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르는 힘만으로도 강유전체 분극 자유롭게 제어- 변전효과로 인한 분극 제어 범위 수직방향에서 수평방향으로 확대 -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 내부엔 다양한 소자들이 들어 있다. 이 중 많은 소자들은 압전효과로 전기장을 유도한다. 말 그대로 어떤 물질에 한 쪽 방향으로 균일한 힘을 가하면 전하들의 분포가 바뀌며 전기장이 생기는 것이다. 압전체1)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한 해 수십조 원 규모에 이를 정도로 산업계 핵심 물질이다. 하지만 압전효과에 대항할 새로운 전기역학적 효과가 최근 주목 받고 있다. 바로 ‘변전효과’다. 변전효과란 물질이 휘어졌을 때, 내부에 분극이 발생하며 유도되는 현상이다. 이 때 유도되는 전기장이 변전장이다. 변전효과는 1960년대에 이론적으로 정립되었으나 주목도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일반적인 고체물질을 휘었을 때 나타나는 변전장의 크기는 매우 미약했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휘어지지 못하고 깨지거나 부서져 변전효과 연구는 유연한 물질에 국한되어 왔다. 그러던 중 2011년 우리원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 노태원 단장 연구진이 물질이 나노미터 크기로 작아질 경우, 매우 큰 변전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뒤 전세계 연구그룹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변전효과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오던 연구진들이 새로운 연구결과를 3월 13일 나노 기술 분야의 세계 최고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 IF 38.986)에 게재했다. 노태원 단장과 박성민 연구원, 숙명여자대학교 양상모 교수는 변전효과로 강유전체의 분극을 선택적으로 제어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외부에 전기장을 가하지 않아도 변전효과를 통해 전기분극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물리적 개념인 ‘후행 변전장’을 이론적으로 정립하고, 실험적으로 뒷받침하는데도 성공했다. 연구진은 나노미터 단위에서는 변전효과가 압전효과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기존 연구 결과에 착안해 이번 연구를 계획했다. 실험에 쓰인 물질은 최근 차세대 메모리 소자 개발에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강유전체인 비스무스산화철(BiFeO3)이다. 비스무스산화철은 8가지 방향의 전기적 분극을 가지면서 동시에 자기적 성질과 탄성도를 모두 지녀 잠재력이 큰 물질이다. 실험은 강유전체인 비스무스산화철을 나노박막 형태로 증착한 뒤, 주사탐침현미경(Scanning Probe Microscope, SPM)의 탐침(Tip)으로 나노박막에 기계적인 힘을 가하며 박막 내부의 분극 변화를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불균일한 힘을 가해 변전효과를 유도해 강유전체의 분극을 살펴보는 것이다.
연구진은 아주 얇고 뾰족한 탐침으로 나노박막을 누르며 움직이자 탐침의 이동 방향에 따라 비스무스산화철 내부의 분극 방향이 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탐침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비스무스산화철 내부 분극들은 180°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탐침이 왼쪽으로 이동하면 분극은 71°로 전환되었다. 기존의 연구에서는 변전효과를 이용해 강유전체의 분극을 전환할 경우 위에서 아래로, 수직 방향만이 가능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로 수평 방향의 분극도 변전효과로 제어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다. 물리적 힘을 통한 강유전체 분극 제어의 범위도 수직에서 수평 방향으로 크게 확대되었다. 연구진은 탐침이 지나가는 방향에 따라 강유전체 내부 분극 방향이 전환되는 현상을 ‘후행 변전장’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제안하고, 이론적으로 입증하고자 해외 연구진과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위상장 시뮬레이션 기법(Phase Field Simulation)2)으로 저명한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의 첸(L. Q. Chen) 교수는 후행 변전장이 실제 실험적으로 관측한 사실을 설명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 최초로 변전효과를 이용해 강유전체의 수평 방향 분극을 선택적으로 제어하면서 위-아래 한쪽방향으로만 제어가 가능했던 기존 연구의 한계를 극복했다. 특히, 후행 변전장을 이용한 수평 방향 분극의 선택적 제어는 복잡한 분극 배열에서 나타나는 재미있는 물리현상을 구현할 수 있는 구현하는 실험적 도구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물질 내부의 전하 운반체들의 분포를 변화시켜 다양한 물성을 관찰하는 등 변전효과의 활용 및 연구 폭을 크게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동 교신저자인 숙명여대 양상모 교수는 “고체 중 압전효과를 가지는 물질 그룹은 20개인데 반해 변전효과는 32개 그룹 전체에 나타날 수 있어 적용범위가 매우 넓다”며 “작아질수록 전기장 유도효과가 커지는 성질을 이용한다면 초소형 소자 개발이나 기계적 힘을 이용하는 새로운 방식의 강유전체 메모리 소자 제작에 활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IBS 커뮤니케이션팀 1) 압전효과에 쓰이는 압전체의 경우, 산업 전반에 활용되고 있지만 대체물질을 찾거나 개발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대표적인 물질인 레드-지르코늄-타이타네이트(PbZrxTi1-xO3)와 kx은 물질들은 납 등 유해 물질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2) 란다우 긴즈버그 데본샤이어 시간의존 미분방정식으로 강유전체의 분극 등 물리적 변수가 자극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는지 볼 수 있는 시뮬레이션 기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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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nter for Correlated Electron Systems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Publication Reposito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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