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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자원 공유 통해 세대를 이어가는 연구 플랫폼 만들어 나갈 것” 게시판 상세보기
제목 “연구 자원 공유 통해 세대를 이어가는 연구 플랫폼 만들어 나갈 것”
작성자 전체관리자 등록일 2025-03-11 조회 32
첨부 jpg 파일명 : 썸네일_김유수.jpg 썸네일_김유수.jpg

“연구 자원 공유 통해 세대를 이어가는 연구 플랫폼 만들어 나갈 것”

IBS 양자변환 연구단 김유수

생명체의 유전 정보를 담은 ‘보물 창고’인 DNA(디옥시리보핵산)의 손상복구 기전은 신체가 항상성을 유지하는 원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신체는 세포 분열 시 유전 정보가 정확히 복제되도록 통제하고 DNA가 손상되는 과정이 발생하면 이를 정상으로 되돌려 ‘항상성’을 유지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들이 쌓이면 암과 같은 질환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IBS는 2024년 9월 양자변환 연구단을 GIST 캠퍼스에 새롭게 출범시켰다. 연구단을 이끌 김유수 양자변환 연구단장은 전세계에서 인정받는 표면 및 계면화학 분야 연구자다. 일본 이화학연구소(이하 RIKEN)의 수석과학자이자 도쿄대 교수로도 지냈다. IBS 연구단장으로 선임된 뒤 연구단을 조직하고 구성하느라 바쁜 그를 GIST에서 만났다.

“저는 분자를 연구하는 사람입니다. 분자 안에서 에너지가 어떻게 흘러가고 바뀌고 또 사라지는지 그 과정을 실제 공간에서 직접 눈으로 보면서 에너지 흐름을 정량적으로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해 가면서 분자의 본질을 연구해 왔어요.”



양자 상태의 에너지 변환을 연구하는 ‘양자변환 연구단’

모든 물질은 원자나 분자로 이뤄져 있는데, 물질의 내부와 물질이 다른 물질과 만나는 표면(혹은 계면)은 특징이 완전히 다를 때 가 많다. 이 때문에 원자 내에 동일한 양자 상태를 가질 수 있는 전자는 두 개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파울리의 배타 원리)을 발견해 1945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볼프강 파울리(Wolfgang Pauli, 1900~1958)는 표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기도 했다.

“물질은 신이 창조했지만, 표면은 악마가 만들었다. God made the bulk; surfaces were invented by the devil.1)

분자는 근처에 있는 분자의 종류와 환경에 따라 갖고 있는 속성이 달라진다. 이런 분자의 특징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분자가 1개만 있을 때 생기는 독립적인 속성을 알고, 이 속성이 다른 분자나 환경에서 바뀌는 것을 연구하게 된다. 자연 상태에서는 거의 불가능하지만 분자와 환경을 제어할 수 있는 실험실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

“분자를 연구하는 환경으로서 저희가 이용하는 것은 표면입니다. 표면은 어떤 물질을 보거나 만질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대상인데, 동시에 가장 예측하기 어렵고 다루기 까다로운 부분입니다. 표면은 물질 내부와 사뭇 다른 환경에 놓여있거든요. 내부는 원자나 분자들끼리 연결돼 있지만 표면은 연결될 다른 상대가 없어요. 이 때문에 표면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반응이나 기능이 있습니다. 이 점이 아주 흥미롭죠.”

김 단장은 표면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일산화탄소 분자를 예로 들었다. 일산화탄소는 탄소 원자 1개와 산소 원자 1개가 결합한 단순한 구조 분자다. 기체 상태에서 이 분자를 관찰하면 두 원자 사이가 멀어졌다, 가까워졌다하는 단순한 진동을 보인다. 그런데 이 분자가 ‘표면’에 있다면 진동 형태가 달라진다. 한 가지였던 진동 방식이 네 종류로 늘어난다. 김 단장은 이 현상을 분자의 양자 상태가 환경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단장이 이끄는 양자변환 연구단은 물질의 표면에서 일어나는 에너지 변화를 연구하고, 이 변화에 의해 물질의 특성이 어떻게 바뀌는지 연구한다.



양자변환 연구단장 김유수


“처음에는 연구단 이름에 에너지 변환을 넣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너무 평범하더라고요. 우리가 알고, 보고,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은 에너지로 환원될 수 있고, 이 에너지가 어떻게 흐르고 소멸되는지 에너지가 어디에 있는지를 규정하는 게 ‘양자 상태’입니다. 그래서 양자변환을 연구단 이름으로 정했어요.

왜 표면에서 이렇게 다른 양자 상태가 만들어지는지, 정량적으로 어떻게 변하는지 찾아내는 것이 제가 해왔고, 앞으로 저희 연구단이 할 일입니다.”



