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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영역 ‘뇌’를 파헤친다”…뇌의 시각·청각 통합 메커니즘 규명 게시판 상세보기
제목 “미지의 영역 ‘뇌’를 파헤친다”…뇌의 시각·청각 통합 메커니즘 규명
작성자 전체관리자 등록일 2025-05-23 조회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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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영역 ‘뇌’를 파헤친다”…뇌의 시각·청각 통합 메커니즘 규명

IBS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 최일송

우리는 매일 보고, 느끼고, 움직인다. 그리고 움직이는 매 순간, 우리의 뇌는 보이지 않는 복잡한 메커니즘에 따라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뇌의 복잡한 신호 체계는 아직까지 과학으로 완전히 밝혀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은 이러한 뇌의 작동 원리를 분석하며 ADHD, 자폐 등의 뇌질환을 유발하는 핵심 기전을 찾고 이를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동물실험을 통해 뇌가 행동 상태에 따라 감각 정보를 다르게 통합한다는 점을 밝혀, 뇌의 감각 정보 통합 과정에 대한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최일송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 박사후연구원은 “동물의 운동 상태가 시청각 통합 과정을 조절해 감각 처리의 우선순위를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에서 연구가 시작됐다”며, “이번 연구는 동물의 운동 상태가 뇌의 시각·청각 정보 통합 과정에서 정보의 우선순위 조절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의 생각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라는 물음의 답을 찾기 위해 뇌과학 분야에 뛰어든 최 연구원을 만나, 이번 연구 과정에 대한 소회와 앞으로의 연구 목표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IBS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 이승희 부연구단장님 연구실 소속 최일송입니다. 저는 이승희 교수님 연구실에서 KAIST 생명과학과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Q. 뇌연구 분야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있다면?

악동뮤지션의 노래 중에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신기해"라는 가사가 있는데, 이 가사가 제가 뇌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잘 설명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내가 어떻게 세상을 보고, 느끼고, 움직일 수 있는지, 그리고 제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생각’이라는 과정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는지에 대해 늘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도록 품고 있었고, 결국 세상을 인지하는 시작 단계를 연구하는 ‘감각 처리 연구실’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뇌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Q.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에 대해 소개한다면?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은 우리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파악하는 것에서 출발해, 자폐증과 같은 뇌질환이 발생하는 원인을 규명하고, 궁극적으로 이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뇌과학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단입니다.

연구는 실험쥐를 이용해 다양한 상황에서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해당 행동을 유도하는 뇌의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이후,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뇌질환과 유사한 유전적·행동적 특성을 가진 뇌질환 모델 실험쥐를 활용해, 어떤 변화로 인해 비정상적인 행동 패턴이 나타나는지에 대한 원인을 신경세포(뉴런)의 시냅스 수준에서부터 여러 뇌 영역 간의 상호작용 수준까지 분석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비정상적인 실험쥐의 뇌를 정상적으로 회복시킬 수 있는 치료법을 찾고 제시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Q. 지난 3월 동물실험을 통해 뇌의 감각 정보 처리가 행동 상태에 따라 조절된다는 점을 규명한 연구를 봤습니다. 연구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다면?

우리가 달리고 있을 때 이어폰에서 나오는 소리나 주변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뇌가 감각 정보를 처리할 때 그 순간에 더 중요한 정보를 우선시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실험쥐의 행동 상태(가만히 있는 경우와 달리는 경우)에 따라 시각과 청각 정보 중 어떤 것을 더 우선적으로 처리하는지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시각 자극과 청각 자극을 동시에 제시했을 때, 가만히 있는 실험쥐는 청각 정보를 우선시했지만, 달리고 있는 실험쥐는 시각 정보를 우선시하여 행동 결정을 내리는 것을 행동 실험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또한, 대뇌 피질 중 시각과 청각 정보를 통합하는 ‘후두정피질(Posterior Parietal Cortex)’이라는 영역에서, 달리는 동안 운동피질에서 생성된 운동 신호가 청각피질로 전달되어 청각 신호가 후두정피질로 가는 경로를 선택적으로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로써 감각 정보의 우선순위가 행동 상태에 따라 뇌 차원에서 조절된다는 점을 규명한 연구입니다.

