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비밀 담은 암흑물질 후보 사냥하는 입자물리학자
많은 과학자는 지구를 포함해 우주에서 우리가 보고 확인할 수 있는 물질은 전체 우주의 약 4.4%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27%가 암흑물질이며, 나머지 68.6%는 암흑에너지로 채워져 있다고 설명한다. 암흑물질은 그 이름에서 어떤 존재인지 추측할 수 있다. 빛과 반응하지 않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오직 중력을 매개로만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암흑물질은 우주를 설명하는 한 가지 학설일 뿐이다. 아직까지 그 존재를 정확히 입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력한 암흑물질 후보 중 하나는 액시온(Axion)이다. 입자물리학의 미스터리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된 가상의 입자다. 전 세계에서 지난 수십 년간 액시온을 찾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이 액시온을 찾고 있다. 지난 8월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이 액시온 존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범위를 좁힌 연구 결과 2건을 최근 잇따라 공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유력한 암흑물질 후보 중 하나는 액시온(Axion)이다. 입자물리학의 미스터리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된 가상의 입자다. 전 세계에서 지난 수십 년간 액시온을 찾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이 액시온을 찾고 있다. 지난 8월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이 액시온 존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범위를 좁힌 연구 결과 2건을 최근 잇따라 공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윤성우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 연구위원은 “액시온 암흑물질 탐색은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일과 비슷하다”며 “위치를 대략 안다면 바늘을 더 빨리 찾을 수 있는 것처럼 이번 연구는 이론적 예측을 기반으로 실험을 설계하는 것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차세대 액시온 탐색 실험의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2015년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에 합류하며 액시온을 탐색하기 시작한 윤 연구위원은 9년 차 '액시온 사냥꾼'이다. 윤 연구위원은 "입자를 탐색하다 보면 우주, 더 나아가 이 세상의 근원에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인 고민을 하게 된다"면서 암흑물질 연구의 매력을 설명했다. 윤 연구위원을 만나 액시온 탐색 연구의 중요성, 이번 성과의 의미, 입자물리학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 등을 물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윤성우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 연구위원입니다. 학창시절, 한국 출신 미국 물리학자인 이휘소 박사의 이야기를 듣고 입자물리에 푹 빠졌습니다. 결국 2000년 고려대 물리학과를 졸업했고 2002년 동대학에서 같은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2009년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냈습니다. 2014년부터 1년간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연구를 이어가던 중 2015년 IBS 차세대 연구리더(YSF)로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에 들어왔습니다. YSF는 IBS가 40세 이하 과학자를 뽑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에요. 현재는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의 연구위원으로 미지의 암흑물질을 지속적으로 탐구하며 암흑물질의 후보인 액시온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Q.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을 소개해주세요.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은 액시온이 우주 암흑물질의 일부인지에 대한 최종 해답을 찾기 위해 액시온 탐색을 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에 전 세계에서 최초로 액시온 관련 실험을 진행한 야니스 세메르치디스 단장이 이끌고 있습니다. 현대 입자물리학의 근간인 '표준모형'을 뒤흔드는 입자를 발견하고도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론으로 예측된 범위에서 암흑물질이 존재하지 않는 영역을 배제하는 식으로 암흑물질을 찾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과학자들은 강력한 자석을 사용합니다. 이론에 따르면 액시온은 강한 자기장과 만나면 질량에 상응하는 주파수를 나타내는 광자(빛의 입자)로 변환됩니다. 이때 공진기를 이용해 주파수를 증폭하고 검출하면 해당 관찰 영역의 액시온 존재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겁니다.
문제는 액시온의 질량, 즉 질량이 변환된 주파수를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론에서 예측한 넓은 주파수 영역에서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듯 조금씩 탐색해야 합니다.
Q.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의 최근 연구 성과와 학계에 미치고 있는 영향을 설명해주세요.