RIKEN의 수석과학자가 한국으로 돌아온 이유

1917년에 설립된 RIKEN은 자체 연구로 노벨 과학상을 3번이나 수상한 세계적인 연구기관이다. 김 단장은 2015년 RIKEN에서도 고작 40여 명에게만 주어지는 수석과학자(Chief Scientist)로 선정됐다. RIKEN의 수석과학자는 종신직으로 연구자 중 가장 높은 직책이다. 2022년부터는 도쿄대 교수로 겸직하며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일본에서도 탑급 연구자로 대우받았던 그가 IBS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2019년 말에 시작한 코로나19 사태 때 많이 변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출장도 많이 다니고 사람도 어마어마하게 만나며 연구에만 빠져 살았어요. 큰 문제의식 없이 흘러가는 대로 연구가 잘된다고 생각해 왔죠.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면서 처음으로 제 의지가 아닌 외부 상황에 의해 제가 하던 모든 활동이 멈췄어요.”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직후인 RIKEN은 2020년 4월부터 6월까지 감염을 막기 위해 연구소를 봉쇄했다. 장치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인력만 출입을 허용했을 뿐 연구자 대부분은 연구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수석과학자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동안 제가 하는 일이 굉장히 가치가 있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좀 과장해서 인류가 절멸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으니 제 연구는 얼마나 가치 있을지 의문이 들었어요. 저조차도 그랬는데 대학원생이나 이제 갓 본격적으로 연구에 뛰어든 젊은 연구자는 더 절망하고 좌절했겠죠. 젊은 친구들이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 그 자체가 좋은 생각이고, 그 첫 단계를 시작한 지금 경험이 귀중하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마침 2021년에 도쿄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쳐달라고 연락이 왔죠.”

잠시 숨을 돌린 뒤 새롭게 시작한 뒤에도 김 단장은 또다시 달릴 준비를 시작했다. 앞으로 10년 동안 연구를 할 수 있는 큰 예산도 두 개나 받아둔 터였다. 연구실 규모도 커지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도 안정적으로 손발을 맞춰왔다. 2022년에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손발이 잘 맞는 동료들과 재미있게 일한 결과였다. 김 단장은 예상보다 10년은 빨리 나온 결과라고 이야기했다.

“IBS가 처음 설립될 때부터 직간접적으로 단장직 제의가 있었어요. 우선은 환경을 변화시키지 않고 연구를 마무리하고 싶어서 계속 RIKEN에 있었죠. 2022년 논문을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선택을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김 단장의 IBS행이 결정됐다. 한국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뭔가를 선택할 때 크게 고민하지 않아요. 그때의 기분에 따라 결정하죠. 대신 선택한 것을 참 잘했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해요. 가지 않은 길이 더 낫다라는 건 아무도 모르잖아요? 고르지 않은 선택지는 빠르게 잊는 겁니다.”


연구실 단체사진도쿄대에서 학생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김유수 단장(맨 왼쪽 파란 자켓)의 모습.



같은 분야를 공유하는 새로운 연구 플랫폼 시도할 것

김 단장이 일본에서 보낸 시간은 28년. 박사과정부터 시작해 RIKEN의 수석과학자로 연구하기까지 약 30년 동안 일본 과학계의 흐름을 생생하게 체감했다.

“일본은 아무리 경제 상황이 안 좋아도 기초과학 연구비를 꾸준히 증가시켰어요. 딱 한 번, 연구비가 감축된 적이 있었는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였죠. 초대형 재난으로 국가가 초토화된 상황에서 당연히 그럴 수 있어요.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때 이와 비슷한 일이 전 세계에서 일어났어요. 이런 재난 앞에서 기초과학은 자원을 배분받을 때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어요. 인류의 생존이 우선이니까요. 앞으로 기후 위기 등 이런 재난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겁니다. 기초과학은 어떻게 될까요? 제 세대까지는 어떻게 됐다지만 젊은 과학자들은요? 이 다음을 더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할까요?”

김 단장은 같은 연구 자원이라도 함께 쓸 수 있도록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공동 연구나 프로젝트, 논문을 함께 쓰는 것처럼 단기적인 협력 체계가 아니라 서로 가진 연구 자원을 내놓고 상대 자원도 당당히 쓸 수 있는 집단적인 신뢰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은 2022년 일본 닛케이 신문에서 ‘자원 공유’와 관련해 보도한 특집 기사 덕분이다.

“일본처럼 종신 고용을 미덕 삼은 나라조차 정규직이 줄고, 해고를 유연하게 할 수 있게 됐어요.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 투잡, 쓰리잡을 가져야 하죠. 기사에서는 극단적으로 일주일에 3일은 혼다에서 일하고, 3일은 도요타에서 일할 수 있는 인재 공유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어요. 이를 연구자 시스템에 적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 단장의 고민은 RIKEN과 IBS의 분야 업무협약(이하 MOU)로 이어질 수 있었다.

“기존과는 좀 다른 형식으로 분야 MOU를 제안했어요. 조직과 조직의 MOU가 아니라 연구 분야에 대한 겁니다. 제가 RIKEN에서 해온 양자 기술과 정밀 측정 분야에 대해서죠.”

이를 위해 김 단장이 그동안 RIKEN에서 이루어 온 연구 자원의 큰 부분을 통째로 한국으로 옮겨왔다. 연구 장비는 물론 장비를 함께 개발해 온 핵심 연구 인력도 함께 이동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 오랫동안 합을 맞춰온 일본인 동료들도 김 단장과 함께 IBS로 이동했다.

“1999년부터 비슷한 연구 플랫폼을 만들어왔어요. 배경이 다른 연구자들이 하나씩 합류하고, 이들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젊은연구자들을 새롭게 합류시키는 거죠. 시작은 IBS와 RIKEN, 도쿄대의 연구 자원과 인력이지만 안정적으로 체계가 잡힌 뒤 이 분야 연구자라면 어떤 소속이든 참가할 수 있게 연구 자원을 개방하고 싶습니다. 세대를 이어가며 각자의 재능과 경험을 공유하면서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방법론을 만들어가는 거죠.”


양자변환 연구단 김유수

김 단장은 같은 연구 자원이라도 연구자들끼리 함께 쓸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 파울리가 이 말을 남겼다고 전해지지만 언제 어디서 했는지 구체적으로 전해지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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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