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 신경질환 치료, 단백질 공학에서 해법 찾았다- IBS-DGIST 공동연구팀, 헌팅턴병 치료하는 샤페론 단백질 개발 - - 단백질 공학 기반 변이 샤페론으로 헌팅턴병 원인 단백질의 응집 억제 효과 확인 - 2024년 노벨화학상이 단백질 구조 예측 및 설계 분야 혁신가들에게 주어지며 ‘단백질 공학’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단백질 공학은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바꾸거나 최적화해 여러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으며, 특히 질병 치료제 개발의 혁신을 이끌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바이오분자 및 세포 구조 연구단 조현주 차세대연구리더(Young Scientist Fellow, YSF) 연구팀은 김호민 前 단백질 커뮤니케이션 그룹 CI(Chief Investigator,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 DGIST 뇌과학과 이성배 교수 연구팀과 함께 단백질 공학을 이용해 퇴행성 신경질환인 헌팅턴병에 효과적인 치료용 샤페론을 개발하고 작동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헌팅턴병(Huntington’s disease)은 유전적 돌연변이에 의해 헌팅틴 단백질 유전자에 CAG 반복서열1)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해 발생한다. CAG 반복서열의 증가는 헌팅틴 단백질의 급격한 응집을 유발해 독성 응집체를 형성하고, 신경세포 내에 축적되면서 세포 기능을 방해해 결국 신경세포 사멸을 초래한다. 보통 30~40대에 진행이 시작돼 비자발적이고 제어되지 않은 움직임, 발음장애, 연하곤란2), 인지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합병증이나 신체 기능의 저하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근본적 치료제를 찾지 못했으며, 증상 완화를 위한 약물 치료에 그치고 있다. 연구진은 세포 내 단백질 항상성 유지에 핵심인 ‘샤페론(Chaperone)’에 주목했다. 샤페론은 세포 내에서 단백질이 3차원으로 올바로 접히도록 하고, 잘못 접힌 단백질의 응집을 방지해 단백질이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돕는다. 먼저, 연구진은 막단백질 샤페론 중 하나인 PEX19에 무작위 돌연변이를 유도해 수십만 개의 변이 라이브러리를 제작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 만든 변이체들을 효모 독성 기반 스크리닝 기법으로 선별해 헌팅틴 단백질의 독성을 억제하는 변이 샤페론 PEX19-FV를 개발했다. PEX19-FV는 변형된 소수성 잔기3)를 통해 헌팅틴 단백질의 소수성 부위와 결합하고 헌팅틴 단백질 간 상호작용을 차단했다. 이를 통해 헌팅틴 단백질의 응집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독성 응집체 축적을 막았다. 이어 연구진은 동물 및 세포 실험을 통해 PEX19-FV의 효과를 확인했다. 헌팅틴 단백질이 과발현돼 신경 퇴행 증상을 보이는 초파리에 PEX19-FV를 발현시키자, 시험관 벽을 기어오르는 능력이 약 2배 향상되며 운동 능력이 크게 개선됐다. 또한, 초파리의 평균 생존율이 약 3배 증가하는 놀라운 결과를 보였다. 나아가, 생쥐 뇌에서 추출한 신경세포를 배양해 헌팅틴 단백질과 함께 PEX19-FV를 발현시킨 결과, 약 80%에 달하던 신경세포의 심각한 구조적 손상이 5% 이하로 감소하고, 신경세포의 사멸도 약 10배 줄어드는 효과를 보였다. 연구를 이끈 조현주 YSF는 “이번 연구로 개발한 변이 샤페론은 헌팅틴 단백질의 응집을 효과적으로 억제해 신경세포를 보호할 수 있다”라며, “기존 샤페론을 적절히 변형시켜 헌팅턴병뿐만 아니라 다양한 퇴행성 신경질환 치료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단백질 공학을 활용한 퇴행성 신경질환 치료제 개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라며, “이번 연구는 단백질 공학의 가능성을 확인한 대표적 사례”라고 덧붙였다. 김호민 前 CI는 “단백질 공학은 생명과학의 지평을 넓히고 혁신적 치료법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단백질 공학과 구조생물학, 신경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의 긴밀한 협업은 이를 더욱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 14.7)’에 1월 17일 온라인 게재됐다. 그림 설명 [그림1] 단백질 공학을 이용한 헌팅틴 독성 억제 변이 샤페론 스크리닝 [그림2] 다양한 헌팅턴병 모델에서 변이 샤페론의 효과 입증 [그림3] 변이 샤페론의 헌팅틴 응집체 형성 억제 메커니즘 규명
1) CAG 반복서열: 시토신(Cytosine), 아데닌(Adenine), 구아닌(Guanine) 세 개의 염기가 반복되는 서열로, 정상 헌팅틴 유전자는 CAG 서열이 10~35회 반복되나, 돌연변이 유전자에서는 36회 이상 반복되며 병리학적 변화가 발생한다. 2) 연하곤란: 음식, 액체 또는 침을 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태로 삼키는 기능의 저하로 인한 통증, 기침, 질식 등 여러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3) 소수성 잔기: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 물과 잘 섞이지 않는 성질을 가진 부분으로, 주로 단백질의 내부에 위치해 안정성을 유지한다. 소수성 잔기는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과 응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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