액시온에 대한 이론적 모델로 'DFSZ 액시온'와 'KSVZ 액시온'이 있습니다. DFSZ 액시온은 KSVZ에서 제시한 것보다 다른 입자와의 상호작용이 작아 실험에서 탐지하기 더 어렵습니다. IBS 연구단은 DFSZ 액시온 탐색에 초점을 맞춰 장비를 개발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DFSZ 액시온을 탐색할 수 있는 연구단은 IBS를 포함한 2팀이 전부예요. 우리 연구단은 이번에 특정 범위에서 액시온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액시온 검출 확률은 자기장이 클수록 높아집니다. 연구단은 초전도체로 만든 강력한 자석을 이용해 1.025~1.185기가헤르츠(GHz) 주파수 범위에서 질량이 4.24~4.91µeV(마이크로전자볼트) 영역에서 액시온을 세계 최고 감도로 탐색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실험 난이도로 인해 1GHz 이상 주파수에서 고감도로 액시온 탐색에 성공한 건 현재까지 IBS 연구단이 유일합니다. 연구를 시작한 지 10년 만에 세계 최고 수준의 결과를 낸 겁니다.
또 연구단은 김진의 서울대 명예교수가 제시한 KSVZ 액시온 모델을 고주파수 영역에서 최대 수준으로 탐색했어요. 최근 시뮬레이션을 바탕으로 한 여러 연구에 의하면 액시온의 질량이 20~30µeV, 주파수로는 4.8~7.25GHz 영역에 있을 것으로 예측합니다. 연구단은 기존 실험보다 더 높은 고주파에 주목한 겁니다. 실험 결과 액시온이 질량 21.86~22.00µeV 범위에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어요. 현재까지 가장 민감도가 높은 결과입니다.
Q. 연구원님이 이번 성과에서 하신 일은 무엇인가요?
저는 KSVZ 액시온을 고주파수 영역에서 최소 수준으로 탐색하는 연구에 참여했습니다. 특히 공진기의 부피를 줄이지 않으면서도 액시온을 빠르게 탐색할 수 있는 최적화 된 공진기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고주파 신호를 탐색하려면 주파수를 증폭하는 공진기의 부피를 줄여야 하는데 부피가 줄면 액시온이 광자로 변하는 확률도 줄어들어 데이터를 얻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원통형 공진기를 피자 조각처럼 나눈 '다중방 공진기'를 고안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를 만든 일등공신입니다.
Q. 이번 실험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과 이번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말해주세요.
다중방 공진기의 기본 개념을 실제 탐색 실험에 최적화하기 위해 공진기의 디자인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방대한 양의 시뮬레이션 작업이 필요했고 많은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또한, 액시온을 탐색할 때 민감한 '양자센서'를 사용하기 때문에 방해가 되는 신호의 잡음을 줄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때 공진기를 포함한 실험장비 자체의 온도를 낮춰 열적 잡음을 줄여야 했습니다. 온도를 극저온으로 낮춰야 했는데, 한 번 온도를 낮추는 데 수일이 걸리고 검출장치가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어 모든 부품이 제대로 작동할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이번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액시온을 탐색하는 것이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의 궁극적인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입자를 탐색하다 보면 우주, 더 나아가 이 세상의 근원에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인 고민을 하게 됩니다. 우주는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우리는 또 누구일까요? 가끔 연구하다 보면 이같은 질문이 떠오릅니다.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이 이 답을 찾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요?
Q. 향후 연구 계획을 알려주세요.
계속해서 액시온을 사냥할 것입니다. 탐색 범위를 계속 넓히겠습니다. 전 세계에 액시온을 찾는 경쟁이 치열합니다. IBS가 세계 최고 수준의 결과를 낼 계획입니다.
Q. 향후 연구에 필요한 지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리 연구단을 믿고 연구 결과를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13년에 연구단이 생겼는데, 기계를 제대로 작동시키는 데만 수년이 걸렸고 이제서 연구 결과가 쏟아지는 중입니다. 궁극적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훌륭한 연구 결과를 가지고 오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기초과학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오늘날 AI, 양자 쪽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둘의 기초 개념은 100여 년 전에 나왔습니다. 기초과학 연구자들이 계속 연구한 끝에 오늘날 투자 가치가 높은 분야로 재탄생했습니다. 현재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이어져 향후 훌륭한 기술이 계속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