Q. 해당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우리 연구실에서 발표한 이전 연구에서, 머리가 고정된 채 가만히 있는 실험쥐가 청각 정보를 더 우선시하는 청각 우세 행동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동물은 상황에 따라 전략과 행동을 변화시키므로, 실험쥐 역시 특정 상황에서는 시각 정보를 우선시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그즈음, 실험쥐가 달릴 때 시각 및 청각 피질의 뉴런이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동물의 운동 상태가 단순히 시각·청각 피질의 반응성만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각 통합 과정 전체를 조절해 감각 정보의 우선순위까지 바꿀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품게 됐고, 이 아이디어에서 이번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Q. 연구 과정에서 어려웠던 순간이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연구 과정에서 ‘쉽다’고 느껴졌던 순간은 단 하나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자면, 처음 칼슘 이미징이라는 실험을 시작할 때 2주간 밤낮으로 20마리의 실험쥐 수술을 진행했지만, 결과적으로 단 하나의 뉴런도 보이지 않아 까만 이미지들을 편집할 때 느꼈던 허탈함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또 설날이나 추석 연휴에도 실험 일정 때문에 텅 빈 캠퍼스를 걸어으며 실험실에 가야 했던 날들—마치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들었던 기억도 납니다. 더 나은 논문을 위해 분석 방법과 그림을 몇 주간 계속 수정하다가, 결국 처음 만든 결과물이 가장 좋았다는 걸 깨닫고 원래대로 되돌아갔던 순간의 허무함도 떠오릅니다. 하지만 이런 힘든 경험들이 오히려 데이터가 잘 나왔을 때의 기쁨과 보람을 더욱 크게 만들어 줍니다. 시행착오 속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냈던 그 순간들이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Q. 현재 진행 중인 연구는 무엇인가?

정상 실험쥐를 이용하여 시각과 청각 자극 정보가 뇌에서 통합되고, 최종적인 행동 결정으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외부 자극을 어떻게 인지하는지를 알기 위해, 시각 또는 청각 자극에 따라 특정 행동을 하면 보상을 주는 방식으로 실험쥐를 훈련시킵니다. 이후, 훈련된 실험쥐에게 의미가 일치하거나 불일치하는 시청각 자극을 동시에 제시하고 행동 패턴을 관찰하는 동시에, 뉴런의 활성도를 측정하고 조절하여 시청각 통합 과정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밝히는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전 프로젝트에서는 실험쥐의 움직임 상태(가만히 있을 때와 달릴 때)에 따라 시청각 통합 과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연구했고, 현재는 외부 자극의 의미를 학습함에 따라 시청각 통합 과정을 담당하는 신경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확인하는 연구를 수행 중입니다. 이를 위해 실험 설계, 행동실험 수행, 뉴런 활성도 측정 및 조절, 데이터 분석 등 전반적인 연구 과정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Q. 일반인에게 뇌연구가 무엇이고, 왜 중요한 분야인지 설명한다면?

뇌는 우리가 세상을 인지하고, 몸을 조절하며, 기억·학습하고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매우 중요한 기관입니다. 뇌연구는 우리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며 행동하는지를 이해하려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뇌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고, 세상에는 다양한 뇌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뇌연구를 통해 우리는 치매, 우울증, 파킨슨병과 같은 뇌질환의 원인을 더 잘 이해하고, 더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 각광받고 있는 인공지능(AI)이나 뇌-기계 인터페이스(BMI)와 같은 첨단 기술 역시 뇌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들에 영감을 받아 발전하고 있어, 뇌과학은 다른 분야에도 널리 응용될 수 있는 중요한 학문입니다.

Q. 앞으로 뇌과학 연구에서 주목해야 할 기술이나 트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최근 뇌과학 분야는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수천~수만 개의 뉴런 활성도를 동시에 측정하고, 더 정밀하고 정교하게 뉴런의 활동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들이 등장하면서 뇌의 작동 원리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과거에는 특정 뇌 영역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여러 뇌 영역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협업하는지를 분석하는 연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동시에 대규모·고차원 데이터를 빠르고 직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와 방법들도 개발되고 있어, 지금이야말로 뇌과학이 가장 급진적으로 발전하는 시기라고 느낍니다.

이러한 기술 발전이 언젠가는 하나의 뇌 속 수백억 개의 뉴런을 동시에 측정하고 해석할 수 있는 날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연구자로서 갖고 있는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막연하지만, 언젠가는 뇌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의미 있는 연구성과를 이루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동시에 저는 직접 실험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며 고민하는 과정을 좋아하기 때문에 늘 현장에서 실험을 수행하는 연구자로 남고 싶습니다. 단순한 데이터 생산자가 아닌 진짜 ‘발견’을 해내는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언제나 저를 이끌어주신 이승희 부연구단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늘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주는 가족들, 함께 실험하고 고민을 나누는 연구실 동료들, 그리고 많은 지원을 해주시는 IBS 관계자분들께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더 재미있고 의미 있는 발견을 해나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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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