 검출기 내 결정(아이오딘화나트륨, NaI)의 충돌 과정에서 암흑물질의 흔적을 탐색해 우주의 탄생 그리고 인류의 존재를 가능하게 한 암흑물질의 정체를 규명하게 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지향점이 있다면.

“정선 예미랩에서 암흑물질, 중성미자 관측 등 현 인류가 풀어야 할 세계적 난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우주의 구조와 기원을 연구한다. 암흑물질과 중성미자가 내는 신호는 포착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배경잡음(우주선 등)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연구 환경이 필수적이어서 세계적 연구그룹들은 경쟁적으로 지하 깊은 곳에 연구시설을 구축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IBS는 또 타 기관과 예미랩을 공동활용도 모색하고 있다. 기상청은 국가지진 관측망 구축과 지진관측장비 성능검증 실험실 조성,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심부 암반의 거동연구, 지하공간의 특성 평가와 모니터링, 안정성 연구 등을 위해 예미랩을 활용하고 있다. 또한 국가수리과학연구소, 경북대,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과 공동활용을 추진중이다.”

선진국의 현재 연구 진행은 어디까지 왔는지.

“아직까지 중성미자 미방출 이중 베타붕괴를 관측한 사례는 없다. 중성미자 미방출 이중베타붕괴 연구는 캐나다 서드베리 중성미자 관측소의 ‘스노랩(SNOLAB)’, 일본 도쿄대 우주선연구소의 ‘슈퍼카미오칸데(Super-Kamiokande)’, 이탈리아 그랑사소 국립연구소의 ‘보렉시노(Borexino)’ 등 고심도 지하 연구 시설에서 진행되고 있다. IBS는 강원도 양양 실험실에서 몰리브덴 동위원소(몰리브덴-100)의 이중 베타붕괴를 관찰하는 ‘AMoRE-1 실험’을 수행해 왔으며, 예미랩에서 진행될 ‘AMoRE-2 실험’은 실험성공에 중요한 몰리브덴 결정 크기를 기존 6㎏에서 200㎏까지 키워 진행할 예정이다. 암흑물질탐색 연구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미국 페르미국립연구소(Fermilab), 미국 스탠퍼드 국립가속기연구소(SLAC) 등이 고심도 지하 실험실과 가속기를 이용한 암흑물질 탐색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IBS는 2016년 윔프(WIMP)의 흔적을 찾는 COSINE-100 실험을 시작한 뒤, 연간 신호 분석을 통해 윔프가 암흑물질이 맞는지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예미랩까지 이어진 지하터널

강원도와 정선군은 예미랩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한 말씀 해 주신다면.

“예미랩 구축에 있어 너무나도 큰 도움을 주신 강원도민과 정선군민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예미랩은 국가연구소인 IBS, 강원도와 정선군, 기업체 한덕철강이 한마음으로 이룩한 세계적 기초과학 연구시설이다. 예미랩의 구축과정이 매우 자랑스럽고 대형기초연구시설 구축의 좋은 예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정선군이 예미랩과 더불어 과학자와 주민이 함께하는 ‘과학타운’을 이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강원도민과 함께 예미랩이 세계적인 연구공간으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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