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센터
|
우리 몸에 ‘붙였다’는 사실조차 느껴지지 않을 만큼 얇고 부드러운 전자소자를 상상해 본 적 있나요? 몸속 장기와 피부에 부착해 신호를 읽고, 질병을 진단하며, 나아가 치료까지 수행하는 바이오 일렉트로닉스 기술이 미래 의학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기초과학연구원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에서 머리카락의 1/300 두께에 불과하면서도 건조하면 단단하고 물을 만나면 젤처럼 변신하는 ‘트랜스포머 바이오 일렉트로닉스 THIN’을 개발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고했는데요. 이번 연구의 의미와 이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개념을 참여 연구진이 직접 알려드리겠습니다. 웨어러블 헬스케어란?웨어러블 헬스케어는 말 그대로 몸에 착용하거나 부착하여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관리하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스마트워치의 심박 측정, 패치형 혈당 센서, 피부에 붙이는 체온 패치처럼, 전자소자가 일상 속에서 우리의 생체 신호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건강 관리를 돕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과 함께 개인 맞춤형 의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웨어러블 헬스케어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헬스케어 분야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사용자의 움직임과 생활 패턴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이 기술에는 휘어지고 구부러지고 늘어나는 유연한 전자소재/소자 기술이 핵심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한편,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술이 발전할수록 단순히 피부 표면에서의 데이터만으로는 얻기 어려운 더 정밀하고 신뢰도 높은 생체 정보가 필요해지고 있습니다. 심장 박동의 전기적 패턴, 뇌의 미세한 전기 신호, 근육의 신경 전달 과정처럼, 병원에서만 측정할 수 있던 고해상도 생체 정보를 일상 속에서 장기간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는 전자소자가 생체조직에 더욱 밀착되고, 때로는 장기 표면에 직접 부착되는 형태의 새로운 기술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체는 매우 부드럽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환경이기 때문에 기존의 딱딱한 전자소자가 이를 따르기 어려운 한계가 있습니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가 바로 차세대 소프트 바이오 일렉트로닉스 기술이며, 이는 최근 12대 국가전략 중점기술 내 세부 중점기술로 지정되어 글로벌 첨단 바이오 경쟁에서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생체조직에 바이오 일렉트로닉스를 적용하려면?최근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Neuralink)에서 뇌에 전극을 삽입해 신경 신호를 읽고 해석하는 실험을 공개하며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뉴럴링크와 같은 기술은 생체조직과 전자소자가 직접 맞닿아 신경 활동을 측정하거나 조절하는 바이오 일렉트로닉스의 대표적인 사례로, 의료/재활/보조공학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생체조직과의 직접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한 기술은 이전까지 병원 환경에서만 가능했던 고해상도 생체신호 측정을 일상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생체조직에 전자소자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밀착되고, 오랜 시간 동안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핵심 과제로 떠오릅니다. 인체 조직은 매우 부드럽고 끊임없이 움직일 뿐 아니라 표면이 젖어 있고 비정형적이기 때문에, 기존의 딱딱한 실리콘 기반 전자소자는 쉽게 들뜨거나 미끄러지며 신호 품질이 떨어지기 쉽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합니다. 모든 핵심 소재들을 기존의 단단한 소재에서 연하고 늘어나는 고무와 같은 소재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본질적인 신축성(intrinsically stretchable)’ 방식이 새롭게 제안되었습니다. 이러한 본질적 신축성 접근은 전자소자의 기계적 유연성을 크게 높여주는 장점이 있지만, 여전히 생체조직 표면과의 장기간 안정적인 적용이라는 중요한 과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기존 방식들은 전자소자를 인체에 고정하기 위해 실(thread)이나 스테이플과 같은 봉합(suture) 방식이나 물리적 고정 장치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조직 손상을 유발하고 장기간 적용 시 염증과 생체적합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조직 자체에 스스로 달라붙을 수 있는 ‘생체접착(bioadhesive)’ 기반 바이오 일렉트로닉스가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최근 많은 연구 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며, 대표적 개발 사례로는 2023년 미국 시카고 대학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보고한 