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 유전체 교정 연구단 김진수 단장 연구팀이 한국화학연구원(KRICT) CEVI 융합연구단 김천생 박사(바이러스 예방팀)와 함께 새로운 스크리닝법을 개발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해 바이러스 감염에 필수인 숙주인자를 가려내는 방법이다. 기존에 사용되던 스크리닝 방법보다 더 안정적이면서 효율적으로 바이러스 숙주인자를 찾을 수 있어 향후 원천기술로 크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크리닝은 특정 유전자를 기능 중심으로 감별한다. 개별 유전자의 기능을 보다 명확하게 설명하는데 필수적인 방법이다. 특히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치료법 개발에도 필요하다. 바이러스는 세포 속 3만 개의 유전자 중 특정한 유전자를 숙주로 삼아 기생한다. 바이러스 감염 치료법은 바이러스 자체를 제거하거나 숙주인자 기능을 억제하는 방법 두 가지로 구분된다. 만약 숙주인자의 기능을 억제하는 치료 약물이나 백신을 개발하려면 스크리닝을 통한 숙주인자만을 찾아내는 과정이 동반되어야 한다.
▲ 연구진이 제안한 어레이 크리스퍼 스크리닝 방법의 모식도
기존에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혼합 스크리닝 방법(이하 혼합 스크리닝법)', 에스알엔에이(siRNA)를 활용한 어레이 스크리닝법(어레이 스크리닝법)'이 가장 많이 쓰였다. 공동 연구진은 기존 두 스크리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장점만을 취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활용한 어레이 스크리닝법'을 개발했다.
혼합 스크리닝법은 3만가지 종류의 세포를 한꺼번에 모아놓고 세포 안의 각각 다른 유전자를 제거한 뒤 어떤 세포에서 바이러스가 죽는지 살펴본다. 3만개의 세포 변화를 동시에 스캔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유전자가위를 활용해 유전자를 자를 수 있지만 눈에 띄는 몇 개의 세포의 변화만 검출된다는 한계가 있다.
어레이 스크리닝법은 말대로 3만개의 세포를 열과 행으로 배열(어레이 형태)해 일일이 검색한다. 개별 세포의 변화를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지만 siRNA(small interfering RNA, 특정 유전자의 발현 저해)를 활용해 유전자가위에 비해 유전자를 완전히 자르지 못한다는 기능적 한계가 있다.
연구진이 개발한 방식은 혼합 스크리닝 방법으로는 찾을 수 없었던 다양한 숙주인자를 선별할 수 있다. 또, 어레이 스크리닝법에서는 찾기 어려웠던 숙주인자를 안정적으로 찾을 수 있다. 연구진은 봄·여름 철 영유아들에게 유행하는 수족구병을 일으키는 엔테로바이러스를 실험에 적용했다. 엔테로바이러스 중 콕사끼바이러스 바이러스를 바이러스를 각 세포에 도입해 바이러스가 증식되고, 억제되는지를 관찰했다. 우선 세포를 96개의 홈이 있는 실험 접시(96-well plate)에 가지런히 배열한 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활용해 세포 속 약 1,500개의 유전자를 표적해 잘랐다. 그 다음 억제된 세포에 어떤 유전자가 잘려있는지 파악하는 바이오인포매틱스 분석을 통해 바이러스에 관여하는 숙주인자 ACBD3 등 10여개를 찾았다.
▲ 바이러스에 필요한 숙주인자를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교정하자
녹색으로 염색된 바이러스 감염세포가 줄어들었다.
공동 연구진이 제안한 새로운 스크리닝법은 신종 바이러스를 포함해 다양한 바이러스 연구에 적용할 수 있다. 숙주인자 기능을 억제해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방식의 항바이러스 치료를 개발할 수 있으며 숙주인자의 기능을 밝혀 바이러스와 숙주 세포의 상관관계의 이해를 높일 수 있다. 최근 기후변화 및 교역·여행의 증가로 메르스, 지카 등 신·변종 바이러스 질병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새로운 스크리닝법은 바이러스에 대항할 주요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김헌석 박사는 "기존에 많이 쓰였던 전체 스크리닝법은 재료 준비와 실험이 쉬운 반면 민감도가 떨어져 많은 유전자를 찾아내기가 힘들었다"며 "전체 스크리닝의 단점을 극복하고자 이번 연구를 계획했다"고 말했다. 교신저자로 참여한 김진수 단장은 "기존의 두 스크리닝법의 장점만 취해 개발한 새로운 어레이 스크리닝법은 규모가 큰 스크리닝에 응용성이 있으며 앞으로 바이러스 인자를 찾고 연구하는데 강력한 분석 도구로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 교신저자인 화학연의 김천생 박사는 "전세계적으로 혁신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크리스퍼 유전자 기술을 바이러스 연구에 적용하여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이나 예방을 위한 백신 개발에 응용할 수 있는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향후 적용 분야 확대를 위한 연구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미국 콜드 스프링 하버 연구소에서 발간하는 유전체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인 지놈 리서치(Genome research, IF 11.922) 2018년 6월호에 게재되었다.
IBS 커뮤니케이션팀
고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