본질적 신축성 기반 생체접착이 되는 반도체 소재를 활용한 바이오 일렉트로닉스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고된 생체접착 기반의 본질적 신축성 바이오 일렉트로닉스는 핵심 소재 자체는 부드럽고 접착되도록 설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소자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기판이 필수적으로 포함되기 때문에 소재 단독으로 존재할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전체 소자 두께가 두꺼워져 낮은 기계적 성질(modulus)에 비해 실질적인 굽힘강성(stiffness)이 크게 증가하는 한계가 있어, 관련 소재 및 공정 전반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 개발 노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머리카락 1/300 두께의 트랜드포머 바이오 일렉트로닉스 THIN을 개발하다논문명: Hydrogel–elastomer-based conductive nanomembranes for soft bioelectronics, Nature Nanotechnology 2025 생체접착되는 본질적 신축성 바이오 일렉트로닉스의 실질적인 굽힘강성을 낮추기 위해, 필자가 속한 IBS 뇌과학이미징 연구단 연구팀은 극도로 얇아져도 손으로 다룰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기계적 안정성(hardness)을 확보하고 동시에 높은 전달컨덕턴스(transconductance)를 유지해야 소재/소자 공정 개발에 집중했습니다. 연구팀은 생체접착층(260nm) 소재와 이온–전자 반도체층(organic mixed ionic–electronic conductor, OMIEC; 90nm) 소재를 단일 구조 안에 통합한 전체 350nm 두께의 매우 얇은 양친매성(amphiphilic) 나노막을 형성하고, 이를 각각 이온 수송을 위한 전해질층과 반도체 채널층으로 사용하는 새로운 개념의 구조인 THIN(transformable and imperceptible hydrogel–elastomer adhesive bilayer based on ionic–electronic conductive nanomembranes)기반 전기화학트랜지스터(organic electrochemical transistor, OECT) 생체신호 증폭 센서를 개발했습니다. THIN의 경우, 기존 그 어떤 바이오 일렉트로닉스와 달리 별도의 기판 없이도 취급이 가능해 수화 시 반도체 채널과 생체조직 사이의 거리를 극한(~400nm)으로 줄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생체신호가 채널로 전달되는 효율(transconduction)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새롭게 개발된 THIN 기반 OECT(THIN-OECT)는 기존 바이오 일렉트로닉스가 지닌 구조적/기계적 한계를 뛰어넘어 수화 시 굽힘강성이 약 1억 배 감소하며 (9.08×10-5GPa·μm4), 상황에 따라 기계적 안정성(hardness)이 1.35GPa에서 생체조직에 가까운 35MPa까지 부드럽게 변하는 등 독특한 변형 특성을 나타냅니다. 또한 초박막 구조 덕분에 수화 시 단위 면적당 변형 에너지(strain energy per area)는 0.0032mN·m-1 수준으로 극히 낮아, 생체조직의 미세 곡률(1µm)까지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해 카테콜 화학(mussel-inspired chemistry)에 기반한 생체접착층은 조직과의 계면 접착 에너지(work of adhesion)를 향상시켜, 굴곡 환경에서도 물리적/화학적 접착성을 동시에 구현했습니다.
전기적 특성 측면에서도 THIN-OECT는 낮은 구동 전압(−0.6V)에서 작동하면서도 높은 전달컨덕턴스(338S·cm-1)를 유지했고, OMIEC에서 핵심 지표인 µC*(µ, 전하이동도; C*, 체적 커패시턴스) 값은 1,034F·cm-1·V-1·s-1로 지금까지 개발된 OMIEC 소재의 성능을 대폭 혁신했습니다. 해당 소재는 최대 200% 늘려도 기계적 손상이나 전기적 특성 및 증폭 성능의 저하가 발생하지 않는 등 우수한 기계적 안정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THIN-OECT 기반 생체신호 증폭 센서를 개발해 심전도 (epicardial electrogram, EGM), 근전도(electromyogram, EMG), 뇌피질전도(electrocorticogram, ECoG) 등 다양한 생체조직에서 고품질 전기생리학 신호를 안정적으로 증폭해 측정했고 장기간 생체적합성도 검증했습니다. 해당 결과는 나노과학/나노기술 분야 세계적인 권위지인 ‘Nature Nanotechnology (IF 35.1)’에 올해 12월에 보고됐습니다.
THIN 기술이 차세대 바이오 일렉트로닉스에 적용되려면?우리 연구진이 개발한 THIN 기반 바이오 일렉트로닉스는 머리카락의 1/300 두께에도 불구하고 높은 이온–전자 전달 성능을 유지하며, 수화 시 생체조직의 미세 굴곡과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가는 뛰어난 기계적 적응성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수화 시 스스로 조직에 부착되고, 기판 없이도 안정적인 취급이 가능하며, 낮은 전압에서도 고성능 증폭 특성을 구현하는 점은 기존 바이오 센서들이 해결하지 못했던 한계를 극복한 중요한 성과입니다. 특히, 이 기술은 단순히 ‘얇은 센서’를 넘어, 생체조직과 전자소자의 경계를 최소화하는 새로운 개념의 바이오 인터페이스 플랫폼으로, 개인 맞춤형 바이오 헬스케어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필자를 비롯한 연구진은 현재에도 후속 연구를 통해 기술 성숙도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으며, 이 기술이 가까운 미래에 K-첨단 바이오의 초격차 유지에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본 콘텐츠는 IBS 공식 블로그에 게재되며, https://blog.naver.com/ibs_official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이전 |
